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2월 232009 Tagged with , , , , , 8 Responses

정말…

한나라당은 지난 20일 홈페이지에 ‘꽃보다 경제! 한나라, 국정핵심과제 관련 특위 가동’이라는 제목으로 신설특위 위원장을 ‘꽃남’ 출연진에 빗댄 패러디물을 올렸다.

이 패러디물은 ‘꽃남’에 출연하는 이른바 ‘F(flower)4’를 한나라당 신설특위 위원장 ‘H4’로 비유했다.

‘꽃남’의 구준표(이민호 분)는 ‘구몽표’(정몽준 최고위원·아름다운 국토가꾸기 지원 특위)로, 윤지후(김현중 분)는 ‘허지후’(허태열 최고위원·정치선진화와 혁신을 위한 특위), 소이정(김범 분)은 ‘소이공’(공성진 최고위원·미래위기관리 특위), 송우빈(김준 분)은 ‘안경빈’(안경률 사무총장·나눔봉사특위)으로 패러디됐다. 드라마 여주인공 금잔디(구혜선 분)의 역할은 ‘금순디’로 개명된 박순자 최고위원(일자리 지키기 만들기 나누기 특위)이 맡았다. [스포츠조선]

아이디어로 홍보를 하는 아마추어들은 결과를 예측할 줄 모른다. 그냥 자의적으로 재미있거나 괜찮겠다 싶으면 박수를 치고 좋아하며 일단 실행을 해 본다. 그리고는 책임을 지지 못한다. 그래서 아마추어다.

정말 할말이 없다.

2월 162009 Tagged with , , , , , , , 4 Responses

위기의 진짜 뿌리를 알자

홍보담당자들이 가장 스트레스로 생각하는 위기로  흔히 ‘부정적 기사’를 꼽는다. 이 이슈는 홍보담당자의 핵심 업무평가와 관련된 것이라 항상 압박이 존재한다. 더구나 가시적인 잘못이 갑자기 발생하지 않았는데도…생뚱 맞게 떠오르는 부정적 기사들은 홍보담당자들을 살리고 죽인다.

보통 일부 기자로 부터 부정적 기사들로 얻어맞은(!) 홍보담당자들은 이런 원인을 해당 위기의 주 원인으로 말들 한다.

  • 거기서 지난달에 캠페인 스폰 하나 하자고 했는데 우리가 예산 때문에 고사를 했거든…
  • 이번 특집때 광고를 안 줬더니 그러는 것 같아
  • 저번에 우리 사장이랑 그 쪽 부장이랑 식사 약속이 있었는데…그게 그날 오후에 어그러졌었어. 본사에서 큰 일이 있어서 사장이 식사를 캔슬했었지…그게 원인 아닐까 해
  • 거…알잖아. 거기 부장이 우리 회사 싫어 하는거. 경쟁사 사장이랑 고등학교 대학교 선후배 사이라서 우리에게 그렇게 친절하지가 않아
  • 사실 이게 그렇게 크게 쓸일이야? 이게 꺼리가 되냐구… 괜히 무슨 억하심정으로 말이야 여럿 괴롭히냐구…
  • 아니 왜 같은 업계 다른 회사들은 안써? 왜 우리만 가지고 그래? 자기네 경쟁 신문에서 특종하니까 우리가 희생양인가?


반대로 기자들을 만나서 ‘아니 왜 그렇게 그 회사에 대해 그런 기사를 쓰게됬수?’ 물어보면 보통 이런 대답들이 많다.

  • 쓸만하니까 쓰지.
  • 거기 사장부터 홍보라인들이 개념들이 없어. 아주 비협조적이고 무능해
  • 제보가 들어왔어. 거기 문제가 많은 회사더라고. 몇번 더 나갈꺼야
  • 거기 일하는 사람들이 이상해. 약속들도 자꾸 안지키고…믿을수가 없어
  • 그 회사에 대해서는 말도 하지마…아주 재수 없다. 나에게 이제 보도자료 보내지 말라고 했어
  • 내가 작정하고 그 회사 홍보라인 갈릴 때까지 한번 해 볼꺼야. 이런 데 처음 봤거든
  • 아니 사실 이거 기사 되지 않아? 나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들어와…이래 이래서…
  • 걔네 경쟁사하고 지네 회사하고는 틀려. 그 회사는 홍보에 감이 있어…경험들도 많고…어디다 비교야
  • 그 회사 사장이 문제 있는 사람이야.



이렇다.

서로가 동일한 부정적 기사의 실제 원인을 동일하게 제시하지 않는다. 그러니 서로가 상호 이해하에 풀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재미있는 건 부정적 기사들을 둘러 싸고 그 기사 발생의 원인을 양쪽으로 부터 들어보면 상당히 많은 부분이 ‘관계’에 대략적인 원인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는 거다.

관계가 언제 어디서부터인가 얽히다 보니 일어나는 해프닝이 많다는 거다. 사실 홍보일선에 있는 분들이면 누구든 인정하는 것이겠지만…상호간에 좋은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면 위의 여러 이유들을 사전에 완화 또는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말이다.

이 민감한 관계에 대한 또 다른 문제는 홍보담당자와 기자들간에 관계 품질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다르다는 부분이다. 홍보담당자가 어떤 기자와 밥한끼를 정답게 먹고 헤어진 후 ‘나는 그 기자와 친하다’고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들도 있고…기자가 어떤 홍보담당자와 그렇게 오랬동안 상호 협조적으로 일하고도 마음속으로는 ‘저 사람은 믿을만 한 사람이 아니야’하는 경우들도 있다는 거다.

홍보담당자와 기자들간의 관계는 실제로 부정적인 기사가 발생 된 다음에 가늠할 수 있다. 홍보담당자가 해당 기자에게 지금까지 어떻게 해 왔던 것인지…그리고 반대로 기자는 그 홍보담당자를 어떻게 생각해 왔었던 것인지. 그들양쪽의 하소연에 귀 기울이다 보면 그 뿌리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평소에는 잘 모른다.

소리를 들어보자.

 

2월 122009 Tagged with , , , , , 2 Responses

이게 뭔가?

또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홍보하는 분이 홍보하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알려라’고 얘기한 거니까…”라고 언급해 그런 전자우편을 보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태도를 보여 주목된다.[“홍보하는 분이 홍보하는 사람에게 얘기한 거니까” – 오마이뉴스]

아무리 청와대가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이라고는 하지만…공감하고 배려하는 Communication Message관리가 참 아쉽다. 마치 밥을 잘해 놓고 뚜껑을 열었을 때 하얀 새밥에 가래침을 퇴퇴 뱉는 듯 한 느낌을 자주 받는다.

특히 이번 문건 파동에 대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메시지가 이게 뭔가. ‘홍보하는 분이 홍보하는 사람에게…’ 무슨 생각과 전략을 가지시고 이런 말씀을 하시는가 말이다. 위기를 관리하겠다는 의지 이전에…윤리적이고 직업적인 철학이 아쉽다는 거다.

이에 대해서 가만히 보고만 있는 한국PR협회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다. 과연 이런 언급에 관해 PR업계나 학계에서는 관심이라도 있는 걸까? 그런 우리가 어떻게 보면 공범은 아닌가? 모르겠다.

2월 112009 Tagged with , , , 5 Responses

누구일까? 2

<오마이뉴스>가 이날 신뢰할 만한 제보자를 통해 긴급 입수한 관련 문건에 따르면, e-메일을 통해 보낸 청와대
공문의 발신자는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 행정관’이고 수신은 ‘경찰청 홍보담당관’이다. e-메일 공문을 보낸 ◯◯◯ 행정관은 현재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에 근무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공문은 “용산사태를 통해 촛불시위를 확산하려고 하는 반정부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연쇄살인사건’의 수사내용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바랍니다”라고 시작한다.

이어 공문은 “특히 홈페이지, 블로그 등 온라인을 통한 홍보는 즉각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으므로 온라인 홍보팀에 적극적인 컨텐츠 생산과 타부처와의 공조를 부탁드립니다”면서 “예를 들면 ▲연쇄살인 사건 담당 형사 인터뷰 ▲증거물 사진 등 추가정보 공개 ▲드라마 CSI와 경찰청 과학수사팀의 비교 ▲사건 해결에 동원된 경찰관, 전경 등의 연인원 ▲수사와 수색에 동원된 전의경의 수기”라고 매우 구체적으로 홍보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누굴까? 상당히 빠른 시간내에 이렇게 실제적인 홍보 프로그램을 제안한 사람이…이 문건이 존재했건 안했건 실제 경찰은 여기에서 제시한 프로그램들을 100% 실행했다.

수년간 국정홍보 컨설팅을 했어도 컨설팅을 받은 정부부처들의 실제 제안 프로그램 실행률은 채 30%도 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것도 예산과 시간과 인력의 부족이 그 이유였다.

정부의 그 고질적인 3대 부족 환경을 극복하고…너무나도 빠른 시간내에 이렇게 정확하게 모든 홍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언론을 접촉하고 실행한 경찰도 참 대단하다.

문건이 사실이라면 청와대의 실무자와 경찰의 홍보실무자들을 고액에 스카웃 하고 싶다. 일반 사기업도 못하는 전략, 스피드와 실행 능력을 갖추었으니 진짜 스핀 닥터들이아닌가. 이들이 누굴까?

12월 172008 Tagged with , 0 Responses

기자들과 홍보팀장들이 송년회에서 하는 이야기

송년회 시즌을 맞아서 거의 매일 저녁 친한 기자들 또는 홍보팀장들과 식사와 술을 한잔씩 한다. 어제도 모 경제지 부장님을 보시고 몇개 회사 홍보팀장들이 모여 같이 삼결살과 꽁치 김치찌게를 먹으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했다.

몇차수 술자리를 옮기면서 대화내용을 가만히 들어보니…참 재미있다. 몇가지 분야로 대화 주제를 나눌 수 있다.

1. 사람 이야기 (자리에 없는 사람 이야기)

요즘 OOO이는 뭐해? 왜 안보여?
OOO회사 OOO홍보팀장은 이제 몇살이냐? 장가갈 마음은 접은거야?
OOO팀장은 요즘 춤에 빠졌데요. 룸바니 살사니 그런거 배우러 다녀…흉칙하게…나이먹어서.
OOO코리아의 OOO 홍보실장….그 자식은 상종 못할 인간이더만…

2. 경제 이야기

요즘 사업들은 어때?
아니 보도자료에서는 니네 잘 나간다고 그렇게 뿌리면서 실상은 왜 그꼴이래?
구조조정할 계획은 없데?
사장 날라가는 거 아냐?

3. 특정 회사 이야기

OO이 OO을 살 마음은 있는거지?
내가 듣기로는 OOOO이 OOOO을 시켜서 OOO을 매입하고 바로 OOO에게 넘겨서 차익실현 할라고 한다던데…
OOO은 이제 맛이 갔어요. 거기 홍보팀도 아주 개념들이 없어…
OOO회사 요즘 왜 그래? 기자들에게 아주 안좋게 찍혔어…다들 조지잖아…

4. 재테크 이야기

내 친구가 그걸 8억에 샀어. 근데 지금은 200억이래.
펀드가 박살나서 아주 요즘엔 죽을맛이에요.
야. 그래도 당신은 시골에 땅있겠다, 별장에…뭘그렇게 찡찡대
아니 그렇게 스테디셀러를 내신분이 말이죠…인세만 그게 얼마유? 어휴…

5. 건강 이야기

당신 OOO먹어라, 그게 요즘 항생제로 유행인데 한방이더만…목아플때도 좋구.
요즘 OOOO을 먹어요. 와이프가 아침마다 섞어주는 데 죽겠어…
야..요즘엔 남자로서 인생이 거의 끝나간다는 느낌이 들어…
제 머리가 그렇게 많이 빠졌어요? 이거 케어 받는건데 그래도…
요즘엔 골프도 싫다.

보통 이렇다.

톤앤매너를 분석해 보면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70-80%가량 같다. 어제도 그 자리에 없던 기자들 세네명과 홍보팀장 세네명 그리고 유명 회사 사장들과 임원들 그리고 그룹사 오너 몇명을 안주로 씹었다.

기자들과 홍보담당자들이 모이면 이런 안주가 제격이다. 칭찬하고 찬양하는 대화는 맛이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0월 142008 Tagged with , , , , , , , , , 3 Responses

공감 라디오를 위한 제안

그래서 ‘홍보만 있고 소통은 없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국민 여론이 악화된 것을 자신들의 입장이 잘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현 정부에 대해 얘기되는 ‘소통 부재’의 의미에는 정부의 홍보 부족뿐 아니라 각계 각층의 의견을 듣지 않는 것, 즉 ‘청취 부족’이란 의미도 담겨 있다. [중앙일보]

대통령의 노변담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제는 그렇게 매력적이지도 않은 것 같아서 가만히 보고 있었는데, 오늘 중앙일보 이가영 기자께서 공감 가는 글을 써주셨다. 위에서 이기자가 언급한 ‘홍보만 있고 소통은 없다’라는 표현도 달게 생각한다. 학자들이나 실무자들이 주장하는 ‘홍보’에 대한 정의나 뭐 그런 것을 차치하고..현 상황이 그렇게 불리기에 딱 적당한데 어쩔까.

맨 처음 라디오를 소통의 도구로 택한 것도 ‘정부’니까 가능한 결정이었다. 만약 이 대통령께서 현직 대기업의 CEO로서 아마 그런 제안을 받았으면 임원 얼굴을 한 번 더 쳐다보면서 “공부 좀 하라!” 소리 질렀을 것이다. 오디언스의 시각으로 패러다임을 변환한다는 것은 남녀가 성별을 바꾸는 것만큼 힘들다는 것을 여러 기업들과 정부 컨설팅을 통해 절실하게 깨닫는다.

차라리 한 남자를 설득해서 개인적으로 남성 성을 포기시키는 게. 어떤 조직이나 기업 그리고 정부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것 보다 쉽다는 게 솔직한 경험이다. 그래서 이제는 어느 정도 이들은 절대로 변화하지 않는다고 전제를 깔고 가능한 범위에서의 소규모 변화만을 지향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한나라당 당직자들도 해당 방송을 실제 라디오를 통해 듣지 않았다는 것이 그 효과를 대변한다. 매스 미디어를 통해 어느정도 규모 이상의 배포만 가능하다면 그 중 어느 정도는 의미 있는 오디언스 효과가 일어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것 또한 ‘노쇠한’ 개념이다.

그렇다고 미디어 패러다임을 따라간다고 블로고스피어로 뛰어드시라는 말은 아니다. 그것이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미디어 패러다임 변화 이전에 스스로 가진 포지션, 그리고 그에 근간한 진정성 있는 메시지다. 사실 중앙일보 이기자가 주장한 ‘청취’도 그 이후다. 청자의 포지션과 메시지가 잘못되어 있다면 ‘청취’가 효력을 발휘하거나 공감의 도구 또한 되지 못한다.

한가지 제안을 하자면…커뮤니케이션적으로…

기왕 라디오 연설을 정례화하신다면. 대통령께서 자신이 알고 있는 오디언스들의 생각들을 쭉…하나 하나 열거해 주시면 어떨까 한다. 오프라인 언론에서 전해 들은 여론, 온라인에서 회자되는 의견들…한번 방송 때 마다 하나씩 주제를 정해서 그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들을 대통령이 모아서 하나하나 읽어 주시면 어떨까 한다. 마치 DJ가 청취자 사연을 읽어주듯이…

대통령께서는 답변을 하시거나 해명을 하시거나 하지 마시고…하나하나의 의견들과 생각들에 대해 공감만을 표시하시면 어떨까. “맞습니다.” “아닙니다” 하지 마시고…”그렇군요. 그렇게 생각들 하시는군요.”  “아…이런 생각들도 하시는군요…알겠습니다.” 그냥 이래 보시면 어떨까 한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오디언스의 마음을 여는 방법은 공감을 하고 같은 포지션에 서는 것이다. 공감하는 라디오 방송이 되었으면 한다. 청취는 훨씬 그다음이다. 소통은 또 그다음이다.

9월 262008 Tagged with , , , , 0 Responses

Refreshing Meeting

인하우스(홍보팀)를 떠난 지가 이제 1년 정도가 넘어간다. 한 달에 한두 번씩 인하우스 선후배들을 만나는데 이 선수들을 만나서 소주 한잔하거나 밥 한 끼를 할 때마다 예전 인하우스 시절의 느낌을 강하게 전달받을 수 있어서 이 인하우스 선수들과의 미팅은 항상 즐겁다.

항상 나에게 “에이전시 가서 좋아?” “거긴 왜 갔어?” 등의 질문을 해서 울고(?) 웃게(?) 만들지만, 이 선수들과 한 두세 시간 마주 앉아 있다 보면 에이전시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에너지를 받는다. 여러 회사의 정치적인 이야기들도 들으면서 옛 추억도 되살리게 되고, 경쟁사 인하우스 선수들과 싸운 얘기, 출입기자들 최근 신변잡기도 들으면서 같이 뒷담화도 하고, 어떤 기자들의 소식에는 안타까워 하기도 한다.

인하우스 선후배들의 공통적인 고민이 있다면 “앞으로 몇 년이나 이 일을 더 할 수 있을까?”가 가장 핵심이다. 일단 홍보 일을 시작해서 십 년 이십 년 이 일들을 해왔는데 앞으로 더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체력이 받쳐주질 않아. 다른 일은 아는 게 없어…여러 고민으로 미팅을 끝낸다. 사실 답이 없지 않나. 새로 시작하기에도 너무 늦은 거겠고.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 자기계발을 했어야 하는데, 일상에 치여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는 게 그쪽 일이니…. 누굴 탓하기도 어렵다. 외국기업 인하우스와 국내기업 인하우스 그중에서도 그룹사 인하우스와 중소기업 인하우스들이 각각 서로 다른 색깔과 chemistry들이 있는데…최종 고민들은 엇비슷하다.

“앞으로 20년은 더 일해야 하는데, 그동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없으면 안 되지. 지금이라도 말이야…”매번 몇 마디 해주고 돌아서면 ‘참…에이전시로 오길 잘 했다’ 생각이 든다. 내가 인하우스 있을 때 그런말을 그들에게 해 주었다면 ‘형이나 몸 좀 돌보고 살어…그러다 죽겠어…’ 했을텐데…지금은 고개를 끄떡여 준다.

오랫만에 모 외국기업 홍보부장으로 승진한 한 후배를 만나서 맛있게 김치찌개를 나누어 먹고, 그 선수 손에다 커피빈 Tea 세트 하나를 선물로 들려 주고 헤어졌다. 받자마자 ‘이거…뇌물인데…우리 에이전시 비딩 곧 있는 걸 어떻게 알았지?” 너스레를 떤다. 아…내가 에이전시로 돌아오긴 했구나. 어쩄든 축하한다.

9월 112008 Tagged with , , , , , 4 Responses

홍보는 정직하다

한 조직이 홍보 하는 수준 처럼 그 조직의 실체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없다. 흔히들 “우리 회사는 홍보가 제일 문제야. 홍보가 제대로 안되서 우리 회사 이미지가 약간 처지지…”하는데 아니다 그 이미지가 정확한거다. 회사가 실제로 그 정도 수준에 있기 때문에 홍보가 그 정도 수준으로 될 수 밖에 없는거다. 닭이 먼저냐 닭걀이 먼저냐 하는 이슈가 아니라, 홍보하는 모습을 보면 그 회사가 그대로 들여다 보인다는 거다.

어떻게 하면 홍보를 잘 할 수 있나? 회사가 잘되면 홍보가 잘되는거다. 더욱 성숙한 기업 철학을 키워 나갈 수록 홍보는 잘되는 거다. 기업 철학은 훌륭한데 홍보가 조금 약하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기업 철학이 머릿속에만 있는 건 아니잖은가. 기업 철학이 좋으면 행동하게되고, 밖으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좋은 기업 철학 밑에서 어떻게 홍보라는 기능이 마비되거나 지리멸렬 할 수 있나?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려는 전략이 아니라면…)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도 그렇고, 촛불집회와 쇠고기 파동에 대한 정부의 커뮤니케이션을 봐도, 대북 이슈관련 커뮤니케이션도, 경제위기설에 관한 커뮤니케이션도…

너무나 정확하게 정부와 청와대의 수준을 반영해 주고 있는거다. 뭐가 잘했느니 못했느니 아쉽다느니 하는 것도 “조금 나아졌으면…제발…”하는 아주 대승적인 바램이 있기 때문이지, 실제로 그런 지적들을 기술적으로 접합 시킨다고 정부와 청와대의 홍보수준이 올라 가는 것은 아니다.

블로그를 열고, 여론조사를 하고, 의견을 수렴하고, 컨설팅을 받아도…중심적인 축이 성장하지 않고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절대 소통의 수준은 올라가지 않는다. 일종의 meatball sundae의 개념과도 같다.

제일 먼저는 생각을 바꾸는 거다. 그래야 태도가 바뀌고 그게 습관이 되어 실행으로 시현된다. 그 다음이 홍보다.     

9월 112008 Tagged with , , 2 Responses

평생 홍보일만 했다니까요…

어제 마포에서 모 기자와 모 대기업 홍보팀 차장 그리고 나. 술자리에서 나눈 이야기 한 조각.

[기자] O차장님은 홍보일 몇년 했어요?

[O차장] 입사해서 쭉 했죠. 계속…음 아니구나 최초 입사해서 초기 2년은 다른 업무쪽에 있었죠. 그 때 이후로는 쪽 하고 있어요.

[나] 와…그러면 꽤 오래 하셨네요.

[O차장] 그러면 뭐 합니까. 다른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데…

[기자] 지금 하는 일은 뭐 잘하나? 하하하…


다들 웃었다. 몇가지 남는 생각이라면…

  • 홍보를 오래하면 다른일을 모른다. 근데 다른 일을 모르는게 나쁜건가?  반대로 브랜드 매니저가 홍보일을 제대로 알까? IT팀장이 홍보 업무를 제대로 이해할까? 궁금하다. 그들도 우리 일을 모르기는 매한가지 일텐데…
  • 진짜 우리가 우리일만 계속하면서 떳떳하게 이 일만은 잘하고 있다 말할 수 있을까? 내 자신 부터?

이 생각 다음부터는 소줏잔이 쓰다.

8월 222008 Tagged with , , , , 2 Responses

기사 꺼리가 없다구?

What do you mean you’ve got ‘no news’? NOTHING has happened with your clients? Nothing… at all? What you mean is that you haven’t got a press release to issue. But you’ve most certainly got news. Surely? If you don’t, what the hell are you doing in the PR industry? But, well, it seems a large chunk of the PR industry is stuck in broadcast mode. Happy to talk to you if they’re flogging a press release, but highly, highly unable to react to a request for a shout-out. [Holtz report]

사실 나도 실무자 시절에 제일 어려운 전화 중 하나가 기자로 부터 “뭐 기사꺼리 좀 없어?”하는 전화였다. Holtz가 그의 블로그에서  Mobile Industry Review의 Ewan MacLeod 기자가 한탄스럽게 쓴 글을 예로 들면서 “어떻게 PR에이전시나 담당자가 자사에 대해 릴리즈할 뉴스꺼리가 없다는 말을 할 수 있는가” 지적했다.

우리 AE들에게도 “자네 클라이언트 기사 꺼리 좀 없어?” 하고 지금 묻는다면 80% 이상은 “글쎄요. 딱히…”라고 할 것이라 생각된다. “기사 꺼리가 없다”하는 말은 “PR인으로서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뜻 이기 때문에 참 하면서도 난감한 말이다.

기자들이 이런 반복 답변을 듣게 되면 더이상은 그 PR담당자에게 전화를 하지 않게 되고, 점점 더욱 뉴스가 고갈되는 상황이 초래된다는 점도 문제다.

항상 재미있고 듣고 보면 즐거운 뉴스 꺼리들을 머릿속에 넣어 놓고 있는 PR담당자들이 선수다. 기사화는 되지 않아도 즐거운 소식들을 많이 가지려 노력해야 한다. 항상 읽고, 듣고, 보고, 생각하고, 상상해 보아야 한다. 시간 날때마다 보도자료를 써서 정리해 보는 습관도 좋다.

“글쎄요…딱히 꺼리가 없네요.”


이런말 하는 에이전시에게는 돈을 주지 말라고 Holtz가 그랬다. 에이전시에서 일하고 있지만, 일리 있는 이야기라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떡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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