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 포인팅

11월 042010 Tagged with , , , , 6 Responses

모 건설사로부터의 선물: 위기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의 중요성

 

MBC 뉴스 [사회]
견본주택 ‘고급 가구의 비밀’‥현행법 악용 동영상

상당히 흥미로운 기업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모 건설사가 MBC의 타겟이 된 것 같은데, 억울한 상황에서 기업을 대표해 인터뷰를 한 담당자의 메시지가 참 난감하다.

이런 경우 항상 회사측에서는 타겟 보도를 한 해당 방송사와 기자를 욕하곤 한다누구에게 보도팁을 얻었는지, 누가 찔렀는지, 누가 이 보도를 만들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들이 오히려피해자또는억울하다 항변하곤 한다.

그러나 회사측이 언론에게 전달한 메시지를 한번 보자.

 

  SYN▶ OOO 건설 관계자


가구류는 어느 회사도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거든요. 우리만 그랬느냐 하면 아니거든요.  G,I, H…”

 

견본주택에서 보여주며 홍보했던 가구 브랜드와 다른 저급 브랜드 제품을 사용해 시공한 부분에 대한 지적에 위와 같이 답변 했다. 회사의 억울함이 드러나는 메시지다. 핑거 포인팅하지 말라는 위기 커뮤니케이션 원칙을 정면으로 깬 아주 흔치 않은 인터뷰였다.

두 번째 메시지를 들어보자.

   

◀SYN▶ OOO 건설 관계자


그런 것들이 사실은 아파트 지을 때 남는 이익이거든요, 기업하면서 안 남길 수도 없고.”

 

 

저급 브랜드 가구 등을 사용한 이유로 제시된 메시지다. 어떤 이해관계자들도 공감할 수 없다. 주주들까지도 일부 공감하지 못할 내용으로 보인다.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기자와 인터뷰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국 편집되어 방송된 메시지와 로직은 자신들이 준비했던 핵심 메시지들을 완전히 비켜 나갔다.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그 잘못된 메시지를 입 밖으로 꺼낸 것도 자사 대변인아닌가?

내일 신문(TV)에서 읽거나 보기 싫은 메시지는 입 밖으로 꺼내지도 말라

방송이 우리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저의가 있다. 기자가 너무했다. 편집을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냐. M방송이 문제다이런 여러 가지 하소연 이전에는 일단 순서가 있다.

먼저 자사의 입장을 확실하게 하고, 메시지를 잘 만들어 그 핵심 메시지만을 반복하고 나서 그 이후에 하소연을 하자. 그 앞의 모든 것을 준비 없이 연습 없이 엉망으로 진행하고 나서, 자신들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대해서만 욕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회사에게는 힘든 보도 장면이었겠지만, 다른 많은 기업들에게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훈련의 중요성에 대한 소중한 인사이트를 주고 있다 본다.

 

 

 

 

11월 212009 Tagged with , , , , , , , , , , , , 4 Responses

위기관리: 현실적인 이야기 몇개











최근 모 대기업의 제품 하자에 대처하는 방식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현실적 측면에서 해당 위기를 바라보는
것이 그 최선의 해결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고가 제품을 출시 했다. 출시하자 마자 기자들과 블로거들이 일부 작동이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홍보팀이 그 이야기들을 모니터링 했다. 심상치 않다. 이 때 홍보팀은 해당 이야기들이 사내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인가를 가장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다.

==> 학자들이나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이때 ‘소비자들의 소리를 듣고 먼저 그들과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라’고 주문한다. 상당한 괴리다
.


홍보팀은 최상위에 보고하기 전 대응 메시지 개발을 위해 해당 제품 개발에 참여한 사내 책임자와 실무 담당자들에게 대응 정보를 요청한다. 이때 제품 책임자와 실무자들은 극도로 긴장하게 된다. 생각해보라
그 책임자분은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20년을 넘게 고생했다. 이번
신제품 출시로 마지막 도약을 해볼 작정이었는데 이번 이슈가 자신에게 미칠 영향에 당연 고민하기 마련이다.

==> 학자들이나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이때 ‘회사를 위하고 브랜드를 위해 사적인
감정을 버리고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상당한 괴리다
.


당연히 그 책임자(임원)은 홍보팀에게 상당한
압력을 행사하거나 사내에서 논리를 자신과 자신부서에 유리하게 조성하면서 기자들이나 일부 블로거들의 주장을 폄하하거나 무시하자 주장한다.

==> 학자들이나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이때 ‘최고의사결정권자는 모든 객관적인
정보들을 취합해서 관련 임원들과 균형 있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불가능하다. 사내에서 주된 정보 소스가 귀와 입을 막으면 절대로
정확한 의사결정은 불가능하다
.

홍보팀은 사내 분위기를 읽고 관련 부서에서 전달받은 (완벽하지 못한) 대응 논리들을 정리해 기자와 블로거들에게 맞선다. 이때 대부분은
사내의 공유된 입장과 메시지들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친다.

==> 학자들이나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이때 ‘홍보팀은 기업의 모니터로서 쌍방향
균형 잡힌 정보 분석을 통해 최상의 메시지를 개발해야 한다’ 주문한다.
말이 안 된다. 현실적으로. 홍보팀도 사내에서
일개 힘없는 부서 중 하나일 뿐이다. 홍보부서내에서 어느 한 사람도 소비자의 입장에 서서 사내 분란을
일으킬 용기가 없을 수 없다
.


기자들과 블로거들은 이러한 일방적이고 안하무인 격인 입장과 메시지에 다시 분노한다기사와
블로그 포스팅은 계속 이어지고 더욱 악화된다. 홍보팀은 더 많은 식은 땀을 흘리게 되고, 지속적으로 제품 책임 부서에 그 내용들을 전달하고 추가 대응 방향을 논의하게 된다. 사내 이해당사자들은 최초 사내 의사결정을 번복하거나 재 수정하는 것 자체에 또 부담을 느끼게 된다. CEO께서아니 처음에 아무 일도 아니라더니 왜 일이
이렇게 까지 커지는 건가?”하는 화를 내시면
자신들이 더욱 암울해 지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핑거 포인팅이 일어난다.

==> 학자들과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이때 ‘최초 포지션이 틀렸다고 파악되면 소비자들의
소리를 더욱 심각하게 듣고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새롭고 전략적인 포지션을 재 공유하고 재빠른 해결방안을 공표해야 한다’ 주문한다. 하지만, 어림없다. 이 단계에서는 사내 핑거 포인팅이 진행되는 시간일 뿐이다
.

제품 쪽은 홍보 쪽을능력 없다비판하고, 홍보 쪽은 제품 쪽에책임감 없다고 불평한다. 문제는 그 이외 제품과 관련된 부문들이 자신들의 업무에
방해를 받기 때문에 홍보부문을공공의 적 또는 무능력한 부문으로
몰아세우기 시작하는 때부터다. CEO 아래에서 모든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잘못된 의사결정 자체와 책임논란으로
시끄러울 시기가 온다. 이때부터 모두는 CEO의 결정만을
바라보게 된다.

==> 학자들과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홍보부문이 위기관리 오너십을 가지고 회사의
전략적 포지션과 메시지들을 디자인하고 리드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시끄럽다. CEO를 바라보고 있는 부문들 중 하나일 뿐이다. 리드는 무슨



CEO
께서 책임 소재와 해결 방안을 직관
의해 결정하신다. 이때 꼭 주적이 하나 둘 생겨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제품 개발 말이야지금까지 4000억을 들여서 제품 개발을 해 놓고 그 정도 제품 하자도 못 막아내? 그게
그렇게 개선이 어려워서 지금 이따위 일이 생기게 해?”하시거나홍보, 당신들 평소에 뭐하던 것들이야? 기자들과 밤낮으로 술 먹고 다니면서 주말에 운동도 하고 하면서 그게 그렇게 통제가 안되?”하시거나 하면 끝장이다.

==> 학자들이나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CEO는 위기 발생시 절대로 일부 부문이나
관련 이해관계자에게 일방적인 책임을 묻거나, 처벌에 집중하면 안 된다.
CEO가 그럴수록 조직은 더욱 더 위기 조짐을 숨기게 되고, 대응에 있어 수동적이게 된다’고 조언한다. 현실은 그 반대다.
CEO께서 화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항상 존재하는 데 어쩔 건가
.


CEO
께서 아무튼 그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 소리치신 후, 대응을 지시하신다. “어쩔 수 없으니 리콜 해또는그냥 부분 수리 또는 교체 해등등 지시하시면
조직은 일사천리로 새로운 대응이 공표되고 진행된다. (또는 이런 결정을 하기 위해 해당 부문에 옵션을
주문한다)

==> 학자들과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이렇게 느린 대응은 위기관리 실패의 가장
반복적인 요인이다’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어쩔 건가. 현실인데



홍보팀과 제품팀은 가능한 사후 후 폭풍을 감소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예를 들어 홍보팀은
해당 의사결정을우리 CEO의 읍참마속의 위대한
결정이라고 푸시 홍보를 한다. 제품팀은 일선에서 부분 제품
교체 등의 활동 보고를 통해서사장님 이것 보세요. 실제로
기자들이나 블로거들이 그렇게 떠들더니 실제 부품을 교체 요청한 건수는 저희 예상에도 훨씬 못 미칩니다
보고서를 만들어 괜한 소란이었다는 논리를 만들어 공유한다.

==> 학자들이나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위기관리 이후에는 해당 위기의 원인과
향후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해서 개선하고, 사전 완화하는 활동을 전사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실은 또 반대다. 사내적으로
후 폭풍이 최소화되길 기대하면서 부문별로 생존 활동만이 존재한다. 대 소비자 관련 개선은 일단 그 이후다. 그것도 우리가 잘 못되면 그 이후 조차 없다
.

비싸게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을 불러우리의 이번 위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물었을 때 이상과 같은 이야기들을 하게 되면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은 얼굴이 찡그려진다. 말이 쉽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는 이렇게 이야기 할 꺼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라는 당신들 먼저 우리 회사 사람들과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시죠?”

어떻게 보면 맞는 이야기다. 클라이언트의 요청이 틀린 게 절대 아니다.





4월 282008 Tagged with , , , , , , , , , , 3 Responses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무조건 사과가 능사는 아니다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일단 사과(apology)하고 보자? 너무 형식적이다. 이미 소비자들은 잘못을 저지른 기업들의 수 많은 사과(apology)들을 봐왔다. 리콜(recall)? 언제부터인가 사과의 가장 큰 표현이 되었다. 사실 위기 시 이 리콜(recall)이란 어차피 논란이 되어 소비자들이 외면해 팔리지 않을 물건들을 먼저 수거하는 꼴일 뿐이다. 따라서 리콜(recall)은 사과(apology)의 표현이나 위기관리의 high profile전략은 근본적으로 아니다.

사과(apology)는 키 메시지도 아니다. 중요한 키 메시지는 ‘어떻게 현재의 부정적인 이슈를 해결할 것이고, 앞으로 어떻게 재발을 방지할 것이냐’다. 따라서 이것이 셋팅 되어 전달되지 않으면 단순 사과(apology)는 별 소용이 없다. 원인파악도 못하고 사과만 하는 것도 소비자에겐 진심으로 들리지 않는다. 공감은 최대한 표시하되, 성의나 근거 없는 사과는 삼가 하는 것이 좋다.

이는 연인끼리 서로 싸울 때도 해당이 된다. 남자가 어떤 잘못을 했다 치자.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하는 말은 그냥 이 상황을 덮고 마음을 풀어달라는 표현일 때가 많다. 대신 ‘내가 이런 저런 일들을 잘 못했다. 그래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성이 많다. 무조건 미안하다는 말이 상대의 마음을 열게 한다는 것은 분명 오해다.

그렇다고 사과를 하지 않고 버티는 것은 어떨까? ‘아직 사실이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왜 우리가 먼저 사과를 하고 들어가야 하는가?’ 하는 것이 보통 사내 법무팀의 의견일 때가 많다. 사건이 오픈 되었고, 언론에서 떠들기 시작했다. 각종 검색 포털 사이트에서는 우리 회사명과 제품명들이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르락 내리락 한다. 매 분 마다 온라인 뉴스 포털에는 이 사건에 대한 기사들이 연이어 업로드 되고 있다.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 ‘사실이 규명될 때까지 외부와 아무런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말라’는 지시는 마치 태평양 한가운데 빠진 사람에게 구조선이 올 때까지 구명정은 무시하라 하는 것과 비슷한 꼴이다. 소비자 및 오디언스의 시각에서 ‘공감’을 표시하는 것은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일단 가장 먼저 그들과 공감하자고 했다. 공감한 바를 커뮤니케이션 하라고 했다.

사실규명은 사실규명대로 하겠다 하자고 했다. 최소한 사실 규명 때문에 공감을 표시하는 것을 머뭇거리지 말자는 거다. 책임소재는 사실 규명 이후다. 일단은 공감을 해주고, 아픔이나 상처를 함께 느껴주자. 거만, 안하무인, 막가파, 배째라, 무시일관, 아랑곳…이런 평가를 초반에 받지 말자는 거다. 일단 초기에 이렇게 평가돼 버리면 돌이키기가 너무 힘들다. 사실을 규명해보니 우리의 책임이 아니었다고 해도 남는 것은 하나도 없다.

사실이 완전히 밝혀져서 우리 회사의 책임이 크다고 최종 판정이 나면, 그때 깨끗하게 사과하자. 이길 밖에 없다. 변명이나 다른 측에로의 핑거 포인팅(finger pointing)은 절대 금물이다. 이때도 사과 메시지만을 키 메시지로 만들지는 말라고 했다. 재발방지 및 보상대책을 가장 중심으로 놓아 키 메시지로 하자.

일단 모든 위기는 발발함과 동시에 high profile로 가는 성격이 있다. 이러한 위기를 관리하는 방식은 high profile이 원칙이다. 몇몇 특수한 상황을 빼고는 위기는 high profile로 관리하자. 우리가 잘 못해서 뼈를 깎는 아픔이어도, high profile로 커뮤니케이션 하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혼심을 다 기울일 것이라는 긍정적인 해결책과 마음가짐을 크게 커뮤니케이션하자. 리콜만 해 놓고 ‘우리는 우리 할 일을 다 했다’고는 하지 말자.  제발.

정 용 민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ICO Global Communication, LG-EDS, JTI Korea,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들 대상 Media Training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두번째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Training 기법 사사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입력 : 2008년 04월 28일 10:18:40 / 수정 : 2008년 04월 28일 10:19:19
3월 282008 Tagged with , , , , , , 2 Responses

무조건 사과가 능사는 아니다

<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일단 사과(apology)하고 보자? 너무 형식적이다. 이미 소비자들은 잘 못을 인정한 기업들의 수 많은 사과(apology)들을 봐왔다. 리콜(recall)? 언제부터인가 사과의 가장 큰 표현이 되었다. 사실 위기 시 이 리콜(recall)은 어차피 논란이 되어 소비자들이 외면해 팔리지 않을 물건들을 수거하는 셈이다. 따라서 리콜(recall)은 사과(apology)의 표현이나 위기관리의 high profile전략이 근본적으로 아니다.

 

사과(apology)는 키 메시지도 아니다. 중요한 키 메시지는 어떻게 현재의 부정적인 이슈를 해결할 것이고, 앞으로 어떻게 재발을 방지할 것이냐. 따라서 이것이 셋팅 되어 전달되지 않으면 사과(apology)는 별 소용이 없다. 원인파악도 못하고 사과만 하는 것도 소비자에겐 진심으로 들리지 않는다. 공감은 최대한 표시하되, 성의나 근거 없는 사과는 삼가 하는 것이 좋다.

 

이는 연인끼리 서로 싸울 때도 해당이 된다. 남자가 어떤 잘못을 했다 치자.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하는 말은 그냥 이 상황을 덮고 마음을 풀어달라는 표현일 뿐일 때가 많다. 대신 내가 이런 저런 일들을 잘 못했다. 그래서 미안하게 생각해.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할게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수용될 가능성이 많다. 무조건 미안하다는 말이 상대의 마음을 열게 한다는 것은 분명 오해다.

 

그렇다고 사과를 하지 않고 버티는 것은 어떨까? 아직 사실이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왜 우리가 먼저 사과를 하고 들어가야 하는가?하는 것이 보통 사내 법무팀의 의견일 때가 많다. 사건이 오픈 되었고, 언론에서 떠들기 시작했다. 각종 검색 포털 사이트에서는 우리 회사명과 제품명들이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르락 내리락 한다. 매 분 마다 온라인 뉴스 포털에는 이 사건에 대한 기사들이 연이어 업로드 되고 있다.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 사실이 규명될 때까지 외부와 아무런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말라는 지시는 마치 태평양 한가운데 빠진 사람이 구조선이 올 때까지 구명정은 잡지 않겠다 하는 것과 비슷한 꼴이다. 소비자 및 오디언스의 시각에서 공감을 표시하는 것은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일단 가장 먼저 그들과 공감하자고 했다. 공감한 바를 커뮤니케이션 하라고 했다.

 

사실규명은 사실규명대로 하겠다고 하자고 했다. 대신 사실 규명 때문에 공감을 표시하는 것을 머뭇거리지 말자는 거다. 책임소재는 사실규명 이후다. 일단은 공감을 해주고, 아픔이나 상처를 함께 해주자. 거만, 안하무인, 막가파, 배째라, 무시일관, 아랑곳이런 평가를 초반에 받지 말자는 거다. 일단 초기에 이렇게 평가 되 버리면 돌이키기가 너무 힘들다. 사실을 규명해보니 우리의 책임이 아니었다고 해도 남는 것은 하나도 없다.

 

사실이 완전히 밝혀져서 우리회사의 책임이 크다고 최종 판정이 나면, 깨끗하게 사과하자. 이길 밖에 없다. 변명이나 다른 측에의 핑거 포인팅(finger pointing)은 절대 금물이다. 이때도 사과 메시지만을 키 메시지로 만들지는 말라고 했다. 재발방지 및 보상대책을 키 메시지로 하자.

 

일단 모든 위기는 발발함과 동시에 high profile로 가는 성격이 있다. 이러한 위기도 관리하는 방식은 high profile이 원칙이다. 몇몇 특수한 상황을 빼고는 위기는 high profile로 관리하자. 사실 우리가 잘 못해서 뼈를 깎는 아픔이어도, high profile로 커뮤니케이션 하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혼심을 기울일 것이라는 긍정적인 해결책과 마음가짐을 크게 커뮤니케이션하자.

 

리콜만 해 놓고 우리는 우리 할 일을 다 했다고는 하지 말자.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