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꼭 위기 시에만 싸우지 말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평시에도 일반 공중과의 싸움은 기업에게는 금물이다. 일반 공중이라는 것 자체가 실체가 없다. 어렵게 싸워서 얻을 것도 없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위기가 발생 해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위기관리 시기에 있어 일반 공중과의 전면전이나 집중적인 대결은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기업에 위기가 발생되면 내부적으로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 “사람들이 너무 이 분야를 잘 몰라”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들 한 마디씩 하니 미치겠네” “사람들이 정말 무식해, 합리적이지도 않고, 그냥 이리저리 휩쓸리면서 비판만 해대는군” “억울해서 미치겠어. 사람들이 왜 저렇게 벌떼처럼 몰려들까? 상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위기를 맞은 그 회사 내부에 들어가 있으면 이런 푸념들이 이해가 된다. 공중은 절대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이거나, 정보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거나, 차분하거나, 교양 있지 못하다. 이를 평소에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자주 강조하지만, 위기를 맞은 기업의 위기관리팀은 이내 그런 전제를 망각하곤 다시 똑 같은 푸념을 한다.
게다가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환경이 이런 푸념들을 자극한다. 예전에는 기업이 일반 공중의 비판을 피부에 와 닿게 느낄 수 있는 채널이 그리 많지 않았다. 문제가 발생했을 대 회사로 걸려오는 사람들의 항의전화나, 영업이나 매장 또는 거래처 일선에서 들어오는 이야기들, 홍보실을 통해 수렴되는 기자들의 이야기 정도가 일반 공중의 일부 여론을 감지할 수 있는 통로였다. 그나마 일선에 있지 않는 의사결정자들은 그 마저 간접적인 보고로 약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채널들이 실시간으로 왱왱대고 있다. 위기를 맞은 기업의 구성원 누구든 바로 몇 번만 클릭하면 생생한 날 것 그대로의 공중 반응을 목격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보다 더욱 더 자세하고, 강렬하고, 아프고, 심각하게 느껴지는 비판을 두 눈으로 접하게 돼 버린 것이다. 당연히 간접적으로만 느끼던 의사결정자들은 일반 공중의 반응을 달리 보기 시작하게 된다. 실제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공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지금이라도 어떻게든 당장 그들을 설득하거나 맞서지 않는다면 금새 회사가 망가져 버릴 것 같은 착시를 가지기도 한다.
흥분한 의사결정자들은 위기관리팀에게 “어떻게든 해보라”는 지시를 한다. 엄청난 산불이 번져오고 있는데, 위기관리팀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말이 되는가 하는 것이다. 자신이 읽었던 이곳 저곳의 댓글을 읽어보라고 한다. 사실이 아닌 것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회자되고 있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어쩌자는 거냐고 이야기한다. 일부에서는 악의적인 공중들이 보이는 데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든 통제해야 하겠다는 이야기도 한다. 법무팀이 동원되고 로펌을 만나러 다니면서 대응을 위해 그 각각의 악의를 평가하기도 한다.
흥분을 가라 앉혀라
흥분을 조그만 가라 앉히고 기본으로 돌아가 보자. 현재 자사가 관리해야 하는 것이 위기 그 자체인지 아니면 일반 공중들의 비난과 비판인지를 먼저 갈라 생각해 보자. 일반 공중의 그러한 이상 행동들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기억해 보자는 것이다.
맞다. 위기의 내용으로부터 온 것이 아닌가? 위기 그 자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이 골치 아픈 일반 공중들도 조용해 지지 않게 될 것 아닌가? 그렇다면, 당면한 위기를 한 시간이라도 빨리 해결해 마무리 해야 일반 공중들의 이상 행동도 점차 잠잠해 지고, 그들로부터의 고통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위기가 ‘병’이라면, 일반 공중의 이상행동들은 하나의 ‘증상’일 뿐이다. 넘어져 팔꿈치가 크게 까졌다, 그래서 팔꿈치와 전신에 걸친 고통을 느끼고 있다 생각해 보자는 거다. 그 고통을 점차 없애기 위해서는 빨리 병원에 가서 까져서 피가 흐르는 상처 자체를 치료해야 한다. 그 뿐이다. 너무 아프다면 진통제를 먹어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치료를 건너뛰거나 포기하며 진통제만 먹고 그 상처가 아물 때만 기다릴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간단한 우선순위와 역량집중에 대한 이야기도,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금새 잊어버리는 기업 위기관리팀이 있다. 일반 공중의 비난과 비판이 너무 아파서다. 위기관리의 핵심은 일단 차치하고, 자꾸 앞으로 나가 실체 없는 일반 공중들에게 하소연 하고, 해명을 시도한다. 일일이 그들의 이야기에 끼어 들어 정보를 확산시켜보려 노력한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는 공간에서 이런 저런 설명을 한다. 그러다가 지나치게 악의적인 공중으로 보이는 사람들과는 또 맞서 싸우기까지 한다. 스스로 그걸 위기관리라 생각하는 직원들도 있다. 착각이다.
증상과 싸우지 마라
항상 기억하자. 위기관리 역량은 유한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해관계자 개념을 빨리 이해하고, 그간에 우선순위를 두어 초기 대응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가장 중요하게 관리해야 하는 이해관계자가 있고, 조금의 시간차나 대응차를 두어 관리해야 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있어야 한다. 문제의 일반 공중은 사실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일 경우도 적고, 우선순위를 높이 둘 수 있는 대상도 아닌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기업이나 유명인이 어떤 부정적인 일을 저질렀을 때면, 많은 사람들은 각자 한마디씩 이야기 하기 마련이다. 당연히 그 이야기의 대부분은 그 부정적인 일과 관련된 아주 부정적인 것들이다. 서로 서로 부정적인 의견들을 주고 받다 보면, 더욱 더 부정적인 정보들이 공유되고, 그것이 사실이건 사실이 아니건 다시 사람들은 한마디씩 더욱 부정적인 의견을 덧입히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을 그냥 바라만 보면서 아랑곳 하지 말라는 조언은 절대 아니다. 우선순위를 기억하자는 것이다. 그런 주변의 부정적인 이야기와 의견들은 모니터링을 통해 꾸준히 분석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어떤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지 알아야, 위기관리에 있어 입장을 정리하고, 보다 효과적인 핵심 메시지를 디자인 할 수 있어서다.
신속한 위기관리와 함께 모니터링을 통해 잘 준비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초기 일반 공중의 비난과 비판들을 점차 희석시키는 핵심이다. 이런 전략적인 대응이 그들의 운동장에 뛰어 들어가 그들 하나 하나의 그림자와 맞서 싸우는 노력보다 효과가 더 나을 것이다.
우선순위로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이 핵심
한두 마디씩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던 사람들도 점차 지쳐갈 것이다. 거기에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 전략적으로 위기를 관리하고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추가적으로 쏟아 부을 부정적인 의견도 밑천을 드러내기 시작할 것이다. 지속적으로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이 업데이트 되게 되면, 여기 저기 잔불만 남고 대부분의 공중들은 그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런 결과가 성공적인 위기관리의 결과다.
기업이나 유명인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먼저 그 위기를 그대로 잘 들여다 보아야 한다. 이 위기로 인해 우리나 또는 내가 잃을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살펴 꼽아 보아야 한다. 그 다음에 그렇다면 그런 잃음을 만들어 낼 수 있거나, 그 잃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해관계자들을 살펴야 한다.
당연히 그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읽고, 그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다. 그 핵심 이해관계자들이 바라고 직간접적으로 조언하는 바를 찾아 해결하는 것이 위기관리가 된다. 어찌 보면 부정적인 이해관계자들을 무력화 시킨다는 의미와도 뜻이 통한다.
절대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익명의 여러 공중들과 싸우지 말아야 한다. 기업에게는 기업공식 계정이 있을 것이고, 유명인 개인에게는 개인 계정이 있을 것이다. 공히 그러면 안 된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얻을 것이 없다. 당면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래서는 안 된다.
자사나 자신의 원통함을 해소 하겠다면서 마구잡이식으로 언론 인터뷰를 하고, 세세하게 상황을 설명하는 것도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이 위기관리에 도움이 된다면 모르지만, 단순하게 일반 공중들의 부정적인 인식과 잘못된 이해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면 그리 권장 할 만하지 않다. 더구나 논란에 불이 붙어 뜨겁게 불타 오르고 있는 그 순간에 장황한 인터뷰와 심경고백은 오히려 아주 좋은 새 장작이 될 것이다.
여러 지인들을 만나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면서 일반 공중의 무리함을 지적하는 것도 유효하지 않아 보인다. 심리적으로 하소연은 하고 싶고 일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 한다 해서 큰 흐름이 바뀌지는 않으니 그렇다. 오히려 더 여러 이야기들이 두서 없이 퍼져나갈 것이다.
악의적인 공중들에게 소송을 하는 경우도 그렇다. 번지는 산불을 진화하겠다고, 극약 처방을 쓰는 셈인데,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선 이런 광범위한 소송전은 더욱 더 일반 공중의 비난을 생성시킨다. 오히려 악의를 가진 공중 일부를 더욱 더 단단하게 결속시켜 버리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작업(?)을 통해 일반 공중의 부정적인 의견을 희석하거나, 조작하려 하는 시도도 위험하다. 일부 기업들이 위기 시 상당한 예산을 들여 온라인 여론에 영향을 주려 애쓰곤 하는데, 사실 그 자체는 대부분 내부 정치적인 목적이 짙다. 최고 의사결정자에게 위기관리팀이 이렇게라도 맞서고 있다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함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들불처럼 번지는 부정 의견을 깨끗하게 희석하지도 못하고, 제대로 맞서 해명에 성공하는 경우도 별로 보지 못했다. 오히려 비밀스러운 작업을 들키거나, 스스로 드러내어 공중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들이 생기곤 한다.
해야 한다면 집중 해 압도적으로 하라
만약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면,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면 압도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권장된다. 준비된 채널을 통해 준비된 메시지를 광범위하게 전파하는 것은 권장할 만 하다. 그러나 그 이외에 산발적이고, 목적과 기준이 모호하고, 개인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은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싸우고, 지우고, 댓글을 달고, 복사해 붙이고, 아는 언론인들에게 전화 걸어 원통함을 호소하고, 세세한 내용들을 아주 길게 써서 익명의 여러 공중들에게 배포 게시하고, 소송을 걸고 하는 이 모든 대응들은 일반 공중을 향한 것으로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렇게 하고 싶어도 일단 한발자국 물러나 실제 관리해야 할 위기에 역량을 집중하자.
상처를 신속하게 잘 치료해서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자. 고통 그 자체에 너무 주목하지 말자. 상처가 사라지면 고통도 사라지게 마련이다. 사람은 상처 때문에 앓다 죽는다. 고통 그 자체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나 유명인이나 위기를 맞았을 때 이 이야기를 꼭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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