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7편] 위기관리 역량은 마지막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아무리 바빠도 말 앞에 수레를 맬 수 없다. 바쁘다고 실을 꿰지 않은 채 바느질 할 수 없다고도 했다. 많은 기업에서 위기관리를 이야기하면서 직원들의 위기관리 역량을 이야기한다. 임직원들에게 위기관리 역량만 충분하게 있으면 위기가 관리 될 것이라 희망하는 것이다.
그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릴 수 있다. 임직원들에게 적절한 위기관리 역량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이전에 많은 전제 조건들이 필요 충분하게 충족 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경우에는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런 필요 충분 조건이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임직원들의 위기역량이 존재한다는 것은 틀린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그 역량이라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역량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준법이나 여론에는 별반 관심 없고, 반면교사나 자사 진단도 하지 않으며, 문제 있는 기업문화를 기반으로 했지만, 위기관리 조직만은 보유한 기업이 있다고 치자. 그들의 위기관리 역량이라는 것은 대체 어떤 것일까 상상해 보자.
그 위기관리 역량은 대부분 불법적인 것들일 것이다. 여론을 등진 맹목적인 것일 것이다. 타사들이 여러 번 실패한 관행을 그대로 따르는 역량일 것이다. 문제를 반복 경험하고도 개선되지 않은 역량일 것이다. 위기관리 조직은 구성되어 있지만, 여러 내외부적 비선 역량을 끌어 들인 그런 이상한 역량을 의미할 것이다.
한마디로 바람직하지 않은 위기관리 역량이 그들이 말하는 역량일 것이다. 실제 케이스들을 보면 그런 이상한 역량에 주로 의지하는 기업들이 목격된다. 수사당국의 압수수색을 방해하고, 증거물을 인멸하는 임직원들이 보인다. 위증을 하고, 불법적인 로비를 하며, 사법부와 입법부에 영향을 미치려 노력하는 활동에 집중하는 사람들도 그런 역량에 기반한 사람들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다른 기업의 그러한 비정상적 역량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자신들이 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저 회사는 하고 있다며 신비감을 가지기도 하는 듯 하다. 저 회사는 아주 악착같고, 무서운 회사라는 평을 자신들끼리 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런 회사의 이상한 역량은 진정한 의미의 위기관리 역량이 아니다. 또한, 그런 사이비 역량은 자사의 위기를 관리한다기 보다 더욱 더 악화시키는 결과로 재앙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앞서 이야기한 많은 전제조건들이 충분하게 충족된 상태에서만 올바른 위기관리 조직이 생겨나고, 그들의 올바른 위기관리 역량이 개발되게 되어 있다. 자사 철학과 원칙을 돌아보는 위기관리 조직의 강한 위기관리 역량은 그 때에야 실현 가능하게 된다. 위기 발생을 사전에 억제하고 관리하는 진짜 역량이 그 때 가능해 진다. 문제나 이슈를 미연에 발견 조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슈나 위기가 발생되면 올바른 위기관리 역량을 가진 기업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에 바로 귀를 기울이고 그와 같은 입장을 정리하게 된다. 공감의 역량을 더하게 된다. 이해관계자들이 바라는 문제 해결 방식을 취한다. 회사의 그런 입장과 대응 방식에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런 결과를 창출하는 것이 바로 올바른 위기관리 역량이다.
올바른 위기관리 역량은 기업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기록을 선물한다. 흔히 자사 위기와 관련한 내용은 외부로 공개하기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무슨 좋은 이야기라고 몇 년 동안 반복 하느냐며 가능한 숨기려 한다. 그러나 올바른 위기관리 역량을 기반으로 제대로 위기를 관리한 기업은 반대로 해당 관리 프로세스와 인사이트를 기록으로 남기고, 공유한다. 자랑스럽다는 의미다.
해당 조직에게 올바른 위기관리 역량이 있었는가 여부는 사후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조직의 위기관리를 어떻게 평가 하는 가에 주로 영향 받는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그 나마) 잘 했다” 칭찬하는 위기관리의 경우에는 해당 조직 내에 올바른 위기관리 역량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하는 비판이 있다면 그건 누가 뭐래도 해당 조직 내에 올바른 위기관리 역량은 존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다시 강조하지만, 위기관리 역량은 항상 맨 마지막에 갖추어 지는 것이다. 모든 필요 충분 조건이 충족되어야 싹을 피워내 커갈 수 있다. 마치 마술처럼 위기관리 조직이 단박에 회사를 위기 발생 이전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그런 신비한 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언론이 쓰는 비판 기사를 막아내고, 규제기관이나 수사당국의 당연한 조사를 무마하며, 시민단체를 제압하는 그런 가공할 힘을 상상해서는 안 된다. 주변에서 누군가 그렇게 할 수 있다 해도 그래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려 하다 지금 더 큰 문제를 짊어진 여러 정치권 인사들을 보라. 그런 것은 위기관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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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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