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공중은 원래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이지 않다. 기업은 이런 전제로 상황을 예상하고, 위기대응에 있어 적절함을 보여야 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변덕스럽고 소란스러운 공중들을 향해 ‘너무 한다’ 불평해 보았자 위기는 관리되지 않는다. 위기란 원래 그런 것이고, 성공한 기업들은 대부분 이를 이해했었다. 혼란스러워 보이는 여론. 이 속에서 초강수를 찾아 성공했다. 다음카카오.
2014년 10월 13일. 다음카카오 이석우 공동대표가 긴급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이 대표는 단상에 올라 “법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프라이버시를 우선하는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몇 주간을 끌며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톡 검열 논란으로 이용자들의 불안이 커진 데 대해 감청 영장 불응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것이다. 이 대표는 “10월 7일부터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응할 계획이 없다”면서 이로 인한 모든 법적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이 질 문제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런 변화된 입장은 그때까지 다음카카오의 분명하지 않은 입장에 대해 불만을 토해내던 공중들의 여론을 단박에 잠재워 버렸다. 일부에서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해 상황을 모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냐?”라 할 정도로 강한 입장에 놀라움을 나타내기까지 했다.
기자회견 직후 언론들은 각자 기존과는 반대쪽 진영으로 입장을 옮기며 스스로 혼란스러워했다. 다음카카오의 고객 프라이버시에 대한 ‘흐릿한’ 입장에 대해 날 세워 공격하던 언론 매체들은 대부분 ‘단호한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반면, 법에 의거한 영장 집행에 대한 다음카카오의 준법 의지를 평가하며 지지해 주던 언론매체들은 배신감과 당황스러움을 나타냈다. “실제로 영장을 거부한다면 그건 실정법 위반”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공중들도 갑자기 극에서 극으로 스윙(swing, 좌우로 급격하게 움직이는)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제의 다음카카오 안티 그룹들이 갑자기 결단을 찬양하는 한편, 다음카카오 지지 그룹들이 정색을 하게 돼버렸다. 이런 스윙 현상은 이 논란에 깊숙이 관여해 상호 난타전을 보이던 시민단체들과 검찰과 국회를 중심으로 한 기관들에게도 충격과 혼란스러움을 주었다.
원래 다음카카오를 둘러싼 논란은 정치인들간, 언론간, 시민단체간, 규제기관과 일부 사용자들간의 갈등이었다. 이 갈등의 불길이 다음카카오라는 대표적 업체로 옮겨 붙어 그 양상이 급격하게 변화했었던 것뿐이었다. 사실 다음카카오측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논란이었다. 딱히 다음카카오만 아니라 다른 동종 서비스 업체들과 기타 SNS 업체들도 공히 다음카카오의 최초 입장과 다를 바 없는 입장을 견지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다음카카오는 이런 곤란함 속에서 법적 제약과 여론의 비판을 동시에 풀 수 있는 묘안을 찾았다. 많은 이해관계자들간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자신의 강력한 입장을 피력하면서 불붙은 논란을 본래의 자리로 돌려 놓았다.
미국 PR의 비조(鼻祖)들 중 하나가 약 100년전 “공중은 동물(People Are Animals)”이라 이야기한적이 있다. 당시 기업들이 공중을 바라보는 시각을 묘사한 것인데, 사회적 논란에 처했을 때 지금의 기업들도 한번쯤은 기억해야 하는 문구다. 공중은 본래 변덕스럽다. 공중은 이성적이기 보다는 감정적일 때가 더 많고 그럴 때가 더 자연스럽다. 공중은 빨리 잊는다 그리고 무책임하다.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공중을 이해하려면 기업의 의사결정자들 스스로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인 판단기준에만 홀로 의지하면 안 된다. 그래서 성공하는 기업들은 위기 시 공중의 여론을 자세하게 읽는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이러한 논란에 기업이 처했을 때 ‘공중 대다수, 즉 여론이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 대부분이 듣고 싶어 하는 메시지를 만들어 전달하라’ 주문 한다.
물론 다음카카오는 법적 의무와 여론의 감정 사이에서 깊이 갈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의사결정에 있어 고뇌의 일정 시간을 소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13일 기자회견에서 “안이한 인식과 미숙한 대처로 사용자들에게 불안과 혼란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하다”고 반성했다. 그만큼 조금만 더 미리 준비해 빨랐으면 좋았었다.
현재의 통신비밀보호법은 감청에 대해 수사기관이 적법하게 요구할 경우 전기통신사업자가 자료 제공에 협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 협조 방법이나 처벌에 대해서는 적시하지 않고 있다. 다음카카오의 전략도 이런 여러 검토와 고려에 의한 것이었다. 법적 사안도 감안하면서 여론이 듣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략적으로 마련 해 초강수를 두었다. 꼭 인정받아야 하는 성공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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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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