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2020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96편] 마녀는 물에 뜬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유럽 중세시대 가장 비극적인 여론몰이와 그로 인한 피해의 역사를 우리는 ‘마녀 사냥’이라 부른다. 수 백 년 지난 지금도 마녀 사냥으로 불리는 여론 몰이와 그로 인한 피해들은 매일 매일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기업들은 어쩌다 여론의 희생양이 될 상황에 맞닥뜨리면 이내 폭력적인 여론의 실제 모습을 목격하고 경악한다. 경영자들은 합리적이지 않고, 감정적일 뿐,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여론을 엉터리라 손가락질한다. 그렇게 대부분은 여론에 손가락질을 하다가 결국 성난 여론의 희생양이 된다.

위기를 관리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당장 마녀사냥을 멈추어 주십시오!” “저희는 마녀사냥의 희생양입니다. 이런 불행한 역사가 계속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대부분 이런 메시지는 별반 효과도 없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금방 사라져 버린다.

중세시대 마녀라 의심을 받는 사람을 붙잡아 그가 마녀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마녀의 혐의가 있는 사람을 의자에 묶어 깊은 강물속에 빠뜨려 보는 시험을 하는 것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마녀는 물에 뜬다’고 믿었다.

물속에 빠져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된 혐의자가 발버둥 치다가 우연히 물 위로 떠오르게 되면 그 혐의자는 곧 마녀라 간주되었다. 사라들은 그를 꺼내 올려 화형 시켜 죽여 버렸다. 반대로 물속에서 고통받던 혐의자가 물 위로 떠오르지 못한 채 죽어버리면 사람들은 그가 마녀가 아니었다 생각하고 시체를 건져 올려 묻었다.

기억하자. 물에 뜨건 뜨지 않건 모든 결과는 동일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미친 마녀사냥에서 살아 남는 유일한 방법은 무엇일까? 마녀라는 혐의를 받지 않는 것이 유일한 위기관리였을 것이다. 마녀 혐의를 일단 받으면 그 후 그 혐의로부터 벗어날 방식은 극히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여론 즉,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마녀라고 볼 수 있는 이상한 행동이나 말을 삼가 하는 것이 최선의 위기관리였다는 의미다. 밤중에 아무도 가지 않는 무덤들 사이를 걸어가지 않아야 했다. 별이나 불을 보며 이상한 주문을 외우는 시늉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기적을 행 하겠다고 거리를 떠들고 다니지 않는 것이 안전했을 것이다. 자신이 진짜 마녀이건 아니건 그렇게 보여 질 일만 하지 않았으면 되었을 것이다.

진짜 문제는 그런 이상한 행동을 반복하고 이를 통해 마녀라는 혐의를 받게 되는 상황을 초래한 사람이다. 여론을 문제라 부르기 전에 마녀사냥이 횡횡하는 그 시기에 마녀라는 혐의를 받기 충분한 행동을 계속 한 사람이 더 문제라는 이야기다.

여론을 태풍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거대한 태풍이 다가와 그 속에 갇혀 있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해 보자. 몰아치는 폭풍에 주먹질을 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까? 바람을 거스리려 여러 노력을 하는 것은 의미가 있나? 태풍에서 살아남는 가장 좋은 위기관리 방법은 태풍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숨거나 도망가는 것뿐이다.

역사적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여러 사건들이 여론과 그로 인한 피해에 기반한 것들이었다. 최근 들어서 여론이라는 것이 그렇게 이상하게 되어 버린 것도 아니다. 많은 선례와 유사사례들이 흔하게 기억됨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사람들은 반복해서 여론의 희생양이 되기를 스스로 자처한다.

여론의 재판에 처하지 않도록 평시 자신을 관리하는 것이 올바른 위기관리다. 최대한 여론의 주목이나 비판을 받지 않도록 모든 일을 제대로 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되면 최대한 여론에 순응하는 것이 그나마 살길이다. 고개를 숙이고, 성의 있는 대책이나 개선안을 발표하는 것이 그를 위함이다.

여론은 옳다 그르다 하는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여론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여론이 문제라 이야기한다고 해서 풀릴 문제는 아무 것도 없다. 여론을 대하는 기업이나 유명인들의 자세는 해당 여론이 자사 또는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신속하게 평가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여론은 자신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두려워하고 적극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여론이 옳고 그르다는 판단할 필요도 없다. 그런 판단을 할 시간에 빨리 관리 방법을 고민하고, 여론의 주목으로부터 살아남는 실행에 몰두하자. 눈 앞에 나타난 거대한 호랑이 앞에서 그 호랑이가 옳다 그르다 따지다 가는 금세 잡혀 먹힌다는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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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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