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

10월 082008 Tagged with , , , , , , , , , 4 Responses

위험한 칼 – 비유

기업 커뮤니케이터들이 자사 제품의 안전성 등과 관련 된 위기에 봉착했을 때 첫 번째로 주장하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사실 이 함유 물질이라는 게 인체에는 영향이 미미한 수준이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을 해서 문제에요…’이다.

일단 제품에 들어가거나 함유되지 말아야 할 것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는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그게 사실 영향이 없이 미미하기 때문에…이렇게 까지 난리를 칠 문제는 아니다 라는 포지션에 최초부터 무게를 많이 둔다. 사실 억울하기도 하겠다.

이 상황에서 커뮤니케이터들은 오디언스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을 하고 ‘좀 더 알기쉽게 이해’ 시키기  위해 ‘비유’라는 날선 칼을 섣불리 뽑아드는 유혹을 버리지 못한다.

예를들어, (사실과는 관계없음)

  • 우유에 든 OOO은 60kg 성인이 하루에 100리터씩 연속 10년에 걸쳐 마셔야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 이 제품에 든 호르몬의 함유량은 아주 적어서 인체에 흡수 되더라도 태평양에 소주잔 하나 정도의 물을 붓는 것과 같다.
  • 이 와인에 든 살충제 잔여 성분은 무시할 수 있는 정도로 매일 2-3병씩 20-30년에 걸쳐 마셔도 문제가 없다.
  • 이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골퍼가 맑은 날씨에 골프를 치다가 벼락에 맞을 확률 보다 더 적다.
  • 이번 처럼 비행기가 추락한 경우는 여러분들이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당할 사고의 10만분의 1이다.

뭐 이런 식의 그럴듯한 비유를 하곤 한다.

내심 커뮤니케이터들은 모여서 이런 메시지를 보고 무릎을 탁 치면서 ‘역시 프로야. 이렇게 알기 쉽게 비유를 멋지게 하다니 말이지. 자…이런 우리의 메시지를 듣고도 이해를 못 하는 오디언스들은 다 문제가 있어…좌익이나 변태들일 꺼야…’ 이런 공감대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핵심은 오디언스들의 마음이라고 했다. 아무리 좋고 적절하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면서 피부에 와 닿는 비유라고 해고 오디언스의 마음이 닫혀 있는데 무슨 소용이 있나. 콩으로 메주를 쓴다 해도 안 믿는다는 데 어쩔껀가.

닫힌 마음에 대고 아무리 메시지라는 창을 날려 봤자 힘만 드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일단 오디언스의 마음에 공감 하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닫힌 문을 함께 천천히 열어가라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비유도 그다음이라는 말이다.

아직 말도 못하는 아기가 먹어치운 우유병을 보면서 불안해하는 엄마의 마음을 열라는 거다. 그 엄마의 머리통을 때리면서 ‘이 바보야…인체에는 아무 상관이 없다니까…이 빙신아…;하는 기업이 되지 말자는 거다. 그 엄마의 불안함을 같이 진정성을 가지고 느끼고 그 엄마와 대화를 하려 노력하려는 거다. 같은 입장이 돼서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공감을 하자는 거다.

그 이후에 그 엄마가 눈물을 닦고 기업에게 ‘진짜 이 우유가 안전한 게 확실한가요? 진실을 말해 주세요. 네?’ 할 때 …그 때 적절한 비유를 들어 커뮤니케이션 하자는 거다. 그때 가야 메시지의 흡수가 가능하고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아닌가.

멋진 비유. 좋다. 하지만…커뮤니케이션에는 순서와 타이밍이 있다. 이 부분에 민감하게 신경을 쓰지 않고 메시지의 배열을 교과서적으로 때려 넣어 날리는 커뮤니케이터는 진정한 프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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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2008 Tagged with , , , , 0 Responses

위험한 비유와 지식의 저주

기름값 고공행진… 손석희 ‘날선 질문’에 정유사협회 대표 ‘쩔쩔’

“라면에도 권장소비자가격이라는 게 있습니다. 생산업체가 라면을 대형할인마트, 편의점, 슈퍼마켓에 공급을 하죠. 그런데 각각 다른 판매가격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윤삼 대한석유협회 산업홍보본부장)

“비유를 자꾸 그런식으로 하다 보면 논리적 비약이 생길 수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지금 라면으로 예를 들었으니까 말씀드리겠는데요. 어느 특정업체 라면회사가 어느 슈퍼에다가 이 슈퍼는 우리 라면만 판다고 간판을 내걸어라 하진 않지 않습니까?” (손석희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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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터뷰나 대화를 하면서 비유를 많이 한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사안을 다른 사안에 빗대어서 유사하게 또는 더욱 알기쉽게 풀어 설명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비유라는 것이 100개중에서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은 1-2개다. 각 사안마다 context가 틀리고, 모든 성질이 틀리기 때문에 아이디어 수준에서 ‘비유’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전략적인 메시징 스킬에 있어서도 비유를 하면서 타업종이나 타사의 사례를 끌고 들어오는 것은 오히려 논점을 확대하거나 더욱 복잡하게 이끄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리 권장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얕은 비유는 화자의 주장을 값싸게 하는 느낌이 있다. 글로 적을 때는 어느정도 이해의 보완이 가능해 보이지만, 말로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 것은 초등학교 교사에게만 권장된다.

그러면, 대한석유협회의 이번 비유는 어땠나? 일단 100% 적절한 비유가 아니었다.

그러면, 협회가 바보가 아닌 이상 왜 이 비유가 적절하다고 생각했을까? 답은 화자의 입장에서 메시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청자의 입장에서 해당 메시지를 다시한번 점검했었다면 이런 실수는 없었을 것이다.

메시징을 할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이 ‘지식의 저주’다. 나는 당연히 아는데 왜 저들은 모를까? 이렇게 단순하고 당연한 것을 왜 저들은 모를까? 하는 생각이 효력없는 메시지를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