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10월 242008 Tagged with , , , , , , , , , , , , 3 Responses

의사와 위기관리

양깡님께서 의사분들이 경험하시는 위기 상황과 대응방식에 대해 아주 멋진 insight들을 정리해 주셨다. 조직이 대응하는 종합병원은 일단 제외하고 개인병원 의사분들을 위한 위기관리 방식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를 해 보자.

1. 의료사고에 관련한 커뮤니케이션은 기본적으로 Litigation Communication.

Litigation communication에 있어서 핵심 메시지는 단순하다. “(판결이 나오기 까지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단, 소송상대방의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the allegations are absolutely false)” 더 알기쉽게 설명하자면 “판결로 내가 잘 못했는지 아닌지 밝혀질 때가지 나는 무죄야. 그러니까 당신도 괜히 떠들지 마!”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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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에 관련된 주체들은 서로 만나거나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도 위험하다. 보통 대리인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한다. 미국의 경우 이 Litigation Communication 방식이 매우 다르다. 우리나라와 판결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인데, 미국식은 court 내부와 외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외부 커뮤니케이션(일반공중, 소비자, 미디어, 정부, NGO…)이 매우 강조된다.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어 배심원들에게 간접적인 영향을 주려는 의도도 있지만, 자사의 명성보호 차원에서도 외부 공중에 대한 강력하고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강조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소송과정에서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비전략적으로 이해된다. 최대한 메시지를 제한함으로 판사단의 chemistry 관리가 필요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에 대한 소송이 시작되고 그 사실이 알려지면 일반공중의 약 40%가량이 ‘해당 기업에게 모종의 죄가 있을 것’이라고 여기게 된다고 주장한다. 해당 기업이 언론에게 노코멘트를 남발하면 그 퍼센테이지가 50~60%이상으로 오른다고도 한다.

일단 소송전에 여론의 법정에서 유죄를 받고 법정에 입장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미국처럼 이런 연관성이 그렇게 유의적으로 존재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법적으로 정확한 의견은 아닐 수 있으므로 법률적 전문성을 지니신 분이 계시면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그러나 위기시 point of connection 관리가 매우 중요. (Litigation Communication 방식을 100% 적용하는데는 무리)

일단 병원에서 의사분이 책임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POC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2차 위기확산을 목격하게 되는 경우들이 많다. 앞서말한 Litigation Communication 방식을 정확하게 고수하다보면 커뮤니케이션에 인간미가 없어지고, 공감이 끼어들 구석이 없다.

위기관리의 중요한 원칙인 “그 누구도 화나게 하지 말라”라는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게 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환자에게는 의사와 정보의 불균형에서 오는 막연한 불안감이 존재한다. 따라서 의사들이 1차로 성난 환자들을 한층 더 자극하지 않으려면 다른 주체들 보다 더욱 더 최대한 인간미와 공감을 커뮤니케이션해야 유효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대기업들에서도 이러한 부담이 있는데 이 또한 이유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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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Litigation Communication의 가장 첫번째 목표는 ‘소송을 피하는 것’이다. 일단 소송이 시작되면 ‘소송에서 이기는 것’이 목표가 되고, 소송이 끝나고 나면 그 승패에 관계없이 ‘명성을 보호하고 회복하는 것’이 되겠다. 따라서 POC를 적절하게 관리하면 첫번째 목표가 달성되는 의미이고, 그 자체가 위기관리겠다.  

3. 균형을 통해 borderline을 넘지 않는 것이 핵심

그러나 섣부른 인간미와 공감이 “내가 잘 못했다. 내 죄다(I’m guilty)”로 상대에게 해석되면 안된다. 기존 의사분들이 우려하는 바가 이 부분이고, 이 때문에 인간미를 기반으로 한 공감 이전에 사무적이고 무죄를 주장하는 방어적 커뮤니케이션을 하고있다. 일종의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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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감은 죄를 스스로 인정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이 부분이 매우 이해하기 힘든데, 일단 환자와 환자가족의 감정을 100% 공감해 보면 그 다음엔 적절한 메시지가 떠오른다. 아예 커뮤니케이션시 ‘공감표현’을 맨앞에다가 놓도록 습관을 평소에 들이는 것도 좋겠다.

위기 원인에 대해 포지션상 서로 대립각을 세우지 말고 같은 포지션을 품는 것이 전략적이다. “함께 원인을 찾아보자”는 포지션이다. 사실 정확하게 원인이 제3자에 의해 가려지기 전에는 의사나 환자나 누구도 맞는 주장이 아니다. 따라서 “정확한 원인을 ‘함께’ 찾아보자.” “우리는 같은 포지션이다”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전략적이다. 

4. 매뉴얼은 필요하지만 암기할 수 있는 분량이 넘으면 무용지물

대부분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무용지물이다. 회사 책상위나 책장에 버려진 장식품이다. 매뉴얼은 두꺼울 수록 효과가 없다. 가장 좋은 매뉴얼의 분량은 위기관리 주체가 그 첫장부터 맨 뒷장까지를 다 외울 수 있는 정도다. 물론 체크리스트와 기타 필요 정보들은 attachment로 필요하겠지만, Things to do는 모두 암기할 수 있는 분량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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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매뉴얼을 두껍게 만들어 위기가 발생하면 “OOO관련 위기라면…189페이지를 읽어 봐”하는 데…말이 그럴 듯 하지 현실성이 없다. 예를들어 매뉴얼내에 총 수십에서 수백개의 위기 유형이 있다고 해도 중 그 분류기준에 딱맞게 떨어지는 위기가 실제 존재하기도 힘들뿐더러, 하나의 위기가 하나의 유형을 갖지도 않기 때문에 실무자들은 각 챕터들을 넘기는 독서 삼매경에 빠지다가 실기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실무자들은 위기발생시 사실 매뉴얼을 볼 시간 조차 없다)

5. 결과적으로 위기관리는 기술(skill)이 아니라 철학(Philosophy)

인간미. 공감. 전략적 마인드. 커뮤니케이션 태도…모두 ‘기술’이 아니다. 기술이라고 이해하는 순간부터 위기관리는 실패한다. 평시에 모든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그 자체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 익숙해져야 한다. 진정성이라는 것은 연습으로 되거나 설정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위기관리는 기업의 철학을 시험하는 기회다. 의사분들에게 위기는 각자의 평소 환자관, 의료 철학이 시험받는 기회겠다. 기술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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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32008 Tagged with , , 0 Responses

비전문가의 너무나도 전문적인 글- 위기관리

최근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두고 말들이 많은데, 이를 두고 한 블로거가 위기관리에 관한 글을 포스팅한 것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제목은 12 Crisis Management Lessons from Lehman Brothers다. 이 12가지 조언들을 읽으면서 이글을 쓴 양반이 위기관리 전문가 또는 PR담당자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이 사람은 그냥 존슨앤존슨에서 일했던 경험과 그 회사에서의 integrity 경험만을 배경으로 이렇게 엄청난 수준의 insight들을 정리해 주었다.

Crisis Manager라 자청하는 많은 PR 담당자들은 좀더 분발해야 하겠다. 정말 맘에 드는 포스팅이다.
 

How do you make sure you and your firm don’t end up like Dick Fuld and Lehman?

1. Surround
yourself with good people that challenge you to mitigate executive
hubris (Dick Fuld’s problem in negotiating Lehman’s worth).

2. When there is a crisis, emulate other companies that have successfully managed through a crisis

3. The minute a
crisis begins, hire a consumer research company to start polling
consumer and client perceptions about your organization. Order
continuous polling throughout the crisis which will help you avert a
crisis of consumer confidence.

4. Identify five executives on your “crisis team”.

5. Develop a risk scenarios and contingent plans.

6. Identify a Public Relations expert who can help you through the crisis (before the crisis not during!).

7. Create a culture that is committed to challenging one another.

8. Create a board of director’s that has at least one “naysayer” on it. If they’re all yes people, you’re in trouble.

9. Make
sure someone on the board has P&L expertise, preferably an
entrepreneur…forget about the Fortune 500 guys!  (forget about the
cronies, you see how far that got Fuld).

10. Recognize your weak spots. (y chromosome issue—what is it you might miss? Why is BlackRock’s #2 a female? Think again!).

11. When
there is a problem, develop the plan and get out in front of the issue
right away. Don’t procrastinate, which includes a media plan!.

12. When people’s livelihood’s depend on you, it better not be about your ego, you need to serve the greater good.

10월 232008 Tagged with , , , , , 2 Responses

이상향 without fat

Perfection is achieved, not when there is nothing more to
add,
but when there is nothing left to take away.


완벽함이란 더 이상 더할 것이 없을 때 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진다.


어제 그 프리젠테이션을 보면서 그 벤처 사장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다. 가만히 오늘 이 말을 들여다보면서 문득…”그럼 당신은 어때? 완벽해?”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솔직히 미디어트레이닝이나 여러가지 내외부 강의 파일들을 들여다보면 내 메시지들 조차도 fat이 너무 많다. 미디어 트레이닝 슬라이드들 중에 ‘메시지에서 군살을 없애세요’라는 슬라이드도 있는데…그 전체 슬라이드들에서도 빼도 그렇게 문제가 없을 것 같은 fat이 많이 들어있다.

작심을 하고 fat을 빼보자…해도 참… 손가락만 떨릴뿐 쉽지가 않다.

또 재미있는건 나름대로 fat을 제거한 생고기 형태의 슬라이드로 프리젠테이션을 하면 지난번 이야기 한데로 ‘일부’ 청중들이 이런 반응을 보인다. “너무 한거 아닌가…고작 슬라이드 몇장으로 말이지…’

얼마전 모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정부부처 컨설팅을 하고 있는 양반인데, 작년까지 우리회사에서 그 업무를 진행했었던터라 우리에게 조언을 얻고자 전화를 해 왔다. “자네 회사가 OOOO부 일할때 보고서를 왜 그렇게 많이 썼어. 분량이 뭐 툭하면 500 페이지야. 우리 보고도 이렇게 해 오라고 하는데 죽겠다. 뭘 채우지?”

우리가 500페이지를 스스로 채우고 싶어서 채웠을까? 담당자분들 말로 “몇억을 가지고 가는 회사가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겠냐…”하는 무언의 압력 때문이었던거지.

많은 실무자들은 어느정도 이렇게 생각한다. “일단 어느 정도는 분량이 되어야 성의가 있다고 보지 않겠어…?”  제안 미팅에서도 한뼘쯤되는 제안서가 ‘시각적’으로 통하는 게 현실이다. 이번 대우조선입찰에서도 포스코와 한화는 다섯박스짜리 제안서를 냈는데, 현대중공업은 달랑 한박스더라…하는 뒷담화가 있을 정도니 말 다했다.

생떽쥐베리가 이야기 한 완벽함이란…사람들이 죽을때까지도 영원히 이루지 못할 이상이 아닐까 한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는 더더욱 힘드니까 말이다.
 

10월 222008 8 Responses

Painful and Bad Presentation

평생을 살면서 최악의 프리젠테이션을 경청했다.

그 이전까지는 민방위에 소집되어 서초문화회관에서 들었던 모 초청강사의 프리젠테이션이었는데, 그 기록을 모 벤처의 젊은 사장이 깨주었다.

너무 길고, 장황하며, 디테일이 너무 많고, 텍스트가 너무 많다. 설명은 너무 세세하고, 파워포인트 페이지에 빡빡히 들어 있는 텍스트를 한시간이 넘도록 읽어주고 있다. 마치 한글자도 빠뜨리지 않겠다는 일념같아 보인다.

몇가지 추가적으로 놀란것은 프리젠터가 국내 최고라 일컬어지는 S대 재학생이라는 것, 그 프리젠테이션 자리는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가 자신 벤처의 예상매출을 60조 이상으로 잡고 있다는 것이었다.

건승을 빈다.

10월 222008 Tagged with , , , , 0 Responses

해석이 불필요한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그러나 의도와 상관 없이 이 대통령의 발언이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이날 금융시장에선 주가가 하락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올랐는데, 이와 관련해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아이엠에프 위기 때보다
심각하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인식이 일관돼 있다 하더라도 여러 갈래로 말이 갈라져 나온다면 국민들 사이에선 오해와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민감한 금융위기 상황에선 좀더 정교한 메시지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메시징은 ‘일관성’이 생명이다. 하나의 이슈에 대해서는 하나의 시각만이 존재해야 하고, 하나의 메시지가 강력하게 구조화되어서 반복되어져야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 특히 그룹사들의 경우에도 오너 또는 CEO의 메시지를 홍보담당자들이 언론이나 국민들에게 ‘재해석’해 주는 친절한 서비스를 하는데, 본래는 이런 ‘해석’ 또는 ‘통역’ 활동이 없어야 저대로 된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이라 하겠다.

해석이나 통역은 수용자들에게 또 다른 주관성을 가미하게 해서 커뮤니케이션 진행 후 효과를 반감한다. 또한 리더의 최초 메시지에 대해 공중들이 크게 관심을 갖지 않게 되거나, 그 해당 메시지에 대해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해석들을 유도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런의미에서 대통령께서 위기의식 자체와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해 과연 문제의식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하다.

10월 112008 Tagged with 0 Responses

힘든 홍보실…

KT 홍보실 측은 남 사장 병실 위치가 알려지자 “누가 병실 호수를 알려줬느냐”며 당황해 했다. 기자들이 몰려올 것을 대비해
홍보실 직원들을 급히 호출해 ‘인력’을 늘리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병원 측에 부탁해 병실 문 앞에 ‘면회 사절’이라는 팻말을
추가로 걸기도 했다.


KT 홍보실에 따르면, 남 사장은 입원 사흘째인 2일 5시간30여분에 걸친 목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수술 전인 1일 병실 문틈으로 보이던 남 사장은 목 보호대가 없는 모습이었고 환자복을 입은 채 병실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조선일보]

홍보실이 사는 방식이나 해야 하는 일들이 참으로 다양하긴 하다. 하지만…이런 종류의 난처한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홍보실 직원분들은 개인적으로 참 존경스럽다. 조직을 위해서 고생한다는 게 바로 이런 거겠다. 이들이라고 개인적인 감정이나 호불호가 없겠나…대단들 하다.

10월 082008 Tagged with , , , , , , , , , 4 Responses

위험한 칼 – 비유

기업 커뮤니케이터들이 자사 제품의 안전성 등과 관련 된 위기에 봉착했을 때 첫 번째로 주장하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사실 이 함유 물질이라는 게 인체에는 영향이 미미한 수준이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을 해서 문제에요…’이다.

일단 제품에 들어가거나 함유되지 말아야 할 것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는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그게 사실 영향이 없이 미미하기 때문에…이렇게 까지 난리를 칠 문제는 아니다 라는 포지션에 최초부터 무게를 많이 둔다. 사실 억울하기도 하겠다.

이 상황에서 커뮤니케이터들은 오디언스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을 하고 ‘좀 더 알기쉽게 이해’ 시키기  위해 ‘비유’라는 날선 칼을 섣불리 뽑아드는 유혹을 버리지 못한다.

예를들어, (사실과는 관계없음)

  • 우유에 든 OOO은 60kg 성인이 하루에 100리터씩 연속 10년에 걸쳐 마셔야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 이 제품에 든 호르몬의 함유량은 아주 적어서 인체에 흡수 되더라도 태평양에 소주잔 하나 정도의 물을 붓는 것과 같다.
  • 이 와인에 든 살충제 잔여 성분은 무시할 수 있는 정도로 매일 2-3병씩 20-30년에 걸쳐 마셔도 문제가 없다.
  • 이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골퍼가 맑은 날씨에 골프를 치다가 벼락에 맞을 확률 보다 더 적다.
  • 이번 처럼 비행기가 추락한 경우는 여러분들이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당할 사고의 10만분의 1이다.

뭐 이런 식의 그럴듯한 비유를 하곤 한다.

내심 커뮤니케이터들은 모여서 이런 메시지를 보고 무릎을 탁 치면서 ‘역시 프로야. 이렇게 알기 쉽게 비유를 멋지게 하다니 말이지. 자…이런 우리의 메시지를 듣고도 이해를 못 하는 오디언스들은 다 문제가 있어…좌익이나 변태들일 꺼야…’ 이런 공감대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핵심은 오디언스들의 마음이라고 했다. 아무리 좋고 적절하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면서 피부에 와 닿는 비유라고 해고 오디언스의 마음이 닫혀 있는데 무슨 소용이 있나. 콩으로 메주를 쓴다 해도 안 믿는다는 데 어쩔껀가.

닫힌 마음에 대고 아무리 메시지라는 창을 날려 봤자 힘만 드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일단 오디언스의 마음에 공감 하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닫힌 문을 함께 천천히 열어가라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비유도 그다음이라는 말이다.

아직 말도 못하는 아기가 먹어치운 우유병을 보면서 불안해하는 엄마의 마음을 열라는 거다. 그 엄마의 머리통을 때리면서 ‘이 바보야…인체에는 아무 상관이 없다니까…이 빙신아…;하는 기업이 되지 말자는 거다. 그 엄마의 불안함을 같이 진정성을 가지고 느끼고 그 엄마와 대화를 하려 노력하려는 거다. 같은 입장이 돼서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공감을 하자는 거다.

그 이후에 그 엄마가 눈물을 닦고 기업에게 ‘진짜 이 우유가 안전한 게 확실한가요? 진실을 말해 주세요. 네?’ 할 때 …그 때 적절한 비유를 들어 커뮤니케이션 하자는 거다. 그때 가야 메시지의 흡수가 가능하고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아닌가.

멋진 비유. 좋다. 하지만…커뮤니케이션에는 순서와 타이밍이 있다. 이 부분에 민감하게 신경을 쓰지 않고 메시지의 배열을 교과서적으로 때려 넣어 날리는 커뮤니케이터는 진정한 프로가 아니다.

관련글: 위험한 비유와 지식의 저주
관련글: 포지션을 정해야 메시지가 통한다
 

10월 082008 Tagged with , , , , 0 Responses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최근 항공사 마일리지 논란으로 인해 여러 매체에서 기사화가 되자 모 항공사측이 입장자료라는 해명자료를 냈다. 꼼꼼하게 읽어보니 찹잡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항공사가 이 정도 수준의 자료를 낸다는 것도 의외고, 이 자료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 읽는 기자들도 이상하다.

몇가지 자료 자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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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 발표에 대한 입장자료

마일리지는 항공사
상용고객우대프로그램 가입회원이 항공사로부터 항공권을 구입해 항공기에 탑승할 경우 항공사가 사은의 뜻으로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신용카드사 등의 제휴사가 자신들이 수행하는 사업에 대한 마케팅 수단의 하나로 자사의 회원들에게 항공마일리지를 제공하고자 할 경우
제휴 항공사가 해당 회원에게 제휴 마일리지를 제공합니다.
(너무 길다. 무슨말인지 알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따라서 항공사가 회원에게 제공하는 마일리지는 항공사와 회원 사이에
마일리지 지급에 대한 경제적 대가관계 없이 사은의 뜻으로 지급되거나 마케팅 수단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항공 마일리지를 둘러싼
권리와 항공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항공사의 의무는 항공사 상용고객우대프로그램 회원약관에 의해 규정되는 권리와 의무입니다.
(또한 너무 길다)
소비자원의 보도자료는 마일리지 제도에 대한 오해와 사실의 부정확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1. 항공 마일리지 중 실제로 소비자에게 지급한 마일리지가 전체의 34.1%에 불과하다는 데 대하여.

발행 마일리지 중 34.1%만 사용되었다는 주장은 일정 마일리지가 적립되어야만 사용이 가능한 항공 마일리지의 속성과 최근
수년간의 사용 경향을 도외시한 통계치
(여기서 말하는 사용 경향이 무언가? 뒷 부분 소진율을 주장하려면 세부 근거가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대한항공 마일리지 소진율은 62%에 달하고 있음.
▶ 항공마일리지는 OK캐쉬백과 달리 적립액이 높을수록 마일리지 가치가 상승(신청 가능한 보너스 종류의 확대 등)해 미래 가치가 높고, 여행수요에 대하여 사용되기 때문에 이를 단순 비교해서는 안됨.

2. 마일리지 소멸시효 도입에 따라 소비자 권리는 사라지고, 항공사 수입은 증대했다는 주장에 대하여.
▶ 마일리지 유효기간 도입은 보너스 항공권 사용을 미루고 있는 고객들의 마일리지 사용을 촉진하여 향후 소진율 향상과 함께 마일리지 제도의 건전한 운영을 가능토록 하는 선기능을 갖고 있음.

2008년 6월까지 적립한 마일리지는 평생 사용 가능하며, 소멸시효 도입 이후에도 소멸되지 않으며, 2008년 7월 소멸시효
제도의 도입 이후에 적립될 마일리지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사전 공지되어 있으므로 소비자는 이점을 고려하여 마일리지를
사용하게 될 것임. 또한 항공사들도 소멸기간 도입에 따라 소비자들의 사용처 확대에 노력할 것임. (실제로 사용처 확대에 노력할 예정이라면 그 실제 사례를 들어주는 게 좋지 않은가. 이미 지난 7월부터 소멸시효 제도를 도입했는데 어떤 사용처 확대 노력이 있었는지 밝히면 나았을 게 아닌가)
▶ 따라서 소멸시효 도입으로 수입이 증가한다는 추정은 근거가 없음.

3. 마일리지 판매금액 중 6.5%만 적립했다는 주장에 대하여.

마일리지 수입과 마일리지 충당금은 전혀 다른 개념이므로 수평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음. (마일리지 대금은 제휴사의
마케팅으로 사용되는 마일리지의 시장 가치를 기준으로 설정된 것이고, 마일리지 충당금은 마일리지를 사용하여 탑승하였을 때의
운송원가를 반영한 것이므로 수평적 비교가 불가능함)
▶ 카드사에서 항공사에 제공하는 마일리지 정산 대금은 카드사가 항공사와의 제휴 마케팅으로 얻은 수익의 일부를 제휴 계약에 의해 항공사에 제공하는 것이므로 정당한 수입임.
▶ 제휴사는 항공사가 마일리지를 회원에게 제공하는 것만으로 마케팅 효과를 얻게 됨으로 마일리지 정산 대금은 마일리지 제공에 대한 대가이며, 마일리지 사용에 대한 대가가 아님.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제휴사가 마일리지 정산 대금으로 지급한 일부 금액을 실제 소비자들에게 마일리지 가치로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데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이런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닌가. 적립율이야 어쨌든 소비자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나는 거 아닌가)

4. 제휴 마일리지 대금 후 지급 요구에 대하여
▶ 항공사와 카드사간의 대금 정산은 소비자와 관계없이 항공사와 제휴카드사간의 계약사항임. 또한 제휴 카드사는 마일리지의 제공이라는 마케팅의 대가로 항공사에 대금을 지급하는 것이므로, 제공 시 정산이 법 원리에 충실함.
▶ 보너스 사용시 정산과 좌석 보장에 대한 요구는 카드사들이 항공사로부터 항공권을 시장가격으로 구입하여 카드회원들에게 제공하면 되므로 별도의 계약이 불필요함.
▶ 제휴 마일리지의 선납 제도를 도입하면, 탑승 마일리지와 제휴 마일리지의 구별이 불가피하고, 각 제휴사 별로 적립내용을 구별할 수밖에 없어 오히려 소비자에게 마일리지 사용기회를 박탈하는 역효과가 발생함.  (이 표현만 보면 항공사측에서 소비자에게 마일리지 사용기회를 최대한 보장하고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톤으로 들리는데 이에 대한 근거가 어디있냐는 것이다. 해명자료라면 문제의 핵심에 대한 자세한 반박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 이슈를 단순한 논란으로 치부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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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 자료 분석 정리

  1. 너무 길다
  2. 너무 어려운 말이 많다. 자신들에게는 쉽겠지만 어렵다. 이게 또한 마일리지 제도의 헛점이기도 한다.
  3. 이번 이슈를 그냥 아무 문제가 없는데 일어난 논란 또는 해프닝으로 간주하는 포지션이다.
  4. 커뮤니케이션 타겟인 소비자와의 공감이 전혀 없다.
  5. 소비자를 위한 마일리지 사용 기회의 보장과 보호에 대한 주장만 있지 실제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6. 기본적으로 마일리지를 해석하는 시각이 다름을 앞부분에서 제시하고 나옴으로서 소비자 이해와의 괴리를 철저하게 못 밖고 있다. (쉽게 말해서 무식한 소비자들과 일부 단체 언론들이 이해를 잘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 선행되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 나 스스로도 가장 많은 마일리지를 쌓아 놓은 항공사. 미국 유학시절 JFK 공항으로 향하는 이 항공사의 비행기를 바라보면서 느낀 애국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 정도만 해주었으면 한다. 

관련글: Bad Message는 많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한다

10월 072008 Tagged with , , , , 4 Responses

한국에서는 어려운 브랜드 바이럴

Diesel의 SFW XXX (Safe For Work XXX: 트리플 X 등급의 직장에서 보기 안전한 성인물) 바이럴이 요즘 화제다. 패션브랜드 Diesel의 타겟 오디언스를 대상으로 이 브랜드의 30주년 기념 바이럴로 이 정도의 작품(?)을 만들어 냈다. 이 브랜드가 탄생하던 시절인 80년대의 성인물들을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해서 위트를 더했다.

제작은 그 유명한 The Viral Factory가 제작 했는데 이런 종류의 하드코어 바이럴 배포에는 약간 낯설었던 모양이다. Seeding Strategy가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최초 seeding을 You Tube에 한 것이 패착이었다. 최초 바이럴의 인큐베이팅 기간은 약 20일로 잡고 있는 데 You Tube는 이 바이럴을 바로 접근금지 시켜버렸다.

이런게 하드코어류의 바이럴은 가능한 자사가 보유한 플랫폼에 소스를 올려놓고, You Tube보다 Censorship이 덜한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통해 최초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어쨌든 작품성에 있어서, 타겟 오디언스의 특성에 잘 맞추어져 있다는 면에서…바이럴 자체는 훌륭하다는 평이 많은 듯 하다.

Seeding Strategy니, 애니메이션을 가미한 작품성이라던지…어짜피 우리나라에서는 결코 실행 할 수 없는 바이럴이라서 별로 감은 안온다. 이런 바이럴 플랜을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결재해주는 사장이나 마케팅 임원, 브랜드 매니저가 우리나라에서 나올 확률이 그만큼 낮다는 이야기다. 

10월 072008 Tagged with , , , , , , , , , 2 Responses

위기에 대한 대응들은 왜 각기 다를까?

똑같은 위기도 대응하는 방식이 각 기업이나 개인마다 틀리는데 왜 그럴까?

예를들어 어떤 사람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선뜻 사과를 하고 나서는 반면, 어떤 사람은 변명을 하고 나중에는 배째라 한다. 불만제로나 여타 고발 프로그램을 보면 이런 선수들이 태반이다.

  • 속여오던 저울을 가게 밖에다 내팽개치면서 발로 산산이 밟아 스스로 자해를 하는 횟집 주인.
  • 중국산 찐쌀을 쓰다가 걸리니 찐쌀 영수증을 하늘에다 날려 버리면서 쌍욕을 해대는 쌀집 주인.
  • 중고 자동차 허위 매매를 하다가 취재진이 다가가니 험악하게 카메라를 밀치고 욕을 해대는 자동차판매직원들.
  • 택시 미터기를 따당치다가 인터뷰를 하자니까 욕을 하면서 내빼는 택시기사.
  • 국민연금을 수십억 연체하면서 1년에 수십 번 해외여행을 다니다 취재진이 다가가니 욕설에 폭행으로 맞서는 부자 할아버지…

왜 이들은 적절한 위기관리 대신 이런 극단적인 행동으로 위기에 맞설까? 기업들도 일부 기업들은 그렇게 크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위기에 대해 비상식적인 대응을 하는데 이런 기업들은 왜 그런 걸까? 정치인들의 경우에도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정치인들 할 것 없이 거의 ‘배째라’식의 대응을 떳떳하게 하는데 왜 그럴까?

그 사람들이나 기업들이 결코 바보는 아니다.

사람이나 기업이나 위기가 벌어지면 이 위기로 인해 내가 무엇을 잃을 것인지를 정확하지는 않아도 동물적인 감각으로 파악 해서 자신의 포지션을 정하게 된다. 인간적으로 어떤 부정적인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부인을 하고, 핑계를 대고, 자기 합리화를 하다가, 인정을 하게 되는데 이런 프로세스를 거치는 것은 정상적이다. (바람직 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프로세스를 무시하고, 단번에 극단적이고 비상식적인 대응을 하고 나온다는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해당 위기로 인해 내가 현실적으로 입을 피해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우리 가게 이름이 나가지 않고 내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 되는데 알게 뭐냐 할 수 있다는 거다.
  • 국민이나 지역 주민들이 뽑은 나 같은 선량을 TV에서 일부 부정적으로 다룬다고 재선이 될게 안되나 하는 거다.
  • 우리회사가 국내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회사 제품에 대해 일부 TV가 부정적으로 다룬다고 국민들이 다른 나라 가서 다른 제품을 살까 하는 안심이 배경인거다.
  • 어짜피 우리 제품들은 B2B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이 욕을 해도 별로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이다.
  • 정부에서 밀어주는 사업에 대해 왈가왈부해봤자 어차피 정부 돈은 회사로 들어오게 되어 있어 행복하기 때문이다.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그런 대응들이 나온다는 거다. 잃을게 적거나 없는 거다.

그러면 이들이 정상적인 위기 대응에 나서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행동하는 시민들이 많아져야 한다. (최근 블로고스피어를 통해 active 한 시민들이 많아지는 것이 바로 향후 기업들의 위기관리 수준을 높여주게 될 좋은 신호라고 본다)
  • 각종 NGO들이 좀 더 공정하게 기업이나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기존 NGO들이 사회 권력화하는 현실은 기업 위기관리 수준 발전에 중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미디어가 촉매의 역할은 물론 해결의 능력까지를 갖추어야 한다. 탐사취재의 철학을 제대로 살릴 수 있어야 한다.
  • 정부가 더욱더 여론과 법규에 민감하게 움직여야 한다. 정부가 덤터기를 쓸 일은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 기업 스스로 맨트라에 충실해야 한다. (내부 자발적인 맨트라 우선주의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외적인 충격을 통해서라도 억지춘향식으로라도 일단은 우선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나 소비자들이나 모두 편하다. 좀 더 나은 기업과 사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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