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셔닝

4월 142009 Tagged with , , , , , , , , , , , 4 Responses

우리나라에 위기가 존재하긴 할까?

지난 10여년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의 위기라는 것을 옆에서 아주 가까이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우리나라 기업에게 진정한 의미의 위기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하는 생각이다.

수년전에도 이런 글을 한번 쓴적이있는 것으로 기억이 되고, 이 블로그에서도 아래와 같은 포스팅을 올린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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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는 진정한 위기란 없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사회 각 기능들이 아직 정상적인 역할들을 각자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었다.

사회 여러 이해관계자들 중에 하나라도 정확하게 해야 할 일을 하면 사회가 변화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구조적으로 소비자들이 비윤리적이거나 위법한 기업의 제품을 대체구매 할 수 있는 시장구조와 유통구조가 아니라는 점. 행동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소비자. 정치성향의 NGO, 언론의 권위/신뢰 부재, 정부의 비일관된 포지셔닝, 기업의 맨트라 부족과 같이 어느 한쪽이라도 강력하거나 정확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게 진짜 위기다.

기업 인하우스측에서는 마치 한여름 소낙비 처럼 지나가 버리고, 언제 비를 쏟아 부었냐는 듯 이내 활짝 웃어버리는 하늘을 보면서 안도하지만…이렇게 해서는 진정한 위기관리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는게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의 위기는 1주일을 넘기는 케이스가 거의 없다. 위기의 지속과정을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 하는데는 물론 논란이 많다. 하지만, 중요한 기준은 기업조직 내부의 민감성이다. 더욱 정확하게 말해서 CEO를 비롯한 직원들이 모두 해당 이슈에 촉각을 세워 민감해 있는 기간이 위기지속기간이라고 보겠다.

이 민감한 기간이 1주일을 넘기지 못한다면 진짜 문제라는 이야기다. 신문이나 온라인 지상에서 사라지면 이내 긴장을 푸는 조직은 분명 문제다. CEO나 실무자가 그렇다면 문제는 더 크다.

분명한 것은 외국기업들의 위기와 다르게 우리나라 기업들의 위기지속기간은 상대적으로 적지만…위기반복성은 그렇지 못하다는 거다. 또한 상대적으로 짧은 위기지속기간이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의 품질 때문이 아니라 외부적인 환경으로 인한 것이라는 부분에도 주목하자. (절대 기업이 잘해서 그렇다는 게 아니다는 이야기다)

비유를 하자면…

훌륭한 기업은 물에 빠져 한껏 물을 먹고 고생을 하다 이내 정신을 차려 헤엄쳐 나오는 반면…
그렇지 않은 기업은 꼴깍 꼴깍 수면을 들락거리면서 물만 먹고 헤어나오지를 못하는 형상이다. 그렇게 당장 죽을만 하지는 않기 때문이겠다.

1월 072009 Tagged with , , , , , , 1 Response

워룸(War Room): 3편 실제로 워룸 들여다 보기

실제 기업에서 워룸을 설치하고 활용하는 데는 여러 특성들이 존재하겠지만, 워룸 운영을 위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보면 각 기업들의 차이 또는 공통적인 개선분야들이 나타난다.

* 참고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하루 종일 (총 8시간 가량) 실시된다. 하루동안 위기관리팀이 워룸에 소집되면 한 기업이 경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위기 시나리오들이 차레대로 이들에게 하달된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금까지 목격해 온 기업들의 공통적 개선 부분들에 대해 한번 살펴 보자. (실제로 사내에서 약식으로라도 진행을 해 보시라. 여기에 거의 대부분의 문제들이 걸린다…)

최초 위기관리팀원들 중 위기시 자신의 역할을 뚜렷이 알 고 있는 분은 실제로 10%도 안된다. 매뉴얼을 심각하게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기가 발생되면 해당 위기를 어떤 프로세스로 관리해야 하는지 확실히 아는 분도 10%가 안된다. 실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위기관리팀원들은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Emergency Management에만 익숙함을 느낀다. 커뮤니케이션은 자신들의 분야가 아니라고 과감하게 포기한다.

처음에는 의사결정이 매우 늦거나, 의사결정이 완결되지 않은 채 우선 Emergency Management에 나선다. (물론 즉각적인 일선에서의 EM은 필요하다. 하지만, 워룸에서는 그 즉각적인 일선의 EM활동을 완벽하게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더 심각한 것은 의사결정이 완결되지 않은채 외부 커뮤니케이션 수요에 부응한다.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맨 마지막에 와야 한다.

상황변화나 의사결정 사항들에 대한 워룸 내부 공유도 부분적으로만 이루어진다. 워룸 외부의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종종 생략된다. 따라서 Align된 일선의 실행은 상당히 어려워 진다.

워룸이 완벽히 격리된다. 워룸 바깥에서 외부 환경을 모니터링해서 내부로 전달해 주는 시스템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도 워룸과 현장은 시간적, 공간적, 인적으로 원격으로 격리되어 있다)

내부 의사결정과 그를 위한 여러 프로세스는 시뮬레이션을 시작한 2시간 가량이 지나가야 정착이 된다. 전체시간에서 4분의 1이상이 지나야 그나마 안전하고 전략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상황에서 초기위기대응에 짧게는 몇일에서 몇주가 걸리는 것을 보면 이해가 된다)

의사결정에 있어서 그 주체가 위기관리팀이 되기 보다는 어느 특정 개인 한둘이 되곤 한다. 보통 CEO나 조직에서 목소리가 큰 몇몇 임원이 의사결정을 긴급하게 조정하고 완결한다.

의사결정 과정이나 실행 과정에서 위기관리팀의 3분의 1 가량은 쉰다. 기본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실행에 앞장서는 것은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다. 또한 risky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들에게 특별한 R&R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인 경우도 있다.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핵심메시지에 머무르라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위기관리팀은 드물다. 위기가 심각하거나 복잡할 수록 커뮤니케이터의 애드립이 다양해 지고 활발해 진다. (무척 위험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워룸의 위기관리팀은 실행까지만을 신경쓰고, 그 실행에 대한 반응을 다시 워룸 내부에서 리뷰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부분은 의사결정의 프로세스를 누가 꼼꼼하게 챙겨 반복 관리하는 가 하는 이슈와도 관련이 있는데…이에 대한 담당자가 필요하다. (일종의 MC다)

교과서에서 대변인은 프로페셔널한 커뮤니케이션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위기관리팀원들은 전부가 일종의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이 대상이 되어야 한다. 미디어 트레이닝이 꼭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러 이해관계자들과도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면 안전할 수 있다.

그 밖에,

홍보팀 임원에게 과도하게 많은 Communication Management 실행 임무가 몰리는 경우가 많음. 반대로 홍보임원이 각 부문임원들에게 너무 많은 임무들을 분배하고 실제 자신은 코디네이터로 포지셔닝 하는 경우들도 있음. (둘다 권장되는 시스템 아님)

극히 일부 워룸이 외부의 실제 일선에서 실행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단순 보고만 받고 정리해서 공유하는 옵져베이션 룸(Observation Room)으로 워룸의 기능을 상실하는 경우도 있음. (이에 대해서는 답이 없음)

전반적으로 워룸의 이상적 활용에 경험이 부족하고, 상식적 수준의 이해도 부족. 그러나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 (시뮬레이션 이후 이러한 인식의 공유는 극대화)

이상. 청와대 워룸관련 뉴스를 듣고, 기업의 위기관리 측면에서 워룸을 정리 해 봄.

12월 092008 Tagged with , , , , , , 2 Responses

전략적인 포지셔닝과 일관된 실행

만약 이들 경영자가 11월 청문회에서 이런 자세를 보였다면 자동차 산업에 대한 비난
여론이 그렇게 심해지지도 않았을 것이며, 구제금융을 비롯한 지원책이 일찍 결정되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분위기 파악도 제대로 못하는 것을 보면, 지금 왜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파산 위기에 처했는지 알 것 같다.  

이 사례를 보면서 경영자들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기술을 가르쳐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경영자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할 때 제대로 하지 못해서 문제를 아주 크게 만드는 경우가 너무나 많은 것 같다.
[변지석님,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미국 자동차 업계의 대표들]


경영과 마케팅 관련 멋진 insight들을 구경 할 수 있는 블로그 ‘Creativity, Innovation, and Tech –
변지석
‘에서 변지석님이 미국 Big 3 CEO들의 위기대응 방식에 대해 아주 정확하신 insight를 지적해 주셨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기술’에 대한 이야기다.

기업들에게 있어 위기관리 실패의 많은 부분이 이 잘못의 인정과 사과의 기술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는 사실은 여러 위기관리 실무 전문가들에게는 이미 공감되고 있는 사실이다. (김호 사장님의 경우에도 이에 대한 글을 여러번 쓰셨다)

좀더 근본적인 측면에서 Big 3 CEO들의 위기관리 방식에 대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전략적인 포지셔닝의 실패’라고 본다. 실패하는 위기관리에서 항상 목격되는 공통적 사항들의 하나는 ‘포지션이 변하는 것’이다. 물론 포지션이 무조건 변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포지션은 진화(evolution)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혁명적으로 180도 변화(revolution)하면 안된다.

혁명적인 포지션 변화라는 것은 최초 포지션에 대한 의사결정이 제한되고 왜곡된 상황파악에 근거하기 때문인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너무 내부의 이야기만을 CEO가 듣고 그에 의해 결정하는 자기중심적 포지션인 경우가 많다.

그러한 포지션은 실제 위기상황과 맞닥뜨리게 되면서 더욱 견고해져야 하는데, 부서지고 꺽어지게 된다. 여론에 따라 포지션을 flexible하게 가져가는 것 또한 위험하다. 일단 정확한 상황파악과 내외부의 균형있는 인풋을 바탕으로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포지션이 정해진다면 그 다음은 일관성이다.

그 일관성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 포지션은 원래부터 전략적인 포지션이 아니었던 반증이다. Big 3 CEO의 포지션은 기본적으로 변화했다. 여론에 밀려 포지션을 바꾸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변지석님께서 지적하신 바와 같이 ‘만약 이들 경영자가 11월 청문회에서 이런 자세를 보였다면..’이라는 아쉬움을 제공하고 있다.

위기관리 노력의 절반 이상은 정확하고 전략적인 포지션을 정하는 데 투자하라고 충고 하고 싶다. 위기관리, 서비스, 마케팅, 세일즈, 기획, 재무, 감사, 법무, 생산, 품질관리, 기술, 인사…이 모든 것에는 일관성이 중심이다. 전략적인 포지셔닝과 일관된 실행 처럼 좋은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