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2020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97편] 자기 감정을 먼저 관리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한 기업에서는 최고의사결정자의 감정이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최고의사결정자가 차분하게 위기를 바라보아 문제가 커진 경우는 드물다. 최고의사결정자가 객관적으로 해당 사실관계를 바라보기 때문에 위기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드물다.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풀 수 있을지 여러 합리적 의견을 들어 위기관리에 실패한 경우도 기억하기 어렵다.

반대로 최고의사결정자가 흥분에 빠지고, 일희일비 하게 되어 문제가 커진 경우는 흔하다. 일선에서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임직원들이 최고의사결정자의 심기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면 일단 위기관리는 물을 건너 간 형국이다.

최고의사결정자가 자기중심적 생각에 빠지면, 모든 위기 상황이 억울하게 느껴진다.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해도 모자를 판에, 이해관계자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맞서 싸우려 하게 된다. 사과문이나 해명문에는 주로 ‘내가 힘들다, 우리가 힘들다’ ‘마녀사냥 그만 해 달라’ ‘악의의 상대들에게 소송 하겠다’ 등의 자기중심적 생각이 우러난다.

합리적으로 듣고 행하는 경우와는 달리 최고의사결정자가 자기중심적일 때는 좀처럼 외부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외부 이야기들이 대부분 자기 생각에 반하거나, 충돌하기 때문에 그 자체를 불편 해 한다. 그 때문에 주로 비선라인의 달콤하고 편안한 말을 찾아 듣게 된다. 비선은 위기 시 최고의사결정자의 불편한 마음을 관리하려 한다. 당연히 이해관계자들이나 여론과는 일부 동떨어진 관리방식을 조언한다. 운이 좋아 그런 비책이 통하면 좋은데,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위기가 발생하면 최고의사결정자는 물론 위기관리위원회에 속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임직원들은 스스로의 감정에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한다. 내가 왜 흥분하고 있지? 내가 왜 그 이해관계자를 욕 하고 있지? 왜 지금의 상황이 우리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하는 거지? 왜 바깥 여론이나 외부의 목소리를 불편해 하고 있지? 이런 자신의 감정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반복해 볼 필요가 있다.

의사결정 그룹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관리하고, 그런 감정이 그룹내에 공히 조성되어야 보다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이 가능해 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종종 의사결정그룹 내에서도 대응 의견이나 전략이 엇갈릴 때가 있다. 한 편에서는 책임 있는 사과를 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어느 한편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경우다.

최고의사결정자는 그런 경우에도 그들의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왜 저 편에서는 사과를 주장하고, 다른 편에서는 사과가 필요 없다 하는지 그들의 감정 상태를 통해 주장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런 노력에도 답을 찾을 수 없다면, 외부에서 객관적 입장과 시각을 가진 사람들을 불러 묻는 것이 좋다. 조금은 더 객관적인 시각과 구체적 감정이 배제된 의견을 들을 수 있게 된다. 그 후에는 각 편이 주장하는 감정의 모습이 다시 보이게 된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렇게 반론한다. “위기가 발생하면 자신의 책임이라던가, 회사의 피해 규모, 사후 영향 등에 모든 촉각이 곤두서게 되는데, 어떻게 우리 스스로 감정을 배제하거나 관리할 수 있겠습니까?”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다. 자기관여도가 높은 경우 쉽게 감정을 관리할 수 있는 의사결정자는 흔치 않다. 아니,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핵심은 우리가 맞닥뜨린 지금 이 위기상황을 어떻게 관리해 나가야 하는지에 있다. 높은 자기관여도 때문에 감정이 혼란스럽다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서로 이해만 해서는 해당 위기 상황이 사라지지 않으니 문제다. 더 나아가 혼란스러움 때문에 위기 상황에 대한 관리가 어려워지고, 결국은 실패로 이어지게 된다면 그 감정은 곧 재앙을 의미한다.

먼저 최대한 노력하자. 평소 길러 온 사회적 민감성을 바탕으로 벌어진 상황을 최대한 담담하게 바라보려 노력해 보자. 자기관여에만 몰입하기 보다 좀 더 객관적으로 문제를 바라보아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기관여를 늘려 보자.

최고의사결정자라면 더더욱 상황에 일희일비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해 보자. 자신의 표정과 조급해 보이는 행동 하나가 임직원들의 위기관리 방향성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중립성, 객관성, 합리성에 대한 끈을 놓지 말고 끝까지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런 모든 힘든 노력들이 모여 위기를 관리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항상 감정이 문제이자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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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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