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의 이런 모습은 28년 전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이 터졌을 때 존슨앤존슨이 보여준 대응방식과 크게 대비된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는 독극물이 투입된 타이레놀을 복용한 소비자 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이 알려질 경우 제조사인 존슨앤존슨은 타이레놀 브랜드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존슨앤존슨은 이런 사실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언론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렸다.
동시에 미국 전체에 유통된 1억달러 규모, 3100만병의 타이레놀 제품을 즉각 회수했다. 회사측은 제품 제조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후에도 회수했던 제품을 다시 판매하지 않고, 독극물 투입을 할 수 없도록 제품 포장을 완전히 바꿨다. 그 결과 존슨앤존슨은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기업’이란 이미지를 얻게 됐고, 타이레놀 판매는 빠르게 회복됐다. [조선일보,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기고]
조선일보에 기고된 삼성경제연구소의 인사이트들이 흥미롭다. 이전에도 포스팅을 했었지만, 같은 사건에 따라 다른 의견들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해석자들의 어떤 입장에 근거한 것이라면 문제는 다르다.
이 긴 기고문에서 내가 지난 중앙일보에 기고한 내용과 전면적으로 대치되는 부분이 바로 윗부분이다. 지난 중앙일보 기고문에서 나는 이번 토요타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생산,판매 중단 조치가 1982년 타이레놀 위기관리 조치인 전량 리콜과 비교될 수 있는 것이라 했는데 이에 대한 해석이 달라서 흥미롭다.
윗 기고문에서 두개 케이스가 ‘대비된다’ 했는데…어디 어떤 부분이 ‘대비’되나?
해당 기고문 필자가 타이레놀 위기 케이스에 대해 자세히 서술 해 주었는데, 여기에서 간과한 부분들이 있다.
- 타이레놀 케이스의 경우 사망자가 발생 (1982년 9월 29일) 직후 존슨앤존슨은James W. Lewis라는 자로 부터 1백만 불을 내놓으면 청산가리 테러를 하지 않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 위기관리 관점에서 왜 존슨앤존슨은 최초 협박 편지를 받자 마자 즉각 전량리콜을 하지 않았나 하는 의견이 있었을 텐데…(실제 리콜선언은 10월 5일) 기업에게 이러한 이슈로 인해 매번 전량 리콜 또는 부분 리콜을 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 이야기 인가 하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는 토요타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하는 논리다.
- 타이레놀 케이스의 경우 사망자 발생과 함께 실시된FBI와 FDA의 조사에 따라 사망자들의 사망원인이 타이레놀이라는 1차 소견이 도출되었고. FDA는 시카고 지역에서의 제품 리콜을 존슨앤존슨에게
요청했었다.
: 일부 비판가들이 토요타는 왜 미국정부의 권고 ‘이전’에 자발적 리콜을 하지 않았느냐 하는데…타이레놀도 FDA의 리콜 권고가 있은 ‘직후’ 미 전역에서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리콜을 실시했기 때문에 성공적인 케이스로 회자되고 있다. 중요한 리콜의 경우 해당정부기관과의 사전교감 및 일정확보 없이 일방적인 발표가 가능할까. 토요타의 경우에도 정부에서의 리콜 권고 직후 미 전역에서 해당 제품군의 전면 생산, 판매금지 발표를 했고. 이는 타이레놀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조치와 동일하다 해석될 수 있다.
- 타이레놀이 사망사건 이후 즉각적으로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실시했었던것 같지만, 사실 존슨앤존슨이 최초 신문광고를 통해 사건과 리콜을 이야기 한 것은 1982년 10월 5일부터였다. 약 1주일간의 ‘뜸’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 기간 동안 존슨앤존슨 내부에서도 사실 많은 논의가 있었을 것이다.
: 토요타의 경우에도 이러한 내부 의사결정이 존재했었을 뿐이고, 그 결과로 인한 대외 커뮤니케이션이 지연되었거나 주저됐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2010년과 같은 미디어 환경에서 토요타는 유투브 동영상, 홈페이지, 신문, TV광고 등 여러 가지 매체들을 통해 1982년의 존슨앤존스 보다는 더욱 더 다양하고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실시했다고도 볼 수 있다.
- 타이레놀의 전량 리콜 이후 타이레놀의 당시 시장점유율은35%에서 8%로 급격하락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점유율은 1년이 채 지나기 전에 다시 정상화됐다.
: 이는 위기발생 이후 얼마나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했는가에 대한 반증이다. 그런 의미에서 토요타의 일련의 위기관리 조치들은 타이레놀과 비슷한 결과를 나을 수 있다는 게 나의 지적이다.
요약하자면, 타이레놀이나 토요타나 위기관리에 대한 철학과 메시지 그리고 조치들은 동일하다. 타이밍이나 선후의 발생 프로세스들도 매우 유사하다.
위기관리에서 성공과 실패는 소비자 중심의 기업 철학이 결정한다. 종전의 소비자 신뢰는 이를 뒷받침한다. 토요타가 위기관리에 성공할 것이라는 것에는 아직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위기관리적인 관점에서 별반 소비자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시킬 반소비자적 기업철학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토요타의 작금의 철학과 포지션을 우리나라 자동차사들에게 직접 대입 시켜보자. 과연 위기관리가 가능할는지 말이다.
P.S. 존슨앤존슨과 토요타의 다른 점을 굳이 꼽자면…위기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과연 토요타가 미국 기업들과 같은 ‘특유의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겠느냐 하는거다. (예를들어 존슨앤존슨은 당시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서 커뮤니케이션 했다) 수십년이 지나도 교과서에 회자될 수 있는 스토리텔링 기법에 익숙하냐 하는거다. 아시안 기업으로 미국시장에서 미국식으로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느냐 하는 것도 약간은 의문인게 사실이다.
P.S. 두개의 케이스에서 우리가 자칫 간과할 수 있는 핵심은 존슨앤존슨은 해당 위기시 일종의 피해자였고, 토요타는 가해자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위기의 발아라는 측면에서 토요타에게는 매우 중요한 인사이트가 되겠다. 존슨앤존슨보다 더욱 더 선제적이고 과감한 위기관리가 요구되는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