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마킹

3월 262012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Fortune Korea 기고문] 비슷한 위기에도 항상 기업들의 대응은 다르다. 왜 그럴까?


[Fortune Korea 3월호 기고문/원문]

비슷한 위기에도 항상 기업들의 대응은 다르다.
왜 그럴까?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현대캐피탈이 경험한 해킹에 의한 고객정보유출 그리고 농협이 경험한 해킹에 의한 전산망 파괴. 이 두 위기는 매우 비슷하다. 거의 같은 시기에 함께 발생했을 뿐 더러 외부 범인에 의한 악의적 해킹이라는 점, 고객정보가 타겟이 되어 도난 또는 공격 받았다는 점, 각 사 규모를 기준으로 볼 때 각각 피해의 규모가 상당했다는 점, 해당 사건이 사업상 민감한 금융권에서 공히 발생했다는 점, 각 사 모두 스스로에게 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다는 점 등에 있어 상호간 유사해 보이는 사례다.

그 이외에도 흥미로운 유사함은 더 많다. 현대캐피탈이 고객정보유출사실을 파악한 당시 CEO는 해외에 체류 중 이어서 즉각적인 근거리 위기관리 리더십 실행이 어려웠다는 점과 농협 CEO의 경우에는 비상근이라 즉각적인 현장 위기관리 리더십 실행이 어려웠다는 점 또한 양사간에 비슷한 환경이 아니었나 한다. 이에 대한 근거로 최초 2011년 4월 7일 해커의 협박을 접수한 현대캐피탈은 CEO의 귀국후인 4일 후 4월 10일에야 기자회견을 가졌고, 농협의 경우에도 2009년 4월 12일 전산망 장애 발생 3일 후인 4월 14일에야 CEO 기자회견을 가졌다.

양사 CEO의 기자회견 형식이나 ‘고객의 피해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메시지 또한 서로 유사했다. CEO가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모습 또한 유사했다. 기자회견을 통한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 내용들을 보면 그 당시에도 양사는 ‘피해규모와 복구시점’등 위기관리에 필요한 핵심적인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미쳐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도 상호 유사한 점이다.

그렇다면 이 양사간 위기관리에 있어 다른 점은 무엇이었을까?

빨리 준비했다 vs. 준비되어 있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은 외부로 보도자료를 통한 공식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한 8일 고객들에게 해당 사실을 이메일로 각각 고지하고 만일에 대비한 안전대책들을 커뮤니케이션 했다. 농협은 12일 농협 카드 서비스 문제 발생 후 1주일 만인 18일 오전 ‘카드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내용의 첫 SMS 메시지를 고객들에게 발송했다.

이 부분은 한 기업이 위기 시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우선순위 설정과 실행에 있어 간과한 부분 때문에 생긴 다름이 아닌가 한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고객관련 위기 발생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가 고객임을 인정하면서도 커뮤니케이션 실행 우선 순위를 언론보다 뒤로 놓고 있거나, 미쳐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전력의 2011년 갑작스러운 순환정전 사태에서도 전략 소비자들인 국민들에 대한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생략됐었다. 추후 순환전정시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을 SMS로 실시간화 하는 체계를 갖춘 것이 그나마 사후 개선이라 볼 수 있다.

불안을 관리했다 vs. 불안을 조성했다

현대캐피탈 CEO는 기자회견에서 “(고객님들께서) 질책은 하시되 또 지나친 불안도 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고 했고 “계속 확인 되로 추가로 알려드리도록 하겠다”면서 위기 상황에 관한 자사의 성실한 커뮤니케이션 태도에 대해 계속 강조 했다. 불필요한 추측들과 불안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농협 CEO는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도 피해자라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부장 당신이 전화한 것 아닌가, 그렇지? 난 그렇게 받았는데? 어쨌든 간에 속이지 말고 확실하게 이해 갈 수 있도록 하고 그래야지. 자꾸 거짓말 하고 그러면 자꾸 일이 커진다니까. 그러니까 이제는 절대로 뭐 숨길 필요 없어.” 불필요한 추측과 고객들의 불안을 관리한다는 측면에서는 큰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모든 창문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 vs. 여러 창문들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

현대캐피탈은 추후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가능한 하나의 창문(window)전략을 사용해 커뮤니케이션 하려 했으며, 일부 전문 분야에 있어서도 여러 개의 창문(multi windows)들을 통하기는 하지만 동일한 목소리를 언론에게 전달했다. CEO와 모 담당임원의 쿼테이션을 단 기사들을 분석 보면 마치 한 사람이 이야기 한 것처럼 그 메시지 구성과 표현이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농협은 이미 기자회견 시부터 대언론 홍보부서와 전산담당그룹 핵심 인사들이 언론에게 노출되면서 언론의 접근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농협도 타의에 의해 여러 개의 창문들(multi windows)이 뚫렸지만 하나의 목소리를 결국 내보내지 못했다. “건방진 놈들, 쓰고 싶은 대로 쓰라고 해. 원 없이 쓰라고 해”하는 모 임원의 목소리가 언론에 기사화 되기까지 했다.

신중하게 말을 아꼈다 vs. 지속적으로 개런티 했다

현대캐피탈은 지속적인 정보 업데이트에 있어서 그 정확성을 가능한 확보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과 지속적인 논리적 해명을 했다. 전반적인 언론들의 추측과 의문제기에 있어 그 대응 논리를 커뮤니케이션 하는 데 열중했다. 해킹된 고객정보의 규모의 변화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도 CEO부터 동일한 논리를 가지고 설명 해 해명하고자 했다. 반면 농협은 초기부터 상황에 대한 자사의 완벽한 통제력을 과시하려 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스템 복구 시점에 대해 고객들과 언론에게 믿음을 주는 데 실패하는 실수들을 연이어 범했다. 14일 “오늘 안으로 다 복구됩니다.” → 18일 “22일까지 복구하겠습니다.” → 22일 “약속 못 지켜서 죄송합니다. 이달 말까지 복구하겠습니다”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들로 언론의 추측과 의문들을 증폭시킬 수 밖에 없었다. 이는 이전 천안함 피격이나 연평도 피격 사태에서 국방부가 실수했던 커뮤니케이션 형식과 유사한 부분이다.

위기를 통제하려 했다는 느낌을 주었다 vs. 정보를 통제하려 했다는 느낌을 주었다

현대캐피탈과 농협은 기자회견상에서 공개된 초기 상황 이외에 추가적이고 세부적인 사안들은 “경찰이 수사중인 관계’로 인해 “알려드릴 수 없다’는 포지션을 초반 견지했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동일한 대응방식에 대해 언론의 반응은 상당 부분 달랐다. 언론들은 이 중 유독 한 기업에게만 ‘모르쇠’ ‘입다문’ ‘의문’ ‘속수무책’ ‘미궁’등의 표현을 적용했다. 해당 기업이 위기상황을 ‘통제하에 놓고 있다(under control)’는 강한 신뢰를 언론에게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수사 중인 사안이라 언론에 공개할 수 없다’는 원칙적 메시지가 ‘공익과 빠른 문제 해결을 위해 언론이 잠시만 한 박자 기다려달라’는 협조요청 차원의 자세로 커뮤니케이션 되어야 맞다. 반면 많은 기업들은 ‘언론이 이런 사항까지 알 필요는 없으니 밝히지 않겠다’는 취지로 ‘경찰 수사’ 사실을 활용한다는 느낌을 준다. 이로 인해 상황은 더 심각해 진다.

모 언론기사에 따르면 위의 한 기업의 임원들은 기자회견장에서 계속되는 기자들의 상황 확인 요청에 ‘수사 중’이라는 전제를 한 뒤 취재진에게 “요즘 기삿거리가 없는 것 같다”거나 “기자들이 할 일이 없는 게 아니냐”고 농담 반 진담 반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다. 이는 곧 취재 일선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해당 기업 스스로 ‘별 것 아닌데 언론이 너무 과잉대응하고 있다’는 포지션을 커뮤니케이션 하기에 충분한 정황이 돼 버린 것이다. 당연히 위기 전반에서 언론의 시각이나 해석이 좋을 리 없다.

이상의 전반적 위기관리 체계와 실행의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부분에 대한 고민과 개선 활동이 있어야 하겠다.

위기관리 리더십의 체계화 “CEO가 없어도 위기는 관리 되어야 한다”

CEO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건 초반의 위기관리 실행은 일사 분란하게 이루어지는 체계가 훌륭한 위기관리 체계다. 딱히 비상시 선조치 후보고하는 형식만을 빌리자는 것이 아니라, 초기 위기대응에 있어서 CEO부재 등을 감안해 차상위자에 대한 위기관리 위원회 의사결정권을 명시적으로 부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CEO부재시라도 초기부터 위기관리 리더십을 이음새 없이 확보할 수 있다.

주요 위기발생 가능 상황에 따른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실행 체계 구축 “평소 커뮤니케이션 하던 대로만 하라”

현재 국내기업들이나 공기관들의 위기관리 체계 중 대고객 또는 대국민 직접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아직 전사적 위기관리 체계 속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부분이 문제다. 평시 영업이나 마케팅, 고객부문 등에서 활용하던 SMS, 이메일, 카톡, 트위터 등의 다양한 고객 커뮤니케이션 채널들을 위기관리 시에도 활용할 수 있는 체계적 전환(convert) 노력이 필요하다. 미리 준비된 채널을 활용해 위기 시 고객과 적극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하자.

이해관계자들의 불안과 감정을 관리하는 체계 “위기 시 공중들의 흥분과 감정이반을 스스로 조장 말라”

위기 시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흥분한다. 정확한 정보에 목말라 한다. 이에 대응하는 기업의 기본 커뮤니케이션 자세는 첫째 그들의 흥분된 감정에 대한 공감이다. 그 후 우리 기업이 현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신뢰를 주는 동시에 모든 커뮤니케이션 되는 메시지들을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하나의 팩트와 메시지라도 커뮤니케이션 이전에 360도로 신중히 검증해 보고 ‘이 메시지가 이해관계자들에게 흥분과 불안을 증폭시키지는 않을까?’여부를 사전에 판단하는 프로세스를 꼭 거쳐야 한다.

여러 개의 창문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 나오게 하는 체계 “모든 책임자들은 적절히 훈련 받아라”

CEO부터 말단직원까지, 영업에서 총무와 IT까지, 임직원은 물론 그들의 가족들에게 이르기 까지 수천에서 수만 개의 창문들이 공식적인 하나의 메시지만을 이야기하게 하는 체계가 극단적이지만 이상적인 기업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체계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직 내에서 책임 있는 부문의 리더들이라면 위기 발생부터 종결까지 필히 동일한 목소리를 서로 일관되게 견지해야 한다. 끊임 없이 기업 메시지 전파 공유 체계를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트레이닝을 수없이 진행하는 기업들은 이러한 체계를 꿈꾸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불명확하더라도 최대한 전략적 판단을 하는 체계 “위기 카운슬을 보유하라”

위기 시 이해관계자들만 흥분하고 감정이 불안해 지는 것은 아니다. 위기를 맞은 해당 기업은 항상 그들 이해관계자들보다 더 큰 흥분과 패닉을 경험하게 된다. 이 때문에 지나고 보면 ‘왜 그랬었을까?’ 하는 불완전한 위기 대응을 초기에 진행하는 경우들이 많다. 전략적이지 않은 메시지들이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되는 일도 다반사다. 이럴 때를 대비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위기 관리 카운슬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슬픔과 패닉에 빠져있는 유족들을 위해 사후 절차를 담담하게 정리해 주고, 프로페셔널 하게 조언해 주는 카운슬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혼자 해결하는 시대는 갔다.

평소 위기에 대한 정의와 그에 대한 민감성을 극대화 하는 체계 “평소 위기를 싫어하며 피하지 말라”

모든 위기는 기업에게 ‘싫은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싫은 것’에는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그 ‘싫은 것’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그 것을 위해 고민하는 것은 ‘더 싫은 것’으로 받아 들인다. 그러나 문제는 실제로 그 ‘싫어했던 것’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때 대부분의 조직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이 상황을 예견해 방지하지 못했다는 당연한 후회나 반성보다는 이 ‘싫은 것’에 대한 폄하와 무시로 일단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모든 심리적 노력을 한다.

문제는 이런 반응들이 위기 시 언론을 포함한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된다는 부분이다. “해당 기업이 이번 위기를 대수롭지 않게 보고 있다” “별 것이 아닌데 언론이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갈등들이 벌어지는 원인이 이 때문이다. 기업은 위기 그 자체보다는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관심과 관리를 위해 평소 극도로 민감해져야 한다. 이전의 그 ‘싫은 것’을 ‘관리해야 하는 것’으로 바꾸어 받아들이고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훈련 받아야 한다. 기업 위기관리 체계의 경쟁력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결국, 이상의 예로 든 양사는 위기 이후 각자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의 개선과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모두 잘 되었으면 한다. 타산지석. 반면교사. 벤치마킹…모든 이전 사례와 경험들은 자사는 물론 타사들에게도 생생한 교훈을 준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기업들이 있다. ‘교훈을 찾아내 개선하는 기업’과, ‘개선하지 않는 기업’이다. 개선 여부에 따라 앞으로 누가 위기관리에 성공할지는 자명하다.





5월 282008 Tagged with , , , , 2 Responses

미국육우목축협회의 위기관리 벤치마킹

지금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광우병 이슈는 미국에서는 지난 2005년에서 적절하게 관리 된 위기였다. 미국육우목축협회(NCBA)가 실행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에 대한 자료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상당히 인상적인 프로그램이었고, 효과도 상당했다. 이 케이스 스터디 자료를 읽으면서 여러면에서 벤치마킹 할 것들이 많다…했는데…자료의 마지막에서 아주 깔끔하게 핵심을 정리해 주었다. 100% 동의한다. 광우병 논란을 두고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이라 더욱 부럽다.

“We had the science, messages, spokespersons and communications systems in place to successful manage this issue.”


별 것 아닌 것 같은데…이런 별 것 아닌 것도 제대로 못 가진 우리라서 그렇다.

4446142098.pdf

11월 182007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지적 서비스의 재활용(!)

Hill & Knowlton 런던에서 Change & Internal Communications MD (managing director)를 맞고 있는 David Ferrabee가 오늘 아침 블로그에다 “I am going to open my own consultancy…”라는 글 하나를 포스팅했다.

컨설턴트로서 많은 공감이 가는 글이다. David은 예전 같이 일하던 시니어 컨설턴트에게 “클라이언트 앞에서는 아무것도 숨기지 말고 네가 아는 모든 것을 다 클라이언트와 마주 앉아 책상위에 올려 놓아라. 그리고 그것을 팔아라”는 조언을 들었단다.

그러나 David은 그 이후로 여러번 자신이 내 놓은 모든 것들을 클라이언트나 다른 동료 컨설턴트들이 모방(imitation)하여 자신들의 새로운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내 자신도 가끔 클라이언트에게 난감한 요청을 받게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위기관리 매뉴얼 샘플을 보여달라’하거나 ‘미디어 트레이닝 교본이나 위기 요소 진단 프레임 또는 실제 결과물을 보여달라’는 요청 같은 것들이다. 특히 위기관리 매뉴얼이나 미디어 트레이닝 교본등과 같은 것은 최초부터 클라이언트와 CONFIDENTIALITY AGREEMENT에 사인을 하고 진행하는 업무라서 외부 공개는 100%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자료들도 무조건 보여달라는 인하우스들이 가끔있다. 역지사지 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무튼 이런 지적 서비스의 재활용(!)에는 4가지 유형이 있다고 본다.

1. 도용(盜用)

2000년대 초 나는 순진하게 모 대형 외국계 기업 홍보팀에게 비지니스 개발을 위해 여러가지 자료를 제공한 적이 있었다. 그 홍보팀에서는 계약을 하기 전 어느 정도 결재 프로세스를 밟기 위한 단순 자료를 요청하는 식으로 행동했었다. 나는 아무런 의심 없이 기존의 많은 프레임들과 어젠다들을 정리해 전달했고, 그 인하우스는 다른 신생 (관계) 에이전시를 불러 그 자료 그대로 프로젝트를 실시해버렸다. (물론 결과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다)

2. 모방

이 것은 아마 David이 경험한 주변인들의 재활용 케이스인 것 같다. 이러한 모방은 본래의 서비스 프레임이나 포맷을 거의 비슷하게 따라가는 것이다. 최초 그 서비스 팩키지를 개발하는 데 아무런 투자나 연구의 시간을 들이지 않고, 그냥 가져다가 비슷하게 부분 변형하여 완성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물건에도 짝퉁이 있는 것과 같이 그 품질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3. 벤치마킹

모방과 벤치마킹은 본래 서비스 패키지를 개발하는 데 투자와 연구의 시간이 들었느냐 아니냐에 그 차이가 있다. 벤치마킹의 경우 본래의 서비스 패키지를 개발해 놓고, 다른 경쟁력 있는 유사 서비스들을 분석하여 그들의 장점들을 취해 본래 자신의 서비스팩에다가 추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모방시에는 완성도를 유지하는 것에 한하는데 비해, 벤치마킹의 경우에는 그 완성도가 더욱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특징이다.

내가 처음으로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은 게 1999년이다. 그 때 이미 CK에는 미디어 트레이닝 포맷이 있었고, 나는 일본에서 Hill & Knowlton의 미디어 트레이닝 연수를 받아 그들의 서비스 포맷을 가지고 들어와 기존의 CK 포맷을 1차 업그레이드 했다. 그 후 2001년 Weber Shandwick과 Isherwood Communication의 포맷을 가지고 2차 업그레이드를 했다. 2003년에는 Fleishman Hillard의 포맷을 벤치마킹해 3차 업그레이드를 했다. 2004년에는 Burson Marsteller의 포맷을 벤치마킹했다. 2006년에는 CRG의 포맷을 일부 벤치마킹했다. 결과적으로 CK의 미디어 트레이닝 포맷은 fusion format을 가지게 된 것이다. 1999년 당시 CK 포맷과 2007년 현재의 CK 포맷은 그 품질과 완성도에 있어서 확연하게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벤치마킹의 힘이다.

4. Others

인하우스 시절 여러 대행사 사장님들과 자리를 같이 하면서 미디어 트레이닝에 대한 서비스 개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더욱 많은 서비스 포맷들이 국내 시장에 등장해야 진정한 품질 경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의 거의 모든 자료들과 노하우들을 긴 시간에 걸쳐 몇몇 에이전시들과 나누었다.

그러나 그 에이전시들 중 하나도 아직까지 (진정한 의미의) 미디어 트레이닝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아니 제공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사장님이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이전시 비지니스에서 서비스 다각화가 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가 ‘CEO가 이해하지 못하는 서비스, 해보지 않은 서비스들’ 이기 때문인 것 같다. 간단히 말해 CEO 스스로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후부터는 에이전시 사장님들이 여러가지 자료를 요청하거나 만나서 서비스 브리핑을 좀 해달라 해도 응하지 않았다. 결과는 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는 에이전시에 있으니 할수도 없다.

P.S. 이 글을 쓰고 나니 괜히 CK 자랑만 한것 같은데…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David의 지적 서비스 도용에 대해 공감가는 면이 많아서 한번 재활용 사례를 정리 해 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