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담당자로서 가장 무서운(?) 언론을 뽑으라고 하면 일단 TV쪽을 꼽는 실무자들이 많을 것이다. 일단 얼굴과 목소리가 나가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 그 중에서도 요즘에는 불만제로와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이 가장 두려움의 대상이다.
뭐 죄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일단 이 두 프로그램에게 전화를 받은 PR담당자는 ‘사형선고’는 아니더래도 ‘이제 죽었다’는 느낌은 충분히 받게 된다.
지난 내 글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런 류의 프로그램들은 절대 만만하게 보거나 일반적인 미디어 다루듯 하면 큰코를 다치게 된다. 간간히 짭밥 좀 있으신 PR담당자분들도 쌩으로 당하시곤 하는데, 항상 조심스러워야 하는 프로그램들임에는 틀림없다.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들을 겪고 봐 오면서, 여러 기업들의 대응방식들을 살펴 보았는데 각각의 최적성이라는 측면에서 대응방식들을 분석해 보자.
1. 막가파식 대응취재진을 일단 안하무인으로 대한다. 욕설도 하고 괜히 스스로 흥분해서 난동(?)을 부리는 자해파도 있다. 폭력을 행사하고, 험악한 분위기로 이 위기상황을 벗어나보려 애쓴다. 시청자와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마치 ‘마취 총탄을 맞고 허둥대며 반항 하는 하이에나’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런 기업들은 어짜피 자사명이나 서비스 및 제품이 노출되도 별로 밑질 것 없는 사람들이다. 조금 괴롭기는 하겠지만 어짜피 막가는 인생과 비지니스인데 하는 것 같다.
2. 거짓말 대응
일부 기업들은 무조건 거짓말을 한다. 불만제로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감이다. 거짓말을 많이 하면 할 수록 취재꺼리가 늘기 때문이다. 극적인 구성면에서도 아주 섹시한 반응이다. 거짓말을 하는 세부 이유들을 들자면, 홍보담당자가 진짜 몰라서, 의도를 가지고 무언가 숨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회사에서 그렇게 답변하게 되있기 때문에…이런 3가지 유형들이 많다.
이런 기업들은 결국 시청자나 소비자들을 화나게 하면서, 더욱 믿을 수 없는 기업으로 바닥에 추락한다. 한마디로 우스운 회사가 되버린다.
3. 변명 대응
그 다음에는 변명을 한다. 자기 합리화다. 근데 이게 거짓말을 선행하지 않았거나, 완벽한 (누구나 끄떡 끄떡할) 중요한 논리성을 가지고 있으면 되는데, 99%는 변명이 변변치 못하다. 황당하거나, 하하하하…헛웃음이 나오는 변명을 아주 진지하게 하는 기업들이 많다.
시청자들은 이런 기업들을 보고 “장난해? 누굴 바보로 알아?”하는 반응을 하게 된다.
4. 취재 거부
일부 외국기업들은 이 대응방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 물론 취재 거부를 통해서 관련 프로그램에 자사명이나 대응방식이 누락되면 그 보다 좋은 대응 방식은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런류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PD나 극작가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기업측의 취재거부가 담담하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결국 프로그램은 어떤 형태로든 칼을 꼽아 보여준다. 기업이 스스로 guilty라는 선언을 하는 형식이 되게 만든다는 것이다.
5. 사과
최근들어 이런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선호되는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는 듯 하다. 일단 문제가 파악이 되고, 그 과정상에서 취재꺼리가 있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들이 달려들었다는 것을 어느정도 짬밥이 있는 홍보담당자들은 다 안다.
아까도 말했지만, 마취총탄을 맞고 휘청대면서 추한 꼴 다 보여주고, 시청자들에게 웃음꺼리가 되느니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소비자들 편에 서서 용서를 구하는 대응방식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대응 자세를 결정하는 데는 내부에서 그리고 외부 카운슬에서 수 많은 토론과 주저함의 순간들을 가지곤 한다. 참으로 힘든 의사결정이다. 실제로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기업들의 대응은 재미가 없다. 막 반항을 해 주어야 재미가 있고 극적인 완성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업에게는 이렇게 비교적 안전한 대응이 사실 없다.
불만제로와 이영돈 PD 프로그램에 맞닥뜨린 기업에게는 단 한가지 옵션이 있다. “앞의 1,2,3,4 대응을 다하고 나서 5번 대응으로 결론 지을래? 아니면 처음부터 5번 대응으로 마무리 할래?”
큰 돈을 들여 위기관리 카운슬링을 받는 기업들에게는 황당하기도 하겠다. 전문가라고 와서 하는 말이 “그냥 빨리 사과하세요”라니…허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