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108수(百八手)

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8편] 조직을 민감하게 유지하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8편] 조직을 민감하게 유지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호들갑 떨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호들갑’이라는 의미가 경망스럽고 야단스럽기 만 한 것이라면 지양해야 하지만, 이슈나 위기를 감지하여 분주히 여럿이 움직이는 것까지 ‘호들갑’이라고 하면 안 된다.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기 전부터 기업은 항상 민감해져 있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민감한 기업만큼 준비된 기업이 없다. 사소해 보이는 이슈에도 미리 관심을 가지는 기업이 민감한 기업이다. 다른 기업이 겪고 있는 이슈를 지속 분석해 보는 기업이 민감한 기업이다. 일선에서 올라오는 보고 중 문제로 비화될 건이 없는지 꼼꼼하게 추적해 보는 기업이 민감한 기업이다. 상위 의사결정자들이 자신의 경험만 믿고 괜찮다 문제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강요하지 않는 기업이 민감한 기업이다.

민감한 기업은 그래서 강하다. 어떤 이슈나 위기도 예상하지 못한 채 마주하지 않는다. 다른 기업이 경험한 이슈를 자신이 경험했던 것처럼 보다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다. 일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문제 될 것들을 미리 미리 제거해 놓는다. 문제가 될 것인지 아닌지를 상위 의사결정자들이 하위 실무담당자들과 지속 토론하고 진단을 반복한다.

일부에서는 기업이 너무 민감한 것도 좋지 않다 이야기한다. 피로감이 생긴다는 이유다. 이런 기업에서 일부 임원은 “별 것도 아닌 것인데, 그것에 대해 윗분들이 너무 민감하셔서 여러모로 피곤합니다. 일선에서는 항상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데 말이죠…”라 토로한다. “일선에서 발생한 해프닝들을 위에 매번 보고하고 그것에 대해 논의하고 하게 된다면, 아마 경영진들은 아무 일도 못하고 그것만 해야 할 겁니다. 그 만큼 일선 이슈들이 많고 다양하거든요. 저희가 알아서 필터링 하니 그나마 편하신 겁니다”는 이야기도 한다.

이런 기업은 민감하지 못한 기업이다. 이슈나 위기에 강하지 않을 가능성도 많다. 일단 이런 이야기를 하는 기업은 일선에서 이슈나 위기의 전조를 감지하고 분석해 내는 ‘기준’이 모호하다. 그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면, 일선으로부터의 보고 수량이나 범위가 그렇게 막대할 수 없다. 또한 전조에 대해 경영진이 동일한 기준을 가지고 바라보니 보고의 수량이나 범위는 별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기업 구성원들은 서로 다른 전조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에서는 A를 문제의 전조라고 생각하는 반면, 경영진에서는 A를 그렇게 보지 않는 것이다. 이런 기준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일선에서는 경영진들을 불필요하게 부담스럽게 할 필요 없다는 낙담을 경험하게 된다. 경영진은 반대로 정확한 보고나 공유가 올라오지 않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가지게 된다. 기업 전반에서 민감성은 사라지고, 상호간 불만만 생겨난다.

이런 경험을 한 기업은 또 이야기한다. “그러면 일선에서 보다 정확하게 이슈나 위기 전조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어떻게 세우면 될까요?” “일선에서는 사실 그렇게 종합적으로 판단해 전조를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이 없습니다. 이런 현실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일견 그럴 듯 한 이야기다.

일상 업무를 일정 기간 진행 해 온 직원이라면 업무 과정에서 ‘부정적 문제가 될 이슈의 전조’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은 누구나 가지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 기준은 당연히 최고의사결정자로부터 제공되어야 한다. 그 기준은 오랫동안 일관되게 전조를 판단하는 지표가 되어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기준이 있어야 일선 스스로의 중구난방 판단은 최소화된다. 그런 ‘판단 기준’이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민감성이 자라나지 않는 것이다.

일선에서 올라온 문제 전조를 보면 경영진은 대부분 ‘확실하게 문제다’ 평가 내릴 수 있게 된다. 기준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일선에서도 “왜 이 전조가 심각한 것인가?”에 대한 답변을 정확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일선간에도 “왜 이것이 꼭 보고 공유되어야 하는 전조인가?”에 대한 이견이 준다. 정확한 최고의사결정자의 의중이 그 기준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민감하지 않은 기업은 당연히 ‘기준’이 없다. 일선부터 최고의사결정자에 이르기 까지 이슈나 위기를 보는 시각이나 기준이 제 각각이다. 일선에서는 각자 판단에 따라 보고 하고, 경영진은 그에 대해 나름대로 판단 해 평가한다. 점점 보고량과 범위는 줄어든다. 임원들은 자사에 이슈나 위기의 전조가 없다 안심한다. 그런 사내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점점 민감성은 저하된다.

그 후 이슈나 위기가 실제 발생하면 이런 기업은 일단 놀란다. 허둥댄다. 말 그래도 호들갑만 떨며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다. 제 각각 발생한 문제가 어떤 것인지 판단하려 한다. 의사결정은 지체된다. 경영진끼리 상호간 책임 논란을 벌이며 손가락질을 시작한다. 최고의사결정자는 “왜 아무도 이런 문제를 몰랐으며 사전에 보고하지 않았는가?” 호통 친다. 민감하지 않은 기업은 이런 웃지 못할 해프닝을 자주 반복한다. 최고의사결정자의 관심이 없으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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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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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7편] 위기관리 역량은 마지막이다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7편] 위기관리 역량은 마지막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아무리 바빠도 말 앞에 수레를 맬 수 없다. 바쁘다고 실을 꿰지 않은 채 바느질 할 수 없다고도 했다. 많은 기업에서 위기관리를 이야기하면서 직원들의 위기관리 역량을 이야기한다. 임직원들에게 위기관리 역량만 충분하게 있으면 위기가 관리 될 것이라 희망하는 것이다.

그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릴 수 있다. 임직원들에게 적절한 위기관리 역량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이전에 많은 전제 조건들이 필요 충분하게 충족 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경우에는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런 필요 충분 조건이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임직원들의 위기역량이 존재한다는 것은 틀린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그 역량이라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역량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준법이나 여론에는 별반 관심 없고, 반면교사나 자사 진단도 하지 않으며, 문제 있는 기업문화를 기반으로 했지만, 위기관리 조직만은 보유한 기업이 있다고 치자. 그들의 위기관리 역량이라는 것은 대체 어떤 것일까 상상해 보자.

그 위기관리 역량은 대부분 불법적인 것들일 것이다. 여론을 등진 맹목적인 것일 것이다. 타사들이 여러 번 실패한 관행을 그대로 따르는 역량일 것이다. 문제를 반복 경험하고도 개선되지 않은 역량일 것이다. 위기관리 조직은 구성되어 있지만, 여러 내외부적 비선 역량을 끌어 들인 그런 이상한 역량을 의미할 것이다.

한마디로 바람직하지 않은 위기관리 역량이 그들이 말하는 역량일 것이다. 실제 케이스들을 보면 그런 이상한 역량에 주로 의지하는 기업들이 목격된다. 수사당국의 압수수색을 방해하고, 증거물을 인멸하는 임직원들이 보인다. 위증을 하고, 불법적인 로비를 하며, 사법부와 입법부에 영향을 미치려 노력하는 활동에 집중하는 사람들도 그런 역량에 기반한 사람들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다른 기업의 그러한 비정상적 역량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자신들이 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저 회사는 하고 있다며 신비감을 가지기도 하는 듯 하다. 저 회사는 아주 악착같고, 무서운 회사라는 평을 자신들끼리 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런 회사의 이상한 역량은 진정한 의미의 위기관리 역량이 아니다. 또한, 그런 사이비 역량은 자사의 위기를 관리한다기 보다 더욱 더 악화시키는 결과로 재앙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앞서 이야기한 많은 전제조건들이 충분하게 충족된 상태에서만 올바른 위기관리 조직이 생겨나고, 그들의 올바른 위기관리 역량이 개발되게 되어 있다. 자사 철학과 원칙을 돌아보는 위기관리 조직의 강한 위기관리 역량은 그 때에야 실현 가능하게 된다. 위기 발생을 사전에 억제하고 관리하는 진짜 역량이 그 때 가능해 진다. 문제나 이슈를 미연에 발견 조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슈나 위기가 발생되면 올바른 위기관리 역량을 가진 기업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에 바로 귀를 기울이고 그와 같은 입장을 정리하게 된다. 공감의 역량을 더하게 된다. 이해관계자들이 바라는 문제 해결 방식을 취한다. 회사의 그런 입장과 대응 방식에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런 결과를 창출하는 것이 바로 올바른 위기관리 역량이다.

올바른 위기관리 역량은 기업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기록을 선물한다. 흔히 자사 위기와 관련한 내용은 외부로 공개하기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무슨 좋은 이야기라고 몇 년 동안 반복 하느냐며 가능한 숨기려 한다. 그러나 올바른 위기관리 역량을 기반으로 제대로 위기를 관리한 기업은 반대로 해당 관리 프로세스와 인사이트를 기록으로 남기고, 공유한다. 자랑스럽다는 의미다.

해당 조직에게 올바른 위기관리 역량이 있었는가 여부는 사후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조직의 위기관리를 어떻게 평가 하는 가에 주로 영향 받는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그 나마) 잘 했다” 칭찬하는 위기관리의 경우에는 해당 조직 내에 올바른 위기관리 역량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하는 비판이 있다면 그건 누가 뭐래도 해당 조직 내에 올바른 위기관리 역량은 존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다시 강조하지만, 위기관리 역량은 항상 맨 마지막에 갖추어 지는 것이다. 모든 필요 충분 조건이 충족되어야 싹을 피워내 커갈 수 있다. 마치 마술처럼 위기관리 조직이 단박에 회사를 위기 발생 이전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그런 신비한 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언론이 쓰는 비판 기사를 막아내고, 규제기관이나 수사당국의 당연한 조사를 무마하며, 시민단체를 제압하는 그런 가공할 힘을 상상해서는 안 된다. 주변에서 누군가 그렇게 할 수 있다 해도 그래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려 하다 지금 더 큰 문제를 짊어진 여러 정치권 인사들을 보라. 그런 것은 위기관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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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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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6편] 위기관리 조직을 만들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6편] 위기관리 조직을 만들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지난 2007년 여러 번 제품 유해성 논란에 휘말렸던 세계적 완구 회사 마텔(Mattel). 연이은 리콜속에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었던 과정에는 당시 마텔의 회장이자 CEO였던 밥 에커트(Bob Eckert)의 리더십이 주효했다.

밥 회장은 이듬 해 아리조나 주립대학의 한 초청 강연에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 “위기 당시 우리 위기관리팀의 팀워크는 강했고, 그것이 우리 기업에 대한 테스트였다 생각한다. 지금도 100여 페이지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가장 소중한 한 페이지를 고르라 한다면 나는 위기관리팀의 연락처 정보들을 취할 것”이라면서 자사의 위기관리팀을 치하했다.

필자도 항상 기업 대표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훈련된 강력한 위기관리 조직’을 사전에 보유하라는 것이다. 위기관리라는 것은 원래 ‘누가(who?)’라는 개념이 항상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 ‘누가(who?)’라는 개념이 없다면 위기는 절대로 관리되지 않고, 관리 될 수도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기업 오너와 대표이사들은 위기 시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논의한 방향으로 잘 대응해 주세요. 부탁합니다.” 이 말을 들은 임원들은 그 부탁에 ‘누가(who?)’가 명시되지 않았던 것에 주목한다. 임원들간에 그 ‘누가(who?)’라는 주체에 대해 역할과 책임을 다시 나누게 되고, 정치적 정리가 되면서 결국 실제 대응은 지연되거나 생략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위기관리라는 것이 원래부터 ‘지는 싸움’이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예민한 임원들은 그 과정에 개입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오너나 대표이사가 정하는, 그리고 자사 위기관리 매뉴얼상에 적시되어 있는 강력한 개념 ‘누가(who?)’는 위기관리의 핵심이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누가(who?)’와 관련된 부분이다. 그 부분을 우리는 ‘위기관리 조직’이라 부른다. 그 조직에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한다라는 가이드라인이 따라 붙게 된다. 정확한 책임과 역할(Role & Responsibility)이 제시된다.

평시에는 마찬가지로 그 정해진 역할과 책임에 따라 해당 조직 구성원들이 훈련 받는다. 예상되는 위기 유형에 따라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기억해 내는 훈련이다. 그 구체적 상황에서 자신과 자신의 부서에게 필요한 대응 자산 또한 확인한다. 필요한 자산이나 역량이 있다면 그 훈련 과정을 통해 보강에 보강을 거듭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도 그렇다. “잘 훈련된 대변인 하나라면 천군만마 부럽지 않다”는 말이 있다. 평시와 위기 시를 넘나들면서 정제된 전략적 메시징에 능숙한 대변인 또한 위기관리 조직 내에 위치한다.

최고 의사결정자인 오너와 대표이사도 마찬가지다. 위기 시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의사결정 사안들에 대해 평시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통한 간접 경험은 매우 중요한 위기관리 자산이다. 적시에 내려지는 전략적 의사결정만큼 일선에서 목말라 하는 지원이 없다. 위기관리 자체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법무, 대관, 홍보, 기획, 재무, 마케팅, 영업, 기술, 생산, 인사, 총무 등 수 많은 조직 내 부서들이 각각 위기 시 그들의 역할과 책임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매뉴얼에 적시되어 있다는 사실로만 안심하는 것이 아니다. 평시 반복되는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학습지가 아닌 경험지로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에 익숙해 져야 한다.

훈련된 강력한 위기관리 조직이 생겨난 뒤에야 기업에게는 일사불란 한 위기대응이라는 가치가 생겨난다. 평시와 위기 시를 거쳐 이어지는 사일로를 파괴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 협업의 가치 속에서 외부에서 볼 때 조직이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고 의사결정자들의 위기관리 리더십도 그 후에 빛나게 된다.

기업의 위기관리 조직을 강한 군대에 비유하기도 한다. 강군(强軍)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들을 보면 기업의 강한 위기관리 조직과 상당히 유사한 면을 보이기 때문이다. 역할과 책임이라는 개념, 그에 따른 전문성과 역량이라는 개념. 지속적인 훈련과 시뮬레이션의 개념. 지휘자의 리더십이라는 개념에 이르기 까지 강군과 강한 위기관리 조직의 유사점은 한둘이 아니다.

위기관리 성공을 위해 많은 것들을 점검하고 준비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이야기했다. 그 다음은 위기관리 조직에 대한 관심이다. 위기관리 조직의 구성과 인식 개발, 훈련과 시뮬레이션의 지원 등은 최고 의사결정자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탐내야 하는 것들이다.

마텔의 밥 에커트 회장이 왜 백여 페이지 매뉴얼에서 비상연락망 딱 한 장을 그리 소중하게 여기는지는 실제로 강한 위기관리 조직을 운영해 본 리더라면 누구나 공감 할 것이다. 부러우면 지는 게임이 위기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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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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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5편] 기업문화를 살펴보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5편] 기업문화를 살펴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 연이어 드러난 사내 성(性) 관련 추문 사례들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자. 기업이나 가해자자나 피해자 누구의 잘못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말이다. 그 근간에는 해당 기업의 기업문화가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만약 그런 유사한 추문들이 연이어 발생하는 기업들이라면 더더욱 자사의 기업문화에 어떤 문제는 없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기업과 관련한 부정 이슈나 위기 발생 원인들 중 ‘잘못된 기업문화로 인한’ 것들은 앞에서 이야기한 준법 부실, 여론감각 부실, 반면교사 부실, 진단 부실 등의 원인과 함께 대표적 위기 원인으로 꼽힌다.

잘못된 기업문화의 형태 또한 여러 가지로 정리 될 수 있다. 그러나 잘된 기업문화는 하나로 정의 가능하다. 잘된 기업문화는 절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문제를 만들지 않는 기업문화다. 즉, 문제를 만드는, 그리고 만들 수 있는 기업문화는 과히 옳은 기업문화가 아니라는 뜻이다.

일부 기업들은 내부에서 ‘위기’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대표이사가 ‘위기’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다. 이런 기업에서는 위기관리에 대한 이야기가 항상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감지나 준비과정에서도 실무진들이 조심스러워 하게 되면서 위기관리를 어려워한다.

반면에 일선에 어떤 문제가 있다 판단하면 경영진이 활발하게 해당 이슈에 대해 분석하고 논의해 해결책을 토론하는 기업이 있다. 말 그대로 ‘위기’를 ‘위기’라고 부르는 기업이다. 일선부터 임원들까지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위기관리가 미리 미리 잘 이루어진다. 실제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준비되어 있다.

어떤 기업은 문제가 될 기업문화의 중심에 오너 또는 대표이사가 있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내 관행이 군대 문화에 연결되어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최고 의사결정자는 그 관행이 수십 년 이어진 것이라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고, 아래 직원들을 과하게 대하곤 한다. 당연히 이런 경우 최근과 같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이런 기업은 미리 이런 오래된 관행을 없애고 개선한 다른 기업과는 위기관리 차원에서 다른 경지에 있게 된다.

너무나 익숙해진 사내 관행이며 그것 자체가 자신들을 대변하는 색깔이 되어버린 문화를 한번 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 하나 하나에 어떤 문제가 있을지 돌아 봐야 한다. 기업문화도 시대에 따라 바뀔 부분은 바뀌어야 맞다. 핵심은 유지하고라도 일부 관행 차원의 이슈들은 감지해서 변화 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이렇게 기업문화와 관련 된 부정 이슈가 발생하면 스스로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사회적 이해관계자들이 자사의 기업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소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문화는 기업이 여러 사회적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훌륭한 사회성’을 위한 방편일 뿐이다. ‘훌륭한 사회성’에 반하는 기업문화는 절대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훌륭한 사회성이라는 잣대나 가치는 시간이 흘러가며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제대로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기업문화는 당연히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기업문화 속에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들은 기업내부에 있을 때는 기업문화의 영향을 받지만, 일과가 끝나거나, 퇴사를 하게 되면 다시 사회로 돌아가 사회성의 영향을 받는다. 현재 직원들은 물론 퇴직자들과 제3자들이 가지는 해당 기업의 기업문화에 대한 시각이 시대적 변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듯 관심을 가져야 위기관리도 된다. 신경을 써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고민하고 돌아봐야 보인다. 떠들썩 하게 이야기해 보자 해야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리더가 스스로 생각해 문제라고 생각하는 기업문화는 당장 고쳐야 맞다.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들은 이런 ‘깨달음과 고침’의 노력이 부족했던 기업이다.

자랑스러운 기업문화, 수십 년간 우리 회사를 성장시켜 온 그 기업문화는 물론 소중한 것이다. 그 기업문화 때문에 우리 회사를 부러워하는 경쟁사도 있을 수 있다. 훌륭한 기업문화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더더욱 기업문화의 어떤 부분을 변화에 발맞추어 개선해야 하는지 살펴야 한다. 소중하다면 더더욱 지켜야 한다. 미리 문제의 소지를 발견해 고쳐야 제대로 지킬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기업문화는 좋은 것이 아니다. 그 문제가 여러 번 반복되면 더욱 더 그렇다. 많은 문제들이 미처 알려지지 않았다고 안심해서도 안 된다. 항상 올 것은 오게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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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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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4편] 진단도 받아보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4편] 진단도 받아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발생하는 이슈나 위기의 뿌리를 한번 주의 깊게 살펴보자. 이슈나 위기는 대부분 사람이 일으킨다. 사람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원이 몇 명인가? 그들 각각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며 일하고 있는가? 그들과 관련해 발생될 이슈나 위기는 어떤 것들일까? 그들 스스로는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을지 알고 있을까?

이슈나 위기가 실제 발생되면 임직원들은 흔히 이런 첫 반응을 보인다. “올 것이 왔군.” “언젠가는 문제가 될 줄 알았는데…” “언제 이야기야? 아직도…?” “예전부터 하나의 관행인데?” “이게 무슨 문제지?” 이런 반응을 분석해 보면 이미 이와 관련 한 내용들을 그들이 알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 회사에게 일어날 수 있지?” “이게 무슨 이야기지? 난 이해가 안 되는걸?” “세상에 이런 일이 우리 회사에게 일어나다니…” 이런 소수 반응을 하는 임직원들은 아마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최근 이직해 온 경우일 것이다. 회사에서 일정기간 이상 오래 일해 온 임직원들은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이슈나 위기를 대략 알고 있을 수 밖에 없다.

다른 회사에게 어떤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는지 살피는 것을 ‘반면교사’라 했다. 그와 더불어 자사에게 어떤 이슈나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을지 살피는 ‘진단’도 위기관리에서는 매우 중요한 준비작업이다. 진단을 통해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위기 요소들을 쭉 살펴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그 유형들 중 열에 아홉 이상은 이미 임직원들이 알고 있는 것들이다. 물론 그들간에 발생 가능성이나 부정적 영향 수준은 상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하나 하나의 유형을 놓고 임직원들이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사의 취약성은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이건 언젠가는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는 의견들이 교환된다.

임직원 각자 자신들이 알고 있고, 품고 있고, 우려되는 이슈나 위기 요소들을 그대로 모아 정리해 들여다보자는 것이 진단의 1차적 목적이자 의의다. 타사를 통한 반면교사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가 “하늘 아래 새로운 위기는 없다”는 것이라면, 이런 자사 진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우리가 모르는 위기는 없다”는 것이 되겠다.

물론 진단 중 일부 부서에서 몰랐던 타사 업무관련 이슈가 목격될 수 있다. 의사결정자 그룹이 일부 모르고 있던 이슈도 드러난다. 반대로 직원들이 몰랐던 새로운 이슈도 발견될 것이다. 이렇게 일부가 몰랐다는 것이 모두가 몰랐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대신 모두를 모아 놓고 나면 그때부터는 모두가 알게 된다는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기업 차원에서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주요 위기 요소들을 이해하고 있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 될까? 아니다. 그에 기반한 사전적인 위기관리가 그 다음이다. 실제 문제가 될 것을 미연에 방지, 완화, 개선, 대비하는 일련의 작업이 이루어져야만 진단 작업은 더 큰 의미가 된다.

현장에서 흥미로운 것은 위에서 설명한 위기 요소 진단을 진행하는 기업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진단 결과를 사전적인 위기관리 작업에 연결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당한 노력과 기간을 투입해 완성시킨 진단 결과와 맵(map)을 고위 임원들 앞에서 발표하고 나서 작업을 마무리 한다.

이는 마치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통해 의사로부터 자신의 몸에 어떤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조언 받고 나서 실제 관리나 치료는 시행하지 않는 셈이다. “귀하께서는 담배를 많이 피우시는 관계로 폐와 뇌혈관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몸무게 또한 과중하기 때문에 고혈압과 콜레스테롤 관리를 안 하시면 조만간 심혈관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진단을 받고 난 이후를 상상해 보자.

건강 하고픈 사람이라면 당연히 담배를 줄이거나 끊고, 몸무게를 정상치로 줄이려는 여러 노력을 하게 마련이다. 그때까지 의사가 추천한 약을 상복하면서 정기적으로 문제 부분을 점검 받을 것이다. 의사와 지속 상담하면서 더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방식을 조언 받을 것이다. 이를 통해 이른 시기 내에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해 건강한 상태로의 복귀를 꿈꿀 것이다.

이런 당연한 노력을 기업들도 실제 하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그나마 정기적으로 진단 해서 경각심을 공유하는 선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선진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예 진단을 하지도 않고, 그 자체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 조차 없는 기업보다는 낫다 할 수 있을까? 실제 케이스들을 접하는 위기관리 컨설턴트 시각에서는 두 기업간에는 위기관리 차원에서 그리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실행이 전제되지 않는 플랜은 아무 소용이 없다. 개선이나 치료가 보장되지 않는 진단도 그렇다. 위기관리 차원에서 시행되는 모든 준비 작업은 사전적인 위기관리라는 2차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항상 큰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면 “그 회사는 이미 그 문제를 알고 있었다”는 여론의 비판이 반복된다. 진단만 있고 사전적 위기관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후 약방문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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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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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3편] 반면교사 하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3편] 반면교사 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개인이 법정에 서게 되는 경우를 한번 상상해 보자. 그 이전에 변호사에게 자문을 얻어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살펴보게 된다. 변호사에게 유사 혐의의 경우 어떻게 재판이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경우 별로 판결은 어떻게 났었는지를 자문 받을 것이다. 법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본이 그렇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비슷한 노력이 진행된다. 물론 그 노력은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진행되는 것이 좋다. 가만히 살펴 보면 하루에도 몇 건씩 기업관련 위기나 이슈가 발생한다. 그 각각이 오프라인 언론에서 주로 회자되는지, 온라인상에서 떠들썩 한지, 온,오프라인을 공히 시끄럽게 만드는지 정도가 다르다. 해당 이슈나 위기가 생각보다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의외로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심각해 보이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자사와 관련 있는 동종 업계에서만 독특하게 발생하는 이슈나 위기도 있을 수 있다. 관련은 없어도 일반 기업이라면 공히 경험할 수 있는 이슈나 위기도 있을 수 있다. 최근 사회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새롭게 대두되는 이슈나 위기 유형도 있을 수 있다. “이상하게 이슈나 위기는 몰려 다닌다”하는 이야기처럼 비슷한 유형의 이슈나 위기가 연이어 이 기업 저 기업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경우들을 미리 살펴보고, 그 각각에서 유의점, 방지책, 대비책, 대응 방식 등을 미리 살펴 챙기는 것을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반면교사(反面敎師)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반면교사가 정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적용되어 있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과 크게 다른 위기관리 역량을 보유하게 된다.

세계 각국의 위기관리 교과서에서 공통적으로 반복하는 주문이 바로 “준비하라”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적용하는 반면교사는 그 “준비하라”는 주문을 그대로 따른 아주 충실한 실행인 셈이다. 반면교사 하다 보면 자사의 문제를 더욱 더 생생하게 인지하게 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저 OO회사가 경험한 위기가 우리에게도 발생 가능한 것인가?”하는 질문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에게 유사한 위기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저 OO회사와 다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OO회사와 다른 대응을 진행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기본 역량은 무엇인가?” “만약 우리도 저 OO회사와 같이 대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사전에 개선 또는 강화해야 할 부분은 어떤 부분들인가?” “우리가 저 OO회사보다 잘 할 수 있는 것과 잘 못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 것인가?” 이런 수 많은 질문들이 반면교사 과정에서 이어진다.

그러나 현실로 들어가보면 대부분 기업 대표와 임원들이 유사 또는 타 업계에서 발생한 기업 이슈나 위기들에 대해 실제로는 관심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이슈가 있었어요?” “언젠가 이야기는 들어 본 것 같은데 그랬었군요” “(단순히) 재미있네요”하는 반응들이 그래서 흔하다.

물론 대표이사와 임원들의 주업이 위기관리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기업 위기관리 역량 제고 관점에서 이 반면교사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최소한의 관심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더 나아가 사내 위기관리 조직을 중심으로 한 정기적인 반면교사 세션 정도는 필요할 것이다.

발생하는 기업 위기의 유형을 보면 상당수가 ‘이미 다른 여러 기업이 한번 이상 경험했던 유형’이다. 이 때문에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운 이슈나 위기는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일부는 ‘자사도 한 두 번 이상 이전에 경험했었던 이슈나 위기 유형’이다. 이 부분이 재미있다.

발생한 이슈나 위기를 ‘시험문제’에 비유해 보면 대부분이 ‘기출 문제’였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일부는 자기가 풀었던 ‘아는 문제’라는 것이다. 만약 자사가 기출문제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풀어 정답을 찾아 놓았고, 이미 한두 번 풀었던 아는 문제에 대한 정답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면 이번 시험은 그리 어렵지 않게 치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기출문제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은 기업이다. 게다가 이미 풀었던 문제의 정답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문제는 더욱 더 클 것이다. 다른 기업이 풀었던 이슈나 위기를 새로운 것처럼 풀고 있는 기업을 상상해 보자. 이미 풀었던 문제도 전혀 기억 하지 못한 채 우물쭈물하며 오답을 적는 기업을 상상해 보자. 상상만해도 안타깝지 않은가?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들이 위기관리 컨설턴트를 불러 공통적으로 묻는 질문이 있다. “이와 유사한 위기들의 경우 어떻게 상황이 전개되었나요? 그 때 각각의 성공 요인이나 실패 요인들은 어떤 것이었는지 좀 알려주세요”와 같은 질문이다. 물론 전문가에게 의지한다는 느낌은 있지만, 기업차원에서 그리 적절한 질문은 아니라고 본다. 그 만큼 평소 다른 기업의 이슈나 위기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평소 관심이 중요하다.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려는 기업이라면 다른 여러 이슈 및 위기관리 케이스들에 대한 관심은 필수다. 거창하게 반면교사나 타산지석이라는 말까지 꺼내지 않아도 될지도 모른다. 기업 내부에서 위기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관심을 한번 꺼내 살펴보자는 것이다. 그런 관심이 현재 존재하는가? 살아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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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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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편] 여론을 읽는 법을 배우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편] 여론을 읽는 법을 배우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여론의 법정에서 여론은 곧 ‘법’이다. 실제 법정에서의 법과 다른 점은 여론이라는 법은 계속 변화한다는 것뿐이다. 실제 법은 정해진 대로 수십에서 수 백 년을 일관되게 하나의 기준으로 역할을 하지만, 여론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한 두 번의 학습으로 여론을 알 수 있다 자신해서는 안 된다.

정부에서는 ‘정무감각’이라는 표현도 쓴다. 국민들의 여론을 잘 읽고 그에 순응해 공적 업무를 잘 처리하는 사람을 ‘정무감각이 좋다’라고 한다. 기업에게도 이제 그와 같은 정무감각이 강조되는 시대가 되었다.

많은 기업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들여다보면, 기업에게 정무감각이 모자라 어처구니 없이 일을 만드는 경우들이 꽤 있다. 국민이나 소비자 같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여론을 읽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는 기업이 몇 곳이나 있을까 모르겠다.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기업 내부에는 소비자들을 관찰하고 공부하는 부서가 있다. 그들과 함께 하루 종일 이야기를 나누는 부서도 있다. 언론을 접촉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부서도 있다. 관계 기관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부서도 있다. 거래처나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부서도 있다. 이렇게 많은 듣기 채널이 있는데도 여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건 큰 문제다.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여론을 미리 읽을 수 있는 능력은 기업에게 정말 소중한 능력이자 경쟁력이다. 미리 생생하게 여론을 예측 할 수 있다면 부정적인 업무관련 의사결정은 하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자사가 강조하는 품질에 대한 가치가 여러 소비자들과 일반 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면, 품질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바뀔 수 있는 여론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들과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미리 감각적으로 기업이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부적으로 비용절감을 위해 품질을 일부 양보하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 그 누구도 흔쾌히 그러자는 의사결정을 하기는 힘들어진다. 여론을 미리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들키지만 않으면 괜찮지 않나?”라는 의견을 내더라도 여론을 제대로 상상하는 회사라면 그에 곧바로 수긍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위기가 발생했다고 해도 여론은 계속 쫓아가야 하는 등불이 된다. 최초 위기가 발생했을 때 여론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면, 그 여론이 지시하는 바를 이해하게 된다. 요즘엔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여론 지표들이 활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여론이 지시하는 바를 적절하게 따르면 대부분의 위기는 잘 관리될 수 있게 된다.

자사 제품을 먹고 병에 걸렸다 주장하는 소비자가 나와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치자. 중요한 것은 법정에서 자사 제품이 해당 소비자를 병에 걸리게 한 것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아내는 것이 아닐 수 있다. 그 이전에 여론의 법정에서 일단은 살아 남을 수 있어야 한다. 고통을 호소하는 소비자를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끌어 안고, 한편이 되는 지혜가 바로 여론 감각이다. 재판과 판결은 그 이후다.

여론 감각이 부족한 기업이 문제를 더 키운다. 사회를 시끄럽게 해서라도 자사의 결백함(?)을 입증하려 고집을 부린다. 여론은 실체가 없고 여론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정의해 버린다. 그 정의가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기업이라면 이미 그런 특성에 익숙해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는 전제하에 여론에 발맞추려는 노력이 여론 감각이기 때문이다.

여론은 간사하다. 여론은 감정적이다. 여론은 책임감도 없다. 여론은 변화무쌍하다. 여론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우리가 자연에서 오는 비를 탓하거나, 부는 바람을 탓하지 못하는 것처럼 여론은 자연 그대로 그런 것이므로 따라 읽고 예측하고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이야기다.

위기 시에는 아주 미세한 기업의 메시지 하나 그리고 행동 한편이 여론을 움직인다. 대표이사가 숙인 고개의 각도를 재는 여론도 있다. 왜 빨리 나와 사과하지 않는지 시간을 재고 있는 여론도 있다. 막무가내로 피해를 무조건 보상하라는 요구를 할 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위기 시 여론과 친해져야 한다.

우리가 이렇게 한다면 여론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런 대응은 하고 싶지 않은데, 만약 우리가 그것을 하지 않는다면 여론에서는 어떻게 이야기할까? 대신 저런 대응을 하게 되면, 여론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런 여론 시뮬레이션이 위기 시에는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래야 위기를 보다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의 대표부터 임원과 팀장급에 이르기 까지 여론 감각을 키우는 연습을 하고 그에 익숙해 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 여론에 대한 사내 정의를 새롭게 정립하고, 이를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론의 시각을 투영하는 사내 전문가 그룹을 운용하는 것도 멋진 체계가 될 것이다.

다시 한번 여론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어 보자. 여론에 의해 살고 죽고를 경험한 다른 기업들의 케이스를 바라보자. 여론이라는 것이 위기 시 얼마나 중요한 기준이 되고, 그 자체로서 위용을 발휘하는지를 이해해보자. 여론의 법정에서 법은 곧 ‘여론’이라는 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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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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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32018 0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편] 준법하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편] 준법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한국 기업 역사상 여러 위기를 목도했다. 기업이 위기를 겪고 사라지기도 했다. 어떤 기업은 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잃었다. 기업의 오너와 대표가 굴욕적인 상황을 감수해야만 했다. 죄 없는 직원들이 잘려나가고, 사업부분이 팔려버리는 아픔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기업의 리더들은 정치권과 규제기관의 부름에 여기 저기 끌려 다녀야 했다. 심지어 인신이 구속되기도 했다. 언론과 공중들로부터의 손가락질도 감내해야 했다. 엄청난 과징금과 배상액을 뱉어내기도 했다. 전임직원이 가진 창피를 감내하면서 그 동안 쌓아 왔던 기업의 명성을 하루 아침에 날려버릴 수 밖에 없었다.

기업의 위기. 그리고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위기관리는 현재 이 시간에도 수 많은 기업 내부에서 쉬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그나마 많은 기업의 임직원들이 쉬지 않고 위기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간간히 불거지는 위기 정도로 그 숫자가 관리 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위기(危機)라는 글자에 기회(機)가 숨겨있다 말한다. 위기를 맞은 기업을 위로하기 위함이거나, 위기를 사전에 방지해 기회로 삼으라는 덕담이라고만 생각하자. 실제 위기는 그냥 위기다. 기회라고 생각하며 자위하거나 안주하면 더 큰 위기가 잉태된다. 대부분 위기는 기회가 아니다.

차라리 위기는 해당 기업의 경영품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리트머스 지표라 할 수 있다. 경영품질이 높은 기업의 위기는 경영품질이 높지 못한 기업의 위기와 그 성격이 다르다. 많은 위기관리 전문가들과 위기관리 전문 서적들은 기본적으로 경영품질이 정상이거나 매우 높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만약 위기관리 전문가들의 조언과 전문 서적들의 가이드라인이 실제와 많이 다르다 느껴지거나, 실행 가능성이 없는 공염불이라 느끼는 경우라면, 자사의 경영품질을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자사의 경영품질이 그 조언과 가이드라인을 실행하지 못할 만큼 뒤쳐져 있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매주 기업 위기관리를 위한 체질개선책을 108수(手)로 나누어 기고하기로 한다.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경영품질과 관련된 뼈아픈 조언들을 108번 반복할 것이다. 위기관리에 성공해서 사업연속성을 훌륭히 보장받기 원하는 기업이라면 앞으로 108수(手)의 조언들을 새기고 실제 실행에 참고하기를 바란다.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중 첫 수(手)는 바로 ‘준법’이다. 기업 위기에는 여러 유형이 다양하게 있지만, 위기관리 자체가 어렵고 힘든 유형 중 가장 으뜸이 기업 스스로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경우다. 결국 이 위기관리의 결말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법정의 최종 판결이 나기 전에 이미 상당수준 큰 피해를 입는다.

소위 말하는 여론의 법정(Court of Public Opinion)을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시피 여론의 법정에서는 ‘유죄추정의 원칙’이 존재한다. 실제 법정의 ‘무죄추정의 원칙’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기업은 그 ‘유죄추정의 원칙’하에서 자사의 무죄를 주장하려 애쓴다.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란 그런 노력이다. 변호사들을 영어로 ‘Attorney at Law’라고 부른다면,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부서직원을 여론의 법정에서는 ‘Attorney at Public Opinion’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아무리 유능하고 훈련 받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터라고 할지라도 자사가 명확하게 불법을 저지른 경우에는 변호 할 수 있는 방법이 극히 제한된다. 여론의 비판을 온전히 감내하며 견뎌야 하는 아주 중대한 위기를 겪게 된다. 당연히 여론의 법정에서도 정상참작이나 무죄를 감히 주장할 수 없게 되고, 실제 법정에서는 최악의 판결을 받게 된다. 위기를 관리하고 싶어도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리는 것이다.

어찌 보면 기업으로서 법을 준수하는 것만큼 당연한 경영이 없다. 경영의 기본이다. 이런 기본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은 해당 기업의 경영품질이 형편없다는 의미일 수 있다. 여러 기업들이 근래 수년간 컴플라이언스 부서를 강화하고 있다. 윤리경영실을 만들어 법적 문제는 물론 여론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들까지 예견 방지하려 노력한다. 당연하고 긍정적인 위기관리 노력이다.

준법하면 발생 가능한 위기의 약 절반은 줄어든다. 예기치 못하거나 타의에 의해 법적 논쟁이 발생해도 정상적 준법노력을 해 온 기업에게는 여론의 법정에서 정상참작의 기회라도 주어진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포지션으로서의 선택지가 열릴 수도 있다. 만약 자사의 팬덤이 있었거나, 지지하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있었다면 이들을 위기관리를 위한 중요한 자산으로 활용할 수도 있게 된다. 이런 모든 가능성들은 준법을 지향해왔을 때 가능한 것들이다.

앞으로 전개될 위기관리의 백팔수(百八手)를 관통하는 개념은 이와 같이 ‘여론의 법정’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수로 ‘준법’을 조언했다. 준법한 기업만이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둘러보면 알 수 있다. 준법하고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이 많은지 준법하지 않아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이 많은가? 아주 간단한 반면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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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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