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홍보하는 분이 홍보하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알려라’고 얘기한 거니까…”라고 언급해 그런 전자우편을 보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태도를 보여 주목된다.[“홍보하는 분이 홍보하는 사람에게 얘기한 거니까” – 오마이뉴스]
아무리 청와대가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이라고는 하지만…공감하고 배려하는 Communication Message관리가 참 아쉽다. 마치 밥을 잘해 놓고 뚜껑을 열었을 때 하얀 새밥에 가래침을 퇴퇴 뱉는 듯 한 느낌을 자주 받는다.
특히 이번 문건 파동에 대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메시지가 이게 뭔가. ‘홍보하는 분이 홍보하는 사람에게…’ 무슨 생각과 전략을 가지시고 이런 말씀을 하시는가 말이다. 위기를 관리하겠다는 의지 이전에…윤리적이고 직업적인 철학이 아쉽다는 거다.
이에 대해서 가만히 보고만 있는 한국PR협회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다. 과연 이런 언급에 관해 PR업계나 학계에서는 관심이라도 있는 걸까? 그런 우리가 어떻게 보면 공범은 아닌가? 모르겠다.
PR
누구일까? 2
<오마이뉴스>가 이날 신뢰할 만한 제보자를 통해 긴급 입수한 관련 문건에 따르면, e-메일을 통해 보낸 청와대
공문의 발신자는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 행정관’이고 수신은 ‘경찰청 홍보담당관’이다. e-메일 공문을 보낸 ◯◯◯ 행정관은 현재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에 근무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공문은 “용산사태를 통해 촛불시위를 확산하려고 하는 반정부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연쇄살인사건’의 수사내용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바랍니다”라고 시작한다.
이어 공문은 “특히 홈페이지, 블로그 등 온라인을 통한 홍보는 즉각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으므로 온라인 홍보팀에 적극적인 컨텐츠 생산과 타부처와의 공조를 부탁드립니다”면서 “예를 들면 ▲연쇄살인 사건 담당 형사 인터뷰 ▲증거물 사진 등 추가정보 공개 ▲드라마 CSI와 경찰청 과학수사팀의 비교 ▲사건 해결에 동원된 경찰관, 전경 등의 연인원 ▲수사와 수색에 동원된 전의경의 수기”라고 매우 구체적으로 홍보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누굴까? 상당히 빠른 시간내에 이렇게 실제적인 홍보 프로그램을 제안한 사람이…이 문건이 존재했건 안했건 실제 경찰은 여기에서 제시한 프로그램들을 100% 실행했다.
수년간 국정홍보 컨설팅을 했어도 컨설팅을 받은 정부부처들의 실제 제안 프로그램 실행률은 채 30%도 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것도 예산과 시간과 인력의 부족이 그 이유였다.
정부의 그 고질적인 3대 부족 환경을 극복하고…너무나도 빠른 시간내에 이렇게 정확하게 모든 홍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언론을 접촉하고 실행한 경찰도 참 대단하다.
문건이 사실이라면 청와대의 실무자와 경찰의 홍보실무자들을 고액에 스카웃 하고 싶다. 일반 사기업도 못하는 전략, 스피드와 실행 능력을 갖추었으니 진짜 스핀 닥터들이아닌가. 이들이 누굴까?
공부가 필요하다
지난 주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PR교육 프로그램의 종강일이어서 강사들끼리 다 모여 커피를 한잔했다. 집에 오면서 강사들끼리 카풀을 해 강남쪽으로 넘어오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더 했다. 실무적으로 출판쪽과 가까우시면서 자신의 이름으로 십여개 이상의 책을 쓰신 강사분이 이렇게 말씀하신다.
“보통 요즘 비지니스 관련한 책은 3000권 정도 밖에 안나간다고 보고 있어요. 그 만큼 한국 직장인들이 책을 적게 읽는거죠. 그 중에서도 제일 책을 안 읽는 직장인들이 PR 하는 사람들 아닐까 해요. 그 쪽 책은 거의 안나가니까…”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지만…사실이라는 공감 때문에 반박을 할수가 없다.
“제가요. 여러가지 도움이 될 만한 세미나나 강좌에 초청을 해보면요…비싼 세미나에 대한 무료 초청인데도 실제 참석하는 분들 중 PR담당자들이 제일 참석률이 적어요.”
이 또한 인정을 한다. 나도 예전 인하우스 시절 조찬 모임에 참석할 시간이 없었다. (물론 핑계라는 걸 안다)
PR담당자들이 책을 읽지 않고 (적게 읽고), 세마나에 참석하지 않는다 (적게 참석한다)는 것은 그 만큼 PR 업계에 경쟁이 심각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일부 경쟁이 있다고 해도 경쟁 상대와 서로 플러스 경쟁을 하는 데 상당히 인색한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니, 별로 책을 읽거나 세미나등에 참가해서 지식을 업데이트 하려는 동기가 약하기 마련이다. 일선에서는 중간 매니저들이 밑의 AE들에게 공부하고 업데이트 하라는 직접적인 압력을 가하지 않는다. 시간이 없다고 하고, 시간이 아깝다고 하는데…그런 하루벌이 일과가 앞으로 10년후에 자신에게 어떤 결과로 돌아올찌는 모른다.
블로그를 해라. 바빠요. 아니면 하기 싫어요 한다. 앞으로 10년 후가 걱정이지만…그런 걱정도 그 상대방에게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그 수많은 PR, 마케팅 블로그들에서 따끈 따끈하게 전해지는 소중한 Insight들을 그냥 폭포수 흘려 보내듯 지나쳐 버리면서도 아깝다거나, 경쟁이라는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다.
책을 읽어라. 재미있는 PR이나 마케팅책에 집착하거나…소설이나 시집을 읽는다. 물론 정서함양을 등한시 하라는 건 아니지만…PR AE가 일본만화작가들에 대해서나 시인들의 최신 시는 외우면서 ‘그라운드스웰’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반응은 분명…비지니스 프로로서 적합하지는 않다.
세미나를 가라. 매번 기본소양에만 집착하는 세미나에 간다. 강좌는 거의 매번 보도자료나 위기관리 개론에 관한 것이다. 항상 보도자료의 정의나 위기관리의 정의 같이…중고등학교 시절 기억을 들춰보면 맨 앞 챕터인 집합부분만 파고 있는 듯 하다. (이는 사실 심도있는 강좌를 제공할 수 있는 강사들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인하우스 PR 실무자들에게 PR AE들에 대해 물으면…10중 반 이상이 “창의적이지 못하다”거나 “클라이언트사나 제품에 대한 공부를 안하는 것 같다”는 불평들을 하곤 한다. 물론 매일 매시간 업데이트 되는 인하우스의 비지니스를 실시간으로 공부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이거나 핵심적인 정보에 대한 이해와 습득에 부족함은 없어야 한다.
기자들에게 PR AE들을 물으면 또 많은 기자들이 이렇게 말한다. “아는게 없어” 또는 “번거로워…차라리 직접 인하우스에다가 물어보는게 낫지”한다. 그 만큼 선수 취급을 받는 AE들이 드물다는 거다.
외부에서 PR을 한다고 하면 다른 부문 실무자들보다 훨씬 더 빨리 그리고 훨씬 더 많이 업데이트되고, 깊이가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아직까지 그런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는 AE들은 드물다. 하루 일과에 너무 치여서이기도 하고, 강력한 커리어 의식이 없어서 일수도 있고, 사내에 지속적으로 지적 자극을 강요하는 리더들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한다.
블로그도 하고, 세마나와 강좌들에 적극적이고, 자신의 책장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인하우스와 기자들에게 선수라고 인정받는 AE들을 기다린다. 시장에서 단 1%라도 그런 인력들을 기대한다. 그런 인력들이 업계를 이끌어야 업계가 발전하기 때문이다.

충격 요법에 대한 기억들
역대 대통령을 집중 연구해온 더그 위드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각한다는 것은 고칠 수 있는 나쁜 습관이거나 오만함 중
하나다”며 “오바마의 인기가 떨어진다면 의회에서 그를 기다려줄 사람은 없어질 것이며, 이는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1.
작년말 업계 지인들과 송년회를 했는데 나를 뺀 다섯명 모두가 약속장소에서 보자했던 시간을 짧게는 30분에서 한시간씩 넘겨 도착했다. 항상 그렇게 시간을 지키지 않는 그 사람들에 엄청 화를 냈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나보다 10여년 선배도 계신데다 대고 “여러분들은 PR할 사람들이 아니다”라는 아주 극단적인 이야기까지 했다. 일종의 충격요법이다.
2.
내가 시간에 매우 집착하는 것은 언제부터였던가 한번 생각 해 봤다. 아마 이전 직장에서 이직 후 첫번째 기자단 송년회 자리 이후부터 였던 것 같다. 당시에는 출입기자단 송년회를 모그룹 홍보실과 같이 조인트로 했다. 서울 모 지역 대형 식당에 7시부터 기자들과 식사를 하기로 했다. 강남 회사에서 넉넉하게 택시를 잡아 타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그런데, 남산터널에 사고가 있었는지 터널안에서만 40분을 지체했다. 차가 앞으로 나가지가 않았다.
몸이 달은 나는 터널을 미처 빠져 나가지도 못한 택시에서 내려 자동차로 주차장이 되어있는 도로를 홀로 달렸다. 그나마 차가 뚫려 있는 거리로 달려 내려가 또 다른 택시를 갈아 타고 약속장소에 겨우 도착하니 20분이 지각이다. 지금은 모 경제지 부장이신 당시 모 차장이 어색하게 들어오는 내게 이렇게 소리쳤다. “야…네가 기자야? 뭐야 XX”
회사를 이직해 미처 한달여가 되지 않았던 내게 그 기자는 아주 강력한 충격요법을 베푼거다. 소위 왠만한 중견기업의 홍보를 이끌고 있던 나에게 그 기자는 “XX”라는 강력한 충격을 던졌다. 그 이후로는 절대로 약속시간에는 늦지 않는다. 아무리 바빠도 약속시간 전 10-20분전에는 미리 그 장소에 도착해 대기를 하게됐다. 그분이 사실은 고마운거다.
김 청장은 지난 4일 검찰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참사가 일어났던 시간에 집무실에 있었는데 무전기를 꺼 놔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았거나 별도의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3.
이직 전 대행사 시절에는 주말에 그렇게 크게 전화에 신경을 쓸 일이 없었다. 클라이언트가 거의 다 외국기업이었거나, 컨설팅을 했었기 때문에 기자들이 일요일에 내게 전화해 급한 기사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거다.
자연스럽게 주말에는 전화기를 가지고 다니지 않거나, 배터리가 다 되면 충전기에 꼽아 놓지도 않았던 적이 종종 있었다. 그러나, 회사를 옮기고 하늘같은 출입기자 수십명을 담당해야 하는 자리에 있으니 상황이 달랐다. 그러던 어떤 월요일. 아침 일찍 출근을 해 사무실에 들어서는데, 모 통신의 모 당시 차장 (현재 부장)께서 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오셨다. 받으면서 나는 즐겁게 인사를 했다.
그 차장께서는 다짜고짜 “야이…XX야. 너 홍보 어디서 배웠어? 왜 주말에 전화를 꺼놔? 죽을래?” 당시 너무 깜짝 놀라 답변도 못하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었다. 에이전시의 때를 빨리 벗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가슴에 꽂혔다.
그 이후로는 사우나에 갈때까지도…전화에 집착을 한다. 일요일은 물론이고 1년 365일 십분도 전화를 꺼 놓지 않는다. 가끔 회삿일을 잠시 잊기 위해 남태평양 오지섬에 가 있지 않는 이상 핸드폰을 손에서 거의 놓지않는다. 다시는 그런 충격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항상 휴대폰을 내려다보면 그 기자가 생각난다. 실무적으로는 큰 가르침을 주신거다.
위의 기사를 보면서 그러면 오바마에게는 누가 큰 충격요법을 베풀어야 그런 무책임한 습관이 없어질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은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그것도 기자들이어야 할까?
강호동의 뿌연 가슴팍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우리는 특정 브랜드를 언급하는 걸 꺼리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시계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프랭크 뮐러의 수천만원짜리 시계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게 ‘비방전’으로 비화하자,
한나라당이 나서 “수천만원짜리 고급 시계가 아니라, 북한공단에 입주한 로만손이 만든 통일시계”라고 해명했고, 이어 소송에도
나섰다.
그렇다면 애초에 김윤옥 여사가 직접 언론에 나서서 “이 시계요? 아, 로만손이에요”라고 말을 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그것도 ‘역풍’을 맞았을 확률이 크다. “특정업체를 홍보해준다”는 비난이 강하게 일었을 테니까.
브
랜드 언급을 꺼리는 우리의 체면 문화는 ‘글로벌 브랜드’를 키우는 데는 악재다. 브랜드는 자본주의의 꽃씨다. 그걸 언급하는 걸
천하게 생각하는 문화라면, 백년이 더 흘러도 우리나라에서 ‘J.크루’ 같은 히트 상품은 안 나올 것 같다. [조선일보]
조선일보 박은주 엔터테인먼트 부장께서 아주 공감가는 글을 써주셨다. PR일을 하면서 가장 스트레스가 쌓이고, 반대로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이 부러운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 우리나라는 시장이 성장하거나 국가경제가 활발해 질 수 있는 토양이 아니다.
박부장의 글에서 박부장은 미국 정치권과 Gap, Crocs, J Crew등의 브랜드간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셨다. 오바마의 아내인 미셀과 그의 딸들이 중산층 브랜드인 J Crew를 입었다는 사실 때문에 J Crew가 인기 품목으로 떠 오르고, 부시가 Crocs를 신고 휴가를 즐기는 사진으로 Crocs가 인기를 끌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경우 김윤옥 여사의 로만손 케이스를 들어 주셨지만, 우울하게 거기 까지 가지 않더라도 TV에서 항상 받는 스트레스가 바로 그거다. 1박 2일과 무한도전에서는 분명히 North Face와 같은 아웃도어 웨어 브랜드들이 눈에 들어 오는데 제작진은 철저하게 그 로고 부분을 안개 처리한다. 심지어 실생활이 조명되는 인생극장류나 VJ특공대 같은 경우에도 안개가 화면 절반을 차지 할때가 많다. 드라마는 어떤가… 심각한 멘트를 하고 계시는 할아버지 배우의 스웨터에 어처구니 없이 붙어있는 녹색 테잎에 눈길이 자꾸간다.
이렇게 노출을 막는다고 실제 시청자들이 그 브랜드를 모르는 게 아니고, (알 사람, 살 사람은 사실 다 안다…) 외국인들이 이런 비주얼을 보면서 “한국이라는 나라는 상당히 젠틀하구나”하고 생각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 하는거다.
국민들이 소비를 열심히 하는 가 하면 바로 언론에서는 ‘흥청망청 소비’라고 꼬집는다.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도 있는 국민들에게 연말연시를 조용하게 보내라 주문한다. 발렌타인즈 데이를 ‘외국산 뿌리 없는 소비 문화’라고 비판한다. 심지어 일부 과자업체들이 고안한 빼빼로데이 같은 경우에도 ‘과자업체들의 괴상한 상혼’이라고 뿌리를 뽑아야 속이 시원들하다.
무슨 무슨 데이를 챙기면서 즐겁고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의 정서적인 소득에는 전혀 주목하지 않는다. 언제부터 언론이나 정부와 규제기관들이 오직 경제와 공정경쟁에만 집중해 왔나 말이다. (내가 하면 사랑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심통 같다)
나라전체가 그냥 조선시대 이전으로 돌아가 (먹을게 없으니) 검약하고, (쓸돈이 없어) 절제하고, (선정적인 TV 없이) 글이나 읽으면서 살면 좋다는 건지 알수가 없다.
지금도 TV에서는 뿌연 화면이 강호동의 가슴팍에 어른거린다. 그걸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이 참 불행하다. 그 뿌연 화면과 철지난 100여년 전 어설픈 선비정신이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없는 하나의 큰 걸림돌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선수 vs. 하수
선수라는 말에 대해 여러번 포스팅을 했었지만, 선수라는 호칭을 듣는 PR실무자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스스로를 나는 선수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약간 정신이 나간 사람이지만, 남들이 주변에서 그리고 클라이언트나 기자들이 불러주는 선수라는 호칭은 진정 영예다.
그러면 선수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진짜 선수들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에이전시 AE들의 자기소개 또는 Bio를 보면 다들 선수다. 하지만, 채용을 위한 인터뷰를 하다보면 그 상당 부분이 근거가 없는 일방적 주장이라는 생각이 자주 반복적으로 들게 된다.
왜 똑같은 학교를 졸업한 AE가 똑같이 3년을 일한 후 한명은 선수가 되고, 다른 한명은 하수가 될까?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갈라 놓을까? 심지어 3년차의 AE가 10년차의 AE 보다 선수다운 것은 또 왜일까? 무엇이 달라서일까?
10년을 일해도 선수가 되지 못하는 하수들의 전형적인 유형들을 정리 해 본다. 방금 제일기획의 김낙회 사장님께서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신 ‘변화를 막는 26가지 고정관념‘이라는 포스팅에도 비슷한 내용들이 있다.
1. 업에 관심이 없는 유형
언제든 다른 장사나 사업을 생각한다. 업무시간에 증권사 시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종종 메신저로 친구들과 술자리를 잡고, 숙취에 절어 늦게 출근한다. 책을 읽어도 언제나 창업이나 투자관련이다. 보도자료나 기자간담회등의 해야 할 일들도 막바지에 몰아서 마지못해 한다. 항상 적은 년봉에 투덜거린다.
2. 흡수력이 선천적으로 떨어지는 유형
사내외로 수많은 강의들과 워크샵에 참석한다. 빽빽하게 노트북을 채운다. 업무시간 짬짬이 자기개발도 하고, PR을 위해 많은 서적들을 탐독한다. 선배들의 업무상 insight들도 감탄 하면서 받아 적고, 암기한다. 클라이언트에 받은 자료들을 가능한 꼼꼼히 읽으려 애쓰고, 자료 정리도 열심히 하려 한다. 하지만, 각종 배움과 insight들이 별반 실무에 연결되지는 않는다. 클라이언트를 위한 서비스 품질도 나아짐은 없다. 평가는 그냥 항상 So so다.
3. 그냥 계속 흘려보내는 유형
꼭 이것만은 고쳐야 겠다는 Kaizen 마인드를 가지고 일은 한다. 자주 실수를 저지르지만, 지적을 받거나 선배들이 교정을 해 주면 깊이 감사하면서 다음번에는 꼭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다짐한다. 언젠가는 스스로 프로가 되어 이러한 사소한 실수들을 저지르지 않겠다 다짐을 자주한다. 하지만, 계속 이메일의 폰트는 24 사이즈고, 폰트 유형은 보고서 한 페이지에서 arial과 tahoma 그리고 verdana를 섞어 쓴다. 종종 첨부없는 이메일을 보내고, 다른 기자에게 전화를 해서 헷소리를 한다. 종종 데드라인을 어기고, 시간관리에 실패한다. 그러면서 스스로만 자괴한다. 그리고 다짐한다. 다시는 이라고.
4. 버블이 낀 유형
나 정도면 이제 선수라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보도자료나 모니터링 같은 허드렛일은 아랫것들의 일이라 생각하면서 자신은 전략적인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PR 에이전시나 이 PR업계가 자신을 제약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도 있고, 스스로 좀더 넓은 바닥으로 가야 하지 않나 자문하기도 한다. 마케터가 되어 볼까 목적으로 마케팅 책들을 섭렵하기도 한다. 그러나, 출입 기자들은 실제 이 선수를 잘 모르고, 클라이언트도 이 선수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항상 궁금해 한다.
5. 복지부동의 유형
반대로 이런 유형은 PR 에이전시를 천국으로 생각한다. 심지어 때때로 PR 에이전시에서 정년을 맞는 꿈을 꾼다. 꼼꼼하게 일하고, 성실하게 일한다. 에이전시 사장님의 말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가슴에 새기고, 자신과 아랫것들에게 전파한다. 항상 남들보다 열심히 그리고 오래 일한다. 모든 회의에 참석하고, 제안서 작업에 관여한다. PR이 자신의 Job으로 보지 않고, 에이전시 비지니스를 자신의 Job으로 생각한다.
6. 목적의식 또는 커리어 의식이 없는 유형
이 유형은 상당히 복잡 다단한 것이 특징이다. 위의 모든 유형이 조금씩 다 섞여 있다. 하다가 안되면 말구 부터 시작해서, 교훈이나 insight들은 꼭꼭 챙겨서 흘린다. 수없이 자잘한 많은 실수들을 데일리 베이스로 생산해 내면서 자신은 프로라 자위한다. 정치에 힘쓰며, 경쟁자를 씹는다. 클라이언트나 출입기자를 위한 품질이나 서비스에 대한 관심 보다는 훨 씬 더 큰 무엇을 고민하면서 산다.
7. 원인을 모르겠는 유형
그냥…상식적으로 군인들도 짬밥이 쌓이면 군화끈을 매는 속력도 부쩍 짧아지는데…특별한 원인도 없이 계속 이등병 시절 처럼 구는 유형이다. 여기 저기 분석해 봐도 이렇게 하수로 지내는 이유를 모르겠다. 나름 고민도 하고, 노력도 하는 것 같은데 결과물이 시원 찮다. 출입기자나 클라이언트들이 바라봐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들이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PR 에이전시는 바로 이 7명이 모두 재직하고 있는 에이전시다. 게다가 이 중 한 유형이라도 에이전시 사장이나 경영진에 포함되어 있으면 더 더욱 불행하다. 예전 노인분들이 집안에는 여자가 잘 들어와야 집안이 편안하다고 했다.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편안하고, 남편이 편안하고, 자식들이 편안하다는 이야기 같다.
위의 AE들이나 경영진은 모두를 불행하게 한다. 클라이언트를 불행하게 하고, 출입기자들을 불행하게 하고, 에이전시 보쓰들을 불행하게 하고, 동료와 아래 AE들을 불행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 선수들과는 180도 다른 사람들이다.
PR 담당자들의 착각
In
the 2007 blogger/PR professional relations survey conducted by the
Council and APCO Worldwide, the majority of public relations
professionals believed they are doing a good job in reaching out to
bloggers; while most bloggers disagreed. Fifty-two percent (52%) of PR
executives agreed that their “firms are doing a good job identifying
the specific interests of bloggers and sending them relevant
information.” But 65% of bloggers disagree with that notion. Read best practices guide on The State of Blog Relations site. [Council of Public Relations Firms]
지난주 Internal Training을 준비하기 위해 Global PR Firms을 조사하다 아주 흥미로운 서베이 결과를 발견했다. Council of Public Relations Firms에서 발표한 2008 Council Quick Survey 결과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인데 여러 부분들도 흥미롭지만 위의 블로거 관계분야의 결과가 가장 재미있다.
세계적인 PR에이전시 중 하나인 APCO Worldwide와 Council이 2007년 진행한 서베이에 의하면 답변 홍보임원들 중 52%가 블로거 관계를 아주 적절하게 잘하고 있다고 답변했단다. 그런데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서베이를 해보니 65%가 기업들이 블로거 관계를 잘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을 했다.
얼핏보면 PR 임원들 중 13%가량 (65 – 52= 13)이 자신들의 블로거 관계가 좋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 결과는 아직도 기업의 PR이 블로거들과 친하지 않다는 것을 나타낸다. 시각의 차이가 존재하고, 어프로치가 서로 만족스럽지 않다는 이야기다.
PR 담당자들은 이렇게 끊임없는 착각을 하고 있다.

세계에서 PR을 제일 잘하는 사람…
참 유치한 생각인 것 같지만…한번 곰곰하게 생각해 볼 만한 일이다. 만약 현재 PR실무를 하고 있는 일선 선수가 “내가 아마 이쪽 업종에서는 세계에서 PR을 제일 잘하는 사람일 꺼야!”하는 자신이 있다면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다.
근거없는 잘난척이나 허풍을 떨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번 자신이 하고 있는 PR 프로세스와 퍼포먼스 그리고 자신이 수립해 놓은 시스템들을 하나 하나 돌아보면서 스스로 ‘자신’이 있는지 점검을 해 볼만하다는 거다.
미국이나 영국 선수들이 일을 잘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그들도 하나 하나 들여다보면 그런 선입견이 하나의 타민족 컴플렉스에 기인한다는 것을 종종 느낀다. 우리가 그들이 쓰는 영어의 native가 아니기에 가지는 불리함도 한 작용을 한다.
전 직장에서 미국 플로리다에서 전세계 홍보매니저들과 임원들이 다 모아 컨퍼런스를 할 때가 있었다. 수십개국 지사에서 각각 PR을 담당하는 선수들이 모여 각 나라별로 자신들이 자랑하고 싶은 ‘Best Practice’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당시 기억으로 미국지사의 PR 매니저인 한 여자 선수가 생각한다. 유명한 유럽 맥주 브랜드 하나를 미국시장 론칭하면서 자신들이 실행했었던 publicity 퍼포먼스를 약 20여분간 소개 한다. 여러 신문과 잡지 기사들을 슬라이드에 꽉 채워 보여주면서 “대단한 media exposure를 얻어냈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당시 우리 한국지사에서는 ‘맥주 가격 인상 반대 여론에 대한 이슈관리’를 발표주제로 삼았었기 때문에, 미국측에서 발표하는 Publicity Performance를 그냥 감상해야 하는 (비교가 안되니) 처지였다. 당시 나와 같이 컨퍼런스에 참가했던 한국 지사의 HR 부사장은 캐나다 여자였는데 그 부사장은 미국의 publicity performance PT를 보면서 고개를 저으면서 놀라와 했다. 믿을수 없을 만큼 대단하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당시 실무담당인 나는 그 정도의 퍼포먼스는 그리 훌륭한게 아니라 생각했다. 미디어 앵글을 잡는 방식도 아주 클래식했고, 크리에이티브도 부족했다. Wall Street Journal에 실린 기획기사 한 꼭지를 보여 주면서 침을 튀기면서 자랑스러워 하는데…실무차원에서 한국에서 조선일보에 한 꼭지 만든것이 WSJ 한꼭지와 다를 게 무언가.
한국 언론 시장도 미국 처럼 로컬지들이 강력한 포지션을 하고 있으면 우리도 저정도의 퍼포먼스는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퍼포먼스를 종합해서 수치화하는 단계가 그들에게는 빠져있었다. 흔히 쓰는 AEV(Advertising Equivalent Value) 같은 트릭도 없이 그냥 “자…우리 잘했지?” 수준이다.
당시 우리회사에서는 4 dimension performance track을 daily basis로 진행 중이었다. 매일 매일 회사 그리고 각 브랜드별로 퍼블리시티 퍼포먼스가 비교 측정되고 있었고, 경쟁사들의 기업 및 브랜드들의 퍼포먼스도 일간 단위로 트랙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미국측의 PT를 보고는 “피…별것도 아닌 것이…”하는 느낌이 들게 마련이었다.
문제는 우리 HR 부사장이 우리회사에 그런 시스템과 월등한 퍼포먼스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거다. 분명히 그녀는 매일 아침 자신의 이메일로 들어가는 PR팀의 퍼포먼스 이메일을 읽지 않고 있었던 거다. 한국 언론에 대해 별로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일도 아니고, 읽지도 못하는 기사의 이미지들과 시놉시스가 귀찮았던 거다.
하지만…실무자들은 자신이 있었다. 최소한 미국 선수들 보다는 시스템을 가지고 더욱 더 훌륭한 퍼포먼스를 내고 있다는 그런 자신말이다. “우리 업계에서는 전 세계에서 우리가 제일 PR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오늘 문득 우리 회사 직원들이 상하이, 홍콩 등의 파트너들과 교신하는 수두룩한 이메일들을 하나 하나 읽어 보면서…우리 선수들이 홍콩이나 상하이 선수들 보다 일을 더 잘하면 잘했지 못하진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과 품질관리에 있어서는 경쟁력이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예전 기억을 한번 되살려 봤다.
PR as science
PR담당자는 모르는 것이 없어야 해…옛날 선배들이 멍청한 후배를 바라보면서 툭툭 던지던 말이다. 그때 나는 PR 선배들을 보면서 “와…어떻게 저렇게 박식해. 나는 헛 살았군…” 했고, 또 시니어 기자들과의 점심식사에 조인 해서 그들이 펼쳐놓는 업계 이야기들에 넋을 잃고 빠지기도 했다.
아무튼 그당시 PR담당자나 기자나 선배들은 다 모르는 게 없어 보였다.
지금 내가 10년전에 존경했었던 선배들 정도의 짬밥있는 AE들을 내려다 보면 재미있게도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선수들은 아는게 도대체 뭐야?” 일부 우리 팀장들은 나를 바라보면서 ‘그래 너 잘났다~’ 하는 표정을 짓기도 하는데 (내가 모를 줄 알았지?) 인하우스 시절에도 에이전시 AE들을 보면서 진짜 애들 공부 안한다…했던 기억들이 있어서 우리 AE들에게는 더욱 더 혹독하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에이전시 사장님들과 같이 맥주 한잔 하고 하면 이런 저런 이야기 중에 “에이 PR은 대우 받을 수가 없는 일 같아” 하는 자괴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는다. 한번도 그에 대해 동의를 한적이 없다. 문제가 무엇인지 원인을 찾아내서 고치면 되는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PR이 광고나 마케팅에 비해 하대를 받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가 PR담당자들이 공부를 안한다는 거다. PR을 하면서 PR책을 왜 그리 오래 보는지 모르겠다. (물론 보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목수가 대패질 하는 법에 대한 책을 10년간 보고 있으면 진짜 멋진 집은 언제 짓냐 이거다.
그 다음 이유는 PR이 리서치를 등한시 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비지니스건으로 세계적 독립 PR 에이전시인 APCO Worldwide 홍콩의 이사 한명을 만났다. Adrian이라고 중국선수인데 술도 잘먹고 노래도 잘한다. 이 친구와 새벽까지 술을 하면서 소위 말하는 Asia Pacific에서의 PR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물어본적이 있는데…이 친구 왈 상당히 리서치 비중이 높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일단 리테이너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는 충분한 리서치를 필수적으로 가져간다고 한다. 새로 맞은 클라이언트에 대한 많은 이슈들을 리서치하고, PR을 담당해야 하는 회사와 브랜드 그리고 그 기업의 명성에 대한 리서치를 실행한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타겟 오디언스들을 더욱 정확하게 identify하기 위한 리서치를 곁들인다고 한다.
한마디로 클라이언트에 대한 360도 리서치를 통해 그들을 이해하고 그 환경을 이해하는 절차를 맨 앞에 놓는다는 거다.
술자리에서 그 얘기를 듣고 나는 얼핏 ‘쟈식. 침소봉대하는 거 아냐? 리서치 서비스 팔아 먹을려고?’했었는데…사실이었다. 우리나라 PR담당자들은 리서치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본다.
예를들어 홍삼 브랜드를 PR한다고 생각해도 홍삼을 주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생각을 정확하게 읽고 PR플랜을 짜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들이 왜 그것을 구입하고, 어떤 용도로 어떻게 복용하며, 누구를 위해 사는지, 시기별로 어떤 구매 패턴을 보이는지, 왜 굳이 이 브랜드를 구입하는 건지, 반복구매 비율은 얼마나 되고 왜 반복구매들을 하는지 알아야 PR을 할 수 있는거다.
대충 20대 중후반 여자 선수들이 두세명 모여 앉아 회의실 브레인 스토밍으로 해결되는 리서치가 절대 아니다. 플랜에서 타겟을 잡고, 공략할 논리를 만들고, 메시지를 뽑아내고, 실행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 그 베이스가 그 여자 선수들의 수다와 머릿속에서 나오는 상상에 근거한 것인지, 진짜 분석 결과인 숫자와 퍼센테이지에 근거한 것이지에 따라 PR 품질은 분명 다르기 마련이다.
마케터들의 일상을 들여다 보라. 그들에게는 항상 리서치 자료들이 들려져 있다. 그것이 그들의 평가기준이며, 실행지표다. 그것에 근거해서 전략을 짜고, 전략을 짜기 위해 그 리서치들을 실행한다. PR에이전시에서 마케팅 PR을 한다고 하면 최소한 마케터들이 항상 읽고 있는 성경같은 리서치 페이퍼들을 아주 쉽게 읽고 해석해 낼 줄은 알아야 한다. 그 안에서 PR 타겟과 어프로치와 메시지들을 끌어 낼 수 있는 해석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인력들이 많이 없다는 게 아쉽다. 그 이전에 그런 인력을 키우기 위해 투자 하지 않았던 우리 같은 경영진이 죄다. 결국 부분적으로는 내 탓이다.
그래도 생각하는 AE가 좋다
보통 인간이 일을 하면서 보내야 하는 인생의 기간은 어림잡아 30년 정도로 볼 수 있겠다. (한국시장에서의 현실적 기간은 그 절반가량이겠지만…)
30년정도의 반가량을 회사에서 일을 하거나 또는 업무에 관계된 시간으로 소비 하니 그 기간은 15년 가량이다. (실제적 기간을 기준으로 하면 7-8년)
쥬니어 AE들이나 인턴들을 가만히 관찰 해 보면 그들 중 생각이 없어 보이는 (‘보이는’) 선수들이 절반 이상이다. 여기서 생각이라는 것은 선배나 사장이 술자리등에서 “당신 앞으로 10년뒤에는 뭘 할꺼야?” 또는 “앞으로 어떻게 살꺼야?”하는 질문에 곰곰히 뜸을 들이는 선수로 정의하자.
나머지 절반들 중에 또 절반은 아예 생각을 안하는 선수들이다. “뭐…어떻게 되겠지요.” 또는 “전…잘 안되면 장사나 할라구요. 아버지 가게들 중 하나를 물려 받기로 해가지고요…” 남자들의 경우 이렇고…여자 선수들의 경우에 말은 못해도 빙긋이 웃으면서 ‘난 좋은데로 시집가면 빠이 빠이다’ 또는 ‘해 보다 안 되면 공부나 더 할라구~’하는 표정을 짓는다.
이외 나머지들이 바로 생각을 하거나 그래도 생각이 있는 선수들인데, 이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면 또 두파로 갈린다. 하나는 조급한 선수들이고 나머지 하나는 만만디다.
비율로 볼 때 조급한 선수들이 조금 더 많다. 이들의 경우에는 욕심이나 열정이라는 게 넘치기는 하지만, 하루를 실제보다 길게 생각한다는 데 특징이 있다. 인턴이나 쥬니어 AE 생활을 한 3-4개월 하고 나서 이런다. ‘아…그동안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나에게 남은건 거의 없는 것 같다. 위기관리도 배우고 싶고, 투자자관계도 빨리 익혔으면 좋겠는데. 나만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고민이다…’ 뭐 이런류의 생각들을 하는 듯 하다.
마치 논산훈련소를 갖 나와 자대에 배치되 겨우 침상 청소를 시작한 작대기 하나 이등병이 ‘우리나라 전군의 작전계획이 궁금하다. 이 철원과 동성지역 라인은 어떻게 방어를 해야 할까? 중장거리포대의 엄호 반경은 어떻게 확인 가능할까? 5군단의 지휘권이 참 불안하다…” 이딴 생각을 하는 것과 같다.
반면에 만만디 선수들은 마치 자신의 15년 설계가 다 서있는듯 한 모습이다. 어려운 일이 있어 다가가 힘드냐 물으면 대체적으로 웃으면서 이런다. ‘뭐…그렇죠 뭐. 이번에 고생하면서 또 배웠습니다. 다음번에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선수가 좋다는 말은 아니다. 선배들이 다룰 때 쉽다는 말도 아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큰그림과 긴호흡을 가져가는 것은 쥬니어 시절 정신 건강으로도 좋다. 많은 선배들이 쥬니어 시절은 하루 한 시간 앞도 모르게 빨빨거리고 뛰어야 한다고들 경험담들을 이야기해 주지만…PR 에이전시에서 그런 조언은 경험상 바람직 하지 않다.
쥬니어 시절부터 머리를 쓰면서 생각을 하면서 일해온 시니어와 그렇지 못했던 시니어간에는 분명 차이가 생긴다. 짬밥이 존경 받는 시대는 끝났다. 누가 얼마나 더 많이 그리고 깊이 생각하면서 더 많은 가치들을 생산해 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특히, PR 에이전시에서는 그렇다. 나 스스로도 내 생각의 깊이나 길이가 협소해지고 미천해지면…겸허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업을 접어야 한다 생각한다. 시니어로서 이름이나 자리에 연연하면서 조직과 클라이언트에게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선수로 스스로를 마감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15년이라는 마라톤에서 아직 10미터 정도를 뛴 쥬니어들에게 한마디 꼭 해주고 싶은말은 이거다.
“생각하면서 살아라. 단, 조급하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