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

5월 312013 Tagged with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12] 위기 시 주변 인문학도의 말을 듣자

위기 시 주변 인문학도의 말을 듣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임원들의 전공을 따져 가리라는 말이 아니다. 기업 위기의 특성을 잘 들여다보라는 의미다. 위기 시엔 항상 그 위기로 피해를 받거나, 슬프거나, 화가 나거나, 당황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이들과 기업이 공감하는 데에는 공학적 사고보다는 인문학적 사고가 더 적절하다.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

기업에 위기가 발생하면 일부 임원들은 솔직히 우리가 무엇을 잘 못했습니까? 우리는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그대로 해 왔었고 이번에는 단지 재수가 없었을 뿐인데요라 이야기한다다른 일부 임원들은 우리가 간과한 것은 있었을지 몰라도그게 이렇게 까지 우리가 비판 받아야 하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라 자기합리화 한다. 위기 시 CEO 주변에는 이렇게 자기 중심적으로 자신들의 시각을 표현하는 임원들이 여럿 위치하게 마련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누군가 이번 위기는 저희가 신중하지 못했고 사려 깊지 못해 발생한 인재(人災)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건을 계기로 철저히 반성하고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합니다라 이야기한다 상상해 보자. 대부분의 임원들과 심지어 CEO 자신부터도 이질감을 느끼고 거부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런 갈등과 불균형은 기업 위기 시 내부에서 벌어지는 아주 일반적이고 흔한 현상이다.

이런 주장들의 충돌 속에서 CEO의 올바른 의사결정이 바로 내려지지 않으면 이내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해당 위기는 내부에서 실제보다 과소 평가되거나 폄하또는 왜곡되어 정의(定義) 내려지게 된다. 위기 발생시 최초 내려지는 이러한 정의는 위기관리 전반을 지배하게 되고, 위기관리 성패에 아주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대표적으로 이런 위기 폄하 분위기는 기업으로 하여금 큰 맥락을 제시하여 해당 위기의 영향이나 부정 수준을 평가절하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도록 만든다. 예를 들어 사내 중대 산재사고 위기에 맞서서는 이렇게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불미스러운 재해 사망사고는 저희 직원 수를 감안해 볼 때 발생가능성은 겨우 1만분의 일 정도였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재해로 유명을 달리한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은 물론 그 가족들과 이 사건에 놀란 직원들의 감정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숫자들과 확률이 이야기되는 것이다.

유해물질 유출과 관련된 위기의 경우 이번 유출된 OO화학물질의 경우 유해물질로 분류되어 있기는 했었지만 OO%로 희석된 상태였기 때문에 주변 주민들의 건강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경우가 생긴다. 이는 인근 공장에서 유해물질이 유출됐다는 TV 뉴스를 접한 아이 부모들의 놀람과 우려에 대해서는 해당 기업이 별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게 된다. 별것도 아닌 일에 소란을 떨 필요는 없지 않느냐 하는 메시지로 해석되면서 해당 위기는 더욱 심각해 진다.

기업은 위기 시 자기 보호 본능을 발휘하게 된다. 이 때문에 CEO를 비롯한 많은 기업 구성원들은 자신들과 맞선 위기를 최초 부정하고, 상대적으로 폄하하게 된다. 그래야 해당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기업 구성원들은 해당 위기 자체를 주로 들여다본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 관리할 수 있을까를 처음부터 고민하게 된다.

문제는 여기에서 다시 발생한다. 위기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피해, 아픔, 슬픔, 분노 그리고 불만들을 인간적으로 바라볼 기회를 놓쳐 버리게 되는 것이다. 상황관리를 위해서는 위기 그 자체를 봐야 하겠지만, 커뮤니케이션 관리에 있어서는 그 주변의 사람을 동시에 바라봐야 하는데 사람의 감정을 놓치고 공감하지 못한 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니 종종 문제가 된다.

위기 시 기업은 최대한 인간화되어야 한다. 인간화 된 기업으로서 위기 주변에 관련되어 있는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공감해야 위기관리에 성공할 수 있다. 위기관리 성공을 위해서는 CEO 주변에 숫자확률이나 과학을 주로 이야기하는 공학도들보다, ‘사람감정공감을 이야기하는 임원들이 좀 더 많아야 한다.

실제 위기 시 부정적 상황을 잘 관리해 놓고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없는 이유와 해명을 남발 해 위기를 재앙으로 만들어 버리는 기업들을 본다. 그런 기업 대부분에서는 내부 의사결정 그룹에게 사람을 보는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것이 제일 큰 원인이다. 위기는 여러 사람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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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92010 Tagged with , , , , , , , , 0 Responses

자문 그룹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까? : 토요타 아키오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 사장이 이달 24일 열리는 미국 하원 감시.정부 개혁위원회의 청문회에 출석하기로 했다고 교도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앞서 도요다 사장은 17일 대량 리콜 문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청문회에는 현지 법인 사장이 출석하겠지만 미 의회가 자신을 부르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미 하원은 18일 도요다 사장에게 “24일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라”고 정식 요청했다. [연합뉴스]

 

토요타 내부에서 어떤 논의가 계속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아키오의 미국 하원 청문회 출석과 관련해서는 의사결정에 있어 아쉬움이 있다.

물론 이런 최초 결정과 발표가 워싱턴의 로비스트들과 법률자문, 홍보자문 등의 의견을 취합해 내린 결정이라고 믿고 싶지만, 무엇을 목적으로 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내부적으로 오너에 대한 프로토콜을 맞추려고 했는지, 아니면 미국 내 여론 수위를 체크하려 했는지, 하원 측과 어떤 협상에 있어서 트러블이 생겼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아무리 가능성을 열어 놓은 입장이라고 하지만 며칠이 채 지나지 않아서 180도 선회할 결정과 발표를 왜 했을까? 만약 자문들의 조언이 먹히지 않고 있다면 큰 문제다.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하는 토요타의 특성 때문에 더욱 궁금하다.

[블룸버그에서 바라본 아키오의 하원 청문회 출석 이슈]

 

[최근 새롭게 개시한 토요타 기업 광고]

2월 162010 Tagged with , , , , , , , , , , 0 Responses

그들을 이해한다면 정답은 뭘까? : 국회의원과 기자들

정 총리는 “대정부질의는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안을 의원들이 대신 질문하면 정부가 조사해 알려 주라는 취지”라며 “(국회법에 규정된) 48시간 이전은 물론 직전까지 질문을 제대로 안 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수를 유도하려는 질문도 있고 (일부러) 말이 잘 안 들리게 묻는 일도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상가에선 “그런 즈식 질문엔 긴 답변으로 하고 싶은 기를 다하는 게 다”(정병국 한나라당 사무총장)는 등의 즉석 조언이 나오기도 했다. (중앙일보)

총리께서 최근 연이은 설화 논란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셨다고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이런 류의 불만은 일반 기업들의 CEO 및 임원들도 공통적으로 비슷하게 토로하는 내용들이다.

“왜 기자들은 실수를 유도하려고 하는 거지?” “기자들에게는 ‘아’라고 이야기하면 ‘어’라고 받아 쓰곤 하지” “아주 교묘하게 편집을 해서 인터뷰 한 사람에게 X를 먹인단 말이야”

위의 보도처럼 총리께서는 대정부질의를 하는 국회의원들을 꼬집었는데, 기업 임원들은 기자들을 꼬집는다는 것만 틀리다.

그러면 그러한 의도로 접근하는 국회의원이나 기자들에 대해 조직이나 기업의 키맨들은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할까?

 

  • 국회의원이나 기자의 특성이 바뀌기를 기도한다.
  • 대정부질문에 대한 답변이나 언론 인터뷰 등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 국회의원이나 기자의 그러한 특성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맞서 싸워 나간다.
  • 국회의원이나 기자들과 더욱 사이 좋게 지내서 미리 그런 함정들을 차단하려 노력한다.
  • 국회의원이나 기자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훈련을 통해 정확한 메시지가
    전달되도록 부단하게 노력한다.

 

정답이 뭘까?

9월 162008 Tagged with , , , , , , , , , , , , , , 2 Responses

한국적 커뮤니케이션 vs. 서구적 커뮤니케이션

여러 위기관리 프로젝트를 하면서 국내기업과 외국기업 간에 커뮤니케이션 태도(attitude)에 차이가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위기 시에 일반적으로 국내 기업들은 여러 가지 수사들을 사용해서 자신들의 포지션을 강화하려고 하는 사례들이 많다. 많은 부분에서 정서적인 접근에 익숙하고, 또 그에 대한 결과 및 반응이 좋다는 것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에 외국기업들은 상당히 dry 한 태도를 종종 보여준다. 어구 하나하나에 법적인 책임 여부를 꼼꼼히 다지다 보니. 결과물인 official statement를 한국인이 직접 접했을 때는 상당 부분 ‘쌀쌀맞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외국기업에서 인하우스 생황을 해보면서 느낀 바로는 국내기업들과 외국기업들 간의 태도의 차이는 그 근본적인 문제가 언어의 차이에 있는 것 같다. 그다음 원인은 아마 커뮤니케이션 환경 및 문화가 아닐까 한다.

아무리 화려한 그들의 언어도 한국말로 번역을 해 놓으면 별 것 아닌 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 반대도 종종있다. 외국에 위치한 본사측에서는 가능한 자신들의 의중이 정확하게 저멀리 한국이라는 나라에 전달되었으면 한다. 따라서 전달하려는 메시지들을 정제하고 정제해서 정확히 구성 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 메시지가 한국에 넘어와 한국말로 변환되 전달 될 때에는 ‘아주 낯선’ 메시징이 되버린다. 언어간의 이질감이다.

그러나 많은 인하우스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이 언어의 이질감을 다양한 방식으로 완화하여 기자들에게 전달한다. 문장자체를 바꿀수는 없지만, 배경을 부드럽게 설명하거나, 적절한 표현의 애드립을 통해 기자들에게 가능한 수용성있는 메시지로 전달하려 애쓴다.

반면 일부 인하우스들은 그냥 그대로 외국발 메시지를 기자들에게 전달한다. 그게 원칙이라고 믿는다. 대체적으로 finance 및 banking 기업들이 이런 커뮤니케이션 플로우를 준수한다. 이쪽 영역에서는 기자들도 그런 dry한 메시지에 워낙 적응이 되어 있어서 그리 큰 문제는 없다. (처음 출입을 시작한 기자들에게는 당황스러운 메시지임에는 틀림없다)

국내기업들은 official statement가 세워졌다고 해도 보통 그대로를 문어적인 방식으로 전달하지는 않는다. 거기에 뼈와 살을 붙여서 아주 먹기 좋은 메시지로 포장을 한다. 누가 뭐래도 국내 기업 인하우스들의 말기술은 경험을 기반으로 하고 태생적인 입심에 의지하기 때문에 모방할 수 없는 능력이다.

국내기업이 잘한다 외국기업이 잘한다 하는 유치한 비교보다는 특성에 그런 다름이 있다는 비교는 재미있다. 중요한 것은 PR 담당자들이 상대하는 1차 오디언스가 기자이고, 그들의 대부분이 토종 한국인인 관계로 그들에게 인간적인 면을 보이지 못하면 적절한 위기관리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에게 파란눈 노랑머리의 인간적인 면을 보이느냐 검은 눈 검은 머리 얼굴을 보이느냐는 기업의 자유다. 단, 낯설지 않음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