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26편] 평시 땀에 투자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굳이 흔한 말인 “훈련 중에 흘리는 땀 한 방울은 전투시 피 한 방울과 같다”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위기관리는 평시 진행되는 업무가 아니다. 기업 내 많은 부서들이 모두 위기관리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위기라는 것이 수준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실 몇 년에 한번 또는 십 년에 한번 발생할지 말지도 모르는 것이다.
당연히 평시에 위기관리 훈련을 한다는 것에 기업에서는 관심이 적을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매년 또는 반기마다 위기관리 워크샵을 하고, 일선과 경영진이 훈련 받고 하는 일들을 반복하는 기업들이 더 이상해 보인다. “왜 저렇게 까지 호들갑을 떠는 걸까?” “임직원들이 너무 피로감을 느끼게 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까지 들게 한다.
“우리 회사 위기관리 매니저는 왜 자꾸 ‘위기’ ‘위기’라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거지? 내가 경영을 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라며 불만을 가지는 대표이사도 있다. “이거 봐, 가능하면 위기라는 단어 표현은 빼고 다른 표현으로 훈련 제목을 붙여봐. 자꾸 위기라고 하면 임직원들이 쓸데 없이 불안해 하잖아!”라며 ‘위기’라는 단어 자체에 반감을 드러내는 경영진도 있다.
그 어떤 이야기들 중에서도 확실한 것은 ‘훈련 받은 조직이 위기를 관리 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한 바램이 아니라 사실이다. 우리가 공히 기억하는 기업 위기관리 실패 사례들이 이를 증명해 준다. 제대로 훈련 받지 않은 기업 위기관리팀은 상황파악이 느리고 부정확하다. 의사결정이 느리고 안정적이지 않다.
준비되지 않은 실행과 커뮤니케이션으로 상황을 더욱 더 악화시킨다. 창구 일원화 같은 일선 관리에도 실패한다. 각종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위기 발생 직 후 얼마 안되어 붕괴된다.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며, 조직내부의 생각으로 위기를 관리하려 시도한다. 훈련 받지 못한 기업 위기관리팀 처럼 위험한 위기 요소가 없다.
흥미로운 것은 실제 기업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훈련을 진행해 보면, 실제 위기를 여러 번 경험 해 본 위기관리팀이 가장 훈련을 잘 수행한다는 것이다. 경험만큼 효과적인 위기관리 자산이 없다. 그러나 그런 경험을 위해 실제 위기를 자주 발생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대로 된 훈련은 실제 위기관리 경험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해 봤어?” “그걸 해 본적이 있어?” 같이 위기 시 두려운 말이 없다. 그 어떤 것도 확실한 것이 없는 상황이 위기상황이다. 실시간으로 상황이 변화하고, 혼돈의 시간이 길어지면 믿을 수 있는 것은 결국 ‘경험’뿐이다. 실제 여러 경험이 반복되면 그 후 스스로 확신이 들게 된다. 훈련 받은 위기관리팀이 보다 안정적으로 위기관리를 수행 할 수 있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위기관리팀 구성원들 보다 훨씬 더 많은 훈련을 경험 해야 하는 사람은 최고 의사결정 그룹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훈련을 일선 실무자들만을 대상으로 반복 하는데, 더욱 중요한 훈련 대상은 최고 의사결정 그룹이다. 위기관리 강의를 들을 때에도 대표이사와 최고 경영진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 축사만 하고 바쁜 듯 자리를 뜨는 경영진이 일반적인 기업은 위기관리가 힘들다.
외국기업의 경우 대표이사와 최고의사결정 그룹 구성원들은 일반적으로 매니저 시절부터 정기적인 위기관리 훈련을 받고 성장했다. 20여년간 수십 회의 위기관리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경험 한 임원들은 그 어떤 위기관리 컨설턴트들 보다 전문가 일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훈련과 실제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위기관리에 있어 심각한 어려움을 토로하지는 않는다. 대표이사와 고위임원이 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훈련에 참여하니 더욱 더 강해진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경우 임원들 중 일선이나 매니저 시절부터 차곡차곡 위기관리 훈련을 쌓아 온 경우가 드물다. 대기업이 제대로 된 위기관리 훈련을 제공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신임 인원을 임명하고 난 직후부터다. 임원들의 임기를 몇 년 정도로 보았을 때 실제와 유사한 경험을 토대로 위기관리 팀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기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대표이사와 고위 경영진은 더욱 더 위기관리 훈련에 참여해야 한다. 리더가 스스로 훈련되어 있어야 일선을 그들의 전략대로 움직일 수 있다. 리더가 알고 살펴야 위기가 사전에 방지 된다. 리더가 민감해야 조직도 위기에 대해 민감해 지고, 위기 발생 가능성은 줄어든다. 위기관리에 있어 그 보다 더 좋은 체계가 없다.
선진적인 기업은 위기 발생 이전에 위기관리 예산의 대부분을 쓴다. 각종 진단과 훈련 등으로 위기 발생을 사전에 관리하려 하기 때문이다. 반면 후진적인 기업은 위기 발생 이후에 위기관리 예산의 대부분을 쓴다. 평시 훈련에 적절하게 사용했다면, 위기를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위기 발생 후 대규모 예산을 쏟아 붓는 것이다. 계산기를 두들겨 보자. 훈련만큼 훌륭한 비용 절감 방안이 없다. 훈련만큼 효과적인 위기관리 대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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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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