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2009 Tagged with , , , , 6 Responses

모든 세상이 광고만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월요일 아침 커피빈에서 직원들과 주간회의를 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세상이 모두 다 저런 광고들 처럼 행복하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강남 거리에는 여러 광고 래핑을 한 버스들이 줄지어 다닌다. 건물에는 아웃도어 애드들이 반짝 거린다. 갖가지 방송을 통해 그리고 설치형 광고판을 통해 다양한 즐거운 스토리들이 반복된다.

남편을 위해 맛있는 식사를 지을 때 필요한 된장과 태양을 받고 자란 고추장, 품격을 위한 자리에서 마시는 위스키, 명사들만을 위한 차 고급 세단, 깐깐한 엄마들이 선택하는 유기농 과자, 엄마의 마음으로 만든 이유식 그리고 서울시민의 발 전철…

이 세상이 그들이 이야기 하는 것만 같이 꿈같은 세상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저렇게 매일 꿈을 이야기 하고, 웃는 얼굴을 상상하면서 일하는 광고인들은 또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맞다. 물론 피상적이고 갑작스런 상상이다!!!!!)

반면에 이 PR이라는 걸 하는 우리는 얼마나 불행한가 하는 생각을 했다. 완전 반대의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아주 골치아프고 불행한 일들만 다루는 게 우리 아닌가 말이다.

남편과 태양을 이야기 했던 된장과 고추장에 중국산 고추씨가 섞여 있고 거기서 철가루가 수북히 나왔다고 하질 않나…품격의 위스키인데 알고보니 가짜 양주라서 골치가 아프다…명사들이 좋아 할 것 같아 출시한 우리 고급세단이 고속도로에서는 엔진이 멈춰버린단다. 깐깐한 엄마들이 회사 앞에서 무슨 유기농이냐면서 시위를 하고 계란을 던져댄다…엄마들의 마음에는 우리 이유식이 GMO 이유식으로 받아들여진단다. 서울시민의 발목 좀 그만잡으라 소리치는 시민들의 아우성을 우린 들어야 한다.

PR담당자들은 종종 불행한 것들을 다루는 사람들이다.

산봉우리가 높으면 골이 깊은 것이 당연하다. 시계추도 왼쪽으로 45도 올라가면 내려 올 때 오른쪽으로도 45도 정도는 올라가는 게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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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 마찬가지다. 좋은 이야기 10억원어치를 했으면 나쁜 이야기 10억원 어치는 듣고 견뎌 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들이 그렇게 기대를 하기 때문이다.

동네 할머니가 근근히 만들어 팔던 고추장에서 돌가루가 하나 나오면 ‘이 할머니가 고추장 뚜껑 덮는 걸 잊으셨구나’ 하고 다음날 시장에 가서 뭐라 한마디 해드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식품대기업 고추장에서 돌가루 하나가 나오면 지나가다 뭐라 한마디로 끝내지는 못한다는 거다.

그 만큼 스스로 좋다, 잘났다 했으면 그 만큼 말했던 것을 지키라 하는 게 소비자들의 당연한 마음이라는 거다. 문제는 이런 소비자들의 당연한 마음을 기업이 인정하지 않는데 있다. 자기들이 그들에게 꿈을 심어 주었으면서 막상 일이 나면 뭘 그리 바라는게 많냐 한다.

광고비 100억원은 쓰면서 그 광고속 이야기와 반대되는 일이 벌어졌을 때 쓸 돈 1천만원은 아까운게 그 증거다. 어려워도 광고비 100억원은 마케팅 투자라 생각하면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시스템 투자는 어이없는 비용이라 본다는 게 문제라는 거다.

광고는 꿈을 준다. PR은 무언가 찝찝함을 준다.

그래서 위기가 벌어지면 사과나 해명광고로 10억을 쓴다. 하지만 동시에 PR에겐 위기관리 비용을 아끼라 한다. 광고가 기업에게 꿈을 주는 게 틀림없다는 증거다. 이 광고가 우리에게서 이 위기를 멀리 가져 가겠지 하는 꿈이다.

회사를 위함에도 찝찝함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게 불쌍한 P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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