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2020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94편] 민감성을 키워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들이 품질 좋은 제품을 훌륭한 서비스로 고객에게 제공하기만 하면 성공한다는 생각을 했던 때가 있다. 이때 기업에게 오직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고객이었다. 고객을 만족시키면 아무 문제가 없다 생각했다. 품질 좋은 제품을 훌륭한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데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했다.

일부 논란이 생기더라도, 품질이나 서비스가 좋은 기업에게는 고객도 선의를 베풀 것이라는 상상을 하던 시절이었다. 고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면, 모든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믿었다. 중요한 것은 품질과 서비스이기 때문에, 별다른 광고나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믿는 기업도 최근까지 존재했었다.

그러나, 최근 그런 생각은 여지없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품질이나 서비스는 이미 많은 기업들 사이에서 상향 안정화된 지 오래다. 품질이나 서비스는 기본이라 생각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하지 않았던 일반 공중들도 해당 기업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그에 대한 평을 여론화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품질 좋은 제품을 제공하던 회사도 사회적 논란에 휩싸여 하루 아침에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훌륭한 서비스를 자랑하던 회사도 부적절한 관행 때문에 몇시간 내에 여론의 공분을 사 고생을 한다. 그로 인해 매출이 하락하고, 회사 명성에 금이 간다. 대표이사가 검찰의 조사를 받거나,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런 기업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부주의했다,” “우리가 사려 깊지 못했다” “미처 그런 논란에 대비하지 못했다.”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일이라 당황스럽다.” 이런 대부분의 반응은 해당 기업 스스로 그간 사회적 민감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고백일 뿐이다. 사회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여러 논란으로부터 자신을 격리해 생각했던 것이다.

기업이나 경영진이 정치적 이슈에 관여한다던 지, 국가적 갈등에 연루된다던 지, 젠더 이슈를 비롯해 사회적 불평등 이슈를 부주의하게 건드린다던 지, 환경이나 인권 등에 관련된 문제를 간과해서 생기는 많은 위기들을 기억해 보자.

선진적 기업들은 사회적 민감성을 스스로 키워 문제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한다. 내부 교육과 가이드라인을 상시적으로 강화해 나가고, 감사 기능을 통해 정기적인 점검을 한다. 예전에는 범법 이슈에 주로 한정해 진행되던 이런 내부 모니터링이 최근에는 다양한 사회적 민감성을 기반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이에 반해 후진적인 기업들은 범법은 물론 사회적 논란에 반복적으로 휩싸인다. 내부 교육과 가이드라인은 문서로만 가늠된다. 감사 기능은 유명무실 하다. 사회적 민감성을 키우기는 커녕 수년간의 관행이 범법의 수준으로 까지 발전해 고착화 되어 있다. 심지어 내부에서는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논란의 핵심인지 스스로 판단하기 조차 힘들어 한다.

기업 경영진들도 마찬가지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경영진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기억하라 강조하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있다. 해당 의사결정 내용이 구체화 되어 내일 신문기사로 나가도 아무 문제가 없을지 선제적으로 고민해 결정하라는 것이다. 내 의사결정에 대한 내용을 국민 5천만명이 신문에서 읽었을 때 별 부정적인 반응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라는 것이다.

만약 자신의 의사결정이 언론을 통해 그대로 보도되었을 때, 일부 또는 상당부분 찜찜한 것이라면 그 의사결정은 이상적이지 못한 것일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 의사결정은 회사에 즉각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는 않더라도, 언젠가는 부담이나 문제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실제로 많은 기업의 문제와 논란이 언론을 통한 보도 주제로는 적절하지 않았거나, 불편했던 의사결정 주제들로 인한 것이다. 다른 기업에게 여러 문제와 논란이 이미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반면교사가 없는 기업도 유사한 문제와 논란을 만들어 낸다.

부주의와 무관심 때문에 문제와 논란을 경험할 수밖에 없던 기업이 또 다시 새로운 문제와 논란과 마주하는 경우도 있다. 이전 경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고, 실질적 개선이나 재발방지에 대한 노력을 적절하게 하지 않았던 경우다.

이 모든 이유가 기업 스스로 민감성을 제대로 확보하고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감성을 극대화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와 논란을 계속해 반복 경험하고 있다면 그건 큰 문제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품질과 서비스에 걸었던 목숨 같은 열정을 사회적 민감성 강화에도 일부 할애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민감하고 민감해서 잘 살펴야 성공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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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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