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하는 모습을 보면 일을 하는 방식이 보인다. 사실 우리나라 직장이 바빠봤자 얼마나 바쁜가? (특히 PR팀이 바쁘면 얼마나 바쁜가? 매일 산업면을 장식하는 대기업도 그렇고…그나마 한달에 한두 꼭지 겨우 건지는 나머지 99%도)
PR담당자에게 이메일을 한번 해보면 그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해당 홍보담당자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크게 나누어서 골프형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있고, 야구형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그리고 핑퐁형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있다.
골프 스타일은 무척 바쁜(?) 회사와 실무자다. 아마 그 PR담당자의 이메일에는 받은 편지함만 꽉차있고 보낸 편지함이 비어 있을 것 같아 보인다. 이메일을 받은건지, 못받은건지, 답신을 못하는건지, 안하는 건지, 하기 싫은건지, 하고 싶은데 이메일 쓸 시간이 없는건지 모른다.
공이 떨어진 곳에 가서 재 확인을 해야 하는 골프 스타일이다. 절대 답신이 없다. 인하우스 시절 수천명 직원들 중에서 스스로 가장 바쁜척도 해 보았지만…이메일 한 통 답신 할 시간이 없지는 않았다. (사실 이메일 답변에 단순 답변은 5초면 된다. 분단위로 일정을 진행하지 않는 이상 5초가 없진 않다. 하기 싫을 뿐)
야구 스타일은 어쩔때는 답신을 하고 어쩔때는 그냥 무시하는 타입이다. 답신이 와도 즉각적이진 않고 실무자가 내키는 날과 시간대에 온다. 요즘같은 비지니스 시대에 3-4일후에 돌아오는 답신 이메일은 별반 가치가 없다.
PR팀은 데드라인에 목숨을 거는데…비지니스 이메일에는 데드라인 본능이 별반 작용하지 않는거다. 외국 선수들은 블랙베리라도 가지고 다니면서 회의시간에 단문 답신까지 해주는데…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그런식으로 실시간 단문답신이라도 해주는 커뮤니케이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문화의 차이인지, 프로페셔널리즘의 차이인지, 철학의 차이인지, 사람의 차이인지는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핑퐁스타일은 거의 메신저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답신이 빠르고 역동적인 스타일이다. 일반적으로 PR담당자는 이래야 한다고 배웠다. 최초 PR일을 현장에서 배울 때 한참 높은 사수가 이런말을 했다.
‘이메일은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항상 리플라이 하세요. 하면 한다 못하면 못한다. 딜레이 되면 언제까지 해드린다. 꼭 하세요. 상대방이 이메일 하고 전화 다시하게 하면 정 대리님이 진겁니다.”
당시 사수의 이말은 “아휴…아주 저 양반이 나를 갈구실려고 작정을 하셨구만…하루에 몇 통이나 이메일 온다고…” 당시에는 기자들도 이메일을 별로 쓰지 않아 평소 오는 이메일은 홍콩이나 싱가폴의 파트너 PR에이전시 AE들의 것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커뮤니케이션하라는 가르침이 지금 나의 조급함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PR담당자에게 이메일을 해 보면 어떻게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안다. 기자들도 그럴꺼다.
PR

현문 우답
윤리논쟁
자꾸 윤리 윤리하시는데요. 만약 그쪽 에이전시에서 하라는 식으로 해서 우리 매출이나 시장점유율이 빠지면 어쩔껍니까?
그건 PR의 책임이 아닌 것 같은데요…
뭐야 이거!
다양한 방법론
이번 제품 론칭에 있어서 아주 집중적인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을 진행해야 하겠습니다. 기존 클래식 PR에서 좀더 나아가서 다양한 방법론들을 좀 구상해서 보여 주세요.
네
(2주후)
여기있습니다. 저희가 최대한 여러가지 방법론을 고안해 봤습니다.
흠…제가 보니 이건 거의다 PR쪽 그것도 언론홍보쪽 플랜인 것 같은데요. 제가 분명히 여러가지 방법론을 고안해 달라 말씀드렸잖습니까?
저희가 PR 에이전시라서요. 다른 부분은 쫌…
뭐야 이거!
공부
저희가 이번에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하는데요. 그쪽 에이전시에서 조금 도움을 주셨으면 해서요. ERM(Enterprise Risk Management)분야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고계시죠?
ERM이요? 그럼요. 저희가 그쪽에는 커뮤니케이션 경험이 많습니다. 맡겨만 주시면 뭐 잘 해낼 수 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대단하십니다. 최근에 어떤 ERM 프로젝트를 진행하신적이 있나요?
네…저희가 OO맥주회사에서 상황이 안좋아서 임직원 100명 정도를 조기 퇴직시켰을 때 거기에 관련되 부정적인 기사를 막는데 아주 힘들었지만 일단 성공을 한 적이 있지요.
네? ERM하고 조기퇴직관련 기사하고 무슨…관계가???
어? ERM이 Early Retirement Management….뭐 이런 뜻 아니었나요?
뭐야 이거!
뭐든지 OK?
이야기 들으니까…우리나라에서 손가락안에 드는 대형 PR대행사라고 하시던데요. 저희가 OOO쪽에 좀 문제가 있어서요.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 해서요.
네. 저희는 뭐든지 다 할 수 있습니다. 워낙 직원들과 클라이언트들이 많아서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뇨 경험이 중요한게 아니구요. 이쪽 부분에 대해 전문성을 좀 가지고 계신가 해서요.
전문성이요? 그게 사실 팀장님도 아시겠지만…경험이 쌓이다 보면 전문성이 생기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지만…이 분야가 전문적인 서비스 분야라서 그쪽에 전문가가 내부에 몇명 계셔야 할 텐데…
하하하…괞찬습니다. 일단 맡겨만 주시면요…어떻게든 다 해드릴께요. AE들 여러명 붙여서요 문제 없이…
그 AE라는 분들이 PR만 하시던 분들이잖아요?
네…PR하다보면 뭐 다 할 수 있으니까요…
뭐야 이거!

15년만의 인연
요즘 LinkedIn을 통해 예전에 같이 프로젝트를 하거나, 비지니스나 학연 지연으로 인연을 맺었던 친구들을 찾고 연락을 업데이트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메일이나 전화번호 그리고 회사들이 바뀌어 거의 10여년간 연락없이 지내다가 다시 이런 SNS를 통해 만나게 되니 진짜 SNS의 소중함을 느낀다.
지지난 주에는 베트남의 PR에이전시 사장 하나와 연결이 됐다. 한국 대학에서 강사를 하기도 하고 미국에서 공부한 베트남 선수인데…다음 달 쯤 한국에 오니 얼굴 한번 보자 한다. Slideshare에 올려 놓은 내 leadership training 파일을 보고 무심코 연락을 해 온건데…이름을 보니 예전에 알던 선수라서 반갑게 우연이라고 인사했다.
오늘은 홍콩의 한 로컬 PR 에이전시 사장이 LinkedIn을 통해 이메일을 해 왔다. 자기 클라이언트들을 위해 한국에 affiliate을 하나 만들고 싶은데 같이 하잔다. 좋다 하고 여러번 이메일을 하고 나서 공식적으로 파트너십을 만들었다.
고마운 LinkedIn에 들어가 여러 친구들을 찾아보다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Jim Lukaszewski에게 Connection을 신청했다. 그랬더니 Jim에게 30분도 되지 않아 금방 답변이 왔다. Connection을 받아주었고, 나의 bio를 보았는지 나의 새로운 비지니스 시도에 대해 치하를 해 주었다.
지난 15년간 항상 그의 insight들을 읽었었고, 그에게로부터 Crisis Communication을 배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그의 미국 사무실에 이메일을 해서 한국에 그를 초청하려 시도하기도 했었고, 비지니스적으로도 함께 큰 일을 해 보려 했었다. 당시에는 SNS가 없었고, 그에게 우리의 메시지가 도달하기 어려웠다.
그의 개인적인 이메일에 긴 답변을 달았다. 한국 시장 상황에 대한 설명과 나의 professionalism 형성을 도와 주어 고맙다는 이야기 그리고 한국에서 조만간 보자는 약속을 보냈다. 15년만의 인연이다. 그만큼 고마운 SNS다.

모든 세상이 광고만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월요일 아침 커피빈에서 직원들과 주간회의를 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강남 거리에는 여러 광고 래핑을 한 버스들이 줄지어 다닌다. 건물에는 아웃도어 애드들이 반짝 거린다. 갖가지 방송을 통해 그리고 설치형 광고판을 통해 다양한 즐거운 스토리들이 반복된다.
남편을 위해 맛있는 식사를 지을 때 필요한 된장과 태양을 받고 자란 고추장, 품격을 위한 자리에서 마시는 위스키, 명사들만을 위한 차 고급 세단, 깐깐한 엄마들이 선택하는 유기농 과자, 엄마의 마음으로 만든 이유식 그리고 서울시민의 발 전철…
이 세상이 그들이 이야기 하는 것만 같이 꿈같은 세상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저렇게 매일 꿈을 이야기 하고, 웃는 얼굴을 상상하면서 일하는 광고인들은 또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맞다. 물론 피상적이고 갑작스런 상상이다!!!!!)
반면에 이 PR이라는 걸 하는 우리는 얼마나 불행한가 하는 생각을 했다. 완전 반대의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아주 골치아프고 불행한 일들만 다루는 게 우리 아닌가 말이다.
남편과 태양을 이야기 했던 된장과 고추장에 중국산 고추씨가 섞여 있고 거기서 철가루가 수북히 나왔다고 하질 않나…품격의 위스키인데 알고보니 가짜 양주라서 골치가 아프다…명사들이 좋아 할 것 같아 출시한 우리 고급세단이 고속도로에서는 엔진이 멈춰버린단다. 깐깐한 엄마들이 회사 앞에서 무슨 유기농이냐면서 시위를 하고 계란을 던져댄다…엄마들의 마음에는 우리 이유식이 GMO 이유식으로 받아들여진단다. 서울시민의 발목 좀 그만잡으라 소리치는 시민들의 아우성을 우린 들어야 한다.
PR담당자들은 종종 불행한 것들을 다루는 사람들이다.
산봉우리가 높으면 골이 깊은 것이 당연하다. 시계추도 왼쪽으로 45도 올라가면 내려 올 때 오른쪽으로도 45도 정도는 올라가는 게 정상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좋은 이야기 10억원어치를 했으면 나쁜 이야기 10억원 어치는 듣고 견뎌 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들이 그렇게 기대를 하기 때문이다.
동네 할머니가 근근히 만들어 팔던 고추장에서 돌가루가 하나 나오면 ‘이 할머니가 고추장 뚜껑 덮는 걸 잊으셨구나’ 하고 다음날 시장에 가서 뭐라 한마디 해드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식품대기업 고추장에서 돌가루 하나가 나오면 지나가다 뭐라 한마디로 끝내지는 못한다는 거다.
그 만큼 스스로 좋다, 잘났다 했으면 그 만큼 말했던 것을 지키라 하는 게 소비자들의 당연한 마음이라는 거다. 문제는 이런 소비자들의 당연한 마음을 기업이 인정하지 않는데 있다. 자기들이 그들에게 꿈을 심어 주었으면서 막상 일이 나면 뭘 그리 바라는게 많냐 한다.
광고비 100억원은 쓰면서 그 광고속 이야기와 반대되는 일이 벌어졌을 때 쓸 돈 1천만원은 아까운게 그 증거다. 어려워도 광고비 100억원은 마케팅 투자라 생각하면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시스템 투자는 어이없는 비용이라 본다는 게 문제라는 거다.
광고는 꿈을 준다. PR은 무언가 찝찝함을 준다.
그래서 위기가 벌어지면 사과나 해명광고로 10억을 쓴다. 하지만 동시에 PR에겐 위기관리 비용을 아끼라 한다. 광고가 기업에게 꿈을 주는 게 틀림없다는 증거다. 이 광고가 우리에게서 이 위기를 멀리 가져 가겠지 하는 꿈이다.
회사를 위함에도 찝찝함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게 불쌍한 PR이다.

편한게 좋은거다?
위기관리 포지션에 있어 대응(countermove)은 위기관리 주체가 자신이 not guilty라는 강력한 확신이 있어야 가능하다. 최근 미국 뉴욕 업스테이트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어난 이물질 사건에 대해 업체측이 아주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최초 로컬 기사에 의하면 이물질을 발견한 손님들이 업체측을 소송할 계획은 없고, 그냥 음식 값을 면제 받았다고만 되어 있다.
TGIF 측은 “우리는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며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즉시 해당 음식을 모든 식당의 메뉴에서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 발견된 뱀 머리는 조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음식을 만든 뒤에 누군가가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TGIF 관계자는 “누가 이처럼 몰지각한 행동을 저질렀는지 알지 못하지만 이 사건과 연루된 사람을 밝혀내 처벌하기 위해 수사당국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닷컴]
이런 전면 대응 방식은 최근 모 제약회사에 의해서도 실행되었다 탈크 약품 논란에 대한 전면 대응이었다. 이 회사는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는 광고를 진행했고, 식약청에는 어떻게 법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예산이 어느정도 확보되는 회사들에게는 이렇게 광고만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것이 내부 평가도 좋고, 변수도 적어서 편한게 사실이다. PR로 이미지 회복을 꾀할려면 예산은 적게 들어도 일단 구축해 놓은 언론계 인적 자산도 아쉽고, 그 과정에서 신경써야 할 변수들도 많아 보이게 마련이다. 또 기사가 잘 나왔더라도 보쓰분들의 평가들이 서로 서로 엇갈리기 마련이다. (항상 기사에 대해서는 불평들이 존재한다. 예를들어 기자의 단어 하나 표현 한줄에 집중…)
실무자들에게는 그냥 단순하고 편해 광고가 좋고, 윗분들에게는 무언가 있어보이고 돈 좀 쓴 자국(?)이 남으니 광고가 좋다. 일부 우리 나라 기업들의 위기관리 대응방식에서의 특이한 부분들이다.
워룸이 고생이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활동들이 당초 청와대가 내세웠던 목표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 당장 비경상황실과 관련해
청와대는 2차 세계대전 때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운영한 ‘워룸’의 개념을 도입했다고 설명했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실 활동과
관련해선 청와대 일각에서 “전략은 내놓지 않고 상황만 점검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일보]
기업을 대상으로 워룸을 설치하고 실제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을 점검해 보는 것을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이라고 한다. 기업 위기 발생시 최고 의사 결정권자들이 한 공간에 모여 상황을 점검하고, 각 프로세스별 포지션을 정하고 대응 방식을 결정해 실행조직에 대응을 지시하는 역할을 여기서 한다.
이 워룸에 대해서는 여러번 포스팅을 했었지만, 현실에서 보면 기업들은 워룸 경영 자체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지만, 워룸에서 지시 된 대응 활동들을 실제 현장에서 실행하는 데 문제가 있다면 이 워룸의 가치는 아무 것도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모 양주회사가 최첨단 위조 방지 기술이 적용된 양주병을 강력하게 홍보를 했다고 치자. 어느날 부산에서 모 기자가 일선 유흥업소 업주의 제보를 받아 해당 양주병이 쉽게 위조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취재했다면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
하나의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반향이 크다 판단이 된다면 말이다. 일단 본사 워룸에서는 CEO와 임원들이 모여 ‘어떻게 이런 단순한 기술로 우리의 최첨단 위조방지기술이 뚫릴 수 있나?”하는 상황파악을 하게 되겠다. 생산 및 기술 임원들이 허탈하게 조사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알아보니 가능하다’는 결론을 가져왔다.
그러면 그 다음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하나. 워룸에서는 토론을 통해 해당 이슈를 관리하기 위한 포지션을 공유한다. CEO께서 “그러면 이 기술이 결코 위조를 근절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면 우리는 가능한 빠른 시간내에 개선책을 가지고 실행을 해야 한다.”하는 포지션을 정했다.
CEO는 생산기술 임원에게 언제까지 이 위조방지시스템 개선안을 마련할 수 있는지 물었다. 해당 임원은 ‘2주 가량’이라고 말했다. 가능한 빨리 개선책을 마련하라 지시한다. 기획 임원에게는 생산측과 공조하면서 개선된 위조 방지 시스템이 적용된 제품을 만들게 되면 얼마 정도의 추가 예산이 필요한지 보고하라 지시한다.
마케팅 임원에게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위조 방지 기술을 강조하는 광고와 POS물들을 배포 중단하라고 지시한다. 영업 임원들에게는 해당 이슈에 대해 적절한 셀링 스토리를 만들어 공유하고 절대로 해당 이슈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고 지시 한다.
마지막으로 PR팀에게 ‘당장 부산으로 내려가 다음 주로 예상되는 기사 게재를 어떻게든 막아 보라’ 지시한다. 개선책이 나올 때까지 가능한 시간을 벌자는 전략이다.
문제는 이 때 부터다. 실행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다.
생산기술 임원은 이전 위조 방지 시스템을 납품 한 외국계 제조회사 담당자들을 불렀다. 해당 업체에서는 이런 일은 처음이라면서 본사 기술팀의 의견을 물어 본다 했다. 1-2주를 달라 한다. 문제는 CEO에게 2주내에 개선책을 보고 하겠다고 했는데 사실확인이 그 정도 걸린단다. 무조건 일정을 당겨서 어떻게든 개선책을 내놓으라고 소리치고, 못하면 남품 계약 해지라 소리를 친다. 하지만, 이 회사말고는 납품을 하는 곳이 없다.
기획에서는 생산측에서 시간이 지연 될 듯 하다 했는데, 우리가 어떻게 추가 예산을 뽑을 수 있냐면서 생산이 문제라고 고개를 저으며 앉아 있다.
마케팅에서는 광고야 내릴 수 있지만, POS 배포를 중단하라면 2주 이상을 POS 출하를 중단하거나 예전 구형 POS를 대신 배포해야 하는데…브랜드 매니저들은 말도 안된다면서 생산측에 전화를 걸고 기획에게 항의를 한다.
영업에서는 ‘이미 그 이야기는 도매상들이나 업소주인들이 다 아는 상식’이라면서 아무리 셀링 스토리를 가지고 가도 말이 안 통할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각 지점들까지 캐스케이딩이 안되고 각 지역에서는 하달한 지시가 먹히지 않는다.
PR팀에서는 PR팀장이 일단 KTX편으로 부산에 내려가긴 했는데..아무리 인맥을 동원해도 해당 기자 수배가 안된다. 해당 신문사에 가 데스크들을 만나 보았는데 갑작스럽게 왜 이렇게 유난을 떠나 하고 이해를 못한다. 광고국에서는 언제 본사에서 광고 한번 해 준 적 있느냐 되레 항의를 한다. 지점장이 나서서 학맥을 동원해 보지만…어쩌다 보니 데스크 부터 광고 국장까지 감정만 상하게 되었다.
억지로 고급 술집에서 데스크와 해당 취재팀을 묶은 접대를 제안했는데. 별반 호응이 없다. 요즘이 어떤 세상이냐면서 손가락질을 한다. 겨우 마케팅에 전화를 걸어 해당 신문사에 광고와 지역 캠페인 지원을 약속하고 나서 올라 오는데…KTX에서 전화가 울린다. 지점장 전화인데 부산의 또 다른 소규모 신문에서 똑같은 기사를 취재하고 있다면서 기자가 지방국세청에 인터뷰를 요청했단다.
이게 워룸의 한계다. 아주 간단한 이런 이슈에도 대응하는 실행 프로세스에 한계가 있으면 아무리 워룸이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실현이 되질 않는거다.
조그만 회사의 조그만 이슈도 이럴진데 국가 수준의 워룸이 100% 그 효력을 발휘하긴 힘들겠다. 모두가 다 이상적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운도 좋아야 한다. 위기관리란게 그렇다.
정보+의견+관계=토론
언론은 ‘대중의 소리’가 아니라는 점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언론의 의견을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다. 사회와 소통하고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통로로 활용해야 한다. 누군가가 당신과 반대 의견을 말한다고 비난하거나 공격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당신은 당신의 견해를 설명하면 된다. 연설을 하고 칼럼을 쓰고 토론회에 참여하고 보도 자료를 배포하거나 기자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견해를 전달할 수 있다. 모든 것이 토론의 정신에 입각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정보와 의견이 관계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정부와 기자 사이의 어쩔 수 없는 긴장감은 술자리를 가진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전문성을 갖추고 서로 존중하며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동아일보, 시론]
마이클 브린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스 회장님의 insight과 perspective에 완전하게 공감한다. 토론적 시각에서 언론을 바라보라는 권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정보와 의견과 관계 이 셋은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PR에서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블로그 마케팅이라는 활동들…
블로그 마케팅이라는 명칭으로 진행되고 있는 회사 활동들에는 대략적으로 공통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최근에도 자주 목격되는 서포터즈니 체험단이니 리뷰니 심지어는 외부 기자단이니 하는 형식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 활동들을 좀더 가만히 들여다보면 또 공통적인 기법이 있는데…바로 ‘댓가 지불’ 형식이다. 그 댓가가 무료 선물, 리뷰용 제품 및 서비스 제공, 일정 수당 지급, 행사 관련 소용경비 지원등으로 지불(paid)되는 형식이다. – 이 기준에서는 paid라는 측면에서 분명히 PR은 아니다.
기업에서는 ‘소비자 중심적’ 시각을 가지고 이런 활동들을 진행해 나간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의미는 ‘소비자가 만든 컨텐츠’를 레버리징해서 브랜딩 및 판매를 촉진하겠다는 생각으로 해석된다.
물론 여기서 소비자가 만든 컨텐츠는 paid contents의 의미이며 미국에서는 sponsored conversation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지만, 분명히 이 컨텐츠는 소비자가 ‘만든’ 컨텐츠이고 ‘소비자의 컨텐츠’는 근본적으로 아니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마케팅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paid contents는 기존 광고집행 형식과 비교 했을 때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cost effective한 형식임에는 틀림 없다. 기존 TVC나 Newspaper ad cost는 이제 상한가를 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블로그 마케팅에 대한 관심은 budget 중심 관점에서 볼 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는 거다.
다 좋다. 블로그 마케팅을 통한 paid contents 극대화에 대해서 왈가왈부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업의 목적을 위해 기본적으로 어떤 마케팅 tool에 대한 편식도 도움이 될게 없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방식도 나름의 의미는 있다.
문제라면 기업이 블로고스피어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런 원시적(!) paid contents creation으로서 블로그 마케팅에만 편향되고 있는 부분이다. 블로그를 통한 WOM이나 Buzz가 얼마나 기업 마케팅에 큰 영향을 지속적으로 전해 줄 수 있을찌에 대한 전반적 고민이 부족하다는 거다.
이는 기존 오프라인 PR에서 Publicity를 통해 신문지상에 많은 기사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오직 목적인 현실과 동일한 근시안적 활동이라는 거다. 또한 기존 마케팅에서 여러 매체에 광고를 게재했다는 사실 자체를 곧 퍼포먼스로 잡는 현상과도 같다. (물론 노출 결과등에 대해 나름대로의 수치들을 내세워 퍼포먼스를 자의적으로 입증하지만…이는 내부 리뷰용 아닌가)
기업 블로거들이나 브랜드 블로거들이 모두 ‘대화’를 블로고스피어의 중심에 놓고 이에 대해 고민하는 듯 해 보이지만…사실 실무자들이 진정한 대화를 어떻게 정의하는지도 헷갈리는 게 사실이다.
진짜 오랫동안 관계를 만들어 온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대화’와 토킹바등에서 몇십만원 짜리 술한병을 시킨 후 종업원과 나누는 ‘대화’를 동일한 가치로 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기업 활동들을 분석해 보면서 기업을 지속경영 하려는 기업들이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점점 더 크게 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 블로깅은 소중한 공중들과의 진솔한 대화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관계형성이 가장 큰 가치다. 하루 이틀 연속적인 paid/sponsored conversation으로 단기적 목적들을 추구하는 하루살이 방식만으로는 지속경영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해외의 성공한 기업들의 결과적 매출을 탐내하기 보다는 그 이전 과정에서 그들의 지속적이고 일관되고 통합적인 대화 노력들과 그들의 철학을 탐 내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거다. 돈만을 탐내면 항상 급해지는 법이다.
기업 블로깅 = PR
기업이 네티즌들의 신뢰를 사려면 투자가
필요하다. 인터넷 소통은 쉬운 일이 아니며, 365일 모니터링이 필요한 일이다. 예를 들어 회사 블로그를 전담 직원 없이 수시로
교체되는 임시직 직원을 통해 일관성 없이 운영한다면,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기 십상이다. [조선일보]
백승재 기자께서 아주 insightful한 기사를 만드셨다. 힐앤놀튼 커넥트측에서 자료를 릴리즈하고 함께 만드신 듯 하다. 기사를 읽으면서 한가지 아주 흥미로운 생각을 더하게 된다.
위의 기사 부분이 큰 insight를 주고 있는데…위 기사를 이렇게 바꾸어 보면 어떨까?
기업이 공중들의 신뢰를 사려면 투자가
필요하다. PR 소통은 쉬운 일이 아니며, 365일 모니터링이 필요한 일이다. 예를 들어 기업 PR을 전담 직원 없이 수시로
교체되는 임시직 직원을 통해 일관성 없이 운영한다면,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기 십상이다.
단어를 바꾸어도 의미는 그대로 통한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도 실행하지 못한다는 거다. 아주 간단한 거다. 새로울게 없다.
헷갈리지 말자!
Most PR firms do publicity, not PR.
[Seth Godin]
PR을 배우지 못 한 세스 고딘이 PR을 이야기 한다. PR을 공부한 사람보다, PR로 밥을 번다는 사람들 보다 더 큰 insight를 이야기 한다.
우리는 진정 PR을 하고 있나?
진짜?
Wait a Minute…이건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야기다. 스토리텔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