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12월 31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40편] 1시간 플랜으로 훈련 받아 실행했다, 메리엇호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맞은편 대륙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30분만에 모든 위기관리팀이 집합했다. 15분만에 첫 번째 메시지를 배포했다. 한 시간 내에 여럿이 힘을 모아 사실을 확인 해 더욱 정교한 메시지들을 정리 배포했다.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훈련 받은 대로 그들만의 1시간 규정을 그대로 따랐다. 회장부터 일선 매니저들까지 한 몸처럼 움직였다. 메리엇호텔의 이야기다.

2008년 9월 20일 오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위치한 메리엇호텔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1t가량의 고농축 폭탄을 장착한 트럭이 메리엇호텔로 돌진하면서 호텔 20m 전방에서 폭탄이 터져 60명이 사망하고 250여 명이 크게 다쳤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 수도 늘어 났다.

뉴스로 이 긴급한 소식을 접한 미국 메리엇호텔 본사 CEO와 위기관리팀은 바로 소집되었다. 이른 새벽임에도 위기관리팀원 중 일부는 본사와 5분 거리에 살고 있었고 대부분이 30분 내에 집합이 가능했다.

이미 지난 9.11 사태로 인해 메리엇호텔 본사에는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잘 훈련된 위기관리팀이 존재하고 있었다. 9.11 사태 때 뉴욕 맨하튼의 쌍둥이 빌딩 바로 옆 메리엇호텔도 같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었다. 그 후 메리엇호텔은 더욱 강력한 위기관리 역량을 구축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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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엇호텔 위기관리팀은 커뮤니케이터와 비커뮤니케이터를 포함해 총 5개 실무팀으로 전체가 구성되어 있었다. 조사 및 메시지 작성팀(The research and writing team)은 소집 후 15분 내에 사건 조사 결과들을 분석하고, 메리엇호텔의 최초 공식 메시지를 개발하는 역할을 하게 되어 있었다. 그 후 한 시간 내에 자세한 설명을 가능하게 자료들을 준비하는 역할도 해야 했다.

미디어팀(The media team)은 앞의 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들을 토대로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어 있었다. 내부 커뮤니케이션팀(The internal communication team)은 동일한 자료를 토대로 메리엇호텔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해야 했다. 커뮤니티 관계팀(The community relations team)은 적십자 같은 구호단체나, FEMA 등 위기와 관련된 여러 협력 구성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역할이 주어졌다. 마지막으로 실행지원팀(The logistics team)은 이상적인 위기관리 실행을 위해 워룸의 모든 장비, 시설, 편의를 지원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각 팀은 위기관리매뉴얼에 따라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저 멀리 파키스탄에서의 비보를 전세계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빠르게 커뮤니케이션 하며 위기를 관리했다.

이와 동시에 본사 위기관리팀과 외부 및 사내 의사결정권자들과의 핫라인도 견고하게 유지되었다. 모든 핵심 의사결정권자들과 외부 법률자문과 같은 자문 인력들이 대기모드로 핫라인을 계속 유지했다.

메리엇호텔 회장 빌 메리엇의 블로그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활용됐다. 당시 70대인 빌은 직접 블로깅을 하지 않고, 담당자에게 구두로 받아 적기를 시켰었다. 평소에는 브랜딩 목적의 최고경영자 온라인 채널을 위기 시 회사의 입장과 상황 업데이트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위기관리 채널로 변환시킨 것이었다. 이를 통해 빌 메리엇 회장에게 요청되는 인터뷰나 컨퍼런스 콜등의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었다.

메리엇호텔 위기관리팀은 누구나 1 시간 내 문서화(a first-hour document)룰을 따랐다. 모든 외부와 내부 문의에는 10-15분이내 답변 하도록 규정되어 있었고, 한 시간 내 심화 답변과 문서화 작업 규정이 있었다. 쏟아지는 외부 문의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도록 시간을 정해 ‘최초 1시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플랜’을 아주 정교하게 실행했던 것이다.

파키스탄의 폭탄 테러 현장에서는 직접 본사의 위기관리팀에게 시시각각 변해가는 소식을 업데이트 해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위기관리팀은 다양한 매체들을 활용하면서 메시지들을 꼼꼼하게 정리했다. 직원들에게는 직접 커뮤니케이션 했다. 호텔의 사업 특성상 인터넷을 접하지 못하는 많은 직원들을 배려해 직접 매니저들이 스탠딩 미팅을 진행하고, 회사 내 소식지를 활용해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했다. 온라인 상에서는 인간적 톤앤매너의 커뮤니케이션을 실시함으로써 많은 공중들로부터 위로의 댓글 들과 감사의 글들을 받았다.

어느 기업이나 경계해야 하는 최초 몇 시간 동안의 정보의 공백을 메리엇호텔은 일사분란함으로 극복했다. 빠르고 정확하게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빠짐 없이 커뮤니케이션 했다. 의사결정자들과 이를 지원하는 전문가들이 매뉴얼에 따라 핫라인으로 연결되어 즉각적 의사결정을 진행했다. 위로는 회장으로부터 아래로는 호텔 매니저들까지 정해진 역할을 물 흐르듯 각자 실행했다.

항상 그렇지만 위기관리에 성공한 기업들의 특징은 대부분 서로 유사하다. 어떻게 보면 별반 특이하거나 재미가 없다. 시스템이란 게 원래 재미가 없다.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기업들에도 공통점들은 존재한다. 시스템과는 다르게 아주 ‘재미있는’ 공통점들이 반복된다. 예측이 가능한 것을 준비하느냐 준비하지 않느냐에 따라 그 공통점들은 갈린다. 그 각각의 대가는 크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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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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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40편째 원 포인트 레슨을 마지막으로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시리즈 기고를 마무리합니다. 지난 한 해 관심 보여주시고, 응원 해 주신 여러 선후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2015년 새해에는 또 새로운 주제들로 시리즈를 꾸며 볼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2014. 12. 31. 정용민 배상

12월 23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39편] 핵심 이해관계자 ‘원점관리(原點管理)’로 성공, LG전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지샐러드 대표

예상치 못했던 갑작스러운 사고가 일요일 이른 아침 발생했다. 제대로 상황 파악도 힘든 시간에 이 회사는 정신을 차렸다. 사고로 얽혀있는 이해관계자들의 실타래를 들여다보며 그들의 우선순위를 정했다. 현장에서 슬퍼하고 아파하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신속 관리했다. 위기의 원점과 관련 있는 이해관계자 관리 없이 언론과 규제기관만 먼저 관리하려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LG전자 이야기다.

2013년 11월 16일 오전 8시 45분. 서울 삼성동 38층짜리 아이파크 아파트에 LG전자 소속 헬리콥터가 충돌해 추락했다. 이 아파트 24∼26층에 충돌한 후 추락해 버린 헬기에 탑승해 있던 조종사와 부조종사 2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로 아파트 21층에서 27층까지의 창문들이 깨지고 외벽이 상당 부분 부서졌다. 피해를 본 아파트 21∼27층에는 주민 27명이 있었으며 이들은 모두 사고 직후 신속하게 대피했다. 당시 아파트 26층에 있던 여성 1명은 충격에 놀라 병원으로 옮겨져 안정을 찾았다.

이날 오후 LG전자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사고 헬기에 탑승했던 기장과 부기장 두 분께 깊은 애도와 함께 유가족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또한 “사고 피해를 입은 아파트 주민 여러분께도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이 사고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핵심 이해관계자를 두 그룹으로 설정한 것이다. 첫째는 추락 사고로 유명을 달리 한 조종사와 부조종사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 둘째는 갑작스러운 충돌로 재산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충돌 아파트 입주민들이었다. LG전자는 위기관리의 핵심인 ‘원점관리’에 초기부터 집중하는데 성공했다.

우선 LG전자는 유가족들과 협의해 장례식을 4일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LG전자 임직원 장례를 돕는 위원회도 장례식장에 파견 해 지원했다. ‘회사장’에 준하는 수준으로 장례식을 치렀다. 장례식 비용 일체 부담은 물론 합동 영결식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이를 통해 LG전자 조직 전체가 유가족들에게 정성스러운 조의를 커뮤니케이션 했다.

유가족 협의와 동시에 LG전자는 헬기와 충돌 한 아파트 입주민들과도 만나 피해보상을 위해서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피해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팀을 각 피해 가정에 방문시켰다. 또한 대체 거주지 마련을 위해 사고 지역 관할 구청인 강남구청과 긴밀히 협의했다.

LG전자와 오랜 관계를 맺고 있던 사고 지역 인근의 호텔 2곳에 각각 임시 거처를 마련해 총 8가구 32명이 임시로 지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충돌 층인 24층 위아래 가정에 대해서는 시공사와 협의 해 사고 다음날부터 바로 임시복구를 시작했다.

이처럼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응해 LG전자는 이례적으로 신속히 움직인 것으로 평가 받는다. 당일이 일요일 휴일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불구 LG전자의 위기관리팀은 재빠르게 움직여 ‘원점관리’를 실행했다. 임시거처를 마련해 아파트 피해 주민들을 이동시키는 데 사고 후 정확히 4시간여 밖에 걸리지 않았다. 슬픔에 잠겨있는 헬기 조종사 유가족들과의 장례 절차와 예우에 대한 협의도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사고 지역 관할 구청과의 협의도 일사불란 했다. 임시거처 비용을 누가 지불할 것인가 우려하는 구청직원들에게 “LG전자가 지불한다”는 약속을 하며 빠른 협조를 구했다.

LG전자는 상황을 정확하고 빠르게 우선순위를 정해 파악 해 대응 했다. 사고 후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시끄러운 언론이나 으르렁거리는 정부규제기관들로만 한정하지 않았다. 실제 피해를 입어 고통스러워 하고 슬퍼하는 실제 이해관계자들을 먼저 꼽아 살폈다.

유가족들이나 피해 주민들에게는 사고 직후 한 시간이 1년같이 길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공감한 것처럼 LG전자는 빨랐다. 주저하거나 고민하기 보다는 전향적으로 통 크게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빠른 확신을 주었다.

만약 LG전자가 사고 초기에 피해 유가족에게 적절한 장례 절차와 예우를 표하지 못했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피해 입주주민들에게 적절한 임시 거처를 제공하는 대신 초기 그들의 불만을 막는 데만 몰두했었으면 어땠을까?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과를 하며 머리를 조아리면서도 실제 원점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많은 위기관리 사례에 비추어 볼 때 분명 LG전자의 헬기 추락 사고 위기관리는 의미가 있다.

최소한 LG전자는 현장에서 울고 아파하는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그대로 놓아둔 채로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유가족과 피해 가족들을 만나지도 않은 채 ‘조의와 위로를 표한다’ 말로만 사과하지도 않았다. 임시 거처를 걱정하는 실무 구청직원들을 회유하려 하지 않았다. 경찰이나 여러 조사기관의 질문에만 답한 것이 아니라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먼저 성심껏 답을 해 위기를 관리했다. 위기관리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메길 수 있는 능력. 위기관리 성공 능력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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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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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4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32편] 여론에 의지한 초강수로 성공했다, 다음카카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공중은 원래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이지 않다. 기업은 이런 전제로 상황을 예상하고, 위기대응에 있어 적절함을 보여야 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변덕스럽고 소란스러운 공중들을 향해 ‘너무 한다’ 불평해 보았자 위기는 관리되지 않는다. 위기란 원래 그런 것이고, 성공한 기업들은 대부분 이를 이해했었다. 혼란스러워 보이는 여론. 이 속에서 초강수를 찾아 성공했다. 다음카카오.

2014년 10월 13일. 다음카카오 이석우 공동대표가 긴급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이 대표는 단상에 올라 “법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프라이버시를 우선하는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몇 주간을 끌며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톡 검열 논란으로 이용자들의 불안이 커진 데 대해 감청 영장 불응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것이다. 이 대표는 “10월 7일부터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응할 계획이 없다”면서 이로 인한 모든 법적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이 질 문제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런 변화된 입장은 그때까지 다음카카오의 분명하지 않은 입장에 대해 불만을 토해내던 공중들의 여론을 단박에 잠재워 버렸다. 일부에서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해 상황을 모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냐?”라 할 정도로 강한 입장에 놀라움을 나타내기까지 했다.

기자회견 직후 언론들은 각자 기존과는 반대쪽 진영으로 입장을 옮기며 스스로 혼란스러워했다. 다음카카오의 고객 프라이버시에 대한 ‘흐릿한’ 입장에 대해 날 세워 공격하던 언론 매체들은 대부분 ‘단호한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반면, 법에 의거한 영장 집행에 대한 다음카카오의 준법 의지를 평가하며 지지해 주던 언론매체들은 배신감과 당황스러움을 나타냈다. “실제로 영장을 거부한다면 그건 실정법 위반”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공중들도 갑자기 극에서 극으로 스윙(swing, 좌우로 급격하게 움직이는)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제의 다음카카오 안티 그룹들이 갑자기 결단을 찬양하는 한편, 다음카카오 지지 그룹들이 정색을 하게 돼버렸다. 이런 스윙 현상은 이 논란에 깊숙이 관여해 상호 난타전을 보이던 시민단체들과 검찰과 국회를 중심으로 한 기관들에게도 충격과 혼란스러움을 주었다.

원래 다음카카오를 둘러싼 논란은 정치인들간, 언론간, 시민단체간, 규제기관과 일부 사용자들간의 갈등이었다. 이 갈등의 불길이 다음카카오라는 대표적 업체로 옮겨 붙어 그 양상이 급격하게 변화했었던 것뿐이었다. 사실 다음카카오측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논란이었다. 딱히 다음카카오만 아니라 다른 동종 서비스 업체들과 기타 SNS 업체들도 공히 다음카카오의 최초 입장과 다를 바 없는 입장을 견지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다음카카오는 이런 곤란함 속에서 법적 제약과 여론의 비판을 동시에 풀 수 있는 묘안을 찾았다. 많은 이해관계자들간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자신의 강력한 입장을 피력하면서 불붙은 논란을 본래의 자리로 돌려 놓았다.

미국 PR의 비조(鼻祖)들 중 하나가 약 100년전 “공중은 동물(People Are Animals)”이라 이야기한적이 있다. 당시 기업들이 공중을 바라보는 시각을 묘사한 것인데, 사회적 논란에 처했을 때 지금의 기업들도 한번쯤은 기억해야 하는 문구다. 공중은 본래 변덕스럽다. 공중은 이성적이기 보다는 감정적일 때가 더 많고 그럴 때가 더 자연스럽다. 공중은 빨리 잊는다 그리고 무책임하다.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공중을 이해하려면 기업의 의사결정자들 스스로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인 판단기준에만 홀로 의지하면 안 된다. 그래서 성공하는 기업들은 위기 시 공중의 여론을 자세하게 읽는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이러한 논란에 기업이 처했을 때 ‘공중 대다수, 즉 여론이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 대부분이 듣고 싶어 하는 메시지를 만들어 전달하라’ 주문 한다.

물론 다음카카오는 법적 의무와 여론의 감정 사이에서 깊이 갈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의사결정에 있어 고뇌의 일정 시간을 소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13일 기자회견에서 “안이한 인식과 미숙한 대처로 사용자들에게 불안과 혼란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하다”고 반성했다. 그만큼 조금만 더 미리 준비해 빨랐으면 좋았었다.

현재의 통신비밀보호법은 감청에 대해 수사기관이 적법하게 요구할 경우 전기통신사업자가 자료 제공에 협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 협조 방법이나 처벌에 대해서는 적시하지 않고 있다. 다음카카오의 전략도 이런 여러 검토와 고려에 의한 것이었다. 법적 사안도 감안하면서 여론이 듣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략적으로 마련 해 초강수를 두었다. 꼭 인정받아야 하는 성공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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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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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0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31편] 교과서를 따라 해 성공했다, 영국 테스코(Tesco)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교과서는 그냥 참고용이라고들 한다. 교과서를 들추는 사람들을 아마츄어라 부를 때도 있다. 그렇게 아카데믹해서 위기관리 하겠느냐 비웃는 프로들도 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교과서에서 배운 그대로를 따라 해 성공하는 기업이 있다. 반면 별도로 약은 전술과 트릭들을 통해 위기를 관리하려 시도하는 기업들도 있다. 영국의 최대 슈퍼체인 테스코. 교과서를 그대로 따라 성공하며 약은 기업들을 비웃었다.

2013년 1월 15일 저녁. 영국 BBC방송은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말고기를 사용한 소고기 버거가 팔리고 있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보도했다. 이 뉴스에서 아일랜드 식품안전청은 영국과 아이랜드의 테스코를 포함 한 여러 곳의 슈퍼체인에서 판매중인 소고기 버거에서 말고기 DNA가 발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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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 체인 테스코(Tesco)를 비롯한 여러 슈퍼체인들은 물론 육류 공급업자, 제품 생산자, 판매자들과 같은 유럽의 쇠고기 공급망 전체가 위기를 겪게 되었다. 테스코 대변인은 바로 해당 사건을 취재하는 언론에 나가 인터뷰를 통해 해당 제품들을 모두 폐기하겠다 밝혔다. 그는“식품의 안전과 질은 테스코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식품의 질에 관한 어떤 결함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다음날인 16일. 테스코 CEO 필립 클락(Philip Clarke)은 자사 블로그에 ‘신뢰’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소비자들의 신뢰에 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해 가슴 아프게 사과했다. 테스코는 이와 동시에 외부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후 클락 대표는 BBC등 여러 방송 인터뷰에 스스로 응해 자사의 사과 메시지들을 아주 일관되게 전달하며 대변인으로 역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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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테스코는 영국 전국지들을 대상으로 전면 사과광고를 실행했다. 사과드립니다(We apologise)로 시작된 전면 사과광고에서 테스코는 ‘우리와 우리의 공급업체들이 고객님들을 실망시켜 드렸습니다. 사과드립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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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코의 트위터, 페이스북을 비롯한 모든 공식 SNS 채널들은 하루 종일 사과광고를 공유하면서 이와 함께 해당 이슈에 대한 사과와 개선책들에 대해 공중들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매장에서는 논란이 불거진 15일부터 고객 서비스팀원들이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해당 상황에 대해 일대일로 설명하고 사과했다. 고객들과 접촉할 수 있는 대부분의 채널들을 오픈 하여 성심껏 해당 위기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자신들의 개선 메시지들을 활발하게 전달하는 교과서적인 전략을 실행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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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 대표는 자신은 물론 여러 최고임원들에게도 회사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게 해 해당 상황에 대한 메시지들을 다양하게 전달하려 노력했다. 그 글들 중 한 임원은 “우리의 고객들 중 일부가 화가 났다면, 우리도 화가 납니다.”라며 엄중한 개선과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테스코는 이후에도 고객들을 대상으로 테스코가 좀더 투명하고 신뢰감 있는 회사로서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하는데 열중했다. ‘테스코 푸드 뉴스’라는 새로운 웹사이트를 오픈 해 제품 검사 섹션으로 활용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며 커뮤니케이션 했고, ‘약속’ 이라는 섹션을 만들어 영국와 아일랜드산 쇠고기를 소싱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했다.

이런 모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채널들은 테스코 홈페이지를 통해 집중되도록 운용해 온라인 상 여론이 산발적으로 흩어져 극대화 되는 것을 방지하려 노력했다. 또 업데이트되는 모든 정보와 메시지들을 다시 자사의 SNS 채널들을 통해 일관되게 온라인 공중들에게 전달 공유했다. 언론에서는 이렇게 일관되게 관리된 메시지를 받아 기사에 반영했다.

이상의 위기관리 실행들을 보면 우리 주요 기업들의 위기관리 실행들과 별반 다름이 없다고 볼 수도 있겠다. 문제가 불거진 제품에 대한 리콜이나 오프라인 및 온라인 미디어들을 통한 사과 커뮤니케이션, 전국지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과 광고 진행, 매장에서 진행되는 고객 접점 커뮤니케이션 등 어느 하나도 이 케이스에서는 사실 새로운 것이 없어 보인다.

테스코는 교과서에 나와있는 그대로를 하나도 빠짐없이 하나 하나 제때 실행했을 뿐이다. 이런 위기관리 실행에서 배울 점을 찾아야 하는 기업들은 따로 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생존을 위해 면피 논리로 최초 커뮤니케이션 하는 기업. 문제로 고통 받으면서도 언론이나 온라인을 통해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최고경영진. 사과광고를 통해 어떻게든 사태를 최소화하려 전술적 표현을 사용하는 실무자들. 이 이슈가 우리에게 무슨 이로운 것이냐며 평소 운영하던 온라인과 SNS 채널들을 닫아 버리는 담당자들. 가만히 엎드려 이 고난의 시간이 지나가길 기도하는 임직원들에게는 이 테스코의 교과서적 실행이 오히려 미련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실행이 진정한 위기관리 성공과 맞닿아 있는지에 대해 일부 기업들은 심각하게 고민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말고기를 먹는다고 죽지는 않습니다. 별 것 아닌 일에 너무 부화뇌동하지 마세요”라 이야기 하기 보다 테스코는 “정부에서 해당 제품이 인체 건강에 유해하지 않다고는 이야기했지만, 우리와 우리 고객들은 이 사실을 절대로 간과할 수 없습니다.”라고 고객들편에서 이야기 했다. 테스코는 교과서에서 배운 것 이상의 가치를 창조 해 성공했다. 교과서를 보며 아마츄어 같다 평가하는 다른 기업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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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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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29편] 실천으로 커뮤니케이션 했다, 산텐(參天)제약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그림의 떡이라는 말이 있다. 기업들의 성공적 위기관리 방식들에 대해 어떤 기업은 구경할 만 할뿐이라며 입맛만 다신다. 실제 저렇게 실천 할 기업들이 있을까 하지만, 사실 그 케이스들은 이미 현실에서 반복 구현된 것들이다. 유명한 존슨앤존슨의 성공적 위기관리 방식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그대로 따라 20년 후 다시 성공한 회사가 있다. 산텐제약의 이야기다.

2000년 6월 14일. 안약으로 유명한 일본의 산텐(參天)제약 회사 사무실에 소포 한 통이 도착했다. 그 소포 안에는 이물질을 넣은 이 회사 안약제품과 함께 “2000만엔(약 2억원)을 내놓지 않으면 시중에 동봉한 것과 같이 벤젠을 넣은 안약을 무차별 살포하겠다”는 협박장이 들어 있었다.

벤젠은 눈에 닿으면 화상과 상피의 손상이 나타나는 독한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자칫 소비자들이 벤젠이 섞인 안약을 사용하는 경우 실명이나 치명적 안구손상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갑작스러운 이 협박에 산텐제약의 핵심 임직원들은 놀라며 해당 사실을 CEO에게 보고 했다.

산텐제약은 긴급하게 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들에게는 몇 가지 대응 옵션이 있었다. 첫째, 가만히 좀 더 기다려 보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그 협박이 실행 될 것인지 아직 알 수 없는 수준에서 섣불리 공표를 하거나 협박범을 접촉하는 것이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둘째는 외부로 알려지면 산텐제약의 명성과 이미지가 실추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협박범이 원하는 돈을 주고 좋게 마무리 짓는 것은 어떤가 하는 의견도 있었다. 세 번째는 협박범이 실제 실행을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해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산텐제약 스스로 외부 공표를 하고 소비자들을 보호 할 수 있는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었다.

고민 끝에 산텐제약 모리타 다카카즈(森田隆和)사장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열어 협박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그리고는 “경영상 어떤 손해를 보더라도 제품을 전량 회수해 고객의 안전을 지키겠다”고 언론에게 이야기했다. 이 뉴스는 일본의 전 언론들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광범위하게 전달되었다.

다음날부터 산텐제약은 전 사원을 동원해 해당 제품 회수에 나섰다. 전국 7만개 소매점에서 판매하던 자사의 가정용 안약 24개 품목, 250만개를 5일만에 모두 회수하고 TV광고도 전면 중단했다. 동시에 산텐제약으로부터 협박사실을 공유 받은 경찰은 해당 범인을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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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범은 이제 산텐제약을 협박할 근거가 없어져 버렸다. 소비자들도 유해성분이 들어 있는 위험한 제품에 노출되지 않게 되었다. 단, 산텐제약이 감수해야 했던 제품 회수 비용은 약 3억엔(약 3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산텐제약은 협박범이 노리던 위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 졌다. 이에 더해 소비자들로부터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하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어려운 선택’이었다는 평가와 박수를 받았다.

산텐제약의 모리타 다카카즈(森田隆和)사장은 대책회의에서 전량 회수 반대 의견에 대해 시간을 끌면 소비자가 다칠 수 있고, 협박범의 요구에 응하게 되면 모방범죄에 계속 시달려야 한다는 논리로 주변 임원들을 설득했다. 협박범이 요구한 금액의 십여 배가 넘는 회수 비용이라도 소비자 안전을 위해 쓰는 투자라는 철학을 가지고 어려운 의사결정을 했다. 10여일 후 경찰은 협박범을 잡았다. 무직에 빚을 지고 있던 50대 중년남성으로 돈이 필요해 협박을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산텐제약의 위기관리 형식과 전략은 80년대에 발생 해 이미 주목 받았던 존슨앤존슨의 청산가리 타이레놀 케이스와도 매우 유사했다. 협박범의 위협에 수면 하에서 대응하기 보다 공표를 하고 소비자 안전을 위해 협박의 타겟이 된 제품들을 전량 회수 해 소비자들과 격리 시켜버리는 동일한 프로세스를 밟은 것이다.

내부적으로 공개 회수 비용에 대한 재무적 부담과 기업 이미지 부담에 대해 고민 했던 과정도 서로 유사했다. 그러나 이를 내부적으로 완전히 극복하고 어려운 실행을 재빨리 해 치웠다는 점 또한 유사했다. 많은 기업들은 이렇게 일정 성공사례들에 대해 ‘그들이니까 할 수 있었던 것일 뿐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야기한다.

자신들이 평소 주창해 왔던 철학을 위기 시 그대로 위기관리에 투영하기 힘들어한다. 일부에서는 존슨앤존슨과 산텐제약이 ‘무리한 대응’을 했다 보기도 한다. 협박범의 행동반경을 예상하고 여러 수사 정보들을 취합하여 한정된 지역에서의 비밀스러운 일부 제품 회수가 더 효율적이고 전략적이었을 것이라는 논리다. 어떤 전문가는 이 위기관리 의사결정이 투자자들에게는 또 다른 위기를 의미한다고도 지적 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전의 여러 성공적 위기관리 사례들을 ‘구경하는가’ 또는 ‘실천하는가’에 따라 성패가 다시 갈린다는 점이다. 우리가 위기 케이스들을 분석하고 그 과정에서 원 포인트의 배움을 취하는 이유는 우리가 위기 시 그 성공 요인을 상황에 맞추어 실천하기 위해서다. 기업 CEO와 위기관리 담당 임원들은 과연 자신의 회사가 존슨앤존슨과 산텐제약의 이런 성공 요인들을 이야기하고 구경만 하는 기업인지, 그러한 위기가 오면 스스로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기업인지 한번 생각 해 보자. 할 수 없다면 왜 실천하지 못할 것 같은지 토론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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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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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07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28편] 논란보다 핵심에 더 집중했다, GS칼텍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사고가 발생했다. 회사는 사고 수습에 우선 전력을 집중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주변 이해관계자들은 사고를 둘러싼 여러 논란에 더 집중한다. 순간 말 많은 시어머니들과 참견하는 많은 시누이들이 생겨나는 꼴이다. 이런 와중에 스스로 중심을 잡고 입장을 정리해 핵심을 커뮤니케이션 한 기업이 있다. GS칼텍스의 이야기다.

2014년 1월 31일. 설날 연휴 아침 9시 35분경. 여수시에 위치한 GS칼텍스 원유부두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싱가포르 국적의 16만톤급 유조선이 접안하는 과정에서 송유관을 들이받은 것이다. 이 사고로 송유관 3개가 모두 파손되었다. 이내 배관 안에 있던 기름이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

GS칼텍스는 송유관이 파손된 직 후 곧바로 구간별로 설치된 밸브를 차단해 대량 유출사고를 막았다. 이와 함께 모든 인력들을 투입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기름을 차단하는데 집중했다. 이 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언론과 지역 주민들은 사고 지역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정부 관계자들도 달려왔다. 정치인들도 방문 해 사고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사고 이후 논란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GS칼텍스는 언론을 통해 “관계기관, 지역주민들과 협력해 신속한 방제작업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정밀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과 피해 규모를 확인해 피해 주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보상에 최대한 협조할 계획”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많은 기사들이 GS칼텍스의 핵심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 강조해 주었다. ‘주민 피해 최소화’라는 핵심이 이번 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지역 주민들에게 전달되었다.

그러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여수해경을 통해 기름유출량이 신고된 것과 다르다는 이야기들이 흘러 나왔다. 일부에서는 GS칼텍스가 일부러 유출량을 축소 보고 했다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언론에서는 GS칼텍스가 늑장대응을 했다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GS칼텍스도 피해자’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보상책임 논란도 점점 거세져 갔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갑론을박하기 시작했다.

정부도 사고 수습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해양수산부 장관이 사고 현장을 방문했을 때 잘못 찍힌 몇몇 사진들이 크게 회자되면서 언론의 앵글이 사고 현장 상황에 대한 추측으로 번졌다. 피해보상 대책회의가 열리고 있었지만, 국회 질의응답에서 ‘GS칼텍스가 1차 피해자’라는 이야기가 나와 정치권이 다시 들끓었다.

진작 사고가 난 현장에서는 GS칼텍스 직원들과 각지의 기관 및 자원봉사자들이 조용하게 피해 최소화를 위해 방제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후 말실수 논란으로 해양수산부 장관이 경질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마치 누군가 책임을 져야 이번 사고가 마무리 될 것 같다는 공감대를 가지는 것 같이 보일 정도였다.

이 즈음 GS칼텍스는 주요 일간지들에 광고를 했다. 회사 차원의 해결 의지를 피력한 것이었다. 광고 제목은 다른 기업들의 그것과는 달랐다. ‘사과문’ ‘해명문’ ‘사죄드립니다’ 같은 메시지가 아니었다. GS칼텍스는 “무엇보다 먼저 피해복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카피로 자신들의 의지와 함께 프레임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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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논란들이 많지만 현 상황에서 GS칼텍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피해복구’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 뒤 “전남 여수시 낙포동 원유 2부두에서 벌어진 싱가포르 국적의 우이산호 충돌 유류유출 사고로 인해 국민 모두의 마음에 걱정과 우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고 사과를 적었다.

GS칼텍스는 이어 “피해주민에 대한 빠른 보상과 완벽한 방제작업 마무리로 피해지역 주민들이 이번 일의 상처를 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협조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회사가 이번 위기관리의 최고 우선순위 이해관계자로 피해주민들을 꼽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사고 직후 발표된 그들의 공식입장과도 일치한다.

다음 이해관계자로 GS칼텍스는 사고 현장의 자원봉사자와 정부기관들을 꼽았다. “특히 추운 날씨에도 아낌없이 땀을 흘려주시는 자원봉사자와 해경, 여수시 및 국군장병 등 관계 기관 여러분의 큰 도움도 잊지 않고 마음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고 그들의 노고에 감사 했다. 마지막으로 GS칼텍스는 개선 의지와 함께 거래처들과 고객들에게도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많은 기업들이 사고를 겪으면 사고 수습에 전력을 다하다가도 이후 발생되는 어지러운 논란에 휩싸여 제대로 된 수습도 하지 못한 채 총체적인 위기관리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지곤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에 대한 빠른 정리다.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이해관계자들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해 그들의 입장에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GS칼텍스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견고한 입장과 우선순위를 담아 일관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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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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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27편] 고객의 이름을 부르며 ‘쏘리’, 여성용품사 o.b.

 

 

고객들이 화가 났다. 불매운동을 하겠다 한다. 잘못된 의사결정을 철회하라 주장 한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기업들은 그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이해해달라 이야기한다. 이런 불편한 이야기를 아주 독특하게 전달한 기업이 있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불러주며 로맨틱한 사과로 성난 고객들의 입꼬리를 올라가게 만든 여성위생용품 회사 o.b.의 이야기다.

2010년 9월. 미국 존슨앤존슨의 여성위생용품 브랜드 o.b.는 고객들이 놀랄만한 갑작스러운 발표를 하게 된다. 북미에서 인기를 누리던 탐폰형 여성위생용품 o.b. 제품 라인들 중 울트라(Ultra)라고 불리는 제품 라인 하나를 더 이상 생산 판매하지 않겠다는 발표였다.

워낙 인기를 끌던 브랜드였기 때문에 ‘울트라’ 제품을 더 이상 생산 하지 않겠다 발표한 o.b. 회사에 대한 여성 고객들의 불평이 생겨났다. 온라인에서 여러 고객들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o.b.회사를 대상으로 다시 울트라 제품을 만들도록 압력 넣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온라인 청원이 시작되었다.

고객들은 o.b. 회사에게 다시 울트라 제품을 생산 판매하지 않는다면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며 강한 입장을 표명했다. 각종 블로그나 여성 커뮤니티들 그리고 캐나다와 미국의 언론들에서도 이런 고객들의 불 같은 반응들을 다루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이런 온라인 공중들의 보이콧 운동을 ‘걸코트(girlcott)’라고 부르기 까지 했다. 대부분 보이콧에 나선 사람들이 o.b.의 여성고객들이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o.b.사는 이런 고객들의 성난 움직임에 주목했다. 그들의 특성과 주장을 꼼꼼히 살피며 어떻게 의사결정 해야 할까 고민했다. o.b.사는 단종된 ‘울트라’ 제품이 고객들간에 기존 4달러에서 140여달러까지 오른 가격으로 호가되는 것에 주목했다. 또한 미국 일부 매장에서는 다른 o.b. 제품들까지 매진 되어 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 의미는 고객들이 o.b.를 단순히 미워하기 보다는 사라지는 제품에 대해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 했다.

o.b.사 모기업인 존슨앤존슨의 홍보 및 커뮤니케이션 이사 쉘리 코헛(Shelley Kohut)은 언론을 통해 “우리 고객들에게 개인적인 사과를 보내도록 하겠다. 고객들은 곧 우리를 용서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이야기했다. 코헛 이사가 이렇게 자신 있게 내놓은 사과방식은 여성 고객들을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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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쏘리(triple sorry), 즉, 세 번 미안해요’라 제목 붙은 뮤직비디오를 소개한 것이다. o.b.사는 이 특별한 사과를 위한 온라인 사이트를 열어 성난 고객에 맞섰다. 이 뮤직비디오는 잘생긴 남성 가수가 출연한다. 그 가수는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그랜드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며 ‘용서해달라’는 가사의 멋진 로맨틱 발라드를 부른다. 얼핏 보면 별 특별한 것이 없는 사과의 노래였다.

하지만, 그 사이트에서 특별함이 커뮤니케이션 되었다. o.b.사의 울트라 제품 단종에 불만이 있거나, 다른 제품도 단종 될까 두려워하는 충성 고객들이 하나 둘씩 그 사이트로 몰려 들었다. 각각의 여성 고객들은 그 뮤직비디오를 보기 전 자신의 이름을 입력해야 했다. 그 후 뮤직 비디오가 시작되면 아름다운 발라드가 연주되는데 그 노래 악보 제목이 자신의 이름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가사도 자신의 이름으로 바뀌어 그 가수가 자신의 이름을 애끓게 불러댄다. 그 멋진 가수가 자신에게 직접 사과 하는 느낌을 받게 되는 형식이다. 뮤직비디오의 배경에서도 열기구 풍선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남자 가수의 팔뚝에 새겨진 타투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볼 수 있었다. 완벽하게 개인적인 사과를 전달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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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미안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o.b. 제품 구매용 쿠폰을 다운받을 수 있게 배려한 것도 백미였다. 많은 여성 고객들은 o.b.사의 이런 고급 기술(?)을 가미한 개인적 사과에 입 꼬리가 올라갔다. 화를 내며 불매 엄포를 놓던 고객들이 하나 둘 자신을 향한 사과 노래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결국 o.b.에 대한 걸코트(girlcott)의 기세가 꺾이며 사라져 버렸다. 고객들은 다시 각지 매장에서 다른 o.b. 제품들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 케이스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o.b.사가 위기 상황을 아주 정확하게 바라보고 고객들의 취향과 특징을 평소 잘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고객 컴플레인의 큰 뿌리를 잘 분석했고, 이에 대한 이해를 통해 아주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선택했다. 단순히 대표이사나 임원이 언론 앞에 나와 고개를 숙이고, 보도자료를 내서 고객들의 이해를 구하는 방식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일부 국내에서도 ‘위기를 창조성(creative)으로 대응 극복해 보자’는 시도가 있다. 하지만 위의 케이스에 있어 ‘창조성’에만 주목 하고 기업들이 이를 섣불리 따라 하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 o.b.사는 아주 신중한 ‘들여다 보기와 듣기 그리고 고객의 편에서 생각해 보기’라는 프로세스를 거쳐 힘든 결정을 했다. 해당 위기를 가볍게 보지도 않았다. 즉, 위기관리에 있어 창조성을 발휘하려면 내적으로 극도의 신중함과 심각함이 필히 전제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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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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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26편] 1주의 실험으로 여덟 마리 토끼를 잡다, 롯데마트

 

소비자를 위해 제품을 출시했는데, 상생을 해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주변 이익단체들은 그 여세를 몰아 공격을 해 왔다. 청와대와 공정위가 칼을 갈기 시작했다. 이런 위기에 직면한 일반 기업들은 대부분 스리슬쩍 꼬리를 내린다. 그러나 그 결정을 상당히 단호하게 한 기업이 있다. 꼬리를 내리면서 여덟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 버린 것이다. 롯데마트의 이야기다.

2010년 12월 8일. 롯데마트가 깜짝 발표를 했다. 자사의 전국 82개점에서 프라이드 치킨을 1마리(900g 내외)당 5천원에 판매한다고 밝힌 것이다. 롯데마트의 치킨 판매가는 치킨 전문점 판매가의 3분의 1 수준이고 기존 대형마트 판매가보다 30∼40% 저렴해 소비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통큰 치킨’이라 이름 붙은 롯데마트의 전략적 제품은 이미 최대경쟁사인 이마트가 내 놓은 ‘반값 피자’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양사 모두에게는 피자나 치킨 식당을 운영하는 영세상인들에 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여론이 문제였다. 소비자들에게는 분명한 이익이지만, 상생이 화두가 되었던 당시 롯데마트의 이런 전략은 이전 이마트의 전략과 함께 상당한 부정적 여론에 휩싸였다.

급기야 청와대까지 나섰다. 정진석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트위터에 통큰 치킨을 비판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해당 이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영세 치킨 식당 사업자들은 물론 치킨 프랜차이즈협회 등으로부터의 날 선 비판이 이어 졌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는 “통큰 치킨 출시로 본의 아니게 영세 상인들에게 피해를 끼쳐 송구하다”고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절대 역마진이 아닌 저마진이다”고 치킨프랜차이즈협회의 고마진 정책을 짚으며 맞대응 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거래위원회 새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나도 2주에 한 번 정도는 치킨을 먹는데…비싸긴 하던데…”라는 언급을 해 롯데마트의 저마진 입장에 힘을 실어 주었다.

1주일 후 롯데마트는 더욱 놀라운 발표를 한다. 롯데마트는 “기존 프랜차이즈 치킨들의 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남아있는 통큰치킨 수만 마리를 기부하겠다‘는 폭탄을 던지고 통큰치킨의 판매를 중단해 버렸다.

이런 일련의 전략적 의사결정은 초기 당시에는 ‘소비자 이익’이 그 기반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었다. 소비자에게 품질 좋고 값싼 제품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자사의 소비자 철학도 강조 하는 노력이었다. 또한 롯데마트는 치킨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가격 구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소비자편에 섰다. 이를 통해 많은 소비자들에게 지지를 받았다.

판매 중단과 같은 전략적 의사결정을 통해 롯데마트가 얻은 실리들을 살펴 보자. 첫째, 청와대측에 대한 협조적인 자세를 즉각 표현해 기존 대 청와대 관계를 강화했다. 둘째, 영세치킨업자들로부터의 반발을 간단히 해소했다. 셋째, 치킨 프랜차이즈 협회측의 반발에 대해서는 소비자 입장에서 그들에게 ‘가격논란 부담’을 선물했다. 넷째, 언론과 온라인 여론의 비판을 해소했다. 다섯째, 공정위의 개입 가능성을 소멸시켰다. 여섯째, 경쟁구도에서 고안되었지만 실제 사업성은 없는 통큰 치킨 사업을 정리 해 버렸다. 일곱 번째, 엄청난 퍼블리시티를 획득했다. 이를 통해 롯데마트가 시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인식과 소비자를 위해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려 노력한다는 인식을 창출해 냈다. 마지막으로, 경쟁사를 견제하며 경쟁사에게 ‘저가 피자 판매 지속에 대한 부담’을 선물해 버렸다.

롯데마트가 통큰치킨 판매를 중단하자, 소비자들은 그런 결정에 대해 아쉬워하며 그 불만은 치킨프랜차이즈 업계로 향했다. 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롯데마트를 공격하던 입장에서 공격받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경쟁사는 또 다른 부담을 안게 되었다. “롯데마트는 상생을 위해 통큰치킨 판매를 중단하는데 왜 당신들은 계속 피자를 팔고 있는가?”하는 비판에 처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이미 지나간 이슈라고 생각했었는데, 경쟁사의 단호한 포기로 이슈가 재발화한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각종 사업과 제품과 관련되어 예측하지 못했던 사회적 여론에 휩싸여 고생을 한다. 물론 미리 예측을 하고 이에 대한 전략적 대비나 결정이 사전에 이루어지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단 자사의 결정이 사회적 여론에 가로막혀 진퇴양난의 고비를 경험할 때에는 롯데마트와 같은 ‘단호함’과 ‘여러 목적을 한꺼번에 이루어 낼 수 있는 묘안’이 큰 힘이 된다.

롯데마트는 1주일간의 실험을 통해 잃은 것 없이 사회적 여론을 단박에 잠재워 버렸다. 이와 함께 여덟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 남는 장사를 하며 위기를 관리한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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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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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2014 3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25편] 소송에 팬덤으로 맞서다, 타코벨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푸드 회사 입장에서 식재료에 대한 논란은 사실 여부를 떠나 가능한 조용히 넘어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식재료가 엉터리라고 소송이 걸린 회사가 있다. 일반 회사라면 조용히 소송에 임했을 텐데, 법정으로 가기 전 먼저 자사의 팬들에게 대대적으로 떠들어 성공한 회사가 있다. 강력한 입장과 적극적 커뮤니케이션이 팬덤에게 더 큰 확신을 준 것이다. 멕시칸 패스트푸드 회사 타코벨의 이야기다.

2011년 1월 멕시칸 패스트푸드로 유명한 타코벨이 소송을 당했다. 몇몇 소비자를 대리하여 로펌 변호사들이 제기한 소에서 변호사들은 타코벨 제품에 들어가는 ‘양념 쇠고기’에서 진짜 쇠고기의 함량은 겨우 35% 밖에 되지 않는다 주장했다. 이런 자신들의 조사 결과를 가지고 타코벨이 기존 광고에서 사용한 ‘갈아 만든 양념 쇠고기(seasoned ground beef)’ 또는 ‘양념 쇠고기(seasoned beef)’라는 표현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거짓말을 했다 지적했다.

미국 농무성의 규정에 의하면 최소한 쇠고기(beef)라고 정의 하려면 일부 양념 이외에는 물이나 기름, 녹말, 그리고 각종 첨가제는 쇠고기에 들어가 있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이 규정을 근거로 타코벨이 제품에 사용하는 고기는 ‘혼합육(mixed meat)’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타코벨은 소송 변호사들의 주장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이라 일축하며 방어에 나섰다. 일부에서는 해당 소송이 사실에 근거하고 있지 않더라도 식재료에 대한 부정적 논란이 크게 회자되면 회사에 좋을 것이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타코벨 대변인은 “우리는 강력하게 이번 소송에 대응할 것”이라며 자신들의 음식재료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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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타코벨은 지역신문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집행했다. 광고 카피는 “우리에게 소송을 해줘서 감사합니다(Thanks you for suing us)”였다. 그리고는 “우리 양념쇠고기의 진실을 다음과 같이 밝힙니다”라며 공중들에게 그들이 사용하는 양념 쇠고기의 비밀 레시피를 전부 공개해 버렸다. 쇠고기가 88%, 그 밖에 비밀 양념들 12%로 구성되어 있다고 소개하며 그 88%의 쇠고기는 미국농무성에서 인증한 프리미엄 쇠고기라고 밝혔다.

타코벨은 자신들의 팬들과 더 많이 대화하려 멀티 채널 PR 캠페인도 바로 실시했다. 유투브 채널과 페이스북 페이지, 트위터 등등을 통해 아주 자세하게 자신들의 식재료와 레시피들에 대해 자세하게 커뮤니케이션 했다.

타코벨의 그렉 크리드(Greg Creed) 사장은 이런 논란에 대응하는 유투브 비디오에 직접 출연하여 자신들이 사용하는 양념 쇠고기 재료들과 비밀 양념 레시피들을 하나 하나 이름을 불러가면서 까지 공개 했다. 이 유투브 비디오는 각종 언론들과 온라인 그리고 소셜미디어들을 통해 퍼져 나갔다.

타코벨 페이스북에서는 550만명의 팬들이 이와 관련하여 여러 의견들을 밝히며 토론을 시작했다. 그들 대부분은 이번 소송이 ‘우스꽝스럽고’ ‘시간낭비’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자신들은 타코벨의 제품들에 어떤 재료들이 들어가 있는지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고 이야기했다. 맛이 좋으니 그만이라는 소비자도 있었다. 가격에 비해 충분히 음식이 훌륭하고 패스트푸드에 (미국 농무성에서 정의한) 진정한 쇠고기가 들어가건 안 들어가건 그렇게 큰 이슈는 아니라는 의견들까지 붙었다.

소비자들은 타코벨의 대응이 대단하다 이야기했다. 타코벨의 대응이 상당히 당당했고, 강력한 입장을 가지고 있어 더욱 신뢰가 간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타코벨의 이 캠페인 이후 소비자조사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타코벨에 긍정적이고 소송 이슈에 있어서도 타코벨 지지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타난 팬들의 지지 의견들은 폭발적이었다. 타코벨은 소송 대응 포스팅에 Like을 눌러준 페이스북 팬들에게 25만개의 제품을 선물하기 까지 했다. 1천만장의 쿠폰도 발행해 팬들에게 제공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채 되지 않아, 해당 소송은 취하되었다. 타코벨은 잠재적 위기를 팬덤을 타겟으로 하는 강력한 PR캠페인으로 반전시키면서 소비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낸 것이다. 타코벨은 다시 신문 광고를 싣고 그 광고를 모든 온라인/SNS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광고 카피는 “(변호사들아) 미안했다고 좀 이야기하면 누가 죽이기야 하겠니? (Would it kill you to say you’re sorry?)였다. 팬들은 통쾌하다며 다시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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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타코벨 케이스는 “우리에게 이 이슈가 무슨 좋은 이슈라고 대대적으로 떠들어야 하지? 그냥 조용하게 넘어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하는 일부 의사결정자들의 일반적 의견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고 있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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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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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062014 1 Response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24편] 생즉사(生則死) 사즉생(死則生) 실행으로 성공, 오비맥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제 우리는 망했다’라고 낙담을 했다. 임직원 모두가 최대 경쟁사의 공격적 움직임에 두려움과 패배의식으로 떨고 있었다. 이때 정신을 차리고 소비자와 시장 그리고 여론에 눈을 돌린 기업이 있었다. 죽을 생각을 다해 여론에 자신들의 메시지들을 전달했다. 정부기관에 호소했다. 국회와 언론을 찾아 다녔다. 창사이래 최대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낸 오비맥주의 이야기다.

2004년 초, 오비맥주가 긴장하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의 소주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진로 소주가 M&A 매물로 나온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오비맥주는 초반에 여러 시나리오를 만들어 주류시장이 어떻게 개편될 것인가를 예측했다. 당시 오비맥주를 소유하고 있던 벨기에의 인베브는 재무적 투자자들과 함께 진로를 인수하고 싶다는 의향을 보이기도 했다.

지루한 탐색전의 시간이 지나면서 공식적으로 진로 소주의 인수의향을 발표하는 기업군들이 늘기 시작했다. 유수의 그룹사들과 중견사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최초 가졌던 진로 소주의 인수의향을 접고 관망하는 입장이었던 당시 오비맥주는 맥주시장의 최대 경쟁사인 하이트 맥주의 진로 인수의향서 제출 소식을 듣고 패닉에 빠졌다.

오비맥주 내부에서는 ‘경쟁사의 소주 시장 진출은 소주와 맥주로 이루어진 국내 주류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시도’라고 분석하는 시각이 강했다. 전사적으로 ‘당시 맥주 시장 점유율 60%로 앞서가던 경쟁사가 어마 어마한 시장점유율의 소주 회사까지 인수를 하게 되면 오비맥주는 시장에서 이내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져 가기 시작했다.

오비맥주 경영진은 전문가들을 모아 경쟁사의 진로 소주 인수 가능성을 점쳤다. 당시 인수 역량을 평가한 전문가들은 경쟁사의 진로 소주 인수는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M&A 딜의 특징인 걸 간과한 것이었다.

2005년 4월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진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하이트맥주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오비맥주에는 다시 비상이 걸렸다. 긴급 대책회의가 열렸다. 홍보, 법무, 경영자문, 전략자문 등의 전문가 그룹이 대책위원들로 참여했다. 오비맥주 경영진과 전문가들의 의견은 ‘경쟁사의 초대형 소주 회사 인수는 곧 주류 소비자 이익과 시장의 공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나을 것’이라는 의견에 모두 공감했다. 오비맥주는 물론 지방 소주 회사들까지의 생존이 걸린 이슈이므로 이를 그냥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비맥주는 지방 소주 회사들과 생존적 협력을 하면서 경쟁사의 진로 소주 인수에 대하여 반대 여론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국민주인 소주와 맥주 시장에서 각각 최대 시장점유율을 가진 두 개의 회사가 합병이 된다면 시장 독과점 현상을 가속화 시킬 것이라는 메시지들을 언론과 공정위등 규제기관들에게 강력하게 전달했다. 이런 집중적인 여론 환기 활동들이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오비맥주는 예상되는 경쟁사의 합병이 공정거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여러 전문적인 분석 리포트도 공정위에 제출했다. 당시 공정위는 몇 달간 예상되는 국내 최대 맥주회사와 최대 소주회사의 합병에 대하여 ‘기업결합심사’를 하는 과정이었다. 공정위에서는 고민에 빠졌다. 단순한 주류 업계의 소유권 이동이 아니라 당시 인수건이 국민적 관심사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여기저기에서 주류 시장의 독과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오니 간단하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더 이상 아니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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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는 끊임 없이 견제 활동을 진행했다. 가용한 모든 채널들을 통해 여론 캠페인을 진행하여 경쟁사의 인수 후 상황을 ‘주류 공룡의 탄생’이라는 표현을 만들어 내기까지 했다. 치밀하게 순차적인 메시지 전파들을 통해 주류 시장에서의 공정성 확보와 소비자 이익 보호 주장을 강화해 나갔다.

2014년 7월 20일. 공정위는 하이트의 진로 인수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발표했다. 오비맥주 임직원들은 환호했다.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냈다는 안도의 환호였다. 공정위는 주류 시장의 반발과 전문가들의 지적 그리고 이에 강화된 여론을 감안하여 신중한 결정을 했던 것이다.

시장의 경쟁 제한성을 억제하지 않도록 인수와 피인수 두 회사의 모든 주류 가격 인상 범위를 향후 5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제한하고, 영업 조직과 인력을 5년간 분리하고, 거래상 지위남용 방지 방안을 마련하라는 등 4가지 시정조치를 함께 기업 결합 승인 조건으로 걸었다. 이 결과 경쟁사는 실질적인 인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어 버렸다. 반대로 오비맥주에게는 기회가 온 순간이었다.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여론은 기업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여론은 적일 때도 있지만 반대로 지원군도 될 수도 있다. 위기관리에 있어 여론을 잘 이해하고 최대한 활용하는 기업이 더 나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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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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