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서비스

11월 182007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지적 서비스의 재활용(!)

Hill & Knowlton 런던에서 Change & Internal Communications MD (managing director)를 맞고 있는 David Ferrabee가 오늘 아침 블로그에다 “I am going to open my own consultancy…”라는 글 하나를 포스팅했다.

컨설턴트로서 많은 공감이 가는 글이다. David은 예전 같이 일하던 시니어 컨설턴트에게 “클라이언트 앞에서는 아무것도 숨기지 말고 네가 아는 모든 것을 다 클라이언트와 마주 앉아 책상위에 올려 놓아라. 그리고 그것을 팔아라”는 조언을 들었단다.

그러나 David은 그 이후로 여러번 자신이 내 놓은 모든 것들을 클라이언트나 다른 동료 컨설턴트들이 모방(imitation)하여 자신들의 새로운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내 자신도 가끔 클라이언트에게 난감한 요청을 받게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위기관리 매뉴얼 샘플을 보여달라’하거나 ‘미디어 트레이닝 교본이나 위기 요소 진단 프레임 또는 실제 결과물을 보여달라’는 요청 같은 것들이다. 특히 위기관리 매뉴얼이나 미디어 트레이닝 교본등과 같은 것은 최초부터 클라이언트와 CONFIDENTIALITY AGREEMENT에 사인을 하고 진행하는 업무라서 외부 공개는 100%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자료들도 무조건 보여달라는 인하우스들이 가끔있다. 역지사지 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무튼 이런 지적 서비스의 재활용(!)에는 4가지 유형이 있다고 본다.

1. 도용(盜用)

2000년대 초 나는 순진하게 모 대형 외국계 기업 홍보팀에게 비지니스 개발을 위해 여러가지 자료를 제공한 적이 있었다. 그 홍보팀에서는 계약을 하기 전 어느 정도 결재 프로세스를 밟기 위한 단순 자료를 요청하는 식으로 행동했었다. 나는 아무런 의심 없이 기존의 많은 프레임들과 어젠다들을 정리해 전달했고, 그 인하우스는 다른 신생 (관계) 에이전시를 불러 그 자료 그대로 프로젝트를 실시해버렸다. (물론 결과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다)

2. 모방

이 것은 아마 David이 경험한 주변인들의 재활용 케이스인 것 같다. 이러한 모방은 본래의 서비스 프레임이나 포맷을 거의 비슷하게 따라가는 것이다. 최초 그 서비스 팩키지를 개발하는 데 아무런 투자나 연구의 시간을 들이지 않고, 그냥 가져다가 비슷하게 부분 변형하여 완성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물건에도 짝퉁이 있는 것과 같이 그 품질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3. 벤치마킹

모방과 벤치마킹은 본래 서비스 패키지를 개발하는 데 투자와 연구의 시간이 들었느냐 아니냐에 그 차이가 있다. 벤치마킹의 경우 본래의 서비스 패키지를 개발해 놓고, 다른 경쟁력 있는 유사 서비스들을 분석하여 그들의 장점들을 취해 본래 자신의 서비스팩에다가 추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모방시에는 완성도를 유지하는 것에 한하는데 비해, 벤치마킹의 경우에는 그 완성도가 더욱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특징이다.

내가 처음으로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은 게 1999년이다. 그 때 이미 CK에는 미디어 트레이닝 포맷이 있었고, 나는 일본에서 Hill & Knowlton의 미디어 트레이닝 연수를 받아 그들의 서비스 포맷을 가지고 들어와 기존의 CK 포맷을 1차 업그레이드 했다. 그 후 2001년 Weber Shandwick과 Isherwood Communication의 포맷을 가지고 2차 업그레이드를 했다. 2003년에는 Fleishman Hillard의 포맷을 벤치마킹해 3차 업그레이드를 했다. 2004년에는 Burson Marsteller의 포맷을 벤치마킹했다. 2006년에는 CRG의 포맷을 일부 벤치마킹했다. 결과적으로 CK의 미디어 트레이닝 포맷은 fusion format을 가지게 된 것이다. 1999년 당시 CK 포맷과 2007년 현재의 CK 포맷은 그 품질과 완성도에 있어서 확연하게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벤치마킹의 힘이다.

4. Others

인하우스 시절 여러 대행사 사장님들과 자리를 같이 하면서 미디어 트레이닝에 대한 서비스 개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더욱 많은 서비스 포맷들이 국내 시장에 등장해야 진정한 품질 경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의 거의 모든 자료들과 노하우들을 긴 시간에 걸쳐 몇몇 에이전시들과 나누었다.

그러나 그 에이전시들 중 하나도 아직까지 (진정한 의미의) 미디어 트레이닝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아니 제공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사장님이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이전시 비지니스에서 서비스 다각화가 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가 ‘CEO가 이해하지 못하는 서비스, 해보지 않은 서비스들’ 이기 때문인 것 같다. 간단히 말해 CEO 스스로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후부터는 에이전시 사장님들이 여러가지 자료를 요청하거나 만나서 서비스 브리핑을 좀 해달라 해도 응하지 않았다. 결과는 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는 에이전시에 있으니 할수도 없다.

P.S. 이 글을 쓰고 나니 괜히 CK 자랑만 한것 같은데…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David의 지적 서비스 도용에 대해 공감가는 면이 많아서 한번 재활용 사례를 정리 해 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