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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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가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은 너무 많이 이야기 하고 듣고 해서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위기관리는 사람이 한다기 보다는 시스템이 움직여 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많은 기업들이나 조직들이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해 조직원이나 직원들의 마인드를 고취하고, 이들을 훈련시키고 하는 데서 그 첫 단추를 찾는다. 물론 이 부분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첫 단추 이전에 기업이나 조직은 자신의 경영 철학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우리 회사는 소비자를 가장 중요시하고 있는가? 우리 회사는 직원들을 진정 아끼고 성장시키고 있는가? 우리 회사는 진정 품질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는 고집이 있는가? 이런 모든 부분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철학 자체를 가장 먼저 검토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경영철학만 강건하다면… 많은 클라이언트들이 위기관리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를 부를 때 컨설턴트들은 이미 이러한 기업 철학의 사전 공감대가 사내에 완전하게 확립되었다는 전제하에 상담을 시작하게 된다. 외부의 컨설턴트들이 그 회사의 철학에 대한 건전성과 내부 공유 수준에 대해 측정을 하기도 하는데, 보통 이 과정은 아주 과감하게 현실 속에서 생략이 된다. 집으로 비유를 하자면, 지반 다지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나대지에 바로 기둥을 세우며 집을 지어야 하는 경우와 같다. 사실 기업 철학이 강건하고 그에 대한 사내적 공유가 확실하다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필요 없다. 그에 대한 트레이닝이 왜 필요한가? CEO부터 말단 직원들이 모두 하나의 철학을 공유하고 있는데…. 그러한 철학과 공감대가 없기 때문에 기업들은 위기 시에 부화뇌동한다. 자꾸 변명을 하고,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꾸 포지션을 바꾸면서 시간을 허비한다. 공감되지 않는 메시지들을 남발한다.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고, 침묵으로 일관한다. 시간을 끌어 위기를 희석하려 한다. 로우 프로파일로 상황을 살피며 복지부동한다. 이를 통해 항상 위기를 더욱 더 부풀리고 곪아 터질 지경에 이르게 한다. 한 5분만 액자 바라보는 것으로 ‘OK’ 커뮤니케이션 전달 측면에서 말을 조금 더듬거나, 말을 약간 길게 한다거나, 표정에 긴장감이 우러나온다거나 하는 마이너 한 부분들은 크게 위기관리의 흐름을 비틀어 놓기 까지는 못한다. 그리고 그 부분은 간단한 트레이닝을 몇 번 받고 공감하다 보면 극복되는 사소함이다. 우리 제품을 먹다가 병에 걸린 아이를 사장이 자신의 아이와 똑같이 생각한다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인 공감은 이론적인 것도 아니고, 이상적인 것도 아니다. 실제로 현재 지금 이 시간에도 위기에 맞닥뜨린 여러 기업들과 조직들에게 반복적으로 요청되는 이해관계자들의 희망이다. 이 부분에 귀 기울이는 것이 곧 기업의 철학이다. 위기관리 시스템의 전제조건인 기업이나 조직의 철학은 시스템이다. 그것도 아주 가장 중요한 시스템이다. 그 위에 돌아가는 구조적 시스템은 그 부산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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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
두가지 실수
이와 관련, 행안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있어서는 안 될’ 행안부 DLL이 통합 증명 발급기에 설치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핵심적인 문제는 실제 DLL이 사용됐는지 여부인데, 그렇다면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을 수 있어 실태 파악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행안부는 공식 해명자료에서 “DLL 무단 사용과 접속 경위, 피해 규모 파악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파문 덮기에만 급급했다[한국일보, 행안부, 피해 없지만 피해 파악?… 국가전산망 무단도용]
행안부가 실수 한 부분은 두가지다. 먼저 브리핑내용과 공식해명자료 내용의 서로 다르다는 점. 그리고 사전에 위기요소로 대두된 사안을 타이밍을 놓쳐서 위기로 발전시킨 점. 두가지다.
브리핑과 자료가 서로 다른 경우들은 실제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실무자들의 실수다. 이런 실수가 벌어지는 이유는 브리핑하는 대변인과 실제 자료를 작성하는 작성자가 서로 다른 경우가 많다. 실제 문서자료는 상부의 검토를 거치지만 가장 그 내용을 잘알고 있는 사람은 작성 실무자다. 그렇지만 이 실무자는 급이 낮아서 실제 브리핑은 급이 약간 높은 실무자가 하게 된다. 실제 정보에 대한 정확한 인지가 없이 브리핑을 진행하다 보니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게 일반적이다. (물론 기자가 말한대로 대충 덮고 넘어가려 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사전에 이미 인지되었던 위기요소를 적시에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 직무유기다. 여러가지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있겠지만, 본 기사가 서브 헤드라인으로 잡은 ‘전산 공무원들 “공공연한 비밀… 드디어 터진 것’이라는 내용에서 그 문제가 갑작스럽게 터지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행안부의 포지션도 ‘회피’ ‘변명’ 보다는 ‘사과’ ‘해결방안 제시’가 옳았다.
MBC 불만제로 대응 유형들
PR담당자로서 가장 무서운(?) 언론을 뽑으라고 하면 일단 TV쪽을 꼽는 실무자들이 많을 것이다. 일단 얼굴과 목소리가 나가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 그 중에서도 요즘에는 불만제로와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이 가장 두려움의 대상이다.
뭐 죄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일단 이 두 프로그램에게 전화를 받은 PR담당자는 ‘사형선고’는 아니더래도 ‘이제 죽었다’는 느낌은 충분히 받게 된다.
지난 내 글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런 류의 프로그램들은 절대 만만하게 보거나 일반적인 미디어 다루듯 하면 큰코를 다치게 된다. 간간히 짭밥 좀 있으신 PR담당자분들도 쌩으로 당하시곤 하는데, 항상 조심스러워야 하는 프로그램들임에는 틀림없다.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들을 겪고 봐 오면서, 여러 기업들의 대응방식들을 살펴 보았는데 각각의 최적성이라는 측면에서 대응방식들을 분석해 보자.
1. 막가파식 대응
취재진을 일단 안하무인으로 대한다. 욕설도 하고 괜히 스스로 흥분해서 난동(?)을 부리는 자해파도 있다. 폭력을 행사하고, 험악한 분위기로 이 위기상황을 벗어나보려 애쓴다. 시청자와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마치 ‘마취 총탄을 맞고 허둥대며 반항 하는 하이에나’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런 기업들은 어짜피 자사명이나 서비스 및 제품이 노출되도 별로 밑질 것 없는 사람들이다. 조금 괴롭기는 하겠지만 어짜피 막가는 인생과 비지니스인데 하는 것 같다.
2. 거짓말 대응
일부 기업들은 무조건 거짓말을 한다. 불만제로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감이다. 거짓말을 많이 하면 할 수록 취재꺼리가 늘기 때문이다. 극적인 구성면에서도 아주 섹시한 반응이다. 거짓말을 하는 세부 이유들을 들자면, 홍보담당자가 진짜 몰라서, 의도를 가지고 무언가 숨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회사에서 그렇게 답변하게 되있기 때문에…이런 3가지 유형들이 많다.
이런 기업들은 결국 시청자나 소비자들을 화나게 하면서, 더욱 믿을 수 없는 기업으로 바닥에 추락한다. 한마디로 우스운 회사가 되버린다.
3. 변명 대응
그 다음에는 변명을 한다. 자기 합리화다. 근데 이게 거짓말을 선행하지 않았거나, 완벽한 (누구나 끄떡 끄떡할) 중요한 논리성을 가지고 있으면 되는데, 99%는 변명이 변변치 못하다. 황당하거나, 하하하하…헛웃음이 나오는 변명을 아주 진지하게 하는 기업들이 많다.
시청자들은 이런 기업들을 보고 “장난해? 누굴 바보로 알아?”하는 반응을 하게 된다.
4. 취재 거부
일부 외국기업들은 이 대응방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 물론 취재 거부를 통해서 관련 프로그램에 자사명이나 대응방식이 누락되면 그 보다 좋은 대응 방식은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런류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PD나 극작가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기업측의 취재거부가 담담하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결국 프로그램은 어떤 형태로든 칼을 꼽아 보여준다. 기업이 스스로 guilty라는 선언을 하는 형식이 되게 만든다는 것이다.
5. 사과
최근들어 이런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선호되는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는 듯 하다. 일단 문제가 파악이 되고, 그 과정상에서 취재꺼리가 있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들이 달려들었다는 것을 어느정도 짬밥이 있는 홍보담당자들은 다 안다.
아까도 말했지만, 마취총탄을 맞고 휘청대면서 추한 꼴 다 보여주고, 시청자들에게 웃음꺼리가 되느니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소비자들 편에 서서 용서를 구하는 대응방식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대응 자세를 결정하는 데는 내부에서 그리고 외부 카운슬에서 수 많은 토론과 주저함의 순간들을 가지곤 한다. 참으로 힘든 의사결정이다. 실제로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기업들의 대응은 재미가 없다. 막 반항을 해 주어야 재미가 있고 극적인 완성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업에게는 이렇게 비교적 안전한 대응이 사실 없다.
불만제로와 이영돈 PD 프로그램에 맞닥뜨린 기업에게는 단 한가지 옵션이 있다. “앞의 1,2,3,4 대응을 다하고 나서 5번 대응으로 결론 지을래? 아니면 처음부터 5번 대응으로 마무리 할래?”
큰 돈을 들여 위기관리 카운슬링을 받는 기업들에게는 황당하기도 하겠다. 전문가라고 와서 하는 말이 “그냥 빨리 사과하세요”라니…허 참…
진짜 전략적인가 보다…
[이코노 카페]‘쇳조각 햄버거’ 맥도날드 “사과는 무슨…”
[뉴스비타민] 한국 엄마들에 혼쭐난 ‘미국 명품분유’
맥도널드와 한국BMS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참 흥미롭다. 기업의 모든 활동은 어느정도 전략에 근거하는 법인데, 이와 같은 케이스들은 그 근거를 찾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들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1. 발뺌/부정
2. 변명
3. 자기합리화 (비이성적/비논리적)
4. 소비자를 분노하게 함
5. 공중/언론들도 무시함
궁금한게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을까?”하는 거다. 이 두회사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대응 메시지 정리 (맥도널드 쇳조각 햄버거 케이스 / 한국BMS의 쇳가루 분유 케이스)
소비자 송씨가 맥도널드 햄버거 패티에서 쇳조각들로 보이는 이물질 발견
- 송 씨가 매장 측에 항의하자 매장 관계자는 “후추 같다”
- 한국맥도날드 본사는 당시 동아일보 기자의 취재에 대해서도 “우리 쪽에서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았을 수 있지 않느냐”
- 송 씨가 나서서 식약청에 신고한 뒤에도 맥도날드는 “주방 위생 관리에는 문제가 없다”
- 기자가 “문제가 된 관훈점에라도 사과문을 붙일 계획은 없느냐”고 묻자 맥도날드 관계자는 “햄버거 한 개에만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럴 계획이 없다”
- 취재 당시 “왜 식약청에 바로 신고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식파라치 사례도 많고…”
맥도날드는 이물질이 들어간 햄버거를 아기와 함께 먹느라 놀란 송 씨의 마음을 안심시키기는커녕 분노로 바꿔 놓았습니다. <동아일보>
미국산 조제 분유 ‘엔파밀 리필(Enfamil LIPIL)’에서 검은색 이물질을 발견
- 윤씨는 수입업체인 한국BMS제약의 고객상담실에 연락했다. 상담원은 “가끔 그런 전화가 오는데 분유 조제 과정에서 생긴 검은 먼지일 뿐 인체에 아무 해가 없다”고 해명했다. 상담원은 “계속 먹여도 된다”
- 직원들은 자석 실험을 눈으로 확인하고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품인데 어떻게 쇳가루가 나오겠느냐”
- 미드존슨사는 해명 광고를 내며 ‘인체에 무해한 비독성 금속물질’
일반적으로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기업들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은 대행사를 쓰거나 해서 되도록 언론사 기자들과의 관계를 한정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대언론 거리두기 전략은 이러한 위기시에 아이러니컬하게도 많은 도움이 된다. 기자들이 모르고 신경을 안쓰니 기자들 사이에서 회자가 잘 안되는 효과를 얻기 때문이다.
그런 전략적인 효과 때문에 기자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면…정말 머리는 좋은 사람들이다.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언론 인터뷰는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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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에 있어 ‘엄청나게 가시적인(spectacular)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그 보다 더 엄청나게 많은 비가시적인(unspectacular) 준비’가 필요한 법이다. 만약 걸려온 기자의 전화를 받고 급박한 언론 인터뷰를 하기 전이라도 최소 몇 분간의 준비과정은 필요하다. 이것이 정석이다. 이번에는 언론 인터뷰를 준비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본다. 인터뷰 목표를 정하자 독자/시청자들이 어떤 생각을 할 것인지를 알자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정리하자 매체사와 기자에 대해 가능한 많은 정보를 숙지하자 인터뷰 주제에 관계된 이야기들이나 관련 백그라운드들을 가능한 많이 모아 숙지하자 예상되는 최악의 까다로운 질문들을 예상해보자 기자가 물어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질문들도 정리해보자 인터뷰를 한번 연습해보자 답변을 외우려 하거나 읽으려고 하지는 말자 인터뷰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결과를 평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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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년 12월 10일 13:42:20 / 수정 : 2007년 12월 10일 13:4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