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트라

4월 142009 Tagged with , , , , , , , , , , , 4 Responses

우리나라에 위기가 존재하긴 할까?

지난 10여년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의 위기라는 것을 옆에서 아주 가까이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우리나라 기업에게 진정한 의미의 위기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하는 생각이다.

수년전에도 이런 글을 한번 쓴적이있는 것으로 기억이 되고, 이 블로그에서도 아래와 같은 포스팅을 올린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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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는 진정한 위기란 없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사회 각 기능들이 아직 정상적인 역할들을 각자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었다.

사회 여러 이해관계자들 중에 하나라도 정확하게 해야 할 일을 하면 사회가 변화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구조적으로 소비자들이 비윤리적이거나 위법한 기업의 제품을 대체구매 할 수 있는 시장구조와 유통구조가 아니라는 점. 행동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소비자. 정치성향의 NGO, 언론의 권위/신뢰 부재, 정부의 비일관된 포지셔닝, 기업의 맨트라 부족과 같이 어느 한쪽이라도 강력하거나 정확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게 진짜 위기다.

기업 인하우스측에서는 마치 한여름 소낙비 처럼 지나가 버리고, 언제 비를 쏟아 부었냐는 듯 이내 활짝 웃어버리는 하늘을 보면서 안도하지만…이렇게 해서는 진정한 위기관리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는게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의 위기는 1주일을 넘기는 케이스가 거의 없다. 위기의 지속과정을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 하는데는 물론 논란이 많다. 하지만, 중요한 기준은 기업조직 내부의 민감성이다. 더욱 정확하게 말해서 CEO를 비롯한 직원들이 모두 해당 이슈에 촉각을 세워 민감해 있는 기간이 위기지속기간이라고 보겠다.

이 민감한 기간이 1주일을 넘기지 못한다면 진짜 문제라는 이야기다. 신문이나 온라인 지상에서 사라지면 이내 긴장을 푸는 조직은 분명 문제다. CEO나 실무자가 그렇다면 문제는 더 크다.

분명한 것은 외국기업들의 위기와 다르게 우리나라 기업들의 위기지속기간은 상대적으로 적지만…위기반복성은 그렇지 못하다는 거다. 또한 상대적으로 짧은 위기지속기간이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의 품질 때문이 아니라 외부적인 환경으로 인한 것이라는 부분에도 주목하자. (절대 기업이 잘해서 그렇다는 게 아니다는 이야기다)

비유를 하자면…

훌륭한 기업은 물에 빠져 한껏 물을 먹고 고생을 하다 이내 정신을 차려 헤엄쳐 나오는 반면…
그렇지 않은 기업은 꼴깍 꼴깍 수면을 들락거리면서 물만 먹고 헤어나오지를 못하는 형상이다. 그렇게 당장 죽을만 하지는 않기 때문이겠다.

10월 072008 Tagged with , , , , , , , , , 2 Responses

위기에 대한 대응들은 왜 각기 다를까?

똑같은 위기도 대응하는 방식이 각 기업이나 개인마다 틀리는데 왜 그럴까?

예를들어 어떤 사람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선뜻 사과를 하고 나서는 반면, 어떤 사람은 변명을 하고 나중에는 배째라 한다. 불만제로나 여타 고발 프로그램을 보면 이런 선수들이 태반이다.

  • 속여오던 저울을 가게 밖에다 내팽개치면서 발로 산산이 밟아 스스로 자해를 하는 횟집 주인.
  • 중국산 찐쌀을 쓰다가 걸리니 찐쌀 영수증을 하늘에다 날려 버리면서 쌍욕을 해대는 쌀집 주인.
  • 중고 자동차 허위 매매를 하다가 취재진이 다가가니 험악하게 카메라를 밀치고 욕을 해대는 자동차판매직원들.
  • 택시 미터기를 따당치다가 인터뷰를 하자니까 욕을 하면서 내빼는 택시기사.
  • 국민연금을 수십억 연체하면서 1년에 수십 번 해외여행을 다니다 취재진이 다가가니 욕설에 폭행으로 맞서는 부자 할아버지…

왜 이들은 적절한 위기관리 대신 이런 극단적인 행동으로 위기에 맞설까? 기업들도 일부 기업들은 그렇게 크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위기에 대해 비상식적인 대응을 하는데 이런 기업들은 왜 그런 걸까? 정치인들의 경우에도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정치인들 할 것 없이 거의 ‘배째라’식의 대응을 떳떳하게 하는데 왜 그럴까?

그 사람들이나 기업들이 결코 바보는 아니다.

사람이나 기업이나 위기가 벌어지면 이 위기로 인해 내가 무엇을 잃을 것인지를 정확하지는 않아도 동물적인 감각으로 파악 해서 자신의 포지션을 정하게 된다. 인간적으로 어떤 부정적인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부인을 하고, 핑계를 대고, 자기 합리화를 하다가, 인정을 하게 되는데 이런 프로세스를 거치는 것은 정상적이다. (바람직 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프로세스를 무시하고, 단번에 극단적이고 비상식적인 대응을 하고 나온다는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해당 위기로 인해 내가 현실적으로 입을 피해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우리 가게 이름이 나가지 않고 내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 되는데 알게 뭐냐 할 수 있다는 거다.
  • 국민이나 지역 주민들이 뽑은 나 같은 선량을 TV에서 일부 부정적으로 다룬다고 재선이 될게 안되나 하는 거다.
  • 우리회사가 국내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회사 제품에 대해 일부 TV가 부정적으로 다룬다고 국민들이 다른 나라 가서 다른 제품을 살까 하는 안심이 배경인거다.
  • 어짜피 우리 제품들은 B2B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이 욕을 해도 별로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이다.
  • 정부에서 밀어주는 사업에 대해 왈가왈부해봤자 어차피 정부 돈은 회사로 들어오게 되어 있어 행복하기 때문이다.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그런 대응들이 나온다는 거다. 잃을게 적거나 없는 거다.

그러면 이들이 정상적인 위기 대응에 나서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행동하는 시민들이 많아져야 한다. (최근 블로고스피어를 통해 active 한 시민들이 많아지는 것이 바로 향후 기업들의 위기관리 수준을 높여주게 될 좋은 신호라고 본다)
  • 각종 NGO들이 좀 더 공정하게 기업이나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기존 NGO들이 사회 권력화하는 현실은 기업 위기관리 수준 발전에 중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미디어가 촉매의 역할은 물론 해결의 능력까지를 갖추어야 한다. 탐사취재의 철학을 제대로 살릴 수 있어야 한다.
  • 정부가 더욱더 여론과 법규에 민감하게 움직여야 한다. 정부가 덤터기를 쓸 일은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 기업 스스로 맨트라에 충실해야 한다. (내부 자발적인 맨트라 우선주의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외적인 충격을 통해서라도 억지춘향식으로라도 일단은 우선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나 소비자들이나 모두 편하다. 좀 더 나은 기업과 사회가 될 수 있다.
 

8월 262008 Tagged with , , , , , , 2 Responses

[PR 퀴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위기관리??

[모 기자]

“제가 여러번 기업들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가까이서 지켜 보았을 때 CEO가 자꾸 나서면 일을 그르친다는 느낌을 여러번 받았습니다. 위기 때 마다 CEO가 나서 버릇하면 보통 자잘한 건들에서도 CEO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방식이 일반화 되서…나중에 힘들어 지죠. 일이 터지거나 이슈가 있으면 일단 실무자들 차원에서 커버하고 꼭 나서야 하는 마지막에 가서 CEO가 나서는 게 좋겠습니다.”

[모 PR 컨설턴트]

“우리나라 기업들에서는 CEO가 리더십을 가지고 위기를 관리하는 모습이 잘 안 보입니다. 실무자들만 허둥지둥 할 뿐 CEO가 직접 나서서 책임있게 위기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는 거지요. 해외에서는 기업 위기시에 CEO가 직접 동영상을 만들어 홈페이지에서 대화하려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적극적으로 언론 인터뷰등을 통해 오디언스들과 대화하려 힘쓰지요. 아직 우리나라는 조금 이런면에서 어색한 듯 합니다.”

[질문] 그러면…위기시에 CEO가 앞에 나서는 게 좋은건가요? 아니면 가능한 나서는 것에 신중해야 하는 건가요? 누구말을 따라야 하나요? 

[답변] 상황을 따르는게 좋다. 모든 위기시에 CEO가 매번 나서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 그렇다고 절대 나서면 안된다거나 가능한 적게 나서라는 원칙도 없다.

위기의 상황에 따라 CEO가 나서야 할 때가 있고, 나서지 않아도 될 때가 있다. 또한, 위기의 유형이 잠재적이고 점증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다거나 반복적으로 발생되는 형태의 경우에는 CEO의 잦은 visibility는 권장되지 않는다.

반대로 위기의 유형이 폭발적이고 엄청난 결과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되거나 개선을 통해 재발이나 반복이 불가능한 위기의 형태에서는 CEO의 적절한 visibility가 권장된다.

[질문] 말이 쉽네요. 막상 위기가 딱 발생되면 이 위기가 이런 형태인지 저런 형태인지 어떻게 판가름을 하나요? CEO가 나서야 하는 유형인지 아닌지 어떻게 일선에서 판단을 해야 하는거예요?

[답변] 답은 공중에게 있다. 회사의 사정이나 현실에 대해 돌아보고 논의하는 시간에, 위기상황과 관련된 공중들을 분석하는 것이 좋다. 소비자들이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지, 기자들이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지, 투자자들이, 정부가, 직원들이, NGO들이, 그리고 협력업체들이 어떤 것을 우리에게 원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서 그대로 따르면 된다. 내부적으로 그런 파악이 힘들다면 당연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을 활용해서 분석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을 수혈 받는 게 좋다.

[질문] 쩝…우리 회사에 무슨일이 벌어졌다고 쳐요. 소비자들이 이 상황에서 우리보고 문을 닫으래요. 사장을 짜르래요. 그러면 공중들이 그렇게 원한다고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거예요? 이건 위기관리가 아니 잖아요. 그냥 벌 받으라는 소리지. 안그래요?

[답변] 소비자들은 용서하는 사람들이다. 공중은 용서할 줄 알고 하고 싶어한다. 어떤 엄청난 일을 저지른 회사에게 문을 닫으라고 한다면 그 주장들의 행간을 읽어라. 그 이야기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완전히 새로워 지라”는 뜻이다. 사장보고 물러나라 하는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책임을 지고 완전히 바꾸라”는 것이다. 위기시 커뮤니케이션에서는 공중들이 주장하는 행간을 읽어라. 그리고 그 행간의 의미를 메시지화 해서 해결책으로 커뮤니케이션 해라. 진정성을 가지고. 그게 곧 위기관리다.

[질문] 거…말장난 같군요. 위기관리라는 게 일이 벌어지면 타다닥…처리해서 아무일 없듯이 평상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이상적인 거 아닌가요?

[답변] 기업에서 위기관리는 더 나은 지속 가능한 경영환경 구축을 지향한다. 열악한 생산환경으로 제품에서 반복적으로 이물질이 나오게 되면 본질적으로 그 기업은 지속 가능한 경영이 불가능하다. 위기를 통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완벽한 생산라인을 구축하게 되면 지속 가능한 경영 환경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이게 위기관리다. 일종의 카이젠 활동이라고도 본다.

[질문] 그대로 위기는 가능한 안 일어나게 하는게 가장 좋은거 아니냐 이거죠. 저번에 우리 제품 포장에 문제가 있다고 논란이 벌어져서 그냥 애꿎은 예산이 한 100억정도 날라갔다니까요. 그런 논란만 없었으면 그냥 가는건데요. 100억이면 어디야 그게.

[답변]논란의 성격에 따라 그 포지션은 틀려야 한다. 누가봐도 문제가 없는데 공연한 논란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문제가 있기 때문에 논란이 있는 것이다. 위기관리의 핵심은 그 논란에 있어서 문제가 무엇인지를 가능한 빨리 확정해서 그 문제를 공략해 해결책을 만들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다. 논란 자체에 떠밀려 다니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그 제품 포장 논란이 있었다면 그 포장의 문제가 무엇인지 검토했었을 것이고, 그 해결방안으로 새로운 포장 재질을 도입한 것 아닐까.

[질문] 에이…시원하지가 않아요. 위기관리 전문가라고 찾아가 봐도. 원론적인 이야기들 뿐이고 시원하게 해결사 노릇을 해 주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답변] 철학과 원칙이 바로 위기관리의 툴이다. 철학과 원칙이 없는 기업에게 성공적인 위기관리는 절대 없다. 미봉책과 덧칠하기만 있을 뿐이다. 지속 가능한 경영도 힘들다. 시원하지 않다는 말은 이런 여러가지 원인들에 기인한다.

[질문] 아무튼, 맘에 안들어요. 이번 위기관리 컨설팅 fee 좀 깍아줘요. 별로 도움이 안되네…

[답변] 차라리 받지 않겠다. 우리도 위기관리 실패 사례에 협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기록을 남기는 것은 앞으로 우리 비지니스에도 치명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문] 우리가 위기관리에 실패 할꺼라는 악담을 하는 건가요? 거 너무하네…

[답변] 철학과 원칙을 변화시키지 않는 한 그 말이 들어 맞을 꺼다. 수많은 전례들이 그런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질문] 아니 우리가 할께 아무것도 없으니 그런거 아녜요. 뭐 시원하게 할께…

[답변] 기업의 철학과 원칙을 바꿔라. 그게 할일이다. 기업이 항상 이야기하는 맨트라(mantra)를 진정성을 가지고 따라라. 그게 우선이다.

[질문] 아니…이 양반이 지금 위기관리를 해 달라니까…설교를 하네. 쩝.

[답변] 잘 되길 바란다. 진정.

6월 112008 Tagged with , , , , , , 6 Responses

눈에 보이는 위기는 진짜 위기가 아니다

최근들어는 일주일에 보통 한두개 정도의 크고 작은 위기 사례들을 접한다. 주말에도 연속되는 전화를 받아야 하고, 밤늦게까지 대응 문건의 파이널 터치를 해 주어야 한다. 시간을 다투면서 리뷰를 해야 하고, 번갯 불에 콩을 튀기듯이 해법을 제안 해야 한다.

예전 인하우스 시절에는 한달에 한 두번이던 소위 ‘위기’가 요즘엔 일주일 단위로 불어났다. 참 위기들도 다양하고 많다. 이제는 전화를 받으면 웃음이 나오는 케이스들도 있다. 물론 그 위급함과 중요도를 간과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형식도 위기가 되는 구나…하는 실전에서의 흥미로움이다.

보통 위기라고 불리는 사건들을 들여다 보면서 가장 먼저 클라이언트들에게 물어 보는 것이 있다. “왜 이 사건을 위기로 보시나요?”다. 돌려서 말하면 “이 사건이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하는 것이다.

사실 기업들이 스스로 ‘위기’라고 단정 짓는 사건들 중에 진짜 위기는 10%도 안된다. 만약  매일 모든 ‘위기’들이 다 기사화 되고 대대적으로 회자 된다면 하루에 신문은 64면도 모자르겠다. TV는 두시간 뉴스 보도를 해야 하겠다.

눈에 보이는 위기는 진짜 위기가 아니다. 문제는 보통 눈에 보이지 않는 데 있다.

예를들어 우리 제품에 바퀴벌레가 들어 갔고, 소비자가 그걸 삼켰다가 다시 뱉고 나서 TV에 제보를 했다. 회사 측면에서는 이 사건이 위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엄격하게 보면 이것은 단순한 사건이지 위기가 아니다.

왜 이 바퀴벌레가 우리 제품안에 들어가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자. 분명히 제품 용기 세척 프로세스가 있고, 또 제품 스캐닝 시스템이 작동을 한다. 어떻게 이런 사건이 일어 날까? 조사해보니 제품 용기 세척 기계의 노즐이 달아 제대로 세척작업을 수행하지 못한다. 또 스캐닝 기계가 노후화 되서 거의 100개 제품의 하나 꼴로 에러 스캔을 한다. 어떻게 이렇게 생산과정을 관리했을까?

그건 생산 비용절감 운동과 관계가 있다. 우리 공장은 전세계 공장중에서 가장 큰 비용절감기록을 수립해서 작년말에 표창을 받았다. 마른수건도 쥐어짜는 비용을 절감하다보니 감가상각 기간이 훨씬 지난 설비들을 일부 수리해 연장 사용하고 있었던 거다.

어쩔수가 없다. 새로 세척 시스템과 스캔 시스템을 교체 하자면 외국 본사에 특별 예산을 요청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이 발생한다. 본사에서 우리나라 BU의 실적을 저평가하게 되고, 올해 생산 비용 절감 타겟을 분명 가지 못한다. 생산 책임자인 부사장은 목이 달아날 수도 있다.

본사에서도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뜬금없이 날아 든 시스템 개선 비용 10억원을 지원 할 의사가 전혀 없다. 왜냐하면 다가오는 분기 마감을 앞두고 있고, 다음 분기에도 실적 예상이 아주 암울하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비용절감 타겟을 겨우 가고 있어서 밸런스를 겨우 맞추어 놓았는데…한국 때문에 빨간 성적표를 주주들에게 내 놓을 수는 없다. 이는 본사 CEO의 평판에도 금이가고, 전세계 애널리스트들에게 폭격을 맞을 짓이다. 당연 실적 예상치를 실망시켰으므로 주가는 뚝 떨어지겠다.

이 시나리오 중에서 진짜 위기는 무엇일까? 바퀴벌레인가? 글로벌 차원의 무리한 비용절감 정책인가? 진짜 심각하게 분석을 해서 관리해야 하는 위기의 대상은 무엇일까?

국내 일선 실무자들인 과차장급 매니저들 또는 홍보 임원에게는 아무 힘이 없다. 이들에게 맡겨진 일은 일선에서 대증치료를 하면서 방어를 하는 역할이 어떻게 보면 전부다. 그리고 실제로는 그렇게 방어 하는 것 자체도 버겁다. (인력, 예산, 지원, 관심 부족…)

사실 이 블로그나 각종 기고문, 트레이닝들을 통해서 항상 기업의 맨트라들을 이야기한다. 위기관리는 기업 철학에 관한 문제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점점 실무자들을 바라보면서 이러한 key learning이 참으로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갈증을 느끼는 것은 ‘어떻게 우리 회사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오는 한 블로거를 관리하고 몇몇의 포스트에 대응할 것인가?’하는 아주 현실적 이야기들이다. ‘SBS 8시 뉴스에서 취재를 해 갔다는데 이걸 어떻게 빼야 하는가?”에 대한 갈증이다. 그 나머지는 다 사치다.

6월 112008 Tagged with , , , , 1 Response

조직에서 바라보는 위기관리

많은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말하기를 “위기는 타이밍이다. 초기 몇시간이 위기관리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빨리 대응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이게 자연인으로 생각할 때는 참 편하고 당연하다…그런데 조직에 속한 실무자들 즉, 조직인들에게는 이렇게 허망한 요청이 없다.

우리 햄버거 제품에서 닭벼슬이 나왔다고 치자.  일선 프론트에서 한시간에 몇천원 받고 일하는 20살짜리 여학생에게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초기 대응…초기..초기..” 해보았자 제대로 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매니저를 불러도 여러가지 복잡한 조직인으로서의 입장과 한계 때문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에는 주저하기 마련이다.

자연인으로서 한 인간이 아니라 (아마 자신에 관한 위기라면 바로 대응이 가능하겠다…) 조직인으로서의 인간의 관점에서 위기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1. 전례
2. 권한위임
3. CEO 또는 상사의 특별 요청
4. 시스템
5. 맨트라(Mantra) – Shared Key Values

1. 전례

예전에 우리 햄버거에서 철사심이 나왔을 때 우리 동료들이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처리 했던 전례가 있으면 조직인으로서 나는 초기 대응이 비교적 쉽다. 당시에 우리 햄버거 무료 시식 쿠폰을 10장 주면서 미안하다고 해서 처리했으니…나도 그렇게 해 보면 되겠다 하는 것이다. 보통 많은 기업들의 위기관리가 이렇게 행해진다. 그러나 문제는 전례가 없던 위기상황이나, 위기상황이 전례 보다 크고 심각하거나, 전례에 따른 처리방식이 통하지 않을 때는 다시 난감해 진다.

2. 권한위임

프론트에서 일하는 시간제 직원은 고객의 모든 불만에 대해 “최대 1만원 가치 까지의 무료 시식 쿠폰을 제공해 관리 할 수 있다’는 권한 위임이 되어 있는 경우다. 어떤 주제의 위기라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상한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조직인으로서 상황을 판단해서 적절하다 싶으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대응하는 것이다. 이는 전례에 비해서 비교적 다양한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자신의 권한을 넘는 수준의 대응이 필요한 위기상황이나, 자신의 권한한계에만 의지하는 경우 도리어 나몰라라 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초기대응 이후 상사와 권한의 행사 폭에 대한 사후평가를 받는 과정에서 해석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3. CEO 또는 상사의 특별요청

회사 캠페인이나 본사의 요청등으로 각별하게 위기를 잘 관리해서 문제 0% 발생을 당분간 유지해라 특별히 명령 받은 케이스다. 비교적 전례가 없는 위기상황이나 권한위임의 폭을 약간 넘는 위기상황에도 유연하게 일선에서 대응이 가능하다.  문제는  단기간적인 이런 요청들이 마감을 하게 되면 그 때 부터는 다시 아무 대책없는 실무자들로 돌아 온다는 것이 문제다.

4. 시스템

이 경우 각 레벨의 권한위임이 아주 과학적으로 짜여져 있다. 유기적으로 조직 부문간에 책임과 임무들도 짜여져 있고 이에 따라 위기상황을 관리하도록 교육받고, 트레이닝도 받는다.  조직에서 매우 이상적인 체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스템 중심의 이러한 위기관리 체계는 개인의 유연적 사고를  제한한다. 분명히 가만히 들여다 보면 위기가 될 상황이라서 일선의 내가 잘 관리해야 하는데…하는 생각이 있으면서도…이건 내 임무와 역할에 지정되어 있지 않아. 그러니 그 관련 부서로 이임을 해야지…하면서 실기를 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위기관리 담당자들에게 영혼을 빼앗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5. 맨트라(Mantra) -Shared Key Value

이 경우에는 기본적인 시스템에 영혼을 입힌 경우다. 회사가 수십년간 일관되게 주문 외워 온 가장 핵심 가치들을 전 직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경우가 되겠다. 조직적인 측면에서 개인의 공통된 의지들을 하나로 모은 형태가 되겠다. 햄버거 프론트에서 일하는 시간제 어린 여학생들의 마음에도 ‘우리 회사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완벽한 햄버거를 만들고 있어. 그러니 어떤 품질상의 문제가 있다면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설명하고 사과하고 배상을 하고 상부에 보고해서 개선해야 하는 게 당연해…왜냐하면 우리는 이 세상 최고의 햄버거를 만드니까”하는 생각이 자연스러운 형태다. 이런 시스템은 고객들이 자신의 불만 그 이상의 사과와 배려를 일선으로부터 받게 되므로 극단적인 위기상황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일선에게 지휘관의 의도(CI)가 완전하게 공유되어 있기 때문에 CEO가 프론트에서더라도 그 여학생의 대응방식과 똑같은 방식으로 위기를 대응하게 된다. 유기적인 이런 시스템이 향후 조직에게 가장 효과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이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위기관리 시스템이다.

광화문에 컨테이너 장벽을 쌓은 경찰청장의 위기대응 방식은 상기 몇번의 시스템에 근거 한 것일까? 아마 1번 전례에 근거한 대응이 아닐까? 가장 기초적인…무시스템의 전형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