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72010 Tagged with , , , , , 7 Responses

위기시 소비자와 일반공중의 여론, 진짜 무서울까?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기업내부 위기관리팀은 여러 주변 이해관계자들을 변수로 설정하고, 그 이해관계자들 각각이 향후 어떤 영향(위협적 행동)을 우리에게 끼칠 것인지 예측 한다.

기업위기시 주요 이해관계자들:

  • 소비자
  • 일반공중 (커뮤니티 포함)
  • 언론
  • 정부 규제기관(국세청, 공정위, 식약청, 주요 관련 부처들)
  • NGO
  • 국회
  • 거래처
  • 투자자
  • 주주
  • 직원
  • 경쟁사
  • 그 외

이들 기업 내 최고의사결정그룹은 각 이해관계자들의 향후 움직임(활동)에 촉각을 세우게 되고 그 여파를 가늠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전체적 위기관리 플랜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 대해 최근 기업내부에서 얻은 공통적 인사이트 하나.

기업이 체감하는 이해관계자 ‘소비자와 일반공중’의 영향력은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영향력 보다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는 것에 놀란다.

얼핏 보기에 기업은 소비자나 일반공중들에게 상당히 민감하게 대처하는 듯 하지만, 다른 주요 이해관계자들에 비해 그들로부터는 직접 피부에 와 닿는 행동들이 별반 없다는 것에 안도하는 듯 하다.

기업 위기시 이해관계자들 각각으로부터 타격 받을 있는 직접적 위협들: 

  • 언론: 부정적 기사와 보도 그리고 논설 등
  • 정부규제기관: 라이센스 제한, 법적인 규제안 발표, 감사, 압수수색, 벌금부과 등
  • NGO : 집단소송, 불매운동, 항의시위, 기업 고발, 소액 주주 운동 등
  • 국회: 국정감사, 기업 고발, 규제법안 발의 등
  • 거래처: 계약해지 또는 변경, 집단행동, 내부고발 등
  • 투자자: 투자자 압력 및 영향력 행사, 경영진 고발 등
  • 주주/이사회: CEO 경질, 경영진 고발 및 압력 등
  • 직원: 파업, 내부고발, 사기저하, 이직 등
  • 경쟁사: 경쟁사 고발, 언론 플레이, 시장 경쟁 활동 강화 등

그에 비해 ‘일반 소비자와 공중’들은 가시적으로 유효한 위협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일부 기업들은 하고 있는 듯 하다. (이들의 활동들로만 기업이 대규모 결정을 내리기에는 부족)

일반 소비자와 공중들이 위기시 기업을 견제하는 방식들:

  • 온라인상에서 해당 기업을 비난하는 포스팅이나 댓글
  • 항의전화 및 홈페이지 방문 폭주
  • 제품 반환
  • (개인적) 구매 거부 (단체 불매운동과는 거리가 먼)
  • (개인에 의한) 기업 대상 소송

이상의 소비자와 일반공중 활동들은 얼핏 위협적으로 보이지만,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위협에 비해서는 그 영향력이 떨어진다 평가 하는 것 같다. 소비자들과 일반공중들의 이러한 활동들은
그저 ‘지나가는 소나기’ 같다 생각 하는 듯하다. 그래서 일단 침묵하거나 대응하지 않는 전략을 종종 택한다.

 

  • 그에 비해 특정 위기 발생시 CEO가 국정감사에 증인 출석해 해당 위기에 대한 여러 곤란한 증언과 비판을 받아야 하는 경우는 기업 내부에서 상당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토요타 사례, BP 사례)
  • 언론들이 아주 부정적 기사나 보도를 하면 기업은 이를 피부에 직접 와 닿는 위협으로 느낀다. (아이폰 4 수신 불량에 대한 미국 Consumer Report 평가와 보도 vs. 스티브 잡스)
  • 규제기관이 사업허가를 취소,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 기업은 상당한 패닉에 빠진다. (정유업계 대형 과징금 사례)
  • NGO가 기업 오너나 경영진을 고발하거나 소송을 제기하고, 의혹을 퍼뜨리는 경우 기업은 무척 힘들어 한다. (SK 최태원 회장 사례, 삼성 에버랜드 경영권 사례)
  • 위기시 핵심 주주와 이사회가 CEO를 해고하는 경우 기업은 아주 절실한 위협을 느낀다.  (HP CEO 해고 사례)
  • 직원들이 연이어 사망 하거나, 근로 환경에 대해 진정하거나, 이로 인해 파업하는 경우 기업은 상당한 곤란을 느낀다. (팍스콘 사례, 삼성 반도체 백혈병 사례, 기타 회사 콜트의 해고 사례 등)

 

이해관계자 각각을 칼로 자른 듯 나누기는 힘들지만, 소비자와 일반 공중들이 기업에게 가시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이에 비해 기업에게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느낌이다. (물론 정확하게 말하면 이에 대해 가시적인 평가 기준이나 리트머스가 부족한 것이지, 이들이 근본적으로 덜 위협적인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기반 때문에 기업들이 위기시 침묵하는 경우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다른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위협에는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응책을 확실하게 결정하는데 비해 말이다.

  • “(소비자들은 들끓어도) 언론이 잠잠해 지고 있는데 괜히 우리가 나서 리콜 할 필요까지 있나?”
  • “(소비자들은 아직 항의하고 있지만) 국회에서 우리 CEO 증인 신청을 안 했는데 굳이 우리가 나서서 대규모 피해구제를 해야 할 필요까지 있을까?”
  • “(소비자들이 아직 소셜미디어상에서 우리를 비난하고는 있지만) NGO쪽에서 우리에게 극단적 대응을 하려 하지 않는 데 우리가 굳이 나서 사과하고 해결책을 발표할 필요까지 있나?”
  • “(일반공중들은 이번 사건으로 우리에 대한 이미지를 나쁘게 보기 시작했지만) 핵심 주주들과 이사회에서 별반 신경 안 쓰고 현 CEO를 신뢰한다 하는데 굳이 우리가…”

 

소비자 이외의 다른 핵심 이해관계자들만 조용히 만들면 모래알 같은 소비자들은 이내 해당 사건을 잊게 마련이라는 전제 같다. 지금은 그들이 각자 온 오프상에서 떠들고 있지만 그 대화의 휘발성으로 인해 곧 수그러들면 끝이라 생각 하는 듯 하다.

훼손된 브랜드와 기업명성에 대해 생각 하라 하는 조언도 위기시 일부 기업들에게는 그렇게 유효한 의사결정 요소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고개는 끄덕이지만, 그들에게는 현재 현실적 재무적 부담을 최소화 하는 게 더 중요한 법이다. 이번 사건은 이대로 그냥 넘기고 앞으로 광고나 홍보 예산을 좀 더 풍부하게 마련해 이미지 재건을 하면 되지 않나 하고 쉽게 가자는 거다.

소비자가 왕이라는 이야기는 이야기 일뿐 위기시에는 통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이 또한 상식에 반한 현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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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Responses to 위기시 소비자와 일반공중의 여론, 진짜 무서울까?
  1. Trackback: 지평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쓰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런 속담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 edu.minds.kr/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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