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대기업의 제품 하자에 대처하는 방식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현실적 측면에서 해당 위기를 바라보는
것이 그 최선의 해결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고가 제품을 출시 했다. 출시하자 마자 기자들과 블로거들이 일부 작동이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홍보팀이 그 이야기들을 모니터링 했다. 심상치 않다. 이 때 홍보팀은 해당 이야기들이 사내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인가를 가장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다.
==> 학자들이나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이때 ‘소비자들의 소리를 듣고 먼저 그들과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라’고 주문한다. 상당한 괴리다.
홍보팀은 최상위에 보고하기 전 대응 메시지 개발을 위해 해당 제품 개발에 참여한 사내 책임자와 실무 담당자들에게 대응 정보를 요청한다. 이때 제품 책임자와 실무자들은 극도로 긴장하게 된다. 생각해보라
그 책임자분은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20년을 넘게 고생했다. 이번
신제품 출시로 마지막 도약을 해볼 작정이었는데 이번 이슈가 자신에게 미칠 영향에 당연 고민하기 마련이다.
==> 학자들이나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이때 ‘회사를 위하고 브랜드를 위해 사적인
감정을 버리고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상당한 괴리다.
당연히 그 책임자(임원)은 홍보팀에게 상당한
압력을 행사하거나 사내에서 논리를 자신과 자신부서에 유리하게 조성하면서 기자들이나 일부 블로거들의 주장을 폄하하거나 무시하자 주장한다.
==> 학자들이나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이때 ‘최고의사결정권자는 모든 객관적인
정보들을 취합해서 관련 임원들과 균형 있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불가능하다. 사내에서 주된 정보 소스가 귀와 입을 막으면 절대로
정확한 의사결정은 불가능하다.
홍보팀은 사내 분위기를 읽고 관련 부서에서 전달받은 (완벽하지 못한) 대응 논리들을 정리해 기자와 블로거들에게 맞선다. 이때 대부분은
사내의 공유된 입장과 메시지들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친다.
==> 학자들이나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이때 ‘홍보팀은 기업의 모니터로서 쌍방향
균형 잡힌 정보 분석을 통해 최상의 메시지를 개발해야 한다’ 주문한다.
말이 안 된다. 현실적으로. 홍보팀도 사내에서
일개 힘없는 부서 중 하나일 뿐이다. 홍보부서내에서 어느 한 사람도 소비자의 입장에 서서 사내 분란을
일으킬 용기가 없을 수 없다.
기자들과 블로거들은 이러한 일방적이고 안하무인 격인 입장과 메시지에 다시 분노한다. 기사와
블로그 포스팅은 계속 이어지고 더욱 악화된다. 홍보팀은 더 많은 식은 땀을 흘리게 되고, 지속적으로 제품 책임 부서에 그 내용들을 전달하고 추가 대응 방향을 논의하게 된다. 사내 이해당사자들은 최초 사내 의사결정을 번복하거나 재 수정하는 것 자체에 또 부담을 느끼게 된다. CEO께서 “아니 처음에 아무 일도 아니라더니 왜 일이
이렇게 까지 커지는 건가?”하는 화를 내시면
자신들이 더욱 암울해 지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핑거 포인팅이 일어난다.
==> 학자들과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이때 ‘최초 포지션이 틀렸다고 파악되면 소비자들의
소리를 더욱 심각하게 듣고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새롭고 전략적인 포지션을 재 공유하고 재빠른 해결방안을 공표해야 한다’ 주문한다. 하지만, 어림없다. 이 단계에서는 사내 핑거 포인팅이 진행되는 시간일 뿐이다.
제품 쪽은 홍보 쪽을 ‘능력 없다‘ 비판하고, 홍보 쪽은 제품 쪽에 ‘책임감 없다‘고 불평한다. 문제는 그 이외 제품과 관련된 부문들이 자신들의 업무에
방해를 받기 때문에 홍보부문을 ‘공공의 적 또는 무능력한 부문‘으로
몰아세우기 시작하는 때부터다. CEO 아래에서 모든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잘못된 의사결정 자체와 책임논란으로
시끄러울 시기가 온다. 이때부터 모두는 CEO의 결정만을
바라보게 된다.
==> 학자들과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홍보부문이 위기관리 오너십을 가지고 회사의
전략적 포지션과 메시지들을 디자인하고 리드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시끄럽다. CEO를 바라보고 있는 부문들 중 하나일 뿐이다. 리드는 무슨…
CEO께서 책임 소재와 해결 방안을 ‘직관’에
의해 결정하신다. 이때 꼭 주적이 하나 둘 생겨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제품 개발 말이야…지금까지 4000억을 들여서 제품 개발을 해 놓고 그 정도 제품 하자도 못 막아내? 그게
그렇게 개선이 어려워서 지금 이따위 일이 생기게 해?”하시거나 “홍보, 당신들 평소에 뭐하던 것들이야? 기자들과 밤낮으로 술 먹고 다니면서 주말에 운동도 하고 하면서 그게 그렇게 통제가 안되?”하시거나 하면 끝장이다.
==> 학자들이나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CEO는 위기 발생시 절대로 일부 부문이나
관련 이해관계자에게 일방적인 책임을 묻거나, 처벌에 집중하면 안 된다.
CEO가 그럴수록 조직은 더욱 더 위기 조짐을 숨기게 되고, 대응에 있어 수동적이게 된다’고 조언한다. 현실은 그 반대다.
CEO께서 화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항상 존재하는 데 어쩔 건가.
CEO께서 아무튼 그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 소리치신 후, 대응을 지시하신다. “어쩔 수 없으니 리콜 해” 또는 “그냥 부분 수리 또는 교체 해” 등등 지시하시면
조직은 일사천리로 새로운 대응이 공표되고 진행된다. (또는 이런 결정을 하기 위해 해당 부문에 옵션을
주문한다)
==> 학자들과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이렇게 느린 대응은 위기관리 실패의 가장
반복적인 요인이다’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어쩔 건가. 현실인데…
홍보팀과 제품팀은 가능한 사후 후 폭풍을 감소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예를 들어 홍보팀은
해당 의사결정을 “우리 CEO의 읍참마속의 위대한
결정‘이라고 푸시 홍보를 한다. 제품팀은 일선에서 부분 제품
교체 등의 활동 보고를 통해서 ‘사장님 이것 보세요. 실제로
기자들이나 블로거들이 그렇게 떠들더니 실제 부품을 교체 요청한 건수는 저희 예상에도 훨씬 못 미칩니다‘는
보고서를 만들어 괜한 소란이었다는 논리를 만들어 공유한다.
==> 학자들이나 일부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위기관리 이후에는 해당 위기의 원인과
향후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해서 개선하고, 사전 완화하는 활동을 전사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실은 또 반대다. 사내적으로
후 폭풍이 최소화되길 기대하면서 부문별로 생존 활동만이 존재한다. 대 소비자 관련 개선은 일단 그 이후다. 그것도 우리가 잘 못되면 그 이후 조차 없다.
비싸게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을 불러 “우리의 이번 위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물었을 때 이상과 같은 이야기들을 하게 되면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은 얼굴이 찡그려진다. 말이 쉽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는 이렇게 이야기 할 꺼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라는 당신들 먼저 우리 회사 사람들과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시죠?”
어떻게 보면 맞는 이야기다. 클라이언트의 요청이 틀린 게 절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