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425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에서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한 언론 플레이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고위 경영진에서는 우리가 압도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해서, 경쟁사의 적대적 시장 행위를 분쇄하라고 하시는데요. 저희가 전략적인 방향을 설정하여 언론 플레이를 하면 그것이 효과가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먼저 ‘언론 플레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사용하시는데 조금 더 신중하셔야 하겠습니다. 그 표현속에는 기업이 언론을 단순히 플레이의 도구로 생각하거나, 최소한 언론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엄격한 기자 앞에서 그런 단어를 사용하실 때는 상당히 주의하셔야 하겠습니다.
질문 내용만 들어서는 어떻게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하실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어 그 효과 유무를 미리 예상할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보다 먼저 이해하셔야 할 부분은 자사가 그런 적대적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하게 되면, 그 이후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사의 상황 통제력은 지속해서 약화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단 자사가 경쟁사를 겨냥한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해 초기 성과를 만들면, 일반적으로는 그 경쟁사도 자사를 향한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곧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당연히 자사에게는 그에 대한 방어나 해명 커뮤니케이션까지 실행해야 하는 상황이 추가됩니다. 양사간 상호전이 심각해지면, 자연스럽게 해당 쟁점과 관련한 전문가들도 커뮤니케이션에 참전하게 됩니다.
언론이 여러 전문가 시각들을 계속해서 보도하는 한 규제기관, 시민단체, 정치단체와 고객들까지 쟁점에 관여하며 연이어 참전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이해관계자 각각의 통제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이 상호 충돌하며 전혀 다른 방향으로 쟁점이 진화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최초 자사가 목표했던 상황과는 많이 다른 상황이 새롭게 생겨나기도 합니다.
물론 운이 좋거나 전략적으로 탄탄한 로드맵을 가지고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쟁점 형성에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단순히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해 보자 했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며, 새롭게 부상한 여론과 공중의 시각에 당황 해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일반적 수준을 넘어서는 과격하고, 극단적인 쟁점화 시도는 대부분 사후 후유증까지도 초래합니다. 쟁점 관련 커뮤니케이션이 마무리된 이후까지 소송이나, 부정적 이미지, 소문, 업계 평가와 같은 후유증이 이어집니다. 더욱 재수가 없으면, 경영진이 주요 쟁점과 관련하여 실행한 커뮤니케이션이나 활동 때문에 법적 조치까지 받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싸움에는 공격과 반격이 오고 가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강력하게 언론을 활용하여 쟁점을 만들고, 경쟁사의 적대적 시도를 초기에 꺾어 버리겠다는 생각 그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보다 메타적 관점에서 경쟁사 반격과 그 주변 이해관계자 그리고 공중의 순차적 또는 돌발적 개입 등에 대한 선제적 예측과 대응방안 수립 없이는 함부로 그러한 활동을 시작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수면 하에서 기사 몇 개 내서 경쟁사를 견제해 보겠다는 수준의 생각만으로 시작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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