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면 더 불리하다? | ||||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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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TV 고발 프로그램들이 인기다. 고발 프로그램(탐사 취재 프로그램)으로 인해 기업들은 물론 정부기관들과 각종 조직들이 매주 하소연들을 늘어 놓고 있다. 기업 홍보담당자들이 만나면 거의 대부분 해당 프로그램들에 대한 억울함과 비난을 늘어 놓곤 한다. 기업이나 조직의 홍보담당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선이 다각화 되고 통제 둘째, 취재방식이 더욱 다양해 졌고, 공격적이 되었다. 매복 카메라, 몰래 카메라, 잠입 취재, 녹취 등 취재의 셋째, 인터넷의 활용이 극대화 되고 있다. 고발 프로그램의 PD들이 블로그를 시작했고, 문제는 이렇게 눈에 띄게 발전해 가는 방송 프로그램의 그들을 바라보면서 ‘재수 없어서 걸렸다’하는 생각을 일부 기업 실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런 말을 한다. “어떻게 인터뷰를 하고 대응을 해도 편집된 것을 고발 프로그램들의 편집 후 결과들을 잘 보라. 인터뷰에 응하거나 인터뷰를 거부한 사람들 중에 정확하게 이 모든 움직임과 메시지들이 모두 스스로 떳떳하고 공식적인 모습인가 한번 끊임없이 훈련 받고, 항상 주의하고, 본능적으로 그런 상식적인 기술을 시스템이 완벽해지면 고발 프로그램을 탓 할 일은 # # # |
고발 프로그램
고발 프로그램들이 좋아 하는 유형들
TV 고발 프로그램들이 ‘좋아하는’ 기업이나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유형들
- 말 바꾸기
- 변명하기
- 근거 없이 주장하기
- 사실이 아닌 답변 하기
- 논리 없이 횡설수설하기
- 잘 모르고 대답하기
- 오너십 없이 대응하기 (핑퐁치기)
- 말도 안 되는 사례나 비유 들기
- 조직 내에서 서로 다른 말 하기
- 오리발 내밀기
- 미친 척 하기
- 확언하거나 맹세하기
- 말 안 하기
- 말 질질 끌기
- 화내기
- 폭력 행사하기
- 카메라 렌즈 가로막고 만지기
- 욕하기
- 오만 방자 하기
- 카메라 앞에서 회유시도하기
- 웃기기
기업이나 조직들은 고발 프로그램과 맞닥뜨렸을 때 이상의 것들만 안 해도 본전은 건진다는 의미다.
근데 현실에서는 이상의 것들을 안 하기가 그렇게 힘들다…
그게 현실이다.
TV 고발 프로그램을 대하는 자세
최근들어 TV고발 프로그램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홍보담당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대부분 중소업체나 개인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하곤 하지만, 그 비판대상이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을 향하게 되면 즉각적으로 또는 일정시간이 경과된 이후에 직간접적으로 연락이 온다.
보통 이런 보도가 나가게 되면 홍보팀에게 가장 신경쓰이는 이해관계자는 ‘오너 또는 CEO’다 (사실 이게 현실아닌가?)
문제는 그분들이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시면 만사 이상무인데…그분들이 대노하신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보통 “우리 홍보팀은 뭐하는데야?” 정도 수위의 메시지들이 내려오면 홍보팀은 말 그대로 위기다.
당연히 홍보팀은 허둥지둥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우게 된다. 여기서 재발방지라는 것은 해당 고발 TV프로그램이 지적한 문제의 재발 방지라기 보다는 TV고발 프로그램에 우리회사가 방영되는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는 쪽으로 기울어 진다. (이 부분은 진정한 의미의 위기관리는 아니다)
TV 고발 프로그램을 경험한 기업들의 자세 또는 유형들을 한번 정리해 본다.
- TV 고발 프로그램 제작진에 대해 관계 형성을 도모한다. (심지어 작가들의 리스팅을 하거나, 사적으로 접근을 시도한다)
- 광고 철회나 법적인 대응을 검토한다.
- 비지니스 접점을 대상으로 언론 대응 기초들을 공유한다. (주로 Do’s and Don’ts)
- 좀더 나은 대응을 위해 미디어 트레이닝을 실시한다.
- 좀더 나은 역할과 책임의 분담 및 공유를 위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실행한다.
- 사내에 대변인을 지정하고 훈련한다.
- 좀더 나은 내부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한다. (지역이나 지점에 언론의 공격이 있을 경우 실시간으로 상황이 내부에서 공유되는 비상연락 시스템)
- 매뉴얼을 만든다. (이 부분은 거의 대부분이 심적인 안정감 때문이다…)
- TV 고발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대부분 취재주제들을 사전에 공지하면서 일반공중들의 고발이나 의견을 묻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집중한다)
- 오너 또는 CEO에게 TV 고발 프로그램의 제작 프로세스등을 브리핑해 드린다. (일종의 면역효과를 노림)
- 해당 TV고발 프로그램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담당자나 임원을 인사조치한다.
- 일선 홍보팀 인력들에게 언론관계를 강화하라 지시하면서 접대비 예산을 늘린다.
이렇게 많은 사후 대응 및 개선안들이 나온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이 것들이 대부분 안(Plan)으로 남아있다가 사라진다는 거다. 그 이유로는
- 오너 또는 CEO의 관심과 우려도가 점차 소멸된다.
- 긴급함에 비해 예산확보가 만만하지 않다.
- 위와 같은 시스템을 확보하고 나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면 더 이상 원인으로 제시할 부분들이 없어지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 인하우스 담당자들이 확실하게 그 결과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한다. (시스템의 얼개를 구체적으로 잘 모른다)
결국 상식적으로도 동일한 고발 프로그램은 반복되고, 그에 대응하는 방식이나 역량은 항상 제자리 걸음이다. 작년에 구멍났던 접점들이 또 우수수 뚤린다. 4주에서 5주 정도를 공부하고, 분석하고, 취재하는 고발 프로그램 제작자들 보다도 공부를 하지 않으니 당연히 상황파악이나 논리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고발 프로그램 한편 제작비 정도의 일부 투자가 아까워서 못한다.
그냥 어떻게 되겠지 하는거다.
이게 본능이니 어쩌겠나…저항할 수 없다.
위기에 대한 대응들은 왜 각기 다를까?
똑같은 위기도 대응하는 방식이 각 기업이나 개인마다 틀리는데 왜 그럴까?
예를들어 어떤 사람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선뜻 사과를 하고 나서는 반면, 어떤 사람은 변명을 하고 나중에는 배째라 한다. 불만제로나 여타 고발 프로그램을 보면 이런 선수들이 태반이다.
- 속여오던 저울을 가게 밖에다 내팽개치면서 발로 산산이 밟아 스스로 자해를 하는 횟집 주인.
- 중국산 찐쌀을 쓰다가 걸리니 찐쌀 영수증을 하늘에다 날려 버리면서 쌍욕을 해대는 쌀집 주인.
- 중고 자동차 허위 매매를 하다가 취재진이 다가가니 험악하게 카메라를 밀치고 욕을 해대는 자동차판매직원들.
- 택시 미터기를 따당치다가 인터뷰를 하자니까 욕을 하면서 내빼는 택시기사.
- 국민연금을 수십억 연체하면서 1년에 수십 번 해외여행을 다니다 취재진이 다가가니 욕설에 폭행으로 맞서는 부자 할아버지…
왜 이들은 적절한 위기관리 대신 이런 극단적인 행동으로 위기에 맞설까? 기업들도 일부 기업들은 그렇게 크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위기에 대해 비상식적인 대응을 하는데 이런 기업들은 왜 그런 걸까? 정치인들의 경우에도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정치인들 할 것 없이 거의 ‘배째라’식의 대응을 떳떳하게 하는데 왜 그럴까?
사람이나 기업이나 위기가 벌어지면 이 위기로 인해 내가 무엇을 잃을 것인지를 정확하지는 않아도 동물적인 감각으로 파악 해서 자신의 포지션을 정하게 된다. 인간적으로 어떤 부정적인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부인을 하고, 핑계를 대고, 자기 합리화를 하다가, 인정을 하게 되는데 이런 프로세스를 거치는 것은 정상적이다. (바람직 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프로세스를 무시하고, 단번에 극단적이고 비상식적인 대응을 하고 나온다는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 우리 가게 이름이 나가지 않고 내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 되는데 알게 뭐냐 할 수 있다는 거다.
- 국민이나 지역 주민들이 뽑은 나 같은 선량을 TV에서 일부 부정적으로 다룬다고 재선이 될게 안되나 하는 거다.
- 우리회사가 국내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회사 제품에 대해 일부 TV가 부정적으로 다룬다고 국민들이 다른 나라 가서 다른 제품을 살까 하는 안심이 배경인거다.
- 어짜피 우리 제품들은 B2B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이 욕을 해도 별로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이다.
- 정부에서 밀어주는 사업에 대해 왈가왈부해봤자 어차피 정부 돈은 회사로 들어오게 되어 있어 행복하기 때문이다.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그런 대응들이 나온다는 거다. 잃을게 적거나 없는 거다.
그러면 이들이 정상적인 위기 대응에 나서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행동하는 시민들이 많아져야 한다. (최근 블로고스피어를 통해 active 한 시민들이 많아지는 것이 바로 향후 기업들의 위기관리 수준을 높여주게 될 좋은 신호라고 본다)
- 각종 NGO들이 좀 더 공정하게 기업이나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기존 NGO들이 사회 권력화하는 현실은 기업 위기관리 수준 발전에 중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미디어가 촉매의 역할은 물론 해결의 능력까지를 갖추어야 한다. 탐사취재의 철학을 제대로 살릴 수 있어야 한다.
- 정부가 더욱더 여론과 법규에 민감하게 움직여야 한다. 정부가 덤터기를 쓸 일은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 기업 스스로 맨트라에 충실해야 한다. (내부 자발적인 맨트라 우선주의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외적인 충격을 통해서라도 억지춘향식으로라도 일단은 우선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나 소비자들이나 모두 편하다. 좀 더 나은 기업과 사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