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2020 0 Responses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91편] 적절하지 않아 문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바로 ‘여론’이다. 법적 문제나 규제와 관련된 사안은 시간을 두고 절차를 밟아가면 어느 정도 예측도 되고, 관리 가능한 것처럼 보이는데 여론은 영 실마리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여론 자체를 이해하기도 힘든데, 그에 대응하라 하니 실무자 차원에서는 골머리를 앓는다.

더구나 사내 담당자들이 볼 때 별 큰 문제로 보이지도 않는 사안을 두고 여론에서는 문제라고 하니 더 힘들다. 여론이 해당 사안에 대해 잘 몰라 저런 이상 반응을 한다고 생각한다. 일부 담당자들은 그건 법적으로도 아무 문제없다 주장한다. 규제 수준으로 보아도 그에 미치지도 않는 경미한 것인데, 왜 이렇게 여론이 들끓는지 모르겠다 한다.

위기를 맞은 일부 기업 대표들도 그런 시각에 억울 해 한다. 이번 사안은 우리가 사과할 건이 아니고, 만약 사과하게 되면 경쟁사의 계략에 말려들어가는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한다. 별 문제 아닌 건이 이렇게 부정적으로 여론화되는 것은 분명히 그 배후에 경쟁사가 있기 때문이라 한다.

위기가 발생하면 그 상황에 대해 억울 해 하거나, 분노하거나, 슬퍼하거나, 피해를 주장하거나, 황당 해 하는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발생되는 데,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 스스로가 오히려 그런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문제를 제대로 풀기는 커녕 제대로 대하지도 못하게 된다.

그럼 감정이 내부적으로 폭발하다 보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이상한 방향으로 간다. 자사의 억울함을 풀려는 시도를 한다. 해명해서 공중들에게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라는 지시를 하게 된다. 법을 찾고, 팩트를 정리한다, 여론을 바꾸어 보려고 다양한 커넥션을 찾아 다닌다.

결국, 이런 사측의 시도에도 여론은 잦아들지 않는다.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이해관계자와 기업이 공히 정확하게 정의해야 하는데, 이해관계자와 기업이 세운 문제의 정의가 서로 다르니 문제가 풀릴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사람들은 위기를 발생시킨 기업을 종종 비판한다. 이 것이 부정여론이다. 여론은 공중의 감정이 가장 큰 기반이다. 인간의 감정은 그 기반을 파악하기 무척 어렵다. “왜 그런 감정을 가지게 되었습니까?”하는 질문에 정확하게 “왜냐하면…”이라 답하기 어려운 경우도 실제 상당히 많다. 더구나 제3자 기업이 만든 문제라 인식하면 대부분 공중은 바로 그 순간 부정적인 감정을 지니게 된다.

심지어는 자신의 감정이 실제로 팩트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는 결론이 추후 나오더라도 그 부정적 감정은 금세 사라지지 않는다. 흔히 이야기하는 ‘아니면 말고’의 감정도 실제 존재하는 여론이다.

위기관리 주체 입장에서 가장 어리석은 생각 중 하나가 자사로 향한 여론을 오히려 비판하는 활동이다. 물론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사회 계도적 차원에서 여론에 대한 분석과 비판을 일부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위기관리 주체인 경우 그런 시도는 전혀 무의미 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위기 시 여론과 맞닥뜨렸을 때 기업이 가져야 할 가장 쉽고 간단한 판별 기준이 하나 있다. 제3자 입장에서 이 사안에서 회사가 적절했는가 적절하지 않았는가를 기준으로 놓아 보는 것이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고, 규정이나 관행으로 보았을 때도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 시각에서 ‘적절하지 않았다’는 판정이 존재한다면 그건 위기관리를 하는 기업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중요한 여론인 것이다.

기업이 정상적 사회성을 지녀야 한다는 조언도 그 때문이다. 자사에 대한 부정 여론이 생겨났을 때는 해당 사안과 관련 일부 또는 상당 수준의 ‘적절하지 않았음’이라는 감정의 기반이 있었다는 의미다. 이상적 경영자라면 스스로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 해당 사안을 바라보고, ‘적절하지 않았던 면이 있었다’는 생각을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적절했는가? 적절하지 않았는가? 그 정도 부적절함이 꼭 사과까지 해야 하는 수준인가? 그 정도 부적절함이 왜 우리회사에게만 해당되는 것인가? 그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이다. 팩트는 그와 다르니까. 적절하지 않았다 해서 우리가 이 정도의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가? 기업 차원에서도 여러 추가적 고민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느껴지면 신속히 사과하는 것이 최종 정답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조금이라도 적절하지 않았다 하면 그 부분에 대해 정확하게 사과하고, 해결책이나 개선책을 밝히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해관계자들과 공중들은 공감 받았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회사의 재발방지책이나 개선책에 관심을 두게 된다. 위기 지속 기간은 대폭 줄어든다. 그에 따라 회사의 피해도 감소한다. 항상 적절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사전과 사후 대응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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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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