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떡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
A기업 블로그를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는 홍보팀의 홍길동 과장. 작년에 야심차게 오픈한 회사의 블로그가 위로는 CEO부터 말단직원들에게까지 인기가 좋다. 경쟁사에서도 벤치마킹을 한다는 소식이 있다. 뿌듯하다.
하루 방문객이 수천명에 이르고 이런 저런 사람들이 함께 사는 이야기들이 블로그에 가득하다. 그러던 어느날…
한 파워블로거(이쪽 업계에서 한 글빨 하신다. 평소 블로고스피어상에서 주요 모니터링 대상이자, 오프라인 초청때 가장 0순위 초청대상자다)가 개인적으로 이메일을 해왔다.
이메일 즉슨…‘당신네 신제품을 출시 하루 이틀전에 나에게 무료로 제공해달라. 그리고 써보고 좋으면 출시 당일날 아주 멋지게 리뷰를 시리즈로 올리겠다. 그리고 그 시리즈 리뷰가 나오면 우리 동생과 친구 몇명을 위해 그 신제품을 추가로 10개정도만 더 제공해 달라’였다.
홍길동 과장은 고민에 빠졌다. 해당 신제품을 출시 이전에 확보하는 것도 문제지만…하나에 백만원에 가까운 제품을 그것도 10개씩이나 샘플링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거다. 홍과장은 아주 공손하게 최초 샘플링은 어떻게 해 보겠지만…사후 샘플링은 보장드릴 수 없겠다며 죄송하다는 답변을 했다.
그러자 그 파워블로거는 ‘그런식으로 하니까 경쟁사에 밀리는 거 아니냐? 좋다. 그렇다면 다 필요없다. 내 나름대로 이전 당신에 회사 제품에 대해서 진실(?)하게 한번 시리즈 포스팅을 하겠다. 이미 해외에서 유사제품들을 리뷰해본 자료들이 있으니까…문제점 중심으로 한번 해 보겠다’하면서 대화 종료를 선언했다.
홍과장은…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 홍보부사장에게 보고하고 추가 샘플링을 확보 제공한다.
- 해당 파워블로거랑 네고를 지속해서 샘플링 수량을 하향 조정 합의한다.
- 오프라인으로 해당 블로거를 불러내 소주 한잔 하면서 사정한다.
- 해당 파워블로거의 이메일을 기업 블로그에 공개하면서 이런식으로 블랙메일을 하는 블로거와는 타협하지 않겠다 선언한다.
- 법무팀에 해당 커뮤니케이션 자료들을 인계하여 처리한다.
실제로는 어떻게 할까?
블로그 마케팅이라는 활동들…
블로그 마케팅이라는 명칭으로 진행되고 있는 회사 활동들에는 대략적으로 공통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최근에도 자주 목격되는 서포터즈니 체험단이니 리뷰니 심지어는 외부 기자단이니 하는 형식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 활동들을 좀더 가만히 들여다보면 또 공통적인 기법이 있는데…바로 ‘댓가 지불’ 형식이다. 그 댓가가 무료 선물, 리뷰용 제품 및 서비스 제공, 일정 수당 지급, 행사 관련 소용경비 지원등으로 지불(paid)되는 형식이다. – 이 기준에서는 paid라는 측면에서 분명히 PR은 아니다.
기업에서는 ‘소비자 중심적’ 시각을 가지고 이런 활동들을 진행해 나간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의미는 ‘소비자가 만든 컨텐츠’를 레버리징해서 브랜딩 및 판매를 촉진하겠다는 생각으로 해석된다.
물론 여기서 소비자가 만든 컨텐츠는 paid contents의 의미이며 미국에서는 sponsored conversation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지만, 분명히 이 컨텐츠는 소비자가 ‘만든’ 컨텐츠이고 ‘소비자의 컨텐츠’는 근본적으로 아니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마케팅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paid contents는 기존 광고집행 형식과 비교 했을 때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cost effective한 형식임에는 틀림 없다. 기존 TVC나 Newspaper ad cost는 이제 상한가를 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블로그 마케팅에 대한 관심은 budget 중심 관점에서 볼 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는 거다.
다 좋다. 블로그 마케팅을 통한 paid contents 극대화에 대해서 왈가왈부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업의 목적을 위해 기본적으로 어떤 마케팅 tool에 대한 편식도 도움이 될게 없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방식도 나름의 의미는 있다.
문제라면 기업이 블로고스피어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런 원시적(!) paid contents creation으로서 블로그 마케팅에만 편향되고 있는 부분이다. 블로그를 통한 WOM이나 Buzz가 얼마나 기업 마케팅에 큰 영향을 지속적으로 전해 줄 수 있을찌에 대한 전반적 고민이 부족하다는 거다.
이는 기존 오프라인 PR에서 Publicity를 통해 신문지상에 많은 기사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오직 목적인 현실과 동일한 근시안적 활동이라는 거다. 또한 기존 마케팅에서 여러 매체에 광고를 게재했다는 사실 자체를 곧 퍼포먼스로 잡는 현상과도 같다. (물론 노출 결과등에 대해 나름대로의 수치들을 내세워 퍼포먼스를 자의적으로 입증하지만…이는 내부 리뷰용 아닌가)
기업 블로거들이나 브랜드 블로거들이 모두 ‘대화’를 블로고스피어의 중심에 놓고 이에 대해 고민하는 듯 해 보이지만…사실 실무자들이 진정한 대화를 어떻게 정의하는지도 헷갈리는 게 사실이다.
진짜 오랫동안 관계를 만들어 온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대화’와 토킹바등에서 몇십만원 짜리 술한병을 시킨 후 종업원과 나누는 ‘대화’를 동일한 가치로 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기업 활동들을 분석해 보면서 기업을 지속경영 하려는 기업들이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점점 더 크게 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 블로깅은 소중한 공중들과의 진솔한 대화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관계형성이 가장 큰 가치다. 하루 이틀 연속적인 paid/sponsored conversation으로 단기적 목적들을 추구하는 하루살이 방식만으로는 지속경영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해외의 성공한 기업들의 결과적 매출을 탐내하기 보다는 그 이전 과정에서 그들의 지속적이고 일관되고 통합적인 대화 노력들과 그들의 철학을 탐 내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거다. 돈만을 탐내면 항상 급해지는 법이다.
기존에 뭐라도 좀 있어야
블로거 리뷰 마케팅이라는 것에 대해 그냥 한마디 하자. 많은 마케터들이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은 (정상적인 교육과 사고를 받고 가지고 있고 상식이 있다면) ad-hoc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소모적인 것인지 알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형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훨씬 더 길고 깊은 상호관계를 기업은 가져가야 하는게 맞는다고 다들 공감은 한다.
블로고스피어 상에서 시쳇말로 ‘쌩뚱맞은’ 제품이나 서비스 리뷰들을 구경하다보면…블로거들을 뭐라고 하기 전에…이런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이에 대한 예산을 결재하는 사람들은 어느별에서 온 사람들인지 참 궁금하다.
아무리 치고 빠지는 활동이라 해도 왠만큼 비빌 언덕이라도 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이전에 그 회사나 브랜드 또는 제품에 대한 최소한의 커뮤니케이션과 소비자 관계 환경이 조성이 되어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그리고, 치고 빠지는 것도 하루 이틀 아닌가. 회사와 제품을 평생 이렇게 ad-hoc으로 가져가서 무슨 큰 성장과 꿈을 이루려고 하나?
오프라인 관계도 그렇다. 특히 언론관계도 그렇다. 항상 치고 빠지는 회사들은 그게 정상인 줄 안다. 에이전시들을 명동에서 천원짜리 귀거리 쇼핑 하듯이 쉽게 갈아 치우고 여러개 굴린다. 관계에는 관심이 적고 치고 빠진 흔적만 산다.
아닌건 아니다.
온라인 블로그 마케팅이니 블로그 PR이니 하는 것도 ad-hoc으로 치고 빠지는 건 근본적으로 아니다. 이 블로고스피어에서 일어나는 여러 활동이라고 하는 것들을 보면 오래 사업 하려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는 듯하다. 아무리 나라가 어렵고 기업의 철학이 일천해 품격들이 없지만…이러면 안된다.
일부에서는 PR 담당자들이 너무 하급실무자들이라서 하루 하루 일과 업무에 허덕이기 때문에 시키는 일 밖에 할 수 없어서 그런일이 일어난다 한다. 하지만…성공하는 기업이나 조직 중 PR을 생짜 쥬니어 혼자 하고 있는 곳이 어디있나? 생짜 쥬니어가 PR을 홀로 담당하면서 헐떡이는 회사 중에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이 어디있나?
기업의 철학은 어디있나? 있어야 할 것은 없이 탐욕만 흘러 넘친다. 품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