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 기고문]
위기일수록 리스닝은 최고의 전략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평소에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은 전략적으로 유용한 가치다. 위기가 발생했다면 더욱 더 리스닝해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리스닝을 위기관리를 위한 ‘이해관계자들의 조언 듣기’로 생각하자. 성공적 위기관리를 위한 자산(assets)이란 개념을 가지고 모니터링하고, 분석하고, 실행하고, 개선해 보자. 가장 효율적인 성공 비결이다.
일본 도요타의 아키오 대표는 2010년 초 글로벌 차원의 초대형 리콜을 경험했다. 일본에서의 첫 사과 기자회견에서 아키오 대표는 수많은 언론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그 사진을 보고 미국과 유럽 많은 언론들은 ‘일본인들은 사과의 정도가 강할수록 머리를 더 깊이 숙이는 전통이 있다’며 ‘토요타 아키오 대표의 사과에는 진정성과 심각성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지적들을 했다.
그 후 미국에서 열린 현지 사과 기자회견에서 아키오 대표는 고개를 더욱 깊숙이 숙였다. 이전 아키오의 사과하는 고개의 각도(40도)까지 재가며 비판했던 언론들이 새로운 각도(60도)를 보고 도요타의 태도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키오 대표는 왜 고개를 무리하게 까지 더 숙였을까? 이는 도요타가 위기 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리스닝 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많은 기업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그러나 그 목적을 종종 잊는 기업들이 있다. 위기 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모니터링은 ‘우리에게 불리하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누가 하고 있는가?’ 또는 ‘그들이 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그 이유나 숨겨진 이야기는 무엇인가?’를 추적하고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목적이 일부는 될 수 있지만, 위기 시 모니터링의 주된 목적은 아니다.
위기 시 기업들이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모니터링 하는 이유는 ‘리스닝(listening)’하기 위함이다. 문제를 풀어 나가기 위해 그들의 의견들을 들어 위기관리 실행에 기반을 만들기 위함이다. 항상 그들이 해결책의 중요한 부분들을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비판을 적대감을 가지고 받아 치기 보다는 수용적으로 그 비판의 핵심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실행하면 일은 종종 쉽게 풀리게 마련이다.
아주 중요한 핵심, 예를 들어 우리 회사가 생존하기 위해 절실한 핵심만은 포기 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그 외 부차적이고 별반 의미가 없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이해관계자들의 비판을 수용하여 개선시켜 버리는 것이 곧 위기관리다.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이런 기업들의 태도변화를 보며 스스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이런 만족감이 기업 위기관리에는 큰 도움이 된다.
보도자료와 공식입장문에 대해서도 그 문서들을 해석하는 기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보는 것이 좋다. 고객들께 드리는 메시지들을 위해서도 실제 위기에 주목하고 있는 일부 고객들의 실제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정부기관 담당자들에게도 찾아가 의견을 듣는 게 좋다. 곤혹스럽지만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들의 이야기에도 가능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을 만큼 리스닝 하고 고민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전략적으로 유용한 리스닝을 왜 일반 기업들이 종종 간과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 CEO 스스로 위기 시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리스닝 해야 하는 소중한 ‘위기관리 자산’으로 해석하기 보다, 맞서 해명하고 귀화시켜야 하는 ‘잘못된 의견’으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일선 모니터링 부서들이 CEO가 싫어할 만한 부정적 이해관계자 의견들을 보고하지 않거나, 왜곡 해석 해 폄하 해 버리는 정치적 실행들을 하게 된다. 영원히 위기관리를 위한 리스닝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실무진들에게도 리스닝의 가치에 대한 인식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이야 말로 즉각적 쌍방향성을 지녀야 한다. 회사의 메시지가 일방적 설교나 변명으로 해석되지 않으려면, 상대방에 대한 리스닝과 그에 따른 메시징은 가장 기본 중 기본이 된다. 위기 시 리스닝 하고 있으면 최소한 위기관리 실행과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점진적 개선과 변화라도 가능하게 된다.
위기관리 성공을 위해 CEO는 위기 시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리스닝’의 정확한 정의를 내리고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분석과 공감을 통해해당 위기를 관리할 중요한 자산으로 정의하고 그 의미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을 변화시키려 하기 보다 우리가 변화하는 것이 위기관리를 위해 훨씬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믿음도 있어야 한다. 리스닝은 평소 때도 그렇지만, 위기 시에 더욱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매우 소중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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