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위임

5월 142009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어떤 기업이 좀 더 취약한가?

모든 기업들에게 PR이 필요한 것은 아닌 것 처럼 (현실적인 면에서) 모든 기업들이 위기관리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

예를들어 스위스에서 지난 150년간 고급시계를 수공업으로 만들어 일년에 1000개만 한정 판매하는 시계 회사가 있다고 치자. 이들이 공급하는 판매망 또한 상당히 제한되어 있고, 그들은 각자 지난 100여년간 이 시계회사 제품을 꾸준히 팔아오면서 큰 부를 누렸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한정된 부자들이 이 시계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4년은 기다려야 한다. 당연히 딱히 광고를 하거나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지도 않다. 1년에 바젤에서 열리는 시계 박람회에 한두개의 기술적인 제품을 전시하는 게 고작이다.

이 회사에게 삼성전자나 롯데제과 차원의 위기관리 시스템과 자산 그리고 역량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기업이 위기에 취약하게 되는 요소들은 분명 존재한다. 위의 회사와 많이 다른 회사들을 의미한다. 어떤 회사들이 위기에 상대적으로 취약할까?

품질(quality)과 서비스(service) 커뮤니케이션이 강력한 회사
산 봉우리가 높으면 골도 깊다는 말과 같다. 평소에 다양한 방식으로 자사 제품의 품질이나 서비스를 자랑해 온 기업들에게는 그 만큼 소비자들이나 공중들의 기대치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예전 토요타 렉서스의 ‘완벽함의 추구’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렉서스 고객들로 하여금 마이너 한 컴플레인들을 증가시킨 전례가 그 예다. 렉서스 고객들은 ‘왜 완벽하다는 렉서스가 이렇게 마이너 한 문제를 그냥 지나치나?’하는 반응을 보이게 된 거다.

POC(Point of Connection)가 많고 다양한 회사
포스코와 삼성전자는 POC의 차원이 다르다. 보잉사와 대한항공의 POC도 그 범위측면에서 다름이 있다. 글로벌에 1만개의 점포와 20만명에 이르는 판매영업직원들 가진 기업이 서울에 10개의 점포와 20명의 판매영업직원들을 거느린 회사 보다 좀 더 위기에 취약 할 수 밖에 없다.

멀티 브랜드와 제품을 보유한 회사
단순한 제품 하나를 팔 때와 수백개의 브랜드를 동시에 관리하면서 비지니스를 이끌어 나가는 회사 사이에는 분명 다름이 있다. 특히나 타겟 소비자들이 각 브랜드별로 제품별로 다르다면 취약성은 더더욱 증가한다. 오비맥주나 하이트 같은 경우에는 멀티브랜드와 제품 포트폴리오들을 가지고 있지만 타겟 소비자층은 거의 일정하다. 하지만,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경우에는 멀티 브랜트와 제품 각각에 타겟 소비자층이 다르고 넓다.

식음료, 생활 및 아동 관련 한 회사
보통 위기관리 차원에서 화학, 정유, 중공업, 중장비, 발전회사, 핵관련 회사, 운송 및 교통 회사들이 많이 거론되곤 하는데 이 회사들은 대부분 사건 사고 관련 위기에 취약하다. 이런 유형의 회사들은 위기요소진단을 진행하면 임팩트률은 높은 반면 발생 빈도는 그리 높지 않은 특징을 지닌다. 그러나 식음료, 생활 및 아동관련 회사들은 각각의 위기 발생시 임팩트와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매일 매일이 위기라는 의미다.

파트타임 직원들을 많이 보유한 회사
전국매장에 정직원들만을 두고 일하는 회사와 파트타임머들로 일선 사업이 운영되는 회사간에도 분명 위기의 취약성 수준이 다르다. 파트타이머들이 정규직원들 보다 교육 훈련이나 책임감 그리고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 문제다. 대부분 파트타이머들로 구성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매장이나 식품 매장들을 여러개 가지고 있는 회사들이 취약한 이유들 중 하나다.
 
기업문화가 유연하지 못하고, 적절하게 훈련 받지 못한 회사
위기관리라는 것이 일선에서의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 부분을 말로는 하고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원칙일 때가 많다. 일선에서 최기 대응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는 일선라인에게 충분한 권한위임과 일종의 CI(Commander’s Intent) 원칙이 존재하고 반복적으로 검증되어져야 한다. 당연히 이러한 문화가 아니면 적절한 위기 대응 훈련과정이 일선에게 제공되지 못한다. 당연히 취약성은 증가한다.

위기관리에 대한 CEO의 관심이 적은 회사
최근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리서치에 의하면 국내 기업들의 대부분은 위기시 CEO involvement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좀 더 들어가보면 그 involvement의 수준은 각기 천차만별이다. 위기에 대해 CEO가 사전에 관심을 가지는 유형과 사후부터 관심을 가지는 유형으로 나눌 수 있겠다. 그리고 위기 관리 이후 해당 위기와 관련한 조직내 인사들에 대한 처리 기준을 통해서도 CEO의 관여 수준을 짐작 할 수 있다. 사후관리와 위기 관련 직원들에 대한 ‘책임추궁’이  CEO의 중요 관심사인 기업에게는 분명 취약성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취약성을 조사하는 이유는 그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함이다. 취약성을 발견해 내고 공론화 하기 힘들어 하는 기업은 어쩔수가 없다. 비슷한 위기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회사들이 그들이다.

     
     

6월 112008 Tagged with , , , , 1 Response

조직에서 바라보는 위기관리

많은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말하기를 “위기는 타이밍이다. 초기 몇시간이 위기관리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빨리 대응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이게 자연인으로 생각할 때는 참 편하고 당연하다…그런데 조직에 속한 실무자들 즉, 조직인들에게는 이렇게 허망한 요청이 없다.

우리 햄버거 제품에서 닭벼슬이 나왔다고 치자.  일선 프론트에서 한시간에 몇천원 받고 일하는 20살짜리 여학생에게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초기 대응…초기..초기..” 해보았자 제대로 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매니저를 불러도 여러가지 복잡한 조직인으로서의 입장과 한계 때문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에는 주저하기 마련이다.

자연인으로서 한 인간이 아니라 (아마 자신에 관한 위기라면 바로 대응이 가능하겠다…) 조직인으로서의 인간의 관점에서 위기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1. 전례
2. 권한위임
3. CEO 또는 상사의 특별 요청
4. 시스템
5. 맨트라(Mantra) – Shared Key Values

1. 전례

예전에 우리 햄버거에서 철사심이 나왔을 때 우리 동료들이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처리 했던 전례가 있으면 조직인으로서 나는 초기 대응이 비교적 쉽다. 당시에 우리 햄버거 무료 시식 쿠폰을 10장 주면서 미안하다고 해서 처리했으니…나도 그렇게 해 보면 되겠다 하는 것이다. 보통 많은 기업들의 위기관리가 이렇게 행해진다. 그러나 문제는 전례가 없던 위기상황이나, 위기상황이 전례 보다 크고 심각하거나, 전례에 따른 처리방식이 통하지 않을 때는 다시 난감해 진다.

2. 권한위임

프론트에서 일하는 시간제 직원은 고객의 모든 불만에 대해 “최대 1만원 가치 까지의 무료 시식 쿠폰을 제공해 관리 할 수 있다’는 권한 위임이 되어 있는 경우다. 어떤 주제의 위기라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상한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조직인으로서 상황을 판단해서 적절하다 싶으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대응하는 것이다. 이는 전례에 비해서 비교적 다양한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자신의 권한을 넘는 수준의 대응이 필요한 위기상황이나, 자신의 권한한계에만 의지하는 경우 도리어 나몰라라 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초기대응 이후 상사와 권한의 행사 폭에 대한 사후평가를 받는 과정에서 해석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3. CEO 또는 상사의 특별요청

회사 캠페인이나 본사의 요청등으로 각별하게 위기를 잘 관리해서 문제 0% 발생을 당분간 유지해라 특별히 명령 받은 케이스다. 비교적 전례가 없는 위기상황이나 권한위임의 폭을 약간 넘는 위기상황에도 유연하게 일선에서 대응이 가능하다.  문제는  단기간적인 이런 요청들이 마감을 하게 되면 그 때 부터는 다시 아무 대책없는 실무자들로 돌아 온다는 것이 문제다.

4. 시스템

이 경우 각 레벨의 권한위임이 아주 과학적으로 짜여져 있다. 유기적으로 조직 부문간에 책임과 임무들도 짜여져 있고 이에 따라 위기상황을 관리하도록 교육받고, 트레이닝도 받는다.  조직에서 매우 이상적인 체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스템 중심의 이러한 위기관리 체계는 개인의 유연적 사고를  제한한다. 분명히 가만히 들여다 보면 위기가 될 상황이라서 일선의 내가 잘 관리해야 하는데…하는 생각이 있으면서도…이건 내 임무와 역할에 지정되어 있지 않아. 그러니 그 관련 부서로 이임을 해야지…하면서 실기를 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위기관리 담당자들에게 영혼을 빼앗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5. 맨트라(Mantra) -Shared Key Value

이 경우에는 기본적인 시스템에 영혼을 입힌 경우다. 회사가 수십년간 일관되게 주문 외워 온 가장 핵심 가치들을 전 직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경우가 되겠다. 조직적인 측면에서 개인의 공통된 의지들을 하나로 모은 형태가 되겠다. 햄버거 프론트에서 일하는 시간제 어린 여학생들의 마음에도 ‘우리 회사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완벽한 햄버거를 만들고 있어. 그러니 어떤 품질상의 문제가 있다면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설명하고 사과하고 배상을 하고 상부에 보고해서 개선해야 하는 게 당연해…왜냐하면 우리는 이 세상 최고의 햄버거를 만드니까”하는 생각이 자연스러운 형태다. 이런 시스템은 고객들이 자신의 불만 그 이상의 사과와 배려를 일선으로부터 받게 되므로 극단적인 위기상황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일선에게 지휘관의 의도(CI)가 완전하게 공유되어 있기 때문에 CEO가 프론트에서더라도 그 여학생의 대응방식과 똑같은 방식으로 위기를 대응하게 된다. 유기적인 이런 시스템이 향후 조직에게 가장 효과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이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위기관리 시스템이다.

광화문에 컨테이너 장벽을 쌓은 경찰청장의 위기대응 방식은 상기 몇번의 시스템에 근거 한 것일까? 아마 1번 전례에 근거한 대응이 아닐까? 가장 기초적인…무시스템의 전형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