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TV고발 프로그램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홍보담당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대부분 중소업체나 개인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하곤 하지만, 그 비판대상이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을 향하게 되면 즉각적으로 또는 일정시간이 경과된 이후에 직간접적으로 연락이 온다.
보통 이런 보도가 나가게 되면 홍보팀에게 가장 신경쓰이는 이해관계자는 ‘오너 또는 CEO’다 (사실 이게 현실아닌가?)
문제는 그분들이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시면 만사 이상무인데…그분들이 대노하신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보통 “우리 홍보팀은 뭐하는데야?” 정도 수위의 메시지들이 내려오면 홍보팀은 말 그대로 위기다.
당연히 홍보팀은 허둥지둥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우게 된다. 여기서 재발방지라는 것은 해당 고발 TV프로그램이 지적한 문제의 재발 방지라기 보다는 TV고발 프로그램에 우리회사가 방영되는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는 쪽으로 기울어 진다. (이 부분은 진정한 의미의 위기관리는 아니다)
TV 고발 프로그램을 경험한 기업들의 자세 또는 유형들을 한번 정리해 본다.
- TV 고발 프로그램 제작진에 대해 관계 형성을 도모한다. (심지어 작가들의 리스팅을 하거나, 사적으로 접근을 시도한다)
- 광고 철회나 법적인 대응을 검토한다.
- 비지니스 접점을 대상으로 언론 대응 기초들을 공유한다. (주로 Do’s and Don’ts)
- 좀더 나은 대응을 위해 미디어 트레이닝을 실시한다.
- 좀더 나은 역할과 책임의 분담 및 공유를 위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실행한다.
- 사내에 대변인을 지정하고 훈련한다.
- 좀더 나은 내부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한다. (지역이나 지점에 언론의 공격이 있을 경우 실시간으로 상황이 내부에서 공유되는 비상연락 시스템)
- 매뉴얼을 만든다. (이 부분은 거의 대부분이 심적인 안정감 때문이다…)
- TV 고발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대부분 취재주제들을 사전에 공지하면서 일반공중들의 고발이나 의견을 묻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집중한다)
- 오너 또는 CEO에게 TV 고발 프로그램의 제작 프로세스등을 브리핑해 드린다. (일종의 면역효과를 노림)
- 해당 TV고발 프로그램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담당자나 임원을 인사조치한다.
- 일선 홍보팀 인력들에게 언론관계를 강화하라 지시하면서 접대비 예산을 늘린다.
이렇게 많은 사후 대응 및 개선안들이 나온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이 것들이 대부분 안(Plan)으로 남아있다가 사라진다는 거다. 그 이유로는
- 오너 또는 CEO의 관심과 우려도가 점차 소멸된다.
- 긴급함에 비해 예산확보가 만만하지 않다.
- 위와 같은 시스템을 확보하고 나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면 더 이상 원인으로 제시할 부분들이 없어지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 인하우스 담당자들이 확실하게 그 결과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한다. (시스템의 얼개를 구체적으로 잘 모른다)
결국 상식적으로도 동일한 고발 프로그램은 반복되고, 그에 대응하는 방식이나 역량은 항상 제자리 걸음이다. 작년에 구멍났던 접점들이 또 우수수 뚤린다. 4주에서 5주 정도를 공부하고, 분석하고, 취재하는 고발 프로그램 제작자들 보다도 공부를 하지 않으니 당연히 상황파악이나 논리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고발 프로그램 한편 제작비 정도의 일부 투자가 아까워서 못한다.
그냥 어떻게 되겠지 하는거다.
이게 본능이니 어쩌겠나…저항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