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5편] 기업문화를 살펴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 연이어 드러난 사내 성(性) 관련 추문 사례들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자. 기업이나 가해자자나 피해자 누구의 잘못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말이다. 그 근간에는 해당 기업의 기업문화가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만약 그런 유사한 추문들이 연이어 발생하는 기업들이라면 더더욱 자사의 기업문화에 어떤 문제는 없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기업과 관련한 부정 이슈나 위기 발생 원인들 중 ‘잘못된 기업문화로 인한’ 것들은 앞에서 이야기한 준법 부실, 여론감각 부실, 반면교사 부실, 진단 부실 등의 원인과 함께 대표적 위기 원인으로 꼽힌다.
잘못된 기업문화의 형태 또한 여러 가지로 정리 될 수 있다. 그러나 잘된 기업문화는 하나로 정의 가능하다. 잘된 기업문화는 절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문제를 만들지 않는 기업문화다. 즉, 문제를 만드는, 그리고 만들 수 있는 기업문화는 과히 옳은 기업문화가 아니라는 뜻이다.
일부 기업들은 내부에서 ‘위기’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대표이사가 ‘위기’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다. 이런 기업에서는 위기관리에 대한 이야기가 항상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감지나 준비과정에서도 실무진들이 조심스러워 하게 되면서 위기관리를 어려워한다.
반면에 일선에 어떤 문제가 있다 판단하면 경영진이 활발하게 해당 이슈에 대해 분석하고 논의해 해결책을 토론하는 기업이 있다. 말 그대로 ‘위기’를 ‘위기’라고 부르는 기업이다. 일선부터 임원들까지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위기관리가 미리 미리 잘 이루어진다. 실제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준비되어 있다.
어떤 기업은 문제가 될 기업문화의 중심에 오너 또는 대표이사가 있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내 관행이 군대 문화에 연결되어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최고 의사결정자는 그 관행이 수십 년 이어진 것이라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고, 아래 직원들을 과하게 대하곤 한다. 당연히 이런 경우 최근과 같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이런 기업은 미리 이런 오래된 관행을 없애고 개선한 다른 기업과는 위기관리 차원에서 다른 경지에 있게 된다.
너무나 익숙해진 사내 관행이며 그것 자체가 자신들을 대변하는 색깔이 되어버린 문화를 한번 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 하나 하나에 어떤 문제가 있을지 돌아 봐야 한다. 기업문화도 시대에 따라 바뀔 부분은 바뀌어야 맞다. 핵심은 유지하고라도 일부 관행 차원의 이슈들은 감지해서 변화 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이렇게 기업문화와 관련 된 부정 이슈가 발생하면 스스로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사회적 이해관계자들이 자사의 기업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소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문화는 기업이 여러 사회적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훌륭한 사회성’을 위한 방편일 뿐이다. ‘훌륭한 사회성’에 반하는 기업문화는 절대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훌륭한 사회성이라는 잣대나 가치는 시간이 흘러가며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제대로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기업문화는 당연히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기업문화 속에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들은 기업내부에 있을 때는 기업문화의 영향을 받지만, 일과가 끝나거나, 퇴사를 하게 되면 다시 사회로 돌아가 사회성의 영향을 받는다. 현재 직원들은 물론 퇴직자들과 제3자들이 가지는 해당 기업의 기업문화에 대한 시각이 시대적 변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듯 관심을 가져야 위기관리도 된다. 신경을 써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고민하고 돌아봐야 보인다. 떠들썩 하게 이야기해 보자 해야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리더가 스스로 생각해 문제라고 생각하는 기업문화는 당장 고쳐야 맞다.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들은 이런 ‘깨달음과 고침’의 노력이 부족했던 기업이다.
자랑스러운 기업문화, 수십 년간 우리 회사를 성장시켜 온 그 기업문화는 물론 소중한 것이다. 그 기업문화 때문에 우리 회사를 부러워하는 경쟁사도 있을 수 있다. 훌륭한 기업문화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더더욱 기업문화의 어떤 부분을 변화에 발맞추어 개선해야 하는지 살펴야 한다. 소중하다면 더더욱 지켜야 한다. 미리 문제의 소지를 발견해 고쳐야 제대로 지킬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기업문화는 좋은 것이 아니다. 그 문제가 여러 번 반복되면 더욱 더 그렇다. 많은 문제들이 미처 알려지지 않았다고 안심해서도 안 된다. 항상 올 것은 오게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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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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