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6월 22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13편] 11개의 지원군에게 SOS, 매일유업

 

 

 

위기에 처했을 때 기업들은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여기 저기로부터 조력을 구하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예상을 통해 우리가 물에 빠지면 누구에게 손을 내밀 것인가를 미리 알아 봐 놓는 것은 훨씬 더 든든한 대비책이 된다. 하나 둘이 아닌 11개의 지원군들에게 신속하게 손을 내밀어 위기관리에 성공한 기업이 있었다. 매일유업의 이야기다.

2011년 3월 4일 이른 아침. 매일유업에게는 날벼락 같은 뉴스가 터졌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자사의 조제분유서 식중독 균이 검출되었다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검사결과 보도자료가 기사화 된 것이다. 수의과학검역원은 관할 행정기관인 경기도에 해당제품을 긴급 회수할 것을 통보까지 했다. 매일유업은 이에 대해 즉각 대응했다. 사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발표한 식중독 균 검출 발표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히고 검사과정에 대한 강한 이의를 제기했다.

매일유업은 해당 제품의 생산 공정 중 액상원료를 섭씨125도로 살균 처리하고, 분말화 공정에서 섭씨 195도 이상으로 열풍건조 하기 때문에 식중독 균이 나올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 판단했다. 수의과학검역원이 조사를 하고 있는 동안 매일유업에서도 그 기관이 수거한 제품과 같은 동일 로트 제품에 대한 자체 조사를 진행했었다. 그 결과 해당 제품에서는 식중독균이 전혀 발견되지 않아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소비자들의 우려가 있으므로 매일유업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해당 로트의 제품을 즉각 전량 회수 조치했다. 이와 함께 더 큰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동일 날짜 생산 제품에 대해 외부 공인기관에도 검사를 의뢰했다. 그로부터 3일 후 추가 의뢰 한 건국대 수의과 대학의 검사결과를 받았다. 해당 식중독 균이 불검출 됐다는 결과였다. 이를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밝혔다. ‘절대 안심하셔도 됩니다’라 이야기 했다.

더욱 제품의 안전성을 강조해야겠다 결심 한 매일유업 경영진은 국립수의검역원에 재조사를 의뢰하는 한편 외부 공인기관 10곳에도 추가 조사를 의뢰 했다. 자체 조사 이외에도 총 11개 외부 공인 기관들에게 SOS를 친 것이다.

이런 빠른 입증노력을 통해 일주일 후 한국식품공업협회 산하 한국식품연구소 등 총 11개의 외부기관들 모두로부터 문제의 식중독 균이 불검출 되었다는 공통된 결과를 통보 받았다. 여러 공인 기관들이 완전하게 안전성을 입증 해 준 것이다. 전문가들의 정확한 조언과 경영진의 빠른 의사결정으로 이런 입증이 가능했다.

11개 검사기관들로부터 긍정적 검사 결과를 얻었다는 사실을 매일유업은 다시 대대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했다. 불안해 하고 있는 엄마들에게 이메일을 해 사실을 정확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소비자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했다. 소비자들의 신뢰는 더 높아졌다. 최초 식중독 균 논란이 불거졌을 때 곤두박질 했던 매일유업의 주가가 11개 기관의 검사 결과 뉴스에 반등 했다. 시장에서의 신뢰 확보에 대한 긍정적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억울하게도 큰 곤욕을 치렀고 일부 엄마들의 불평을 받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덕을 봤다.

자기 회사의 위기 유형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 회사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들이다. 경험상으로 또는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논란이나 이슈들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인력들이 그들이다. 평소 그 경험과 기억들을 되살려 조력을 구할 지원군들을 가능한 꼼꼼히 마련해 놓는 시도들은 매우 선진적인 위기관리 자산 확보 활동이다. 그 지원군들이 과연 어떤 조직이나 기관 그리고 전문가들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임직원들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조금만 고민하면 어떤 조력을 어디에서 구할 수 있을지도 체계화 해 관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런 지원군에 대한 관심과 접근은 대부분 상황에 대한 정확한 확신과 정당성을 전제로 하는 위기에서만 빛을 발한다. 그래야 자신이 스스로 ‘문제가 없다’ 말하는 동시에 다른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기관들로부터 ‘맞다, 우리가 보기에도 문제가 없다’는 제 3자 지원을 받아 낼 수 있다.

반대로 확신이 없거나 스스로가 정당하지 못한 위기의 경우에는 함부로 조력을 구하러 다니게 되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 만약 매일유업이 의뢰 한 11개의 검사기관들 중 대부분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얻었다면 상황은 어떻게 되었을까? 매일유업의 성공 비결은 철저한 준비와 강력한 확신 그리고 빠른 사실 입증 노력들이 핵심이었다. 아무나 빠를 수는 없다. 준비해 놓아야만 빠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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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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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12편]아픈 사고를 잊지 않아 성공한, JR-West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 심각한 위기를 겪으면 그 후로는 스스로 그 기억을 되살리거나 재언급하는 것을 극히 꺼리곤 한다. 안팎으로 쉬쉬하고 잊으려 노력하는 이런 분위기에서는 개선이나 뼈를 깎는 가시적 노력은 불가능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동일한 위기를 반복한다. 이점에서 일본의 JR-West(서일본여객철도)는 달랐다. 잊지 않았다.

엄청난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했다. 열차 승객 106명과 기관사 1명을 포함 총 107명이 사망하고 560명이 부상한 ‘JR 후쿠치야마 선 탈선 사고’ 이야기다. 2005년 4월 25일 오전 9시 18분경 일본의 서일본여객철도는 후쿠치야마선의 쓰카구치역에서 아마가사키역 사이를 운행 중이었다.

시속 116km로 과속 하던 열차는 구간 내 반경 300m 커브구간에서 총 7량 중 선두 5량을 탈선시키고 말았다. 선두 2량은 인근 9층 아파트에 충돌하여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대파됐다.

연이어 다가오는 다른 열차들에게 사고를 알려 중지를 시켜야 했는데, 열차 내 탑재돼 있던 ‘열차방호무선장치’는 전력이 끊겨 작동 되지 않았다. ‘예비전원 변환 수동장치’는 온전 했으나 훈련 받지 못했던 승무원은 그 작동방법을 몰랐다.

우연히 그 사고를 목격한 인근 주민이 건널목 비상버튼을 눌러 특수발광신호기가 점등됐다. 제2의 충돌이 우려되었던 하행선 열차의 기관사는 이 신호를 보고 약 100m 전에서야 멈춰 설 수 있었다. 어처구니 없는 재앙이었고 인재 그 자체였다.

이 열차를 운영하는 JR-West(서일본여객철도)는 사고 후 9년이 지난 2014년 4월까지 자사의 홈페이지 첫 화면에 지난 이 사고에 대한 사과문을 싣고 있었다. “그날의 사고를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안심과 신뢰의 철도로 거듭나겠습니다.” 2014년 5월 홈페이지가 개정되었는데도 2005년 사고 내용은 그대로 회사소개와 함께 강조된 채 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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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전 홈페이지, 2014년 초]

현 JR-West 마나베 세지 대표이사는 새로 개정된 홈페이지에서 “당사는 2005년 4월 25일에 발생한 후쿠치야마선 열차사고에 대해 엄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직도 사고를 잊지 않고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이 기업의 각오를 그대로 보여주는 시간과 메시지들이다.

JR-West는 사고 이후 ‘안전의 날’을 제정하여 직원들과 반복적인 경각심 제고와 훈련을 실행했다. 철도안전교육관에서 지속적인 안전훈련을 제공했다. 후쿠치야마선 사고에서 얻은 뼈아픈 교훈에 대해 끊임 없는 구전 세션을 가져 나중에 입사한 직원들까지 교육시켰다. 직원들에게 사고지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헌화하도록 했다. 매년 4월 25일 사고 일에는 전직원 연수를 통해 안전과 개선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했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게 만드는 JR-West 스스로의 노력들인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무서울 정도로 집착하는 일본 문화적 특성이 반영 된 개선 노력이라 한다. 분명한 것은 이 ‘잊지 않음’이 JR-West의 사고재발방지와 안전 철학의 기반으로 지금까지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기업도 이렇게 자신들의 쓰라린 과거를 기억하려 하지 않는데 비해 JR-West의 이런 집착과 고집은 특별한 경쟁력이 돼버렸다.

만약 우리 회사가 저지른 인재에 대해 사과 한 부끄러운 기록을 홈페이지에 1년이라도 남겨 놓자 하면 어떤 내부 반응이 예상될지 한번 상상 해 보자. CEO가 “그것 참 좋은 생각입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우리의 개선과 재발방지 각오를 안팎으로 강조합시다. 우리 모두 잊으면 안 되니까!” 하실까? 아니면 혹시 “그게 무슨 좋은 이야기라고 그렇게 오랫동안 망신을 감수하나? 관심이 잦아 들면 바로 홈페이지에 올렸던 사과 팝업을 내려 버리도록 하세요”하는 현실적인 지시를 하시지는 않을까? 분명히 JR-West는 달랐다.

대부분의 기업 위기는 반복된다. 낯설지 않다. 반복이란 이전 위기 이후 자사의 개선이 부족했거나 사고 자체가 망각됐다는 의미다. 이전 위기를 충분히 기억하고 끊임없이 재발을 두려워하며 오랫동안 각고의 개선 노력을 할 수 있는 내부 문화가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이유는 명확하다. 다름이 있어야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 또한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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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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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3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11] 보스 없이도 위기관리팀은 움직여야 한다, 현대캐피탈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고의사결정권자 없이 초기 위기대응을 하기란 나침반 없이 항해를 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현실 상황에서는 위기가 사전 예고를 하거나, 기업 내부 상황을 가려가며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고의사결정권자 부재에도 능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대형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사장이 저 멀리 덴마크에 있던 기업은 어땠을까? 현대캐피탈의 이야기다.

2011년 4월 7일 이른 오전. 여의도 현대캐피탈 본사 IT파트 직원들은 범인으로부터 해킹을 주장하는 몇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신고를 받은 사내 정보보안팀은 다각적인 검토결과 고객정보가 일부 해킹된 것을 감지했다.

현대캐피탈의 정태영 사장은 당시 북유럽 출장 중이었다. 당시 덴마크에 체류 중이던 정 사장에게는 이미 사건 감지 10분만에 상황 보고가 되었고, 지속적인 상황변화 내용들이 전달되고 있었다. 이와 함께 IT실장에게 위기발생 보고를 받은 경영지원 부사장은 즉시 비상대책본부를 소집했다. 매뉴얼에 따른 것이었다.

사내 핵심 의사결정자 14명과 로펌의 변호사까지 포함되는 균형 잡힌 위기관리팀이 한자리에 모였다. 급박한 상황에서 사장이 부재중인 위기관리팀을 이끄는 경영지원 부사장은 위기관리팀 내 사내외 전문가들과의 협의를 거쳐 우선 비상대책본부장 자격으로 즉시 경찰에 해킹 사실을 신고했다.

위기관리팀 전문가들은 경찰에게 협조하면서 다음날 오후까지 해커와 이메일을 여러 통 주고 받았다. 경찰이 최대한 시간을 끌어 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의 경찰 협조를 통한 해커 검거관련 상황 관리는 이미 이렇게 진행되고 있었다. IT파트에서도 유출된 고객정보의 범위가 어느 정도 인지를 기술적으로 파악하고 있었고, 홍보파트와 다른 여러 파트들이 이 상황을 내외부로 어떻게 알리고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했다.

이런 고민들은 사실 사장이 여의도 본사 현장에 위기관리팀과 함께 있었으면 그리 어렵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사장과는 컨퍼런스콜로 밖에 논의를 할 수 없다는 제한된 상황에서 실시간 정확하고 전략적인 의사결정 또한 제한되는 상황이 존재했다. 여러 차례 덴마크와 한국간의 컨퍼런스콜이 이어지고 나자 정 사장은 한국의 위기관리팀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현재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밝히는 게 좋겠습니다. 그게 여러분들께 강조하고 싶은 내 원칙입니다“며 “앞으로 시시각각 상황이 변할 텐데 일일이 나한테 보고하려고 하지 말고 비상대책본부가 중심이 돼서 대처하십시오”라고 지시했다. 현장의 위기관리팀에게 모든 의사결정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일부 부담을 가지는 위기관리팀원들을 생각해서였는지 정 사장은 “(위기관리팀의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집니다”는 약속까지 덧붙였다. 이후부터 더욱 더 초기대응 방식과 활동들에 속도가 붙었다. 경찰협조, IT측의 상황분석, 언론 고지 방식 결정, 관련 정부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전략적인 시간대에 언론을 통한 상황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되었다.

정 사장은 사건 발생 3일 후 귀국 했다. 귀국하자 마자 본사 위기관리팀을 찾았다. 기존 원칙대로 기자회견을 열어서라도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자는 공감대가 있었다. 물론 일부 변호사측에서는 해당 활동이 자칫 법정에서 불리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조언했다. 그러나 정 사장의 원칙은 위기관리팀에게 그대로 공유되어 있었고, 이미 사장 부재중이었던 이틀간 성실하게 준비되고 실행되었던 원칙이었기 때문에 기자회견에 대한 결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2011년 5월 13일 경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인출책 1명을 검거하고, 주범과 해커의 신상을 파악했다. 해킹 당한 고객정보 133만 건도 회수 됐다. 이 과정에서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상황을 성실하고 투명하게 알렸던 현대캐피탈의 원칙이 칭찬받았다. 본사의 위기관리팀이 사장 부재기간인 3일간을 잘 견뎌주었던 덕분이었다. 위기 시 위기관리팀에 대한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권한이양과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교훈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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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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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10] 저도 세 아이의 엄마예요, 맥닐의 캐시 위드머  

 저도 세 아이의 엄마예요, 제약사 맥닐의 캐시 위드머

 

위기 시 이해관계자와 유사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 회사 대변인을 맡게 되면 커뮤니케이션 성공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그래서인지 기업들은 특정 위기와 연관 있는 임직원들을 커뮤니케이터로 활용하려고 애쓰곤 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기분 나빠할 광고로 곤경에 빠졌던 제약사 맥닐(McNeil). 이 회사에선 세 아이를 키우는 마케팅 부사장이 나섰다.

2008 11월경 미국 유명 제약사 존슨앤존슨의 자회사 중 하나인 맥닐(McNeil)사가 그들 스스로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광고 한 편을 온라인에 공개했다광고명은 ‘Wear the Baby(아기 안고 다니기)’였다그 내용은 대략 어린 아기를 앞이나 옆으로 안고 다니는 많은 엄마가 경험하는 어깨와 허리 등의 통증에 자사의 진통제 모트린(Motrin)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광고가 공개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맥닐사는 충격에 빠졌다그 광고의 주 타깃인 아기 엄마들이 보았을 때 기분 나쁜 내용들이 있다는 피드백들이 온라인상에서 급격하게 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광고 속에서 아기들이 마치 짐짝인 것처럼엄마들에게 고통을 주는 존재인 것처럼 표현된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한 엄마는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의견을 표현했다 모트린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의 소중한 아이가 나에게 고통을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런 비판 의견들은 블로그트위터각종 온라인 포럼 등을 통해 퍼져 나갔고 결국 며칠 만에 맥닐은 자사 홈페이지와 소비자 이메일 그리고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들이 사려 깊지 못한 광고를 했고당장 홈페이지와 여러 공식 온라인 채널에서 해당 광고를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광고에 대한 엄마들의 반응을 보고 일부 지나치다는 의견들도 많았다하지만 맥닐사는 광고의 주요 타깃 중  일부라도 광고를 보고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된다면 해당 광고는 좋은 광고가 아니라고 생각했다.이에 대한 상황 분석과 대응은 빨랐고 과감했다그리고 이런 모든 그들의 생각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했다그 핵심 타깃도 물론 엄마들이었다.

이 과정에서 모트린 부문의 마케팅을 총괄하며 이번 광고를 결정했던 부사장 캐시 위드머(Kathy Widmer)가 중요한 커뮤니케이터 역할을 수행했다아기와 관련된 이슈에 대해서는 아주 적극적이고 공격적이 되는 엄마들의 특성으로 인해 여러 엄마가 맥닐의 광고를 책임지고 있는 부사장 캐시에게 여러 통의 항의 이메일을 보냈다회사 실무임원으로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이 돼버린 셈이다.

하지만 캐시 부사장은 화나 있는 엄마들 한 명 한 명에게 친절하게 이메일로 답신을 보내 주었다그 내용에는 사려 깊지 못했던 광고 결정에 대해 사과하고엄마들의 피드백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핵심 메시지가 들어 있었다그중 엄마들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이야기는 ‘(캐시 부사장나 자신도 어린 세 딸을 키우는 엄마라는 사실이었다. ‘실제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인 제가 다른 엄마들을 기분 나쁘게 할 의도가 있었겠는가그러니 넓은 이해를 구한다는 느낌을 여러 엄마들에게 공유해주었던 것이다.

우리 기업들을 돌아보자위기 시 회사 이메일로 쏟아져 들어오는 고객들의 항의 하나하나에 애정을 가지고 응답하려는 임원들이 얼마나 있을까? “고객 불만 처리는 고객관리센터의 업무이지 않나왜 마케팅 수장인 내가 광고 실수 하나 때문에 이처럼 수많은 이메일 하나하나에 굽실거리며 용서를 구해야 하지?’ 같은 해당 임원의 개인적 불평에 회사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 것인가?

평소 기업 내에서 공유하고 있는 철학이 엄중한 위기를 관리하는 법이다누구도 나서라 하지 못하고누구도 나서려 하지 않을 때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까지 들며 이해관계자들과 성실히 대화한 임원이 있었다는 이야기다얼핏 단순한 위기대응이라 생각하겠지만현장 실무자들에게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라 할 것이다책임과 실행이 다른 곳들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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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정부공기관 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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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9편] 훈련된 컨트롤타워의 힘, 한진해운

 

 

훈련된 컨트롤타워의 힘, 한진해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는 사람이 한다. 훈련된 사람들이 모여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든다. 그 시스템을 움직이는 두뇌 조직을 컨트롤타워라 한다. 모든 상황 정보, 전문성, 커뮤니케이션과 지휘역량들이 이곳에 집중된다. 지속적 고민과 훈련으로 단련되어 위기 시 실제로 살아 움직인 컨트롤타워가 있었다. 한진텐진호 위기를 관리 한 한진해운의 이야기다.

2011년 4월 21일 새벽 5시 15분. 인도양을 지나던 한진해운의 6500TEU급 컨테이너선 한진텐진호가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당시 한진텐진호를 지휘하던 선장은 해적이 침입해 선내 보안 경보가 울리자 선박을 운항하지 못하게 직접 조치한 뒤 모든 선원들을 대피시켰다. 동시에 한진텐진호에서 발신된 즉시위험신호(SSAS)는 한진해운과 국토해양부 상황실로 발신돼 합동참모본부에 보고됐다.

그 새벽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은 사고 소식을 듣고 바로 여의도 본사로 이동해 곧바로 설치된 사내 비상상황실에 들러 자세한 보고를 받았다. 그리고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상황을 처리하라고 비상상황실 임직원들에게 강조했다.

직후 기존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부장급 직원 두 명을 국토해양부와 외교통상부로 파견했다. 선박 위기 관리에는 정부와 한진해운의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한진해운 소속 선박과 선원 관리를 하는 자회사인 부산의 한진SM(Ship Management)에도 상황실을 설치해 화상회의로 상호 정보를 공유 했다. 이 또한 기존 위기관리 매뉴얼에 정해진 그대로였다.

비상상황실의 실장은 매뉴얼에 따라 김영민 사장이 맡았다. 최 회장도 계속 상황실에 머무르며 전문가 그룹의 위기관리 실행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상황관리 활동과 함께 여러 외부 협력 정부 기관들과 언론은 물론 내부 직원들과도 컨트롤타워인 비상상황실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관리 활동들을 진행했다.

평소 선상에서 실시한 대응훈련 그대로 한진텐진호 선장과 선원 전원은 평소 마련된 시타델(citadel)로 피신했다. 시타델이란 해적의 공격으로부터 차단된 채 준비해 둔 비상식량 등으로 적어도 며칠간은 버틸 수 있는 선원 피신용 특수시설이다. 이미 정부 규정에 따라 그 시설을 마련했었고 이를 기반한 비상사태 매뉴얼을 현장에서 모든 선원들이 오차 없이 따라 실행 한 결과였다.

선원들의 신속한 피신 실행, 한진해운의 강력한 컨트롤타워 운용, 군, 국토해양부, 외교통상부들과의 협업이 곧 빛을 발했다. 사고 발생 후 2시간 후 청해부대의 최영함이 사고 현장으로 기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공격팀이 수색작업을 펼쳤고, 해적들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시타델에 숨어 있던 선원들을 구출하며 위기상황은 14시간만에 조기 종료 되었다.

이런 일사불란함에는 한진해운이 실행해 온 상시 위기관리 대응 훈련의 힘이 컸다. 보유하고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실제 상황을 상정 해 서울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부산의 한진SM, 사고 현지 그룹 그리고 해당 선박을 잇는 다각적 위기대응 활동들을 지속 시뮬레이션 해 본 덕분이었다.

대부분 기업들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책장 속에서 잠을 잔다. 그 매뉴얼의 존재도 모르는 임원들과 직원들이 태반인 회사들도 부지기수다. 당연히 해당 매뉴얼이 실제 운용 가능할지 시뮬레이션 해 본적도 없다. 현장에서의 훈련은 바쁘다 번거롭다는 이유로 종종 생략되거나 약식으로 해결한다.

그런 기업들과 달리 한진해운 최고경영진들과 핵심 업무 담당자들은 반복적으로 위기를 시험했다. 평시에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다같이 경험을 쌓아왔었던 것이다. 이 분명한 다름이 위기상황에서 결과의 다름을 만들어 냈다. 단순히 운이 좋았다는 일부 지적이 우스워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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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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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8편] 내 직원은 내가, 박삼구 회장

 

 

내 직원은 내가,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사고 발생 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은 피해자다. 항공 사고의 경우에도 탑승객들은 위기관리 대상 중에 가장 우선이다. 그러면 함께 탑승한 항공사 승무원들은 어떤가? 그들도 분명 피해를 입었고 현장에서 상황을 관리하며 많은 고생을 했다. 피해 탑승객들에게 주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향해 있을 때 소외된 승무원들을 끌어 안은 사람이 있었다. 바로 부모 같은 회장이었다.

2013년 7월 6일 아시아나항공 소속 보잉 777-200ER 항공기가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여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 도중 활주로 앞의 방파제에 부딪히며 화염에 휩싸였다. 당시 기내에는 291명의 승객과 16명의 승무원이 탑승하고 있었다. 탑승객들 중 일부 사상자들이 나왔다.

화염에 휩싸인 항공기내에서 승무원들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탑승객들을 구출하기 위해 갖은 노력들을 다했다. 해외와 국내 언론에서 이 승무원들의 생명을 건 노력에 찬사를 보냈지만, 대부분의 언론들은 탑승객들의 피해와 이야기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아시아나 항공은 사고 직후부터 CEO를 중심으로 탑승객들에 대한 여러 지원과 커뮤니케이션들을 진행했다.

5일후 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 탔던 한국인 승무원 6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몸을 다친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여객기에 남아 승객들을 대피시켰던 객실 선임승무원을 비롯해 사고 후 1차로 고국에 돌아온 승무원들이었다.

승무원들은 항공기에서 내려 공항 게이트로 나오자 마자 그 앞에 서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발견했다. 승무원들은 직접 자신들을 마중 나온 박 회장을 보자마자 모두 울음을 터뜨렸다. 박 회장은 승무원 하나 하나의 이름을 자식처럼 불렀다. 한 승무원이 박회장에게 울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도 목이 메어 “괜찮다. 괜찮다. 너희들이 많은 사람을 살리고 회사도 살렸다”며 하나 하나의 등을 두드렸다.

이 장면은 여러 언론들을 통해 일제히 보도되었다. 노년의 신사가 힘들게 임무를 다한 승무원들을 끌어 안고 함께 눈물을 닦아주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차분하게 보여졌다.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항공 사고로 고통 받은 여러 탑승객들과 사고의 원인에 관심을 보이고 있을 때 회사의 회장이 직접 나서 소외되었던 사고기 탑승 승무원들을 홀로 맞아 다독인 모습은 분명 색달랐다.

사고 발생 직후 ‘박삼구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관전하던 언론들 대부분이 이 ‘끌어안음과 눈물 그리고 다독임’의 리더십에 바로 호평으로 돌아섰다. 많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위기가 발생하면 리더들은 최대한 인간미를 보여주라’ 조언한다. 특히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형 사고 시에는 더더욱 위기관리 주체는 철저하게 인간화 되어야 한다. 위기 시 보여지는 인간미. 박회장이 보여준 ‘부모적인 인간미’는 그 절정이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물론 가장 중요하게 보살핌을 받아야 할 이해관계자는 피해자다. 그러나 흔히 간과되는 이해관계자들 중 하나는 현장에서 탑승객들과 위험을 함께 하고, 생명의 공포 속에서 자신의 업무를 충실히 다했던 승무원들이다. 누군가는 이들을 다독이고 보살펴야 했다. 그 역할을 위해 회사의 아버지인 회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이는 사내적으로 회사에 대한 큰 충성심과 자긍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훌륭한 전략이기도 했다.

세월호 사건에서도 저 가라앉은 큰 배속에서 끝까지 탑승객들을 챙기고 그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누어 주다 목숨을 잃은 가여운 몇 명의 승무원들을 기억해야 한다. 너무 많은 중요한 직책의 승무원들이 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큰 분노와 비판들을 보내고 있지만, 자기 일을 다하다 사라진 일부 승무원들을 누군가는 끌어 안아 주어야 한다.

문제의 회사가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정부라도 그들의 목숨을 건 노력을 인정하고 다독여 주어야 한다. 그들이 곧 영웅이고 그들이 미래의 위기관리 자산과 교훈이 된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해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탑승객들의 피해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을 때 마음 아파하면서도 숨을 죽일 수 밖에 없는 소외된 영웅들이 있다는 사실을 위기관리 주체는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직접 나가 찾아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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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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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8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7편] 무모함으로 성공한 루돌프 줄리아니

무모함으로 성공한 뉴욕 시장, 루돌프 줄리아니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했을 때 비로서 리더십은 빛난다. 누군가는 리더십을 올바로 세워야 위기는 관리된다. 열심히 사고 현장을 관리하는 소방관들이나 경찰들만으로 성공적 위기관리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았고, 어디까지 공격이 확산될지도 몰랐고, 다른 리더들이 자취를 감춰버린 테러 현장에 바보같이 책임을 스스로 떠 안은 리더가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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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11일 아침. 테러로 뉴욕의 쌍둥이 빌딩이 무너졌다. 뉴욕뿐 아니라 미국과 전세계가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 미 부시 대통령은 강연차 방문했던 플로리다에서 테러 소식을 들었다. 국가원수에 대한 보호 규정 때문에 대통령을 비롯한 참모들은 바로 멕시코만으로 나가 사태를 관망했다. 부통령 체니는 백악관 지하벙커로 대피했다. 이때 무너진 빌딩 주변의 잔해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오는 한 남자가 있었다.

뉴욕 시장인 루돌프 줄리아니였다. 쌍둥이 빌딩 중 남쪽 빌딩이 먼저 무너져 버린 당일 아침 9시 59분. 인근 시청 건물에 있던 줄리아니는 2블럭 떨어진 사고 현장으로 걸어 나왔다. 하늘은 시커멓게 연기와 먼지로 휩싸여 앞뒤를 분간할 수도 없었다. 줄리아니는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사고 현장으로 더욱 더 가까이 갔다.

맨 처음 그가 한일은 사고 현장을 취재하며 뛰어 다니던 TV 카메라 기자를 붙잡은 것이다. 기자에게 인터뷰를 하자 했다. 기자는 우연찮게 사고 직후 뉴욕 시장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줄리아니는 인터뷰를 통해 “인근 지역에 사는 시민들은 가능한 북쪽으로 빨리 이동해 달라” 소리쳤다. 최초 시민들과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 것이었다.

30분 후. 남아있던 쌍둥이 빌딩의 북쪽 건물 마저 무너져 내렸다. 직후 줄리아니는 뉴욕의 지역 방송사와 직접 전화 인터뷰를 통해 사고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지금 안전을 위해 시민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지했다. 이후 줄리아니는 2-3시간 마다 기자들을 불러 직접 상황을 브리핑하기 위한 기자회견들을 연이어 열었다.

밤 11시. 줄리아니는 자신의 스텝들을 집으로 돌아가라 명령했다. 힘든 하루를 보낸 스텝들을 배려한 것이다. 고생한 스텝들에게 다음날 아침 8시에 다시 모이라 명령한 줄리아니 자신은 야심한 시간에 다시 사고현장으로 걸어 갔다. 엄청난 잔해 속을 걸어 다니며 인명구조에 힘쓰고 있는 구조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리더는 필히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새벽 2시가 넘어 줄리아니는 휴식을 위해 자신의 집으로 돌아 갔다. 하루 종일 사고 현장과 수습본부에서 서성거렸었고, 현장 근처에서 여러 번 대중연설을 했고, 연이은 기자회견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시민들과 커뮤니케이션 했었기 때문에 그는 녹초가 되어있었다.

일부 비판가들은 줄리아니 시장이 무모했다 지적한다. 시장으로서 자신을 위험에 그대로 노출했다는 점을 비판하는 것이다. 사실 그는 좀더 신중했을 필요는 있었다. 그러나 911 테러와 같은 전대미문의 위기 시 어느 누군가는 리더십을 보여 주었어야 했다. 줄리아니는 무명 복서였던 아버지로부터 ‘얻어 맞을 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라는 가르침을 받고 자랐다고 회고했다. 그 가르침이 사고 직후 줄리아니를 무모하게 만들었던 것이고, 위험한 현장에서 그를 소리치게 했던 것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변인을 내세우거나, 상황이 정리되기 전까지 언론 앞에 나서지 않는 많은 리더들과는 차별되는 부분이다. 위기 상황 내내 줄리아니는 공포에 휩싸인 뉴욕 시민들 속에 서 있었다. 시민들과 함께 연기를 마셨고, 날리는 잔해 조각들과 분진을 나누어 맞았다. 그 속에서 그들과 대화했다. 기자들을 붙잡아 시민들을 향한 당부들을 전해 달라 요청했다.

대형 위기 시 정부와 리더들은 피해자들과 패닉에 빠진 국민들과 ‘같은 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같은 자리에 함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피해자들과 국민들은 정부와 리더들이 자신과 같은 편이 아니라 생각하게 된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비판하게 된다. 더 나아가 이 사고를 발생시킨 나쁜 사람들이라 손가락질까지 하게 된다.

위기 시 리더들은 길 건너에 서서 맞은편 국민들에게 빨리 건너오라 소리치는 사람들이 아니다. 국민들이 서있는 편에 함께 서서 같이 길을 건너가자 그들과 대화하고 이끄는 사람들이다. 911 테러와 세월호 사고간 대응에 있어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이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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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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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08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6편] 빠른 확신에 대한 과시, 파리바게뜨

빠른 확신에 대한 과시, 파리바게뜨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미처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확신을 가지기는 참으로 어렵다.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섣불리 확언이나 개런티를 하는 것은 자칫 더 큰 위기를 불러들인다. 그러나 일부 혼란 속에서 빠르게 확신을 가질 수 있게 지원하는 자산들은 분명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경험에 의한 전문성이다. 오랜 경험을 쌓은 사내 전문가들이 “이건 아니다”며 빠르게 대응한 기업이 있다. 크리스마스 즈음의 파리바게뜨가 그랬다.

2010년 12월 23일 새벽 1시 45분경.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아주 흉측한 사진이 몇 장 올라왔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모 제과점에서 구입한 식빵에 죽어 있는 생쥐가 들어 있었다는 주장과 함께 몇 장의 사진들이 올라 온 것이다. 이 혐오스러운 사진과 주장은 제과점 업계가 크리스마스로 특수를 누리는 시즌에 바로 찬물을 끼얹는 충격이었다.

그 새벽 해당 게시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행한 파리바게뜨는 바로 대책회의에 들어간다. 식품안전센타, 품질보증팀 등 전문 부서와 기술진들이 사실 확인을 위해 긴급상황실을 구성하고 글과 사진을 올린 제보자를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수사의뢰 했다.

파리바게뜨의 전문가들은 사진을 분석 해 해당 제보자의 주장이 허위이며, 공정상 그런 이물질이 그러한 형태로 유입될 수 없다 신속히 결론 냈다. 내부의 많은 제빵관련 전문가들의 전문적 확신이 없었다면 이런 신속한 결론 도출은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 파리바게뜨는 오전 바로 기자회견을 기획해 언론에 발표 했다. 촌각을 다투는 빠른 움직임이었다. 최초 상황에 대한 입장문과 함께 좀더 확실한 언론의 이해를 구하고자 기자회견 초청 작업에 들어 갔다.

디시인사이드에 문제의 사진이 올라간 지 12시간만인 오후 2시 파리바게뜨는 서울 수서동 한불제과제빵학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할 수 있었다. 새벽시간과 직원들의 출근 시간 등을 감안하면 이는 이례적으로 신속한 기자회견 준비였다. 기업의 일반적 기자회견이 평균 1~2주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치는 것과 비교하면 전광석화 같은 일사불란함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 실제 이러한 기자회견에는 공식입장문 개발, 예상질의응답문서 개발, Q&A를 위한 역할 배분, 장소 섭외, 시연자 확보, 언론 초청작업 등 수많은 고려사항들과 업무들이 전제되기 때문)

이 회사의 식품기술연구소장은 기자들 앞에서 빵 제조과정을 직접 시연했다.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TV 카메라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식품연구소장은 “빵 제조 공정상 쥐가 들어갈 가능성은 없다”며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파리바게뜨는 쥐와 같은 단백질 이물질인 돼지고기를 넣고 오븐에 넣는 과정을 언론에게 그대로 보여 주었다. 그 결과 돼지고기는 탄력 있게 익어 빵과 함께 구워졌으며, 반으로 갈라도 끊어지지 않았다. 수 없이 반복된 제빵 경험을 바탕으로 해당 제보 사진들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확신을 가지고 언론에게 그대로 시연 해 준 것이다.

이때부터 언론은 제보자에게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보도와 기사들을 통해 해당 이물질은 절대 제빵 과정에서 유입이 불가능하다는 파리바게뜨의 핵심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해 주었다. 파리바게뜨의 강한 전문가적 확신이 언론에게도 통했던 것이다. 그날 저녁이 되자 경찰은 최초 제보자의 아이디를 추적해 본 결과 개인정보를 도용해 사진과 글을 업로드 했다는 조사 내용을 공개했다. 곧 제보자가 허위 제보를 했다는 여론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 케이스는 경찰 조사 결과 결국 며칠 만에 제보자의 자작극으로 밝혀졌다. 비록 파리바게뜨는크리스마스 성수기 시즌의 특수는 기대하지 못했다. 하지만, 빠르고 정확한 온라인 모니터링 시스템과 보고 공유의 체계가 상당한 수준임을 과시하며 누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한 신속한 상황파악 및 확신, 그리고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또한 일사불란한 협업을 전제로 하기에 그 경쟁력은 빛났다.

최근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참사를 목격하면서, 우리 국민들이 가지는 아쉬움 들은 “왜 그렇게 늦었느냐?” “왜 그렇게 오락가락했느냐?” “왜 그렇게 전문적이지 못했느냐?” 그리고 “또 왜 그렇게 준비되어 있지 못했느냐?”하는 것들이다.

파리바게뜨는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새벽 ‘말 그대로’ 날벼락을 맞았었다. 사내 외 누구도 이런 위기 발생을 예측하지 못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파리바게뜨는 대응에 있어 정확했고 전문적이었고 신속했다. 완전한 협업을 통해 자신들의 확신을 빠른 시간 내에 가시화하는데 까지 성공했다. 경험과 준비 그리고 상호 커뮤니케이션의 승리였다. 이점들은 세월호 참사와 그에 대한 정부의 대응들을 보면서 우리 모두가 파리바게뜨로부터 참 부러워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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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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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2014 Tagged with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5편] 나쁜 소식을 적극 떠들어 성공한 마텔

 

 

나쁜 소식을 적극 떠들어 성공한 마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부정적인 문제가 불거지면 기업은 대부분 무슨 좋은 일이라고 안팎으로 홍보를 해?”하는 기조를세운다. 자사에게 불리한 문제는 최소한 알릴 의무만 다한 채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세계 최대 완구 회사 마텔의 밥 에커트 회장은 생각이 좀 달랐다. 중국산 자사 제품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자 자발적 리콜을 선언하면서 사방팔방 리콜에 대해 떠들고 다닌 것이다. 밥 회장의 전략은 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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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8월 세계적 완구회사 마텔의 여러 제품들과 관련 하여 좋지 않은 뉴스가 흘러 나왔다.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들 중 납성분이 포함된 도료가 칠해진 장난감들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 문제에 직면해 당시 마텔을 이끌고 있던 회장이자 CEO 밥 에커트(Bob Eckert)는 조금 이상한 대응을 지시 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자사 제품에서 문제를 발견하게 되면 법적 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리콜을 자발적으로 결정한다. 여러 사례들을 보아도 기업들이 리콜에 대한 결정은 흔히 진행하고 있지만, 리콜에 대해 많은 경로들을 통해 적극 알리는 노력에는 대부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마텔의 밥 회장은 우리들의 핵심 메시지는 죄송하다(I’m Sorry) 밖에 없다. 중국산 제품에서만 문제가 발생했다는 논리도 핑계로 들릴 뿐이다. 중국에서 우리 제품을 구입한 부모들에게도 우리는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다이야기하며 적극적으로 리콜 사실을 알리라!”지시 했다.

마텔 밥 회장은 지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TV 뉴스 방송의 인터뷰 요청들에도 흔쾌히 응했다. 자사에게 부정적 이슈가 발생하면 홍보임원을 내세우거나,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리는 흔한 경영자들과는 달랐다. CNN, NBC, CBS, ABC 등 수없이 많은 뉴스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해서 생방송으로 연결된 인터뷰를 홀로 진행했다.

여러 인터뷰에서 그는 죄송하다(I’m sorry)”는 메시지들을 반복했다. 한 매체로부터의 이번 같은 리콜이 앞으로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 약속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밥 회장은 현재 최선을 다해 문제를 개선해 가고 있으며, 중요한 것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현재 리콜 제품을 회수하는 것이라면서 부모들의 회수 동참을 호소했다. 소위 말하는 위기 시 개런티(Guarantee) 하지 않는 신중함을 보인 것이다.

마텔은 2주후 불행하게도 또 다른 리콜을 선언했다. 이번에는 장난감에 달린 작은 부품들이 문제였다. 어린 아이들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리콜의 이유였다. 이때도 밥 회장은 더욱 더 리콜에 대해 알리라는 지시를 했다. 마텔은 USA투데이와 뉴욕타임즈 그리고 월스트리트저널에 전면 사과광고를 해 리콜 사실을 적극 알렸다.

밥 회장은 연이어 각종 TV방송에 나가 리콜에 대해 이야기하며 부모들의 협조를 구했다. 리콜 정보를 알리기 위해 사과 동영상에 출연 해 온라인에서 여러 부모들과 커뮤니케이션 했다. 전세계 마텔 지사들에게도 리콜 사실을 알리고 각지에서의 성실한 리콜을 지시했다. 의회로 달려가 상원의원들을 만나 마텔이 정직하게 공개적으로 리콜을 실시하고 있으며, 많은 부모들로부터의 요청들을 제대로 처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런 기괴한(?) 행동들은 곧 빛을 발했다. 문제가 있는 제품 9백만개는 많은 부분 회수가 완료되었고, 중국산 제품들에 대한 내부 규정과 품질관리는 더더욱 강화되었다. 그 결과 2007년 마텔의 판매는 대량 리콜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6퍼센트 상승했다. 연말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조사대상 미국인들의 75%가 마텔이 제대로 해야 할 일을 했다평가했다. 의회 청문회에서는 의원들로부터 마텔의 대응에서 공개와 정직의 원칙은 칭찬받아야 한다는 평을 얻었다.

실제로 회장이 나서 이렇게 하이프로파일(high profile) 실행을 하는 경우 일부에서는 이런 방향의 사후 평가를 두려워한다. “(회장인내가 위기를 다 관리했지? 다른 직원들을 대체 한 게 뭐야?”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홍보실무자들을 중심으로 한 위기관리팀 전원은 매우 힘들어 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밥 회장은 이듬 해 애리조나 주립 대학의 한 강연에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 “위기 당시 우리 위기관리팀의 팀워크는 강했고, 그것이 우리 기업에 대한 테스트였다 생각한다. 지금도 100여 페이지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가장 소중한 한 페이지를 고르라 한다면 나는 위기관리팀의 연락처 정보들을 취할 것이라면서 자사의 위기관리팀을 치하했다. 마텔의 밥 회장은 리콜을 계기로 이런 자랑스러운 체계와 그들의 철학을
홍보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테스트를 잘 통과한 조직 자체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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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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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2014 Tagged with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4편] 위기에 맞서 자신감을 커뮤니케이션 한 삼성



위기에 맞서 자신감을 커뮤니케이션 한 삼성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대형 위기 일수록 이를 관리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자신감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억지로 꾸며진 자신감이 아니라 우리가 현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이는 곧 강력한 리더십의 책임 정신이 기반이다. 또한 일사불란 한 내부 커뮤니케이션과 상황관리의 정확성이 중심이다. 위부터 아래까지 내부에서 외부까지 철저히 위기를 통제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그대로 드러나야 성공한다.

2007 83일 삼성전자의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반도체 공장 외부에 설치된 변전소 배전반에 스파크가 발생해 K2 공장라인 6개가 중단된 것이다. 이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삼성전자 스스로 손실액이 250∼5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 밝힐 정도의 대형 사고였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사고 소식을 듣고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 회장의 질문은 곧 조직 구성원 전원이 속도감 있는 회복 노력에 전력을 다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전략적으로 빠른 회복과 이를 통한 사후 피해 최소화는 정전사태위기관리에 있어 우선 순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당시 삼성전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었던 윤종용 부회장만 해도 그랬다. 사고 소식을 듣고 2시간만에 기흥으로 이동한 그는 복구 상황과 피해규모를 산정하는 비상회의를 주재했다. 그리고는 기흥의 반도체 라인을 언론에 공개하라지시를 내렸다. 사고 직후 최악의 상황을 예견했던 바와는 달리 빠른 상황관리가 마무리 되자 적극적으로 자신감을 커뮤니케이션 하기 원했던 것이다.

이런 자신감은 국내외 경쟁 업체들로부터 흘러나온 복구에 한 달여, 피해액은 수천억 원이라는 루머들을 잠재워 버렸다. 심지어 윤 부회장은 사고 다음날 휴가를 떠나버렸다. 전 라인이 정상가동 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후였다. 이건희 회장의 질문이었던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미 답을 했다는 자신감을 내 외부에 커뮤니케이션 했던 전략적 스턴트였다.

물론 윤 부회장이 멀리 떠난 것은 아니었다. 사고 발생 4일후 기흥을 찾아 한번 더 기존의 생산성 수준으로 모든 것이 정상화되었다는 커뮤니케이션을 기자들에게 했다. 전날 반도체 시설을 방문했던 언론 일부에서 제기한 생산성 회복 우려에 대해 다시 한번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다.

기자들이 기흥 시설을 방문했을 때 삼성전자의 당시 황창규 사장은 작업복을 입고 기자들을 맞았다. 주요 거래처들에게 안심하라는 커뮤니케이션을 이미 마친 황 사장이었다. 여러 우려들을 나타내는 기자들을 향 해 황사장은 실적으로 입증하겠다는 자신감을 짧게 커뮤니케이션 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기자들에게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기사화 해달라는 이야기 대신 나타낸 리더의 자신감이었다.

만약 회장의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글쎄요, 상황이 아직 파악이 안되어 딱히 언제 회복 가능한지는 좀더 두고 보아야 하겠습니다같은 속도감 없는 답변이 임원들로부터 나왔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랬다면 부회장이 현장으로 달려가는 속도도 달랐을 것이다. 자신감을 나타낼 수 있을 만큼의 정확한 상황파악과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요원했을 것이다. 또한 부회장의 휴가 스턴트도 제대로 힘을 발휘 할 수 없었을 것이며, 작업복을 입고 미소를 짓는 사장의 메시지를 기자들은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기흥 라인의 사고는 분명히 단순하거나 운이 좋게 마무리 될 만큼 작은 사고는 아니었다. 하지만, 리더들의 빠른 자신감 커뮤니케이션은 내부와 외부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삼성이 현 상황을 완전하게 통제하고 있구나하는 느낌과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다. 결국 3개월 후 황창규 사장은 기자들에게 약속했던 것과 같이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3분기 영업익을 발표했다. 그 결과 영업익 9200억원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 7000억원을 훌쩍 넘기며 다시 한번 자신감을 과시했다. 위기관리의 완전한 성공과 마무리를 선언한 것이다.

이후에도 삼성의 반도체 공장들에서는 크고 작은 유사한 정전 사고가 발생했다. 각 사고에서도 이 스피드자신감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원칙은 지속되고 있어 보인다. ‘리더가 정한 원칙이 위기를 관리한다는 말이 현실화 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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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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