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2020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95편] 항상 준비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를 다루는 모든 전문가들은 “준비하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준비’ 그 자체가 위기관리라 해도 지나침이 없어 보인다. 일부에서는 위기관리를 상상 하면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 누군가 나타나 그 위기를 단박에 사라지게 해 버리는 마법을 꿈꾼다. 그러나 그런 마법은 현실이 아니다.

위기는 언제(when)에 대한 이야기다. A라는 위기가 발생한다는 사실은 정해진 것이고, 그 위기가 언제 어떻게 발생되는가가 중요할 뿐이라는 의미다. 이 또한 ‘준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기업에서는 위기가 발생할 것인지 발생하지 않을 것인지 같은 가능성에 주로 관심을 둔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할 때 이런 질문이 나온다. “이런 위기가 진짜 발생할 수 있을까요?” “이런 위기는 발생 가능성이 아주 낮습니다.” “이 정도 위기까지 상정해 준비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 질문들은 그들이 해당 위기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 주로 주목한다는 의미다.

A라는 위기의 발생 가능성이 낮다 또는 높다는 그렇게 중요한 기준이 아닐 수 있다. 물론 위기요소진단에서 여러 발생가능 위기 유형들을 펼쳐 놓고, 상호간 발생가능성 고저를 따져보는 것은 진단의 목적 상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어떤 위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살피고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발생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적절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실제 발생한 대형 위기들의 경우 그 위기 발생 전에는 발생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평했던 경우가 많다. 2001년 9월 11일 발생한 미국 뉴욕의 110층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과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에 대한 항공기 동시 다발 자살테러 사건도 그랬다.

사람들은 지금도 어떻게 그런 형태의 테러가 가능했을까 궁금해 한다. 비행기가 충돌한 거대한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어떻게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는지도 미스터리다. 왜 미국정부에서는 발생 직전과 직후 그렇게 속수무책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많다. 누구는 그 사건을 블랙스완(black swan)으로 부른다

블랙스완(black swan)이란 극단적으로 예외적이어서 발생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런 위기가 발생하고 나면 이전처럼 발생 가능성이 낮아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는 해명은 유효하지 않게 된다.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이렇게도 이야기한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회사가 엄청나게 많은 유형의 위기에 대해 모든 준비를 다 해야 하는데, 그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하는 것이다. 맞다. 그러나, 그런 시각은 실제 위기관리 체계를 정학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일 수 있다.

위기관리 체계를 구축하며 가장 첫 단계로 진행하는 작업은 ‘발생 가능한 위기 유형들에 대한 분석’이다. 위기요소진단이라는 작업을 통해 도출된 위기유형들을 발생가능성과 위해도를 기준으로 분류하고 카테고리화 해서 우선순위를 부여한다.

우선순위가 부여 된 위기유형은 아주 간단하게 정리된다. 자사 생산시설에 화재가 발생하는 상황과 관련해 정리되는 위기유형명은 ‘생산시설 화재’가 된다. 좀더 상위분류는 ‘화재’다. 그리고 그 위기유형명 아래 실제 발생 가능한 세부 유형을 정리 한다. 예를 들면, 단순화재, 유해화학물 관련 화재, 폭발성 화재, 테러성 화재 등으로 세부 위기유형을 고민해 정리한다.

그 다음은 해당 위기들이 발생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회사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정리한다. 그 과정에서 실무자들은 다양한 세부유형에도 불구, 대응 준비와 방식에는 크게 다른점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세부유형에 따라 일부 유의해야 할 부분과, 중점 두어야 하는 부분은 갈릴 수 있지만, 전혀 다른 준비와 대응 방식이 각각 새로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수많은 위기유형에 대해 하나 하나 어떻게 준비 하고, 대응 체계를 각각 만들 수 있습니까?” 라고 질문하는 실무자는 이런 위기 유형을 상상하고 있을 것이다. OO 공장에 유해화학물질 OOO 운반 차량이 시설 내 진입도중 충돌하여, 유해물질 OOO리터 유출. 그 화학물질이 자연 발화 해 인근 원료 야적장을 태우고, 중앙생산시설로 번짐. 더욱 더 강해진 불길이 원유 보관탱크로 옮겨 붙어 6차례 폭발 발생. 자사 및 협력업체 직원 OO명 현장 사망. 이런 식으로 구체적이고 변수 많은 시나리오를 위기유형이라 착각하고 다양한 대응 체계와 방식을 구상하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는 유형명이나 세부유형을 정리한 후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단계에서나 고안될 수 있는 것이다. 911 테러에 대한 대비를 했었다면, 해당 위기유형명은 ‘항공기를 이용한 테러’가 될 것이다. 더 큰 분류로는 ‘테러’ 범주에 들어가는 세부 항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위기유형에 따라 올바른 준비를 하는 것이 핵심이다. 위기유형에 대한 오해는 그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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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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