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7편] 마주 앉아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큰 위기가 발생하면 조직 내 주요 의사결정자들간에는 커뮤니케이션이 점점 힘들어진다. 여러 상황 보고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그에 대한 확인과 초기대응 내용들이 중첩 공유되면서 거의 대부분 임원들의 휴대폰은 통화가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그에 더해 최근에는 다양하게 단체 메신저방이 구성되어 여러 보고가 끊임 없이 울려 댄다. 물리적으로 각자 원거리에서 여러 의사결정자들이 효율적인 대화를 나누기에는 아주 좋지 않은 상황이 이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더욱 어려운 상황은 그러한 휴대폰과 메신저 혼란 속에 최고의사결정자가 참여하지 않는 상황이다. 일선 임원들끼리만 상황 정보들이 공유되며 혼란이 벌어지는 반면, 진작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최고의사결정권자는 전혀 이런 정보들을 업데이트 받지 못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종종 우리가 기업의 위기관리 행태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유 대부분도 이 때문이다 최고의사결정권자는 조직 내 위계적 위치로 인해서 일선에서 취합되고 상당부분 필터링 된 ‘정치적 보고’를 받는다. 그 상당부분은 실제 현장의 정보를 정확하게 담지 못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도 시간적으로 정확한 보고가 아닌 셈이다. 최고의사결정권자 시각에서 민감한 정보는 누락 완화된다. 그 외 정치적으로 여러 곤란한 변수들이 ‘정치적 보고’의 내용을 새롭게 디자인 해 버린다.
쉽게 말하면, 실제 현장과는 다분히 다른 보고를 받은 최고의사결정자가 내리는 의사결정이 현장에 그대로 적용되니 더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다. 가장 흔한 예로 이런 거리감 있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법적인 조언이다.
일선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는 여론의 공분은 상당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최고의사결정권자가 받는 정치적 보고에는 “법적으로 문제 소지가 없다”는 내용이 함께 올라간다. 당연히 최고의사결정권자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사소한 일을 가지고, 무지한 여론이 호들갑을 떤다. 그리고 그 걸 틈타 언론들은 우리회사 돈을 노리고 있다’ 같은 식으로 상황을 이해해 버리니 문제가 커진다.
위기 시 여론을 모니터링 해 보고하는 임원의 경우에는 대부분 부정적인 보고를 많이 하게 된다.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언론에서는 이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게시판과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런 이런 내용들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선에서 우리에게 상당히 불리한 상황을 주로 보고 하게 마련이다.
반면에 법적 조언을 하는 임원이나 로펌의 경우 “여론에서 아무리 뭐라 떠들어도 이 건은 기소 자체가 되지 않을 건입니다. 그리 큰 걱정 마십시오”하는 보고를 한다. 인간적으로도 이런 법무임원이나 로펌이 최고의사결정권자는 너무 고맙고 든든하게 느껴질 것이다. 당연히 여론을 이야기하는 임원은 괜한 호들갑 떠는 사람이 되고, 반대로 법무임원과 로펌은 구세주가 돼 버린다.
이러한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거리감 있는 인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핵심 위기관리팀 멤버들이 마주 앉아야 한다. 마주 앉아 여론의 추이를 다른 모든 부서들과 최고의사결정권자가 그대로 들어야 한다. 법적 제약이나 문제점들도 홍보실을 비롯한 다른 부서 임원들이 들어야 한다. 영업이나 마케팅 일선의 이야기도 임원들을 통해 다 같이 들어야 한다. 노조의 움직이나, 다른 대관적 고려에 있어서도 직접 최고의사결정권자가 들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각 부서 상호간 토론이 있어야 하고, 협업이나 역할배분 또한 이 자리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휴대폰이나 메신저를 통한 토론과 의사결정과 비교할 수 없는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최고의사결정권자가 보다 균형감 있는 실제적 인식 하에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마주 앉아라’는 말이 변화 해 ‘마주 서서 회의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 만큼 상황변화가 예전과 달리 빠르게 진척되고, 그에 따라 빠른 의사결정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마주 서서 회의 할 때에도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참여는 필수다. 위계에 의한 순차적 회의 보다는 다 같이 모인 단발적 회의 형태가 위기관리에는 훨씬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위기 시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보고하거나 그와 함께 하는 회의 형태를 보면 해당 회사의 기업문화와 위기관리 성패를 가늠할 수 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회장실 앞에 임원들이 각자 줄어서 장시간 보고를 기다린다거나. 위기대책회의에 회장이나 CEO가 참석하지 않는다거나. 회장이나 CEO가 메신저를 보고는 있으면서 그 토론에 대해서 별도 요약 보고를 받는다거나.
법무팀과 함께 로펌에 가 그들과만 오랜 회의를 한다거나. 마주 앉자는 홍보 임원에게 “그냥 시키는 것만 제대로 하세요” 한다거나. 아예 사라져 위기대응 미팅에는 물론 의사결정도 하지 않는 최고의사결정자가 있는 회사가 있다 상상해 보자. 이런 위기관리가 잘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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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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