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032018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9편] 감으로만 바라보지 말라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9편] 감으로만 바라보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물론 감(感)이 없는 것 보다는 감이 있는 것이 더 낫다. 비단 위기관리뿐 아니라 경영이나 일상 생활에 있어서도 ‘감’이라는 것은 도움이 되면 도움이 되지, 좀처럼 해가 되는 경우는 없다. 실제 기업의 위기 현장에서 위기관리 위원회 회의석상에 들어가보면, 그 구성원들도 ‘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저희 느낌으로는 이 건이 향후 추가적 상황에 까지 연결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건이 있었는데, 당시에도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좀더 두고 보셨으면 합니다. 이번 경우에는 좀 느낌이 달라서요” 등과 같은 이야기들이 여기 저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더 당황스러운 경우는 해당 기업의 대표가 외부 컨설턴트들에게 이렇게 질문하는 순간이다. “컨설턴트들 의견을 좀 묻고 싶은데요, 상황을 들어보셨으니까 아시겠지만, 감이 어떠세요?”라며 ‘감’을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컨설턴트들이 이와 유사한 여러 상황들을 보고 관리했던 경험이 있으니, 그 과거 사례들과 비교해 느낌이 어떤가를 묻는 것이다. 하지만, 매번 그런 ‘감’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마다 몸에서는 진땀이 난다.

“어떻게 될 것 같나요?”라는 대표이사의 질문은 사실 단순 ‘감’을 묻는 것이라기 보다는 향후 상황 전개에 대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예측을 묻는 것이라고 본다. “현재 A, B. C라는 상수와 D, E라는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앞으로 상황은 크게 3가지 방향으로 예상 할 수 있겠습니다”와 같은 답을 원하는 것이다.

물론 복잡하기도 하고, 어려운 답변 방식이다. 익숙하지도 않고, 숙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더더욱 그런 답변은 어려울 수 있다. 듣는 대표나 임원들의 입장에서도 ‘뭐가 그렇게 복잡한가?’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직관적인 ‘감’보다는 구조적인 ‘시나리오’가 더 도움이 된다.

‘감’에 의지해서 상황을 바라보게 되면 몇 가지 큰 문제가 생기곤 한다. 첫 번째 문제는 확증편향과 같이 ‘감’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수용하고, 그 ‘감’에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플랜 B나 플랜 C와 같은 다양한 대응 옵션을 상정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게 된다. 마치 일단 로또를 샀으니 당첨번호가 발표 될 때까지 기다려보자 같은 유사한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로또가 당첨되지 않으면 다시 로또를 사고 기다리는 대응이 반복된다.

세 번째 문제는 최초 ‘감’이 맞는 경우에는 그 감각자가 신뢰를 얻지만, 그 ‘감’이 맞지 않는 경우에 관련된 감각자의 신뢰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점을 치는 무당이 종종 신뢰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내부 임원들은 물론 외부 컨설턴트들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반면에 다양한 상수와 변수들을 기반으로 구성된 시나리오들을 놓고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생겨난다. 앞의 세가지 문제와는 상반된 장점인데, 첫 번째 모든 상황에서 상수와 변수들을 의심하게 된다. 각종 이해관계자 반응들을 체크하면서 그 각각이 시나리오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검증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다양한 시나리오 옵션들과 각각에 연결된 대응책들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유연해 진다. 상황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플랜 B와 플랜 C로 갈아 탈 수 있게 된다. 대응 시기를 놓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를 최소화 하게 된다. 외부에서 볼 때도 무언가 준비되어 있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세 번째, 당연히 시나리오를 개발 관리하는 임직원들은 VIP로부터 신뢰를 얻게 된다. 모든 상황적 변수를 우리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되기 때문이다. 일부 대표는 “우리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는 자신감까지 피력하곤 하는데, 그런 경우 내부에서는 이와 같은 시나리오들이 구성되어 있다는 의미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무조건 ‘감’을 무시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전문가들이 시나리오를 구성하더라도 그 속안에는 어느 정도 전문가로서의 ‘감’이라는 것이 녹여져 있게 마련이다. 대표이사나 임원들도 경험상 어느 정도의 ‘감’이라는 것은 가지고 있다. 그 ‘감’에 대해 공감이나 동의를 얻고 싶어 하는 마음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모든 유익한 ‘감’들이 모여 시나리오라는 틀 안에서 구조화 되면 그 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단, ‘감’으로만 수많은 변수들을 바라보지는 말자는 것이다. 뭐든 단 하나만으로는 제대로 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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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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