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커뮤니케이터들이 자사 제품의 안전성 등과 관련 된 위기에 봉착했을 때 첫 번째로 주장하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사실 이 함유 물질이라는 게 인체에는 영향이 미미한 수준이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을 해서 문제에요…’이다.
일단 제품에 들어가거나 함유되지 말아야 할 것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는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그게 사실 영향이 없이 미미하기 때문에…이렇게 까지 난리를 칠 문제는 아니다 라는 포지션에 최초부터 무게를 많이 둔다. 사실 억울하기도 하겠다.
이 상황에서 커뮤니케이터들은 오디언스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을 하고 ‘좀 더 알기쉽게 이해’ 시키기 위해 ‘비유’라는 날선 칼을 섣불리 뽑아드는 유혹을 버리지 못한다.
예를들어, (사실과는 관계없음)
- 우유에 든 OOO은 60kg 성인이 하루에 100리터씩 연속 10년에 걸쳐 마셔야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 이 제품에 든 호르몬의 함유량은 아주 적어서 인체에 흡수 되더라도 태평양에 소주잔 하나 정도의 물을 붓는 것과 같다.
- 이 와인에 든 살충제 잔여 성분은 무시할 수 있는 정도로 매일 2-3병씩 20-30년에 걸쳐 마셔도 문제가 없다.
- 이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골퍼가 맑은 날씨에 골프를 치다가 벼락에 맞을 확률 보다 더 적다.
- 이번 처럼 비행기가 추락한 경우는 여러분들이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당할 사고의 10만분의 1이다.
뭐 이런 식의 그럴듯한 비유를 하곤 한다.
내심 커뮤니케이터들은 모여서 이런 메시지를 보고 무릎을 탁 치면서 ‘역시 프로야. 이렇게 알기 쉽게 비유를 멋지게 하다니 말이지. 자…이런 우리의 메시지를 듣고도 이해를 못 하는 오디언스들은 다 문제가 있어…좌익이나 변태들일 꺼야…’ 이런 공감대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핵심은 오디언스들의 마음이라고 했다. 아무리 좋고 적절하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면서 피부에 와 닿는 비유라고 해고 오디언스의 마음이 닫혀 있는데 무슨 소용이 있나. 콩으로 메주를 쓴다 해도 안 믿는다는 데 어쩔껀가.
닫힌 마음에 대고 아무리 메시지라는 창을 날려 봤자 힘만 드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일단 오디언스의 마음에 공감 하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닫힌 문을 함께 천천히 열어가라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비유도 그다음이라는 말이다.
아직 말도 못하는 아기가 먹어치운 우유병을 보면서 불안해하는 엄마의 마음을 열라는 거다. 그 엄마의 머리통을 때리면서 ‘이 바보야…인체에는 아무 상관이 없다니까…이 빙신아…;하는 기업이 되지 말자는 거다. 그 엄마의 불안함을 같이 진정성을 가지고 느끼고 그 엄마와 대화를 하려 노력하려는 거다. 같은 입장이 돼서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공감을 하자는 거다.
그 이후에 그 엄마가 눈물을 닦고 기업에게 ‘진짜 이 우유가 안전한 게 확실한가요? 진실을 말해 주세요. 네?’ 할 때 …그 때 적절한 비유를 들어 커뮤니케이션 하자는 거다. 그때 가야 메시지의 흡수가 가능하고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아닌가.
멋진 비유. 좋다. 하지만…커뮤니케이션에는 순서와 타이밍이 있다. 이 부분에 민감하게 신경을 쓰지 않고 메시지의 배열을 교과서적으로 때려 넣어 날리는 커뮤니케이터는 진정한 프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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