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108수(百八手)

4월 162020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98편] 원칙을 가지고 폭 넓게 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하면 해당 회사의 임직원들은 자사에게 향한 공중의 여론을 읽기 시작한다. 여기에서 읽기 시작한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평시에는 그 만큼 여론에 대한 생각이나 관심이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임직원은 위기 시 여론을 읽기 위해 네이버 같은 포털을 찾는다. 일부에서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 채널을 통해 여론을 읽는 방법이다. 네이버나 모니터링 시스템에 키워드를 쳐 넣는다. 자기 회사명, 이슈나 위기와 관련된 키워드를 쳐 넣고, 그와 관련된 기사, 대화, 게시물, 댓글을 읽기 시작한다.

하루 종일 그렇게 찾아 얻은 키워드 여론(?)을 읽는다. 당연히 위기가 발생하면 그런 키워드 여론은 분량이나 심도에 있어 상당한 수준을 기록하게 마련이다. 일부에서는 그 키워드 여론 결과가 너무 많은 나머지 그 각각을 차근차근 읽고 해석하기 보다는, 숫자로 그 키워드 여론을 대신 해석한다. 부정기사 1200개. 중립기사 200개. 긍정기사 10개. 이런 식이다.

어떤 기업은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를 그렇게 읽는 반면, 다른 기업은 오프라인에서 주변인들의 조언을 주로 듣고 이를 여론으로 해석한다. 지인인 전직 고위관료나 정치인 또는 지인 여론지도층 인사의 의견을 들고 여론을 유추한다.

다른 기업은 신문이나 TV에서 보도되는 내용을 꼼꼼하게 분석한다. 언론이 곧 여론이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기사나 보도 표현 한두개에 몰입한다. 불만족스러운 기사나 보도 내용에 관해서는 기자나 데스크에게 연락하고, 수정을 요청한다. 적극적 해명을 통해 여론을 순화시켜 보려 노력한다.

또 어떤 기업은 투자자나 멘토들의 이야기를 주로 듣는다. 경영이 주요 투자자들과 멘토에 의지해 결정되는 곳일 경우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진다. 투자자들이 여럿 모여 여론에 대한 자신들의 시각을 이야기한다. 멘토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여론을 기반으로 대표이사를 설득한다.

기업의 최고의사결정자 입장에서는 위기 시 여론을 읽는 것처럼 낯설고, 찜찜한 것이 없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언론, 지인, 투자자, 멘토, 직원들, 심지어 주변 가족의 반응까지도 각자 다양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부정적으로 여론이 흘러가고 있는 것은 같은데, 그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형태와 수준의 관리 활동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감을 잡기는 더 어려워진다.

간단해 보이는 대응 시점을 결정하는 것에도 혼란스러움은 마찬가지다. 언제 준비된 사과문이나 해명문을 배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내부에서는 상당한 토론이 진행된다. 지금 상황이 사과문을 배포해서 관리될 수준인지, 아니면 좀더 강한 사과의 표시로 기자회견을 해서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확실한 답을 찾기 어려워한다.

더구나, 특정 방식으로 여론을 읽고, 그에 대해 대응을 결정한 뒤라 해도 내부 논란은 많다. 그렇게 까지 적극 사과를 하지 않아도 풀릴 수 있던 위기 아니었을까 하는 사후평이 나오기 때문이다. 과도하게 해석된 여론을 읽고 사과를 해서 불필요하게 배상의 책임까지 떠안게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당시에는 꼭 그래야만 될 것 같아 위기관리를 실행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 위기관리 방식이 당시 상황에 적절했던 것인지 의문이 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반대로 당시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사과로 해결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는 자성이 나오기도 한다.

정리해 보면 정확한 사실은 딱 하나다. 여론은 하나가 아니다 라는 점. 여론은 원래 다양하고 또 그 속에서도 다채롭다. 채널별로도 그 수준과 깊이가 다르고, 여론을 해석하는 주체에 따라서도 변수는 더해진다. 기업이 위기 시 여론을 읽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절대 안된다면, 여론을 어떻게 해석해야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까?

답은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다양한 여론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자사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대부분 여론을 다양하게 읽고서도 의사결정에 좌고우면 하는 이유는, 자사에 정확한 위기관리 원칙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칙이 위기를 관리한다는 말은 곧 그 때문이다.

현재 상황이 우리가 가장 큰 우선순위로 놓는 고객에 대한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고객 보호 원칙을 따라야 하는가? 고객의 여론은 과연 무엇인가? 우리에게 어떤 원칙과 위기관리를 기대하고 있는가? 그런 기대 충족을 위해 우리는 어떤 대응을 해 고객 관련 원칙을 입증해야 하는가? 회사의 원칙만 정확하게 존재한다면 여론은 방향성과 솔루션을 제안하는 가치일 수 있다. 의사결정은 원칙만 있으면 그리 어려울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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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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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2020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97편] 자기 감정을 먼저 관리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한 기업에서는 최고의사결정자의 감정이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최고의사결정자가 차분하게 위기를 바라보아 문제가 커진 경우는 드물다. 최고의사결정자가 객관적으로 해당 사실관계를 바라보기 때문에 위기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드물다.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풀 수 있을지 여러 합리적 의견을 들어 위기관리에 실패한 경우도 기억하기 어렵다.

반대로 최고의사결정자가 흥분에 빠지고, 일희일비 하게 되어 문제가 커진 경우는 흔하다. 일선에서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임직원들이 최고의사결정자의 심기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면 일단 위기관리는 물을 건너 간 형국이다.

최고의사결정자가 자기중심적 생각에 빠지면, 모든 위기 상황이 억울하게 느껴진다.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해도 모자를 판에, 이해관계자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맞서 싸우려 하게 된다. 사과문이나 해명문에는 주로 ‘내가 힘들다, 우리가 힘들다’ ‘마녀사냥 그만 해 달라’ ‘악의의 상대들에게 소송 하겠다’ 등의 자기중심적 생각이 우러난다.

합리적으로 듣고 행하는 경우와는 달리 최고의사결정자가 자기중심적일 때는 좀처럼 외부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외부 이야기들이 대부분 자기 생각에 반하거나, 충돌하기 때문에 그 자체를 불편 해 한다. 그 때문에 주로 비선라인의 달콤하고 편안한 말을 찾아 듣게 된다. 비선은 위기 시 최고의사결정자의 불편한 마음을 관리하려 한다. 당연히 이해관계자들이나 여론과는 일부 동떨어진 관리방식을 조언한다. 운이 좋아 그런 비책이 통하면 좋은데,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위기가 발생하면 최고의사결정자는 물론 위기관리위원회에 속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임직원들은 스스로의 감정에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한다. 내가 왜 흥분하고 있지? 내가 왜 그 이해관계자를 욕 하고 있지? 왜 지금의 상황이 우리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하는 거지? 왜 바깥 여론이나 외부의 목소리를 불편해 하고 있지? 이런 자신의 감정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반복해 볼 필요가 있다.

의사결정 그룹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관리하고, 그런 감정이 그룹내에 공히 조성되어야 보다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이 가능해 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종종 의사결정그룹 내에서도 대응 의견이나 전략이 엇갈릴 때가 있다. 한 편에서는 책임 있는 사과를 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어느 한편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경우다.

최고의사결정자는 그런 경우에도 그들의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왜 저 편에서는 사과를 주장하고, 다른 편에서는 사과가 필요 없다 하는지 그들의 감정 상태를 통해 주장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런 노력에도 답을 찾을 수 없다면, 외부에서 객관적 입장과 시각을 가진 사람들을 불러 묻는 것이 좋다. 조금은 더 객관적인 시각과 구체적 감정이 배제된 의견을 들을 수 있게 된다. 그 후에는 각 편이 주장하는 감정의 모습이 다시 보이게 된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렇게 반론한다. “위기가 발생하면 자신의 책임이라던가, 회사의 피해 규모, 사후 영향 등에 모든 촉각이 곤두서게 되는데, 어떻게 우리 스스로 감정을 배제하거나 관리할 수 있겠습니까?”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다. 자기관여도가 높은 경우 쉽게 감정을 관리할 수 있는 의사결정자는 흔치 않다. 아니,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핵심은 우리가 맞닥뜨린 지금 이 위기상황을 어떻게 관리해 나가야 하는지에 있다. 높은 자기관여도 때문에 감정이 혼란스럽다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서로 이해만 해서는 해당 위기 상황이 사라지지 않으니 문제다. 더 나아가 혼란스러움 때문에 위기 상황에 대한 관리가 어려워지고, 결국은 실패로 이어지게 된다면 그 감정은 곧 재앙을 의미한다.

먼저 최대한 노력하자. 평소 길러 온 사회적 민감성을 바탕으로 벌어진 상황을 최대한 담담하게 바라보려 노력해 보자. 자기관여에만 몰입하기 보다 좀 더 객관적으로 문제를 바라보아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기관여를 늘려 보자.

최고의사결정자라면 더더욱 상황에 일희일비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해 보자. 자신의 표정과 조급해 보이는 행동 하나가 임직원들의 위기관리 방향성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중립성, 객관성, 합리성에 대한 끈을 놓지 말고 끝까지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런 모든 힘든 노력들이 모여 위기를 관리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항상 감정이 문제이자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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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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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2020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96편] 마녀는 물에 뜬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유럽 중세시대 가장 비극적인 여론몰이와 그로 인한 피해의 역사를 우리는 ‘마녀 사냥’이라 부른다. 수 백 년 지난 지금도 마녀 사냥으로 불리는 여론 몰이와 그로 인한 피해들은 매일 매일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기업들은 어쩌다 여론의 희생양이 될 상황에 맞닥뜨리면 이내 폭력적인 여론의 실제 모습을 목격하고 경악한다. 경영자들은 합리적이지 않고, 감정적일 뿐,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여론을 엉터리라 손가락질한다. 그렇게 대부분은 여론에 손가락질을 하다가 결국 성난 여론의 희생양이 된다.

위기를 관리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당장 마녀사냥을 멈추어 주십시오!” “저희는 마녀사냥의 희생양입니다. 이런 불행한 역사가 계속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대부분 이런 메시지는 별반 효과도 없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금방 사라져 버린다.

중세시대 마녀라 의심을 받는 사람을 붙잡아 그가 마녀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마녀의 혐의가 있는 사람을 의자에 묶어 깊은 강물속에 빠뜨려 보는 시험을 하는 것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마녀는 물에 뜬다’고 믿었다.

물속에 빠져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된 혐의자가 발버둥 치다가 우연히 물 위로 떠오르게 되면 그 혐의자는 곧 마녀라 간주되었다. 사라들은 그를 꺼내 올려 화형 시켜 죽여 버렸다. 반대로 물속에서 고통받던 혐의자가 물 위로 떠오르지 못한 채 죽어버리면 사람들은 그가 마녀가 아니었다 생각하고 시체를 건져 올려 묻었다.

기억하자. 물에 뜨건 뜨지 않건 모든 결과는 동일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미친 마녀사냥에서 살아 남는 유일한 방법은 무엇일까? 마녀라는 혐의를 받지 않는 것이 유일한 위기관리였을 것이다. 마녀 혐의를 일단 받으면 그 후 그 혐의로부터 벗어날 방식은 극히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여론 즉,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마녀라고 볼 수 있는 이상한 행동이나 말을 삼가 하는 것이 최선의 위기관리였다는 의미다. 밤중에 아무도 가지 않는 무덤들 사이를 걸어가지 않아야 했다. 별이나 불을 보며 이상한 주문을 외우는 시늉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기적을 행 하겠다고 거리를 떠들고 다니지 않는 것이 안전했을 것이다. 자신이 진짜 마녀이건 아니건 그렇게 보여 질 일만 하지 않았으면 되었을 것이다.

진짜 문제는 그런 이상한 행동을 반복하고 이를 통해 마녀라는 혐의를 받게 되는 상황을 초래한 사람이다. 여론을 문제라 부르기 전에 마녀사냥이 횡횡하는 그 시기에 마녀라는 혐의를 받기 충분한 행동을 계속 한 사람이 더 문제라는 이야기다.

여론을 태풍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거대한 태풍이 다가와 그 속에 갇혀 있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해 보자. 몰아치는 폭풍에 주먹질을 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까? 바람을 거스리려 여러 노력을 하는 것은 의미가 있나? 태풍에서 살아남는 가장 좋은 위기관리 방법은 태풍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숨거나 도망가는 것뿐이다.

역사적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여러 사건들이 여론과 그로 인한 피해에 기반한 것들이었다. 최근 들어서 여론이라는 것이 그렇게 이상하게 되어 버린 것도 아니다. 많은 선례와 유사사례들이 흔하게 기억됨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사람들은 반복해서 여론의 희생양이 되기를 스스로 자처한다.

여론의 재판에 처하지 않도록 평시 자신을 관리하는 것이 올바른 위기관리다. 최대한 여론의 주목이나 비판을 받지 않도록 모든 일을 제대로 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되면 최대한 여론에 순응하는 것이 그나마 살길이다. 고개를 숙이고, 성의 있는 대책이나 개선안을 발표하는 것이 그를 위함이다.

여론은 옳다 그르다 하는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여론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여론이 문제라 이야기한다고 해서 풀릴 문제는 아무 것도 없다. 여론을 대하는 기업이나 유명인들의 자세는 해당 여론이 자사 또는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신속하게 평가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여론은 자신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두려워하고 적극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여론이 옳고 그르다는 판단할 필요도 없다. 그런 판단을 할 시간에 빨리 관리 방법을 고민하고, 여론의 주목으로부터 살아남는 실행에 몰두하자. 눈 앞에 나타난 거대한 호랑이 앞에서 그 호랑이가 옳다 그르다 따지다 가는 금세 잡혀 먹힌다는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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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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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2020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95편] 항상 준비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를 다루는 모든 전문가들은 “준비하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준비’ 그 자체가 위기관리라 해도 지나침이 없어 보인다. 일부에서는 위기관리를 상상 하면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 누군가 나타나 그 위기를 단박에 사라지게 해 버리는 마법을 꿈꾼다. 그러나 그런 마법은 현실이 아니다.

위기는 언제(when)에 대한 이야기다. A라는 위기가 발생한다는 사실은 정해진 것이고, 그 위기가 언제 어떻게 발생되는가가 중요할 뿐이라는 의미다. 이 또한 ‘준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기업에서는 위기가 발생할 것인지 발생하지 않을 것인지 같은 가능성에 주로 관심을 둔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할 때 이런 질문이 나온다. “이런 위기가 진짜 발생할 수 있을까요?” “이런 위기는 발생 가능성이 아주 낮습니다.” “이 정도 위기까지 상정해 준비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 질문들은 그들이 해당 위기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 주로 주목한다는 의미다.

A라는 위기의 발생 가능성이 낮다 또는 높다는 그렇게 중요한 기준이 아닐 수 있다. 물론 위기요소진단에서 여러 발생가능 위기 유형들을 펼쳐 놓고, 상호간 발생가능성 고저를 따져보는 것은 진단의 목적 상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어떤 위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살피고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발생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적절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실제 발생한 대형 위기들의 경우 그 위기 발생 전에는 발생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평했던 경우가 많다. 2001년 9월 11일 발생한 미국 뉴욕의 110층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과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에 대한 항공기 동시 다발 자살테러 사건도 그랬다.

사람들은 지금도 어떻게 그런 형태의 테러가 가능했을까 궁금해 한다. 비행기가 충돌한 거대한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어떻게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는지도 미스터리다. 왜 미국정부에서는 발생 직전과 직후 그렇게 속수무책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많다. 누구는 그 사건을 블랙스완(black swan)으로 부른다

블랙스완(black swan)이란 극단적으로 예외적이어서 발생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런 위기가 발생하고 나면 이전처럼 발생 가능성이 낮아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는 해명은 유효하지 않게 된다.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이렇게도 이야기한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회사가 엄청나게 많은 유형의 위기에 대해 모든 준비를 다 해야 하는데, 그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하는 것이다. 맞다. 그러나, 그런 시각은 실제 위기관리 체계를 정학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일 수 있다.

위기관리 체계를 구축하며 가장 첫 단계로 진행하는 작업은 ‘발생 가능한 위기 유형들에 대한 분석’이다. 위기요소진단이라는 작업을 통해 도출된 위기유형들을 발생가능성과 위해도를 기준으로 분류하고 카테고리화 해서 우선순위를 부여한다.

우선순위가 부여 된 위기유형은 아주 간단하게 정리된다. 자사 생산시설에 화재가 발생하는 상황과 관련해 정리되는 위기유형명은 ‘생산시설 화재’가 된다. 좀더 상위분류는 ‘화재’다. 그리고 그 위기유형명 아래 실제 발생 가능한 세부 유형을 정리 한다. 예를 들면, 단순화재, 유해화학물 관련 화재, 폭발성 화재, 테러성 화재 등으로 세부 위기유형을 고민해 정리한다.

그 다음은 해당 위기들이 발생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회사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정리한다. 그 과정에서 실무자들은 다양한 세부유형에도 불구, 대응 준비와 방식에는 크게 다른점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세부유형에 따라 일부 유의해야 할 부분과, 중점 두어야 하는 부분은 갈릴 수 있지만, 전혀 다른 준비와 대응 방식이 각각 새로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수많은 위기유형에 대해 하나 하나 어떻게 준비 하고, 대응 체계를 각각 만들 수 있습니까?” 라고 질문하는 실무자는 이런 위기 유형을 상상하고 있을 것이다. OO 공장에 유해화학물질 OOO 운반 차량이 시설 내 진입도중 충돌하여, 유해물질 OOO리터 유출. 그 화학물질이 자연 발화 해 인근 원료 야적장을 태우고, 중앙생산시설로 번짐. 더욱 더 강해진 불길이 원유 보관탱크로 옮겨 붙어 6차례 폭발 발생. 자사 및 협력업체 직원 OO명 현장 사망. 이런 식으로 구체적이고 변수 많은 시나리오를 위기유형이라 착각하고 다양한 대응 체계와 방식을 구상하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는 유형명이나 세부유형을 정리한 후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단계에서나 고안될 수 있는 것이다. 911 테러에 대한 대비를 했었다면, 해당 위기유형명은 ‘항공기를 이용한 테러’가 될 것이다. 더 큰 분류로는 ‘테러’ 범주에 들어가는 세부 항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위기유형에 따라 올바른 준비를 하는 것이 핵심이다. 위기유형에 대한 오해는 그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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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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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2020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94편] 민감성을 키워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들이 품질 좋은 제품을 훌륭한 서비스로 고객에게 제공하기만 하면 성공한다는 생각을 했던 때가 있다. 이때 기업에게 오직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고객이었다. 고객을 만족시키면 아무 문제가 없다 생각했다. 품질 좋은 제품을 훌륭한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데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했다.

일부 논란이 생기더라도, 품질이나 서비스가 좋은 기업에게는 고객도 선의를 베풀 것이라는 상상을 하던 시절이었다. 고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면, 모든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믿었다. 중요한 것은 품질과 서비스이기 때문에, 별다른 광고나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믿는 기업도 최근까지 존재했었다.

그러나, 최근 그런 생각은 여지없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품질이나 서비스는 이미 많은 기업들 사이에서 상향 안정화된 지 오래다. 품질이나 서비스는 기본이라 생각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하지 않았던 일반 공중들도 해당 기업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그에 대한 평을 여론화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품질 좋은 제품을 제공하던 회사도 사회적 논란에 휩싸여 하루 아침에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훌륭한 서비스를 자랑하던 회사도 부적절한 관행 때문에 몇시간 내에 여론의 공분을 사 고생을 한다. 그로 인해 매출이 하락하고, 회사 명성에 금이 간다. 대표이사가 검찰의 조사를 받거나,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런 기업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부주의했다,” “우리가 사려 깊지 못했다” “미처 그런 논란에 대비하지 못했다.”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일이라 당황스럽다.” 이런 대부분의 반응은 해당 기업 스스로 그간 사회적 민감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고백일 뿐이다. 사회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여러 논란으로부터 자신을 격리해 생각했던 것이다.

기업이나 경영진이 정치적 이슈에 관여한다던 지, 국가적 갈등에 연루된다던 지, 젠더 이슈를 비롯해 사회적 불평등 이슈를 부주의하게 건드린다던 지, 환경이나 인권 등에 관련된 문제를 간과해서 생기는 많은 위기들을 기억해 보자.

선진적 기업들은 사회적 민감성을 스스로 키워 문제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한다. 내부 교육과 가이드라인을 상시적으로 강화해 나가고, 감사 기능을 통해 정기적인 점검을 한다. 예전에는 범법 이슈에 주로 한정해 진행되던 이런 내부 모니터링이 최근에는 다양한 사회적 민감성을 기반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이에 반해 후진적인 기업들은 범법은 물론 사회적 논란에 반복적으로 휩싸인다. 내부 교육과 가이드라인은 문서로만 가늠된다. 감사 기능은 유명무실 하다. 사회적 민감성을 키우기는 커녕 수년간의 관행이 범법의 수준으로 까지 발전해 고착화 되어 있다. 심지어 내부에서는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논란의 핵심인지 스스로 판단하기 조차 힘들어 한다.

기업 경영진들도 마찬가지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경영진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기억하라 강조하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있다. 해당 의사결정 내용이 구체화 되어 내일 신문기사로 나가도 아무 문제가 없을지 선제적으로 고민해 결정하라는 것이다. 내 의사결정에 대한 내용을 국민 5천만명이 신문에서 읽었을 때 별 부정적인 반응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라는 것이다.

만약 자신의 의사결정이 언론을 통해 그대로 보도되었을 때, 일부 또는 상당부분 찜찜한 것이라면 그 의사결정은 이상적이지 못한 것일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 의사결정은 회사에 즉각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는 않더라도, 언젠가는 부담이나 문제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실제로 많은 기업의 문제와 논란이 언론을 통한 보도 주제로는 적절하지 않았거나, 불편했던 의사결정 주제들로 인한 것이다. 다른 기업에게 여러 문제와 논란이 이미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반면교사가 없는 기업도 유사한 문제와 논란을 만들어 낸다.

부주의와 무관심 때문에 문제와 논란을 경험할 수밖에 없던 기업이 또 다시 새로운 문제와 논란과 마주하는 경우도 있다. 이전 경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고, 실질적 개선이나 재발방지에 대한 노력을 적절하게 하지 않았던 경우다.

이 모든 이유가 기업 스스로 민감성을 제대로 확보하고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감성을 극대화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와 논란을 계속해 반복 경험하고 있다면 그건 큰 문제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품질과 서비스에 걸었던 목숨 같은 열정을 사회적 민감성 강화에도 일부 할애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민감하고 민감해서 잘 살펴야 성공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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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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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93편]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아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은 옛날 우리 조상들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나 유명인들도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를 관리하고 극복하기 위해 각자의 메시지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한다. 그렇게 위급한 시기에 커뮤니케이션에 상당부분 열중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일을 더 크게 만들거나, 오랫동안 문제를 끌고 가고 싶지 않아 서다.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 일은 더욱 커지고, 긴 시간동안 상처를 입으면서 문제를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 돼 버린다. 천냥 빚을 갚아 버리기는 커녕 더 큰 빚까지 지게 되는 상황이 돼 버리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관리 주체의 말 한마디는 큰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필히 전략이 그 기반이 된다. 그 외 상황적, 인간적, 시기적, 의미적, 체널별 여러 기술이 가미된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변수가 전체를 엉클어 놓기도 하고, 반대로 크게 공감을 이끌어 내 위기를 잠재우기도 한다.

평소에는 실무자 선에서 간단하게 작성 배포했던 보도자료 문서도, 위기가 발생하면 여러 의사결정자들이 오랫동안 숙고해 수정을 반복하는 과정을 거친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제대로 갚기 위해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을 다듬고 다듬는 것이다.

기업의 VIP가 낭독할 사과문도 꼼꼼하게 문구 하나 하나를 챙긴다. 기자로부터의 예상질문을 정리하고, 그 각각에 대한 공식 답변 내용도 고민해 정리한다. 사과나 해명광고 문구를 계속 가다듬거나, 온라인 소셜 미디어상에 공유할 메시지도 단어 하나 하나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문제는 기업 내부에서 이 과정을 차곡 차곡 밟아 나가는 것을 상당히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해가 간다. 홍보실에서 작성해 온 메시지 초안에는 사실관계가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다른 부서 실무단에서 작성한 메시지 초안에는 적절하지 않은 내용들이 너무 디테일 하게 포함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법무팀에서는 모든 메시지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마케팅 부서에서는 특정 메시지를 꼭 넣어 달라 강조한다. 고객관리부서에서는 지금 그 메시지로는 고객 설득은 커녕 상담조차 어렵다 고개를 젓는다. 일선 매장에서는 왜 공식 메시지를 내려 보내주지 않느냐 흥분한다.

이 때문에 위기가 발생하면 초기에 적절하게 정리되지 않은 메시지들이 기업 바깥으로 흘러 나간다. 정제되거나 합의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메시지들이 나간다. 커뮤니케이션 창구라도 일원화 되면 그런 메시지도 사전 사후 필터링 될 수 있을 텐데, 창구일원화에도 대부분 실패한다.

평소 일선에서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던 창구들이 위기시에도 각자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창구를 운영하는 담당자의 개인 메시지가 공식 메시지처럼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된다. 수 많은 커뮤니케이션 창구에서 나가는 다양한 각양각색의 메시지들은 위기 상황 발생 직후 초기 여론 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업 내부에서 정신을 가다듬고, 창구 일원화 원칙과 공식화되지 않은 메시지의 유출을 금지하는 대응 시점은 이미 최초 언론 등의 보도가 나온 뒤다. 여러 다양한 비판 보도들을 통해 자사의 여러 창구들이 한 말을 직접 듣게 되는 단계가 되 서야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여론은 형성되어 버렸다. 여러 창구를 통해 나간 황당하고 앞뒤 맞지 않는 메시지들은 상황을 더욱 더 악화시켜 버렸다. 화난 이해관계자들은 최초 위기 상황에 더해 비정상적인 대응 메시지에 대한 해명까지 요청하기 시작한다. 관리해야 하는 주제와 전장이 훨씬 더 넓어져 버린 셈이다.

부랴부랴 공식 입장을 정리하는 동안 그런 비판 여론은 극에 달한다. 결국 준비를 마치고 공식입장을 발표하면 최초 나간 대응 메시지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고백과 그에 대한 사과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무엇이 위기인지 어떤 것을 관리해야 하는지 혼돈에 빠진다.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 했는데, 실제 상황은 말이 말을 낳고, 그 여러 말들이 각각 엄청난 빚으로 되돌아오는 이상한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경우를 몇 번 경험한 경영자들은 차라리 침묵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어차피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할 것이니 함구해 버리면 더 크게 잃을 것은 없을 것이라는 위험한 발상을 한다. 천냥 빚에도 그냥 입을 다무는 꼴은 곧 재앙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이렇게 어렵다. 그래서 미리 준비하고 연습하라는 것이다. 천냥 빚을 갚은 말 한마디는 절대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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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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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92편] 자만하지 말아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사업을 하면서 또는 회사에서 일하면서 자긍심(pride)를 가지는 것은 멋진 일이다. 대부분 성공은 그런 자긍심이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신과 회사가 일구어 낸 많은 결실에 대해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는 것은 누가 뭐라해도 긍정적 의미의 감정이다.

그러나 단어를 자만심으로 바꾸면 약간 다른 의미가 된다. 자만하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만 보아도 ‘자신이나 자신과 관련 있는 것을 스스로 자랑하며 뽐내다’가 된다. 자랑하며 뽐내다라는 표현에는 과도함이라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경영자나 직원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기업이 있다. “저희 회사는 올해 1조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조그만 사무실에서 시작했던 우리가 짧은 시간내에 이렇게 성장했습니다. 앞으로 2조를 목표로 합니다.” 이 정도 설명을 들으면 회사가 크게 성장해 무척 자랑스러워 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그 후 “그래서 걱정이 많습니다. 사업 규모가 커지고 다양해지다 보니, 여기저기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고, 예전에는 문제가 아니었던 것들이 이제는 문제가 되네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지도 사실 두렵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이 회사는 위기관리 관점에서 일단 기반을 갖추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자만심에 빠져 있는 회사들과는 다르다.

기업의 자만심이 부정적인 이유는 자만심 때문에 자사에게 발생될 많은 위기 요소들을 심각하게 보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전 같은 민감성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 충족된 또는 충만한 감정 때문에 앞으로 다가올 다양한 위기요소들을 찾아내고, 개선과 재발방지책을 논의하는 것을 불필요하게 느끼게 되니 문제가 된다.

저희 회사는 고객정보보안 체계가 아주 잘 되어 있어요. 공정거래법을 아주 완벽하게 준수하고 있습니다. 갑질이니 폭언이니 하는 것 자체가 없습니다. 돈 문제에 대해서는 아주 깨끗해요. 저희 대표님은 아주 신실하신 분이라 다른 기업인과 달리 문제를 일으키실 분이 아닙니다. 임직원들은 문화가 참 좋아요. 노조가 없고, 블라인드가 뭔 지도 모릅니다.

이런 기업에게 고객정보보안을 이야기하고, 공정거래법을 강조하고, 갑질이나 폭언 방지책을 논의하자 하면 그 제안이 먹혀들 리 없다. 현재 잘 되어 있는 데 더 이상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가 하는 마음이 강하다. 임원들은 다른 기업의 유사사례를 보면서도 저 회사와 우리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다. 자기 회사를 잘 몰라 그런다고 한다.

경영자를 비롯해 전체 임직원들이 가져야 하는 이상적 위기관리 관점은 일단 기업은 완벽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완벽 하려 노력은 하지만, 절대 완벽해질 수는 없는 존재가 기업이다. 환경이 변화하고, 규제가 변화하고, 그에 따라 이해관계자들의 생각과 여론이 변화한다. 직원들의 생각과 기준도 그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계속 변화하는 기업에게 완벽이라는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현재까지 잘되어 있던 체계나 상황도 언제 잘 못된 것으로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자신은 최선이라 생각했던 것이 언제쯤 하루 아침에 별 것 아닌 것이 될지도 모른다. 어제까지는 그것이 관행이었고, 내부에서는 상식이라 느꼈는데, 이제 보니 황당함과 당황스러움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자만했던 기업은 그로 인 해 위기가 발생하면 처음부터 문제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기 때문에 더욱 위험 해 진다. 사후에도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완벽한데, 외부에서 잘 몰라서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생각하게 된다. 불순한 세력이 우리를 음해하려 한다고도 생각한다. 자만심으로 인한 최초 상황 판단이 더 큰 문제를 잉태하는 순간이다.

이런 기업에게는 제3자의 조언도 잘 통하지 않는다. 여러 조언자들에게 ‘당신이 우리 회사를 잘 몰라서 그런 생각과 조언을 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회장님은 완벽하시다. 우리 임직원은 완벽하다. 우리의 체계나 문화는 완벽하다. 우리의 위기관리 대응 또한 완벽하다. 이런 생각들이 오히려 위기관리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된다.

지금도 위기관리를 위해 사과와 해명을 하며 고개 숙이는 경영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는 마음 속으로 ‘지금까지 우리가 너무 자만했다’ 또는 ‘심지어 일부 오만했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는 경영진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완벽한) 우리를 합리적이지 못한 공중이 공격하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무서워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 피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영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후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던 그 모든 문제의 핵심 원인은 하나다. 자만했기 때문이다. 자만으로 인해 살피고 민감 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개를 숙이게 된 것뿐이다. 그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또 다시 고개를 숙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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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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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91편] 적절하지 않아 문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바로 ‘여론’이다. 법적 문제나 규제와 관련된 사안은 시간을 두고 절차를 밟아가면 어느 정도 예측도 되고, 관리 가능한 것처럼 보이는데 여론은 영 실마리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여론 자체를 이해하기도 힘든데, 그에 대응하라 하니 실무자 차원에서는 골머리를 앓는다.

더구나 사내 담당자들이 볼 때 별 큰 문제로 보이지도 않는 사안을 두고 여론에서는 문제라고 하니 더 힘들다. 여론이 해당 사안에 대해 잘 몰라 저런 이상 반응을 한다고 생각한다. 일부 담당자들은 그건 법적으로도 아무 문제없다 주장한다. 규제 수준으로 보아도 그에 미치지도 않는 경미한 것인데, 왜 이렇게 여론이 들끓는지 모르겠다 한다.

위기를 맞은 일부 기업 대표들도 그런 시각에 억울 해 한다. 이번 사안은 우리가 사과할 건이 아니고, 만약 사과하게 되면 경쟁사의 계략에 말려들어가는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한다. 별 문제 아닌 건이 이렇게 부정적으로 여론화되는 것은 분명히 그 배후에 경쟁사가 있기 때문이라 한다.

위기가 발생하면 그 상황에 대해 억울 해 하거나, 분노하거나, 슬퍼하거나, 피해를 주장하거나, 황당 해 하는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발생되는 데,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 스스로가 오히려 그런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문제를 제대로 풀기는 커녕 제대로 대하지도 못하게 된다.

그럼 감정이 내부적으로 폭발하다 보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이상한 방향으로 간다. 자사의 억울함을 풀려는 시도를 한다. 해명해서 공중들에게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라는 지시를 하게 된다. 법을 찾고, 팩트를 정리한다, 여론을 바꾸어 보려고 다양한 커넥션을 찾아 다닌다.

결국, 이런 사측의 시도에도 여론은 잦아들지 않는다.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이해관계자와 기업이 공히 정확하게 정의해야 하는데, 이해관계자와 기업이 세운 문제의 정의가 서로 다르니 문제가 풀릴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사람들은 위기를 발생시킨 기업을 종종 비판한다. 이 것이 부정여론이다. 여론은 공중의 감정이 가장 큰 기반이다. 인간의 감정은 그 기반을 파악하기 무척 어렵다. “왜 그런 감정을 가지게 되었습니까?”하는 질문에 정확하게 “왜냐하면…”이라 답하기 어려운 경우도 실제 상당히 많다. 더구나 제3자 기업이 만든 문제라 인식하면 대부분 공중은 바로 그 순간 부정적인 감정을 지니게 된다.

심지어는 자신의 감정이 실제로 팩트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는 결론이 추후 나오더라도 그 부정적 감정은 금세 사라지지 않는다. 흔히 이야기하는 ‘아니면 말고’의 감정도 실제 존재하는 여론이다.

위기관리 주체 입장에서 가장 어리석은 생각 중 하나가 자사로 향한 여론을 오히려 비판하는 활동이다. 물론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사회 계도적 차원에서 여론에 대한 분석과 비판을 일부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위기관리 주체인 경우 그런 시도는 전혀 무의미 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위기 시 여론과 맞닥뜨렸을 때 기업이 가져야 할 가장 쉽고 간단한 판별 기준이 하나 있다. 제3자 입장에서 이 사안에서 회사가 적절했는가 적절하지 않았는가를 기준으로 놓아 보는 것이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고, 규정이나 관행으로 보았을 때도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 시각에서 ‘적절하지 않았다’는 판정이 존재한다면 그건 위기관리를 하는 기업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중요한 여론인 것이다.

기업이 정상적 사회성을 지녀야 한다는 조언도 그 때문이다. 자사에 대한 부정 여론이 생겨났을 때는 해당 사안과 관련 일부 또는 상당 수준의 ‘적절하지 않았음’이라는 감정의 기반이 있었다는 의미다. 이상적 경영자라면 스스로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 해당 사안을 바라보고, ‘적절하지 않았던 면이 있었다’는 생각을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적절했는가? 적절하지 않았는가? 그 정도 부적절함이 꼭 사과까지 해야 하는 수준인가? 그 정도 부적절함이 왜 우리회사에게만 해당되는 것인가? 그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이다. 팩트는 그와 다르니까. 적절하지 않았다 해서 우리가 이 정도의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가? 기업 차원에서도 여러 추가적 고민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느껴지면 신속히 사과하는 것이 최종 정답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조금이라도 적절하지 않았다 하면 그 부분에 대해 정확하게 사과하고, 해결책이나 개선책을 밝히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해관계자들과 공중들은 공감 받았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회사의 재발방지책이나 개선책에 관심을 두게 된다. 위기 지속 기간은 대폭 줄어든다. 그에 따라 회사의 피해도 감소한다. 항상 적절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사전과 사후 대응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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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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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90편] 하고싶은 말보다 해야 하는 말을 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를 위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이야기하고, 그에 따른 메시지들을 정리할 때 경영자들과 실무자들은 ‘(우리가) 어떤 말을 해야 위기가 잘 관리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을 기억하는 것이다.

흔히 전략을 이야기할 때, 상황을 분석하고 그에 맞춘 대응이나 극복 또는 사과 전략을 돌아보고는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가 바로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가를 확인하는 단계다. 이해관계자 면담이나, 조사, 또는 전문적 분석을 통해 그들이 현 상황에서 어떤 생각과 기대를 가지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다.

위기 초기 현재 상황을 주의 깊게 분석하는 한편, 이해관계자들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활동만 마무리하면 위기 대응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메시지는 생각보다 쉽게 정리된다.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메시지 정리가 힘든 경우는 그 이전 과정이 정확히 수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이는 수험생이 정답을 미리 찾아 익힌 후 문제를 푸는 것과 비슷하다. 문제 풀기가 훨씬 수월한 뿐 아니라, 그 결과와 점수에 있어서도 큰 호평을 받게 된다. 반대로 정답을 모른 채 문제를 푸는 경우 문제 풀이와 점수 획득에 있어 실패 확률은 훨씬 높아지게 된다.

쉽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정의하면 위기 시 기업이 하고 싶은 말을 하기 보다 이해관계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더 줄여서 표현하면 하고 싶은 말 보다 해야 할 말을 하자는 것이다. 위기 시 기업 스스로 해야 하는 말만 정확하게 하면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다는 것이 그 전략의 기반이다.

일부 기업 경영진들은 이런 조언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그렇게 해야 할 말만 하다 보면 그에 따른 책임이나 부담은 그대로 기업이 져야 하는데, 그 부분이 어렵습니다.” 맞다. 아무리 위기라고 해도 이해관계자들이 하라는 대로, 하고 싶어하는 대로 기업이 모든 것을 다 수용해 주고 그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정확하게 이해관계자들을 분석해 나온 결과에 기반한 수용 전략은 위기를 신속하게 관리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접근이라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해관계자들의 생각과 기대를 무시하고, 그와 정반대 대응을 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까도 같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의 생각과 기대를 일부는 수용하되, 회사가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은 피하자 하는 부분적 수용 전략도 존재할 수는 있다. 특정 전략이 항상 맞다 틀리다는 논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전략이 유효했던 것인가 그렇지 않았던 것인가에 대한 사후 평가는 가능하다.

그런 부분적 수용 전략이 유효해서 해당 위기를 신속히 해결해 버렸다면, 그 전략은 그 케이스에서 유효했던 것이다. 반대로 그렇지 못하고 결국 전반적 수용 과정을 추가로 거치면서 장기간 위기관리가 필요했던 케이스라면 최초 부분적 수용 전략은 실패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여러 케이스를 보면 실패로 기록된 위기관리 상당 수가 위기 상황을 둘러싸고 있는 중요한 이해관계자와의 접점을 빨리 찾지 못한 경우다. 성공 케이스에서는 피해자 입장에서 커뮤니케이션 했다, 소비자를 우선해 의사결정 했다, 공중을 의식해 획기적 대안을 발표했다는 등의 핵심 성공 포인트가 회자된다. 이해관계자들의 분석을 통해 기업이 해야 할 말을 했던 경우라는 의미다.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를 맞은 기업은 일단 당황스럽고, 부정하고 싶고, 억울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상황분석이 어려울 뿐 더러, 계속 변화해 가는 환경이 의사결정의 발목을 잡는다. 그에 더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먼저 떠 올려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찾는다. 이 경우 당연히 최초 메시지들은 당황스러움과 억울함의 토로로 시작된다. 위기 시 자기 중심적 메시징이 되는 이유다.

이런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그 메시지를 접하는 이해관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그들을 자극해 문제를 더 키운다. 이해관계자들은 해당 위기는 물론 기업의 대응 방식에 대해 더욱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에 따라 최초 생각과 기대들이 무시되었다는 결론에 이른다. 상황은 계속 악화되며 시간은 장기화된다. 문제는 당연히 풀리지 않은 채다.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해관계자와 공감하는 자세와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 곧 회사가 해야 할 말을 해보자. 이해관계자들의 생각과 기대를 있는 그대로 충족시켜보자. 위기관리 잘한다는 말 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기업이 했을 뿐이라는 평가로도 충분하다. 위기가 발생하면 (특이하지 않게) 재미없게 누구나 기대했고 예상가능한 대응을 하는 것이 최고 전략이다. 해야 할말만 하면 그렇게 위기는 관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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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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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2020 Tagged with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89편] 어떻게 보여질까 고민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를 경험 한 기업은 대부분 억울해 한다. 위기 관리 초기에는 그와 더불어 황당해 한다. 이건 위기로 까지 불릴 수준의 것이 아닌데, 이상하게 흘러 결국 위기가 되었다 평가한다. 그 과정에서 모종의 음모가 있었을 것이라 추측하기도 한다.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이렇게 시끄러워진 과정이 정상적이지 않았다는 느낌 때문이다.

이런 감정이나 느낌은 위기관리를 해 본 기업에게는 어느 정도 일반적이고 당연한 것일 수 있다.미리 그런 위기를 예상하고 상당부분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 덜 할 텐데, 그런 예상과 준비가 부족했다면 그런 당황스러움이나 억울함은 극대화 되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런 감정이나 느낌이 기존 위기관리나 추후 다가올 다른 형태의 위기관리에 도움이 될까 하는 것이다. 이상했다. 아주 나쁜 음모에 걸려 버렸다. 그런 음모만 없었다면 이번 경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위기관리 역량이나 체계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위기를 경험한 기업이 스스로 해당 사건을 주요 이해관계자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다 문제가 아니다 하는 판정은 문제의 중심에 있는 기업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문제 여부에 대한 판정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내리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판정이 팩트에 기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의 주관적 감정이나 느낌이 주된 기반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 해서 그들의 판정이 의미 없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실질적으로 그런 판정이 우리 기업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영향력의 흐름이 사회적 여론이 되어 우리 기업을 위기 속으로 밀어 넣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 해당 판정이나 흐름이 비합리적이다 비이성적이다 하는 푸념은 해 보았자 라는 이야기다.

일단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면 해당 상황을 자사 입장이나 시각으로 바라보기 전 그들의 입장이나 시각으로 먼저 챙겨야 한다. 그들이 문제라 한다면 그 상황은 문제의 상황인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보고 있다면 그것이 현재로서는 진실인 것이다.

만약 우리 기업이 현 상황을 달리 보고 있다면 그들을 설득 시키는 대신, 그들의 현재 입장과 시각을 상당부분 수용하는 과정을 거친 후 우리의 시각을 가미하는 순서를 밟을 필요가 있다. 그들의 입장과 시각이 ‘틀렸다’는 기업의 태도로는 관리 행위가 진행될 수 없다. 일단 이슈나 위기가 발달해 상당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면 그에 맞서서는 안 된다. 성장한 이슈나 위기에 맞서는 일처럼 무모한 시도가 없다.

만약 해당 상황이 우리 기업의 판단처럼 문제 없고 하찮은 것이라면, 그에 대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아주 초기에 단호하게 행해지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이를 사실관계 확인이라 한다. 사실관계를 확인시키고 수정해 이해관계자 초기 입장과 시각을 교정시키는 정도의 노력은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 또한 중요한 사실관계에 대한 것이지, 그들의 입장이나 시각 자체에 대한 것은 아니다. 그런 상위의 교정은 불가능하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그들은 왜 현재 상황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가? 이런 챙김이 이슈나 위기 초기에 매우 중요하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기업이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그에 대한 관리는 보다 쉬워질 수 있다. 그에 대해 해당 기업이 공감할 수 있다면 상황은 좀 더 쉽게 풀릴 수 있다.

이슈나 위기관리 실패 케이스에서 보여지는 공통점은 해당 기업이 그러한 초기 공감에 있어 심각한 어려움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이해관계자들이 문제라 이야기하는 상황을 보며 기업은 그것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다른 생각을 한다. 이해관계자들이 화를 내는 것을 보고, 왜 현재 화를 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다. 더 나아가 이해관계자들의 그런 이상한 반응 뒤에는 어떤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 추측 한다. 이런 다른 생각들이 해당 위기관리를 실패로 이끈다.

글로벌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보여지는 클리쉐 메시지 중 한 종류가 이런 것이다. “저도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저의 아버지께서도 병마와 싸우고 계시기 때문에…” “제 자신도 그런 아픔을 입었던 사람으로서…” 사과나 해명을 할 때 사용되는 이런 클리쉐 표현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들과의 공감을 위한 목적에서 사용된다.

내 자신도 당신들과 같은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다. 대형 글로벌 기업들이 순진하거나,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거나, 센티멘털 해서 그런 클리쉐 전략을 쓰는 것이 아닐 것이다. 강력한 공감만큼 효과적인 위기관리 전략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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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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