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 기고문]
이해관계그룹과의 갈등, 대응을 위한 전략적 고려 사항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공장을 짓지 말라고 주민들이 피켓 시위에 나섰다. 소각장을 추가로 건설한다니 주변 마을에 대책회의가 꾸려졌다.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환경 오염을 탓하며 공장 앞 도로에 들어 누었다. 군의회 의원들과 군수가 새로운 시설 공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지역 언론사 기자들이 자꾸 전화 해 오고 부정적인 기사를 연속 게재 한다. 시설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과 대책위가 밴드 모임을 만들어 매일 수백 건의 부정 포스팅을 공유하고 있다.
지역주민, 지역정부, 각종 지역 단체, 지역 언론, 정치단체… 지방에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이런 추가적 이해관계자들과 마주한다. 이를 통틀어 지역 커뮤니티(local community)라고 부른다. 생산시설의 입지 선정에서 건립 그리고 운영, 그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새로운 시설의 확장이나 추가 공사 등등 거의 모든 기업 행위에 대해 지역 커뮤니티는 일거수 일투족 관여하고 싶어한다.
갈등이 이내 풀리면 다행이지만, 갈등이 점차 심각해 지고 이에 대해 추가적인 이해관계자들이 개입되기 시작하면 이 이슈는 걷잡을 수 없게 되어 버린다. 각종 시위와 부정기사 그리고 강력한 견제 조치들이 나타난다.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갈등과 반복은 점점 더 심화된다.
정부의 국책사업 같은 경우에는 이런 갈등을 염려 하면서 정무감각을 발휘 해 시간을 십여 년 이상도 곧잘 흘려 버리고는 하지만, 기업의 활동은 그렇게 오랫동안 시간을 끌지 못한다. 그 이전에 회사가 망해 버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대안을 찾아보려 해도 쉽지 않다. 일부에서는 돈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도 절대적 대안은 아니다. 만나고 싶어도 만나주지 않는 이해관계자들. 만날수록 악감정만 쌓이는 관계. 일방적으로 자기의 주장만 반복하는 사람들. 근거 없는 루머를 나르는 공격적인 언론. 이런 갈등을 관리하기 위한 방법은 과연 어떤 것일까?
다양한 지역 커뮤니티와의 갈등을 관리하기 위해 돌아보아야 하는 전략적 고민들을 한번 정리 해 본다. 이 모든 고민들이 하나 하나 정확한 해결책을 그대로 이끌어 낼 수는 없다 해도, 돌아보며 깊이 살피다 보면 문제 해결을 위한 작은 실마리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고민 주제 :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가를 확정하라
지역 커뮤니티의 표면적 행동을 보고 문제를 정의하지 말자. 그들이 반대한다면 반대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를 들여다 보려 노력하자. 그들의 주장을 듣고 보고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마음속을 읽어 보려 노력해 보자.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해결의 대상인 ‘문제’가 과연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큰 보상 즉, 돈을 원합니다.” “사람들은 공장 이전을 원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공장 발 환경 오염 때문에 못살겠다는 거죠” 이렇게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때도 있다. 지역 커뮤니티가 단 한가지의 핵심 문제와 단순한 해결책에만 몰입해 있는 경우가 아닐 수도 있다. 문제 해결 방법이나 전략에 대해서 논하기 전 해당 갈등을 관리하려는 기업은 문제의 핵심을 보다 정확하게 분석해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고민 주제: 지역 커뮤니티 속 이해관계자들을 분석하라
크게 분류하지 말자. 더 이상 쪼갤 수 없을 만큼 세부적으로 잘라 분석해 보자. 지역 주민. 지역 환경 단체. 이런 분류도 너무 크다. 지역 주민들을 해당 문제에 대한 입장별로 좀더 분석해 작게 분류 해보자. 미묘한 입장 차이가 보일 것이다. 문제를 정의하는 접근방식도 다 다를 수 있다. 마음속으로 바라는 해결책도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지역주민은 우리 공장의 증설을 반대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이해관계자들을 단순화 하고 획일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역 주민들 중에서도 공장 인근 아파트 주민과 공장에서 3km 떨어진 별장 주민들간에는 다름이 있을 것이다. 공장 인근 아파트 주민 중에서도 우리 공장에 출근하는 직원 가족과 일반 주민들과는 또 다름이 있을 것이다. 지역 주민 중에서도 노인들의 입장과 젊은층의 입장이 미세하게 다를 수도 있다. 당연히 그들이 문제라고 바라보는 주제와 생각하는 해결책도 각기 다를 것이다.
세 번째 고민 주제: 누가 그 이해관계자들을 리드하고 있는지 확인하라
리더 없이 민주적으로 여럿이 단순히 모여 기업을 반대하는 활동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꼭 그 이해관계자 그룹을 리드하는 리더들이 있다. 갈등을 조장하는 주체라고도 한다. 이들에게는 대부분 표면적인 주장과 내심의 의도가 별도로 존재한다. 진정으로 공장 주변 환경이 개선되기 원할 수도 있지만, 마음 속으로는 이번 반대 투쟁을 성공적으로 리드해서 군수직에 출마해 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금전적 이해관계 때문에 투쟁을 리드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인근 경쟁사의 사주를 받았을 수도 있다. 정말 단순히 할 일이 없고, 나서기 좋아해서 완장을 찬 리더도 있을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분류 또한 중요하다. 기업측에서 그냥 이름만 외우고, 성향을 대략적으로 파악만 해서는 제대로 갈등을 관리하기는 어렵다.
네 번째 고민 주제: 우리의 입장과 함께 해결책/대안을 정리하라
실행에만 몰두하는 기업은 갈등을 제대로 풀기 어렵다. 실행은 실행이지만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정확한 입장과 그에 대한 메시지 준비다. 더 나아가 부정적인 입장과 관점을 피력하며 싸우는 상대에게 제시 할 해결방안 마련이 필수다.
일반적으로 갈등을 관리하려 시도하는 기업들은 입장 정리와 해결책에 있어 부족한 한계를 드러낸다. 유연성을 발휘하거나, 단계적인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준비가 덜되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깊은 내부 고민을 통해 그런 준비를 최대한 완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종의 로드맵의 준비다.
그래야 지역 정부를 만나 해결책을 제시해 볼 수 있다. 지역 언론에게 유효한 대안을 던져 볼 수도 있다. 그걸 가지고 반대 하는 이해관계자 리더들과 윈윈하는 구도를 만드는 시도를 해 볼 수도 있다. 지역 주민들을 설득할 수는 없어도, 뚜렷한 대안 제시가 있어야 반대 여론을 지금보다 줄여 나갈 수 있게 된다.
다섯 번째 고민 주제: 활용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들을 최대한 골라 내라
갈등의 구도를 회사 대 이해관계자. 이런 구도로 단순하게 파악해서는 안 된다. 찾아보면 활용할 수 있는 우호적이거나 중립적인 이해관계자들은 존재한다. 그 이해관계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도 보인다. 그들의 생각도 읽고 공감해 보자. 그들에게 우리 회사를 위해 목소리를 내 줄 수 있을지를 물어보자.
그 이전에 갈등 이전과 갈등 발생 초기부터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할 일을 제대로 했었어야 회사를 위해 나서 줄 이해관계자나 영향력자들이 많아진다는 것을 이해하자. 갈등을 관리함에 있어 회사가 온갖 무리수를 두고, 갈등을 격화 시켜 이미 손 쓰기 어려운 지경까지 만든 후에는 우호적인 이해관계자나 영향력자라고 해도 스스로 나설 수가 없게 된다. 자칫 잘못하면 그들까지 반대의 타겟이 될 수 있어서다.
운 좋게 회사를 위해 할 말을 해주고, 도움을 줄 수 있다 하는 이해관계자나 영향력자를 만난다면, 갈등은 보다 긍정적으로 해결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도움을 준 그들에게 후의를 표하는 것은 나중이다. 그것을 먼저 걸고 다가가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여섯 번째 고민 주제: 앞의 모든 고민이 완료되면 전략을 짜자
가능한 활동 방향과 그 주체들을 쭉 펼쳐 놓아 보자.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 보기 보다는 하나 하나 중요한 우선순위 대로 풀어 보자. 정확하게 목표를 설정해 보자. 1차 목표는 무엇인가? 그 목표 달성이 힘들게 된다면 2차 목표는 무엇이어야 하나? 3차 목표라고 한다면?
그 각각의 목표 하에 실행 가능 방안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그 실행의 근간이 되는 해결책과 대안 제시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어야 할까? 누구를 주 타겟으로 그 실행이 진행되어야 할까? 그들로부터 어떤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나? 예산은 어느 정도로 정해 갈 것인가? 시기는? 이런 많은 질문들에 스스로 답 할 수 있어야 한다.
일단 해보자. 하면서 생각해 보자. 되는대로 만나보자. 예산은 그때 그때 산정해서 쓰자. 이런 방식으로는 갈등을 관리하기 어렵다.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혼란스럽다 해도, 그 중 스스로 통제 가능한 것들을 먼저 꼽아 보자. 그 것들부터 어떻게 실행과 연결 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자. 정확한 목표를 세팅하는 것은 필수다.
일곱 번째 고민 주제 : 실행 시 불필요한 환경은 절대 조성하지 말자
반대 주민들의 단체 카톡방에 몰래 가입해서 대화를 들여다 보지 말자. 들여다 보더라도 댓글을 달다 걸리지 말자. 작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해서도 안 된다. 매수 하려 했다는 둥, 협박을 했다는 둥의 빌미가 될 일은 하지 말자. 토론회에 나가서 물리적 접촉을 만드는 것도 피하자. 화가나 결국 막말을 하고, 삿대질을 하게 되는 상황도 가능하면 피하자.
실행의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다 해도 충분히 누구나 볼 때 적절하지 않게 보이는 실행은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오얏 나무 아래에서 갓 끈을 고쳐 매는 짓은 미리 미리 경계하자는 것이다. 그런 부주의 한 실행을 하게 되면, 핵심적인 문제의 해결 보다는 그 실행에 관한 논란을 해결 하기 위해 품이 더 들어가게 되니 문제다. 그 실행에 대한 논란이 또 다른 논란을 낳는다. 그런 실행이 계속 반복되면 그 후유증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결국에는 핵심 문제는 시야에서 멀어지고 불필요한 논란들로만 시끄럽게 된다. 원래 이슈가 뭐였지? 이런 이야기가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여덟 번째 고민 주제: 전문적인 팀을 꾸려 실행하자
지역 정부와 의회 사람들을 만나려 공장장과 총무 직원이 나간다. 지역 언론을 만난다고 회사 대표가 뛰어 다닌다. 지역 주민을 만나는데 노조위원장이 나선다. 반대 주민들의 단체 카톡방을 관리(?) 한다고 일선 직원들을 독려한다. 이런 경우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지만, 성공을 위해 중요한 것은 해당 실행팀이 얼마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인맥이 좋다. 이 지역 유지 수준이다. 지역 대표적인 명문고등학교를 나왔다. 술을 잘 마신다. 이런 기준이 유일한 경쟁력이어서는 어렵다. 이미 계획된 실행을 정확하게 해 낼 전문성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가를 따져 보자. 필요하다면 전문가 지원이나 코칭을 받을 수도 있다. 최소한 문제가 될 실행에 대한 사전적인 리뷰라도 그들에게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아홉 번째 고민 주제: 순리가 문제를 푼다. 순리를 잘 따르자.
모든 것은 순리대로 작동된다. 순리에 역행하려 하니 큰 문제가 되고 갈등이 커진다. 순리 앞에서는 모두가 숙연해 진다. 그렇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갈등을 풀려는 기업에서는 그 순리를 디자인 한다. 순리대로 문제를 풀려고 지속적으로 시도한다. 명분을 가지고 긍정적인 접근을 한다.
만약 회사가 가진 플랜이 일부나 상당부분 순리를 따르지 않는 것이라면 아예 미리 포기하자. 순리를 거슬러서 성공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갈등은 갈등대로 키우고 더 큰 재앙을 맞게 될 수도 있다. 갈등이 생겨나면 주위의 유력한 이해관계들은 대부분 이렇게 조언 할 것이다. “순리대로 문제를 푸세요” 그 말이 정답이다.
마지막 열 번 째 고민: 평소에 잘해 놓자
사람들은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좋고 나쁨을 감각으로 먼저 느낀다. 지역에 있는 공장이 평소 지역주민들에게 극진하게 잘 해 주고 있었다면 옳고 그름은 훨씬 긍정적으로 해결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마음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사소한 문제라도 그 때 그때 해결해 주는 평소 노력이 그래서 필요하다.
어떻게 긍정적으로 관계를 맺어오고 있었는지는 매우 중요한 갈등 관리의 자산이자 기반이 된다. 그렇지 못한 기업 때문에 낯선 갈등이 생긴다. 평소 지역 켜뮤니티에서 두고 보자 했던 경우라면 더욱 더 갈등 관리는 불가능해진다.
홍보를 퍼블릭 릴레이션(Public Relations)라고 부른다는 것을 기억해 보자. 지역 커뮤니티와의 우호적 관계 맺기를 그렇게 부를 수도 있다. 순리에 기반해 전략을 세워 관계로 풀자. 이게 핵심이다. 말은 쉽다 하겠지만, 이상의 고민 없이는 갈등을 풀 기회도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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