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8월 292014 1 Response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23편] 흑묘백묘(黑猫白猫) 철학으로 위기관리, GM CEO 메리 바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하면 CEO는 주변을 돌아 본다. 이 위기를 관리해 낼 적절한 인력을 찾는다. 오랜 경험을 가진 사내 전문가들이 풍부하게 포진하고 있다면 이상적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최고경영자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취임하자 마자 회사 역사상 가장 큰 위기를 맞은 CEO가 외부로부터 백기사들을 고용해 단호한 대응을 해버린 기업이 있다. GM의 이야기다.

2013년 12월 10일. GM은 당시 신차 개발 부문 부사장인 메리 바라(Mary Barra)를 새로운 CEO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 역사상 최초의 여성 CEO가 된 메리 바라는 고졸학력의 인턴사원으로 시작해 33년만에 CEO 자리까지 오르는 영광을 얻었다.

그러나 그런 흥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취임 후 불과 3개월여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GM 차량들에서 잇따라 결함이 발견되면서 리콜 대상 차량이 수백만 대를 넘어섰다. 더구나 GM이 점화장치 결함을 알면서도 이를 10년 동안 숨기다 뒤늦게 리콜에 나선 것이 알려지며 전세계적인 비난까지 받게 되었다.

점차 여론이 악화돼 일부 언론에서는 바라 대표가 위험한 사고의 원인이 된 자동차 부품 결함을 사전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늦장 리콜의 이유와 경위에 대해서 의회가 의문을 표하기 시작했다. 바라 대표의 입지가 위협받는 최악의 상황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에 대응해 바라 대표는 여장부답게 강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먼저 내부적으로 상황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를 조사한 것으로 유명한 안톤 발루카스 변호사를 고용했다. 발루카스 변호사는 GM 내외부 관계자 230명을 인터뷰하고 수백만 페이지의 자료를 검토해 충실한 보고서를 만들어 보고했다. 발루카스 변호사 팀의 보고서는 바라 대표의 위기관리 전략에 기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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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바라 대표는 “조사보고서를 통해 GM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무능력과 이를 방치하는 패턴이 현 위기의 원인이라는 것을 발견했다”며 “실수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리고 바로 늑장 리콜의 책임을 물어 부회장과 디렉터 등을 포함해 총 직원 15명을 해고했다.

동시에 바라 대표는 점화정치 결함 피해자들을 위한 보상프로그램도 발표했다. 이 보상 처리를 위해 9·11 테러 피해자와 영국 석유회사 BP의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 피해 보상 업무를 맡았던 켄 파인버그 변호사를 고용했다. ‘참사 처리의 달인(master of disaster)’으로 불리는 파인버그 변호사는 소송보다는 타협을 이끌어 내기로 유명한 협상자로 알려져 있다. 바라 대표의 위기관리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인선이었다.

초짜 여성 CEO으로 보기에는 빠르고 단호한 결정들이었다. 내부 정치 싸움에 연결되어 있는 여러 무능한 정적들을 견제하기 위해 제3자 전문가들을 불러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게 했다. 이런 정치적인 결단을 통해 자신과 오래된 내부 문제들과의 단절을 이루어냈다.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정의해 버렸다. 그리고 그 기준에 따라 GM의 원칙에 반한 책임 있는 인사들을 정리 해 완전한 과거와의 단절을 이루어 냈다.

외부적으로는 GM이 책임 져야 할 피해자들과 가족들에게 전략적으로 보상 의지를 피력하며 여론을 관리했다. 이를 위해 간헐적 경험을 가진 내부 인사가 아닌 외부에서 성공적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를 초빙해 무게를 더했다. 피해 고객들도 중량급 인사가 자신들과 협상에 나선다는 부분에서 GM이 얼마나 현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게 되었다.

바라 대표는 이후 청문회 출석 전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시간을 되돌릴 순 없지만 우리는 문제를 알자마자 즉각 행동했다”고 말했다. 그녀가 문제를 알고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즉각’이라는 표현이 실제로 이해될 수 있는 결과들을 보여준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자사에 위기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파악하는데 있어 외부 전무가들의 개입을 극히 두려워하고 민감하게 생각한다. 보상과 관련 한 처리에서도 인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중립적인 외부 전문가에게 보상 협상을 맡긴다면 자사가 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피해의식 때문에 큰 거부감을 보인다. 경험이 적은 내부 인력들이 회사의 입장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협상을 시도하다 보니 문제는 장기화되고 사회적인 여론은 악화된다.

GM의 바라 대표는 이에 대해 열린 생각을 가진 경영자였다. 엄청난 곤경에서 자신을 구해낼 백기사로 외부 전문가들을 완전하게 활용해 위기를 관리해 버렸기 때문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1970년대 말 덩샤오핑(鄧小平)의 철학을 닮았다. 위기 발생시 최고경영자들이 가져야 할 시각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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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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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02014 2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22편] 전쟁을 위해 강력한 대변인 그룹을 준비, 이스라엘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전쟁도 위기다. 전쟁 시에도 커뮤니케이션은 필수다. 전쟁을 위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전략적으로 준비하고, 체계를 차근차근 마련하여 실제로 강력하게 활용한 국가가 있다. 정치적인 해석 이전에 하나의 국가가 자국을 위해 스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최근에도 다시 전쟁을 시작한 이스라엘의 준비성에 대한 이야기다.

2008년 12월 27일.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공습이 단행했다. 이날 오후 뉴욕의 유엔본부를 출입하는 전세계 기자들은 독특한 e-메일 한 통을 받았다. 이메일을 보낸 곳은 이스라엘 프로젝트(The Israel Project)라는 단체로 이메일 제목은 ‘이스라엘 관리(官吏) 및 전문가의 코멘트 가능’이었다.

이 이메일은 당일 시작된 가자 지구 공습에 대한 이스라엘 측 입장을 대변하며 “미국과 이스라엘 내 전문가들이 즉각 인터뷰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적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대변인들과 제3자인증그룹들에 대한 정보였다. 그 그룹들은 총 16명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친이스라엘 인사 6명과 이스라엘에 주재하는 유명인사 10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이메일에는 16명 각각의 인적 사항, 연락을 위한 휴대전화 번호, 자세한 프로필까지 제공되어 있었다. 그 중에는 주미 이스라엘 대사,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 이스라엘 외교차관, 홍보처 국장 등 외교와 정부 홍보관련 고위 관료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들을 소개하면서 이들이 외국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적극 응하고 있다고 안내 했다.

게다가 각 대변인과 인터뷰 가능한 언어들을 영어·프랑스어·독어·스페인어·러시아어·아랍어 등으로 표시해 놓았다. 당시 e-메일 도착 시점은 이스라엘 시간 밤 12시였다. 기자들의 시간에 인터뷰 시간을 맞추겠다는 의미였다. 이 이메일을 보낸 이스라엘 프로젝트(The Israel Project)라는 단체는 전세계 주요국가들을 대상으로 이스라엘의 핵심 메시지들을 공유하고 여론을 형성하려 시도하는 단체로 TIP으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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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일간지 더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는 얼마 전 다시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을 두고 벌어지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다루면서 TIP의 보고서 하나를 소개했다. 보고서의 제목은 “이스라엘을 위한 미디어 전쟁(media war)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사람들”로 미국과 유럽 미디어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가가 만든 이스라엘 대변인을 위한 트레이닝 자료였다.

이 보고서는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 대변인들이 가져야 할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기법들을 아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같은 의미라 할지라도 미국과 유럽 언론에게 어떤 특정 단어와 표현을 주의 깊게 사용해야 하는지, 어떤 표현을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열거하고 있다. 기자들과 대화를 할 때에 대변인이 익혀야 할 자세와 행동 방식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조언을 하고 있다.

이처럼 이스라엘은 위기를 대비해 자신들이 ‘꼭 해야 할 일’들을 하나 하나 준비해왔던 것이다. 전쟁의 정의나 정치적 해석을 떠나 전쟁을 대비하며 갖추어야 할 것이 무기와 전비뿐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준비했다는 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특히 기업들이 위기 시 항상 목말라하는 대변인 그룹과 제3자인증그룹에 대한 준비와 사전 훈련 등은 이스라엘 전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체계의 정점이라 볼 수 있다. 현재도 주변을 돌아보면 사회적 논란과 비판으로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기업들이 꽤 존재한다. 그들의 고민은 “우리를 대신하여 우리를 대변해주고 지원해 줄 권위 있는 분들이 어디 없을까?”하는 데 있다. 자신들이 스스로 자신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사회적 논란에 대응하는 데 있어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제3자 인증그룹에 대한 갈증은 여러 기업에게 동일하게 존재한다.

기업들은 이러한 필요성을 기반으로 이스라엘이 대변인 그룹을 준비한 방식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미디어들이 인터뷰 하고 싶어하는 권위 있는 전문가들과 고위 관료들을 사전에 선정했고, 그들이 대변인 역할을 정확하게 수행 할 수 있도록 토킹 포인트들(talking points)을 개발 해 공유하고 훈련시켰다. 그들이 인터뷰 가능한 언어들을 조사하고 해당 언어로 인터뷰 진행 연습을 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어떤 공식적인 지원이 있었는지는 밝혀진 바 없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가 주체가 아니라 표면적으로라도 비정부단체가 준비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전위그룹을 통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상당히 선진적인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위기관리는 기업이나 정부나 스스로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스라엘은 자국의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해냈다. 이 간단한 ‘따름’이 큰 ‘다름’이 되었다. 기업들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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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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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9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21편] 내가 책임지겠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 시 기업은 우선 VIP를 책임에서 자유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논란으로부터 일정선을 그어 거리를 두며 VIP의 책임은 없다 강조한다. 여론의 제단에 대신 실무책임자들을 제물로 바치며 위기가 무사히 지나가길 기도한다. 그러나 회장이 직접 나서 ‘내가 책임지겠다’ 한 회사가 있다. 자신의 봉급을 절반으로 깎으면서까지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이야기다.

2004년 2월 27일.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손 회장은 그룹사인 소프트뱅크BB가 운영하는 브로드밴드 서비스 야후!BB가 보유하던 451만7039명분의 고객 정보가 유출 됐다며 기자들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그 5개월전 서비스 개시 이래 파격적 요금할인과 가두판매 등 영업전략으로 당시 NTT를 제치고 일본 내 인터넷 초고속통신망(ADSL) 접속서비스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야후BB였다. 손 회장은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이야기했다. 사죄의 뜻으로 정보 유출이 확인된 고객들에 대해 500엔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한다 했다. 총 40억엔(약400억원)을 보상하겠다는 의미였다. 또한 사내에서 유사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고객데이터 관리자들의 지문인식시스템 도입 등을 포함 총 649개 조치를 이미 시행했다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을 놀라게 한 건 그 다음이었다. 손 회장은 당시 일본기업 사상 최대규모의 고객 정보 유출의 책임을 지기 위해 자신의 봉급을 6 개월간 50% 감봉 조치하겠다 한 것이다. 소프트뱅크BB의 미야우치 켄 부사장 등 6명에 대해서도 3개월 30% 감봉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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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회장은 “고객들께 폐를 끼친 데 대해 깊이 사죄하고 싶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관리체제를 더욱 강화해 이 같은 일이 없도록 철저를 기할 것임을 고객들이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사죄와 그에 합당한 책임을 당연시 하는 일본이지만, 대 그룹 총수가 고객정보 유출 사고의 책임을 지고 자신의 봉급을 절반으로 깎아 사죄한다 하니 기자들과 고객들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해당 위기를 적절하게 방지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클 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은 공히 해당 회사의 책임 인정을 요구하게 된다. 기업 내 의사결정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이 ‘어디에서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가?’ 그리고 “과연 누가 책임을 저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사실 이런 두려움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책임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거나, 끝까지 묵묵히 시간을 끌면서 잠잠해 지기를 기다리려는 의사결정을 하기도 한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그룹 오너나 유력한 대표이사에게 해당 위기의 책임을 지게 만드는 것을 상당히 불경스럽게 여기는 문화가 있다. 위기관리 실패는 곧 ‘VIP가 책임을 지게 만드는 상황’이라 정의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위기 속에서 ‘문제를 발생시킨’ 실무 책임자들에게만 위기의 책임을 묻는다. 내부적으로는 VIP에게 책임이 전가되거나 자칫 이해관계자들이 VIP에게 책임을 묻게 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려 노력한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은 ‘이 상황에서 실무책임자 몇 명에 대한 처벌 조치들로 해당 기업이 책임을 완전하게 졌다 보기는 힘들다’는 입장들을 내놓는다. 해당 기업은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이야기하지만, 이해관계자들은 ‘불완전하고 불만족 한다’ 이야기한다. 이런 상황은 지루하게 계속 갈등을 이어가며 길어진다. 결국 VIP는 방어할 수 있었겠지만,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평가와 기억은 부정적으로 오랜 기간 남게 된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달랐다. 자신의 잘못이냐 아니냐를 떠나 스스로 책임을 통감했다. 기자들 앞에서 내가 책임자라 이야기하며, 자신의 봉급을 절반으로 잘라 냈다. 고객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이렇게 해서라도 다시는 이런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제 결심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라 커뮤니케이션 했다. 내부적으로는 “회장인 나를 비롯해 해당 계열사 사장과 임원들도 봉급을 잘라내 가며 극단적인 책임을 졌다. 그러니 경영자들에게 다시는 이런 책임 질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앞으로 각별히 노력하라’는 엄중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직원들이 숙연해 질 수 밖에 없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누가 어떻게 ‘사과를 하는가’ 보다 사실 더 중요한 결정의 문제다. 사과만 하고 책임을 최소화 화는 전략이 항상 이상적인 성공전략만은 아니다. 책임을 정확하게 규정하고 적절한 주체에게 강력히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더욱 성공적인 위기관리 전략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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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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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07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20편] 물 흐르듯 관리했다, V3 백신 오류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막힘이 없다. 물 흐르듯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면 이보다 훌륭한 위기관리 체계는 없을 것이다. 자정 가까운 시간 자사 제품에 큰 오류를 발견한 회사가 있었다. 임직원들은 어두운 밤을 하얗게 밝히면서도 바다 건너 CEO의 지시에 따라 물 흐르듯 일사불란 함을 보여 주었다. 각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안철수연구소 V3 백신 오류 케이스에 대한 이야기다.

2011년 3월 10일 밤 11시. 백신 소프트웨어 V3 엔진에 업데이트 오류가 발생했다. 밤늦은 사고에 V3의 제조사인 안철수연구소는 즉각 사태를 파악하고 조치사항을 [긴급]이라는 제목을 달아 트위터로 고객들에게 먼저 알렸다. 심야에 백신 엔진을 다운로드 받는 고객들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였다.

그 시각 일본 출장 중이던 CEO에게도 해당 사고 상황이 즉각 보고 되었다. 사고 발생 이후 1시간이 지난 자정. 안철수연구소는 긴급 수정 엔진을 배포하고, 자사 홈페이지와 트위터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강화했다.

11일 이른 오전부터 회사 공식 블로그에는 엔진 장애와 관련 한 PC오류 조치 방법을 미디어용, 사용자용으로 각각 나누어 자세하게 게시 했다. 오후 1시 49분경에는 자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V3 엔진 장애와 관련 한 CEO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오후 3시 46분에는 공식블로그를 통해 V3 엔진 장애 관련 Q&A를 게시해 고객을 비롯한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들을 나서서 설명했다. 같은 시간 PC 부팅 장애에 따른 복구 CD 사용법을 오류를 경험 한 고객들에게 공유했다.

사고 발생 익일부터 3일간 회사 전직원들은 엔진 오류를 경험 한 수많은 고객들을 위해 전화상담, 원격점검, 복구CD배달, PC복구 지원 등의 피해 최소화 활동들을 일사불란 하게 진행했다. 특히 당시 주요한 기업 커뮤니케이션 채널이었던 트위터를 통해서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포함 기술적으로 24시간동안 고객들의 질문에 1:1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성의를 보였다.

사고 발생 이틀 후인 13일 오전 10시까지 약 2,540건의 장애신고 PC들이 대부분 정상화되었다. 두 시간 후 안철수연구소 임직원들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엔진 장애 개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상황에 대한 완전한 관리 후 개선 및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어 커뮤니케이션 하는 정해진 수순을 정확하게 밟았던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 그리고 위기관리 체계에 대해 상당히 모호한 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모호함이란 실제로 CEO를 비롯하여 임직원들이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하여 일정기간 깊이 있는 사고를 해 보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들이다. 위기관리 체계의 첫 단추는 우리 회사가 자주 경험 할 수 밖에 없는 위기에 대응 하는 실제적 체계들을 차근차근 마련 해 보는 데에서 꿰어지기 시작한다.

학창시절 공부 할 때도 이미 배우고 익숙한 교과내용을 좀더 정확하게 정리하지 않고서는 그 다음 새 학기의 공부를 잘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자사에게 흔하게 자주 일어나는 위기들이 무엇인지는 단 몇 분의 기억 찾기를 통해서도 대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

우리 회사 임직원들은 그리 흔한 위기를 경험하면서 체계적 대응들을 해 왔는가? 한번 자문해 보는 게 그 다음이다. CEO는 경험을 가지고 제대로 의사결정을 진행했었는가? 임원 각각은 자신의 부서가 당시 해야 할 대응 업무들을 협업을 기반으로 일사불란하게 결정 지시하였는가? 일선 실무자들은 고객을 비롯한 여러 이해관계자 접점에서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준비된 대로 적절하게 실행했는가? 이런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답을 찾고, 개선점이 있다면 그 부분을 들여다 보고 대응안들을 보수하는 것이 바로 위기관리 체계가 되겠다.

안철수연구소에게도 자사 주력 백신에 대한 오류는 가장 치명적이고 발생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위기유형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사고는 자정에 근접한 야간에 발생했다. 하지만 임직원들은 이미 준비되고 훈련되어 있는 정확한 대응 프로세스와 역할과 책임배분(R&R) 체계를 당황하지 않고 그대로 따랐다. 감지, CEO보고와 의사결정 유도, 고객들을 위한 초기 상황관리 그리고 대고객 및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끊임 없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막힘이나 지연 없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기업은 위기를 경험 한 기업과 위기를 경험할 기업으로 나뉜다. 그리고 한번 위기를 경험했던 기업은 다음 위기를 더 잘 관리 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과 그냥 가만히 앉아 유사한 위기를 기다리는 기업으로 다시 나뉜다. 안철수연구소의 경우 이미 이전에도 몇 차례 유사한 위기를 경험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다음 위기를 좀더 잘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준비하고 훈련했다. 이런 성공담은 그냥 가만히 앉아 다가올 위기를 기다리고만 있는 기업들에게 특히 큰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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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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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19편] 뼈를 내 놓아 고객신뢰를 다시 사다, 베네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딱히 소송이 걸린 것도 아니었다. 피해를 배상하라 소리 지르는 고객들도 없었다. 그럼에도 자사의 고객정보를 도둑 맞은 회사가 고객신뢰를 다시 찾고 싶다며 고객들에게 2천억원을 보상하겠다 고개를 숙였다. 내부와 외부로 뼈를 깎는 각오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도 피해자다!”라 항변하는 일부 기업들과는 조금 달랐다. 일본 최대 교육기업 베네세의 이야기다.

2014년 7월 9일 일본의 최대 교육 및 출판 기업인 베네세홀딩스가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이 기자회견에서 베네세홀딩스의 하라다 에이코(原田泳幸) 회장은 계열사인 베네세가 보유했던 고객정보 약 2070만건이 유출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규모는 일본 기업 역사상 고객정보 유출건으로 최대규모로 알려졌다. 유출된 정보는 취학이전과 초등학생 그리고 입시코스에 가입해 있는 어린이들 및 중고생들 그리고 그 부모들의 개인정보들로 성명, 생년월일, 주소 및 전화번호였다.

베네세홀딩스측은 해당 고객정보들이 외부인력에 의해 유출되었으며, 불법적으로 경쟁사 등에 판매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기관들은 이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베네세사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얼마 전 취임한 하라다 에이코(原田泳幸) 베네세홀딩스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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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약 1주일 후 일본 경찰은 베네세로부터 고객정보를 도둑질 해 판매한 범인을 잡았다. 베네세의 서버를 관리하는 협력업체의 일용직 직원이던 그는 베네세의 서버로부터 몰래 고객정보를 스마트폰으로 다운받아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베네사홀딩스는 경찰의 범인 검거와 함께 다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 하라다 회장은 “소중한 어린이의 공부와 관련된 기업으로써 이런 사태를 일으킨 데 대해 다시 한 번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와 함께 깜짝 놀랄만한 보상책을 제시했다. “고객들에게 200억엔(약 2000억원)을 보상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통신교육 수강생의 교육비 할인이나 회원 계약을 탈퇴하는 경우의 위약금면제 등의 대책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언론에서는 이런 대규모의 보상액 발표가 소송이나 고객의 보상 요구들이 미처 생겨나지 않은 상황에서 마련된 것이라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유출된 고객정보가 성명이나 생년월일 등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라 상대적으로 위해도가 높지 않은 정보라고 지적하며 베네세홀딩스의 ‘뼈를 깎는 보상책’에 대해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하라다 회장은 “우리는 이번 사고를 아주 중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 만큼 진지하게 보상하고 용서를 빌겠다는 전략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별도로 중립적인 조사단을 구성해 유사한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여러 시스템적인 보완을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최근 들어 국내 교육업체들에서도 고객정보유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수년 전에 이미 유출된 고객정보관련 사안들이 하나 둘씩 밝혀지면서 각 교육업체들의 때늦은 대응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들의 일반적 대응 방식들을 하나 하나 분석해 보면 일본과 한국간 고객정보유출 사고를 받아 들이는 자세와 철학이 다름을 알 수 있다.

기업에게 고객정보유출건은 사실 위기라고 정의하기도 힘든 성격이 있다. 외부로 유출 사실이 잘 밝혀지기 힘든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입을 다물고 있다면 딱히 고개정보유출건이 외부로 밝혀질 가능성도 적어지게 마련이다. 물론 고객정보를 도둑질한 자가 공개 협박을 하거나, 외부 규제기관이 수사 및 적발을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유출 사실을 공개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스스로 나서 ‘우리 회사가 고객정보를 도둑 맞았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그렇게 도둑맞은 사실을 오랫동안 몰랐었답니다’라 자랑(?)할 회사들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베네세홀딩스는 이런 면에서 달랐다. 먼저 자사 보유 고객정보들이 유출되었다 실토했고, 범인을 잡아 달라고 정부에 부탁했다. 범인이 잡히자 베네세홀딩스는 고민과 고민 끝에 ‘우리들의 각오를 보여주자. 그리고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강조해야 하겠다’ 결심 했다. 심지어 고객들이 대부분 회사에게 피해를 보상하라 이야기 하기 전에 베네세홀딩스는 2천억원을 내놓고 고개를 다시 숙였다.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다투려 하지도 않았다.

하라다 회장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고객님들로부터의 신뢰는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입니다.” 일본의 유명한 경영자로 평가 받는 하라다 회장은 이렇게 자신의 뼈를 내 놓아 각골난망(刻骨難忘)의 자세로 소중한 고객신뢰를 다시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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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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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3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18편] 본사가 사라져도 끄떡 없다, 모건스탠리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수천 명의 인력이 일하고 있는 본사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사람들은 당연히 이 회사가 망할 것이라 예상했다. 모든 언론과 전세계 고객들이 이 회사에 주목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먼지를 툴툴 털고 아무렇지 않게 다음날 다시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미 알고 있던 위기였고, 평소 대응 방법에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911테러 속 모건스탠리에 대한 이야기다.

2001년 9월 11일 오전 미국 뉴욕 맨하탄 세계무역센터 110층의 쌍둥이 빌딩 2개 동이 테러로 무너져 내렸다. 그 빌딩에는 월 스트리트의 심장으로 불리는 모건스탠리 본사가 입주해 있었다. 약 50개층에 걸쳐 3500명의 직원들이 상주했고,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미 재무부채권 및 유가증권 등 금융자산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전세계 언론은 이 회사에 주목했다. 이 회사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이 회사의 몰락은 곧 전세계 금융시장의 큰 재앙 될 것이라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하지만 다음날인 9월 12일 오전 9시. 모건스탠리 전세계의 각 지점들은 정상적으로 문을 열었고 직원들도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시작했다. 이 회사의 퍼셀(Purcell)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직원들 대다수가 생존해있으며, 모든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밝혔다. 마치 별일 없었다는 투였다.

어떻게 본사가 하루 아침에 사라졌는데,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음새 없는 서비스가 가능할 수 있었을까? 모건스탠리가 혹시 테러 발생 가능성을 미리 예측했던 것은 아닐까? 수십 층에 걸쳐 분산되어 있던 수천 명의 직원들은 어떻게 대피시켰을까? 금융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데이터들도 잿더미 속에서 사라졌을 텐데 어떻게 정상적인 업무가 가능할 수 있었을까? 상식적으로는 이해 가지 않는 상황을 목격한 많은 언론들과 고객들은 테러 이후 다시 한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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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이랬다. 모건스탠리는 이미 1993년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를 경험하고 이와 유사한 상황에 대한 대응 플랜을 이미 보유하고 있었다. 본사 입주 건물과 관련하여 발생 가능한 위기유형으로 ‘테러’를 꼽아 놓았던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평소 전 직원들은 지속적으로 테러 대응관련 모의훈련을 받아야 했었다. 비상대피는 물론 비상연락체계와 연락 두절 시 집합 장소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직원들에게 반복적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이런 비밀 때문에 여객기 충돌 직후 모건스탠리 직원들은 곧바로 평소 훈련 받았던 그대로 일사 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충돌 몇 초 후 정해져 있던 비상대피지휘자는 직원들에게 즉각 대피를 명하고 이를 관리했을 뿐이었다. 건물 밖으로 대피 한 직원들은 이미 규정되어 있던 비상연락체계를 통해 생존 보고를 했다. 이를 통해 회사에서는 직원들 거의 대부분이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바로 확인될 수 있었다. 수천 명의 사망을 예상했었지만 실종자는 단 15명으로 확인되었다.

비즈니스 데이터의 경우에도 모건스탠리는 메인 시스템과 함께 ‘핫 사이트(Hot Site)’라는 이름의 백업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런 위기에 대비 해 평소 모든 비즈니스 관련 각종 데이터를 백업 보관해 놓기 위해서였다. 주요 시스템 기능들도 지역별로 분산 처리 해 놓고 있었다. 초대형 위기에도 자사 인력과 데이터들은 그대로 생존할 수 있는 이상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다음날 바로 업무 개시가 가능했다.

평소 백업시스템 운용과 지역별 데이터 분산 관리에 큰 돈을 들이고 있었지만, 모건스탠리는 이에 대해 아까워하지 않았던 덕을 본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대형 위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십 년에서 수십 년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그런 위기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이나 투자를 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또 이런 변명을 하기도 한다. “사실 지금도 어려운데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을 가지고 이렇게 큰 돈을 장기 투자해야 한다니 부담이 됩니다.” 반복적인 직원 훈련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직원들이 싫어해요. 업무도 바빠서 눈코 뜰 새가 없는데 건물 밖으로 피해라 들어와라 하면서 괴롭힌다고요. 그래서 일단 대표님이랑 임원들은 훈련에서 좀 열외시켜 드리고 있습니다.” 상당히 현실적인 이유들이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달랐다.

이들과 달리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오랫동안 묵묵히 해 왔던 바보(?) 모건스탠리는 사고 이후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고객들에게 광고 했다. ‘이렇게 위기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는 안정된 회사에 투자하세요.’ 많은 사람들이 ‘위기가 곧 기회’라 이야기하는 데, 모건스탠리는 이 말에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게 위기관리를 한 회사였다. 많은 회사들이 똑똑하게(?) 현재의 이익에 집중 해 있는 반면, 모건스탠리는 바보스러움으로 미래의 기회를 만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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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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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2014 2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17편] 10배로 미안하다, SK텔레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많은 기업이나 유명인사들이 고개를 숙인다. 부정적 상황을 초래한 책임을 인정하고 미안하다 한다. 최근에는 이런 ‘사과’ 커뮤니케이션이 위기관리에 일반화되었다는 평까지 나온다. 그러나 핵심은 사과 이후 개선과 재발방지 그리고 해당 상황으로 인해 고통이나 불편을 겪은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보상이다. 미안함에 10배를 보상하겠다 한 기업이 있다. SK텔레콤이다.

2014년 3월 20일 저녁. SK텔레콤 일부 가입자의 전화가 불통 되기 시작했다. 통신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휴대전화가 먹통이 되고, 데이터 전송도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서비스 가입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무선통신을 이용하는 택시 단말기도 작동하지 않아 저녁 퇴근길이 시끄러웠다.

SNS와 인터넷 상에서 SK텔레콤 통신 장애에 대한 불만의 글이 이어졌다. 가입자들의 문의가 폭주하면서 SK텔레콤 홈페이지 접속도 마비됐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도 통신 장애에 대한 내용이 상위에 올라갔다.

SK텔레콤은 가입자를 확인하는 장비모듈에 이상이 발생했다며 20여분 만에 복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는 통화량이 몰리면서 많은 시민들이 2시간 넘게 다양한 불편들을 겪었다.

SK텔레콤 하성민 사장은 다음날 서울 을지로 T타워 본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통신 네트워크 장애와 관련 한 자사의 입장과 보상책을 발표했다. 하 사장은 “절대 그런 일이 앞으로 생겨선 안 된다. 대표로서 속상했다”고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했다.

2700만 고객 모두에게 별도 청구 없이 하루 이용 요금을 감면하겠다는 보상안을 발표했다. 여기에 덧붙여 “직접적인 장애를 겪은 560만 가입자에게는 약관(6배)보다 많은 10배를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과 기사를 읽은 고객들은 우선 그 ‘10배’라는 말에 놀랐다. 일반적으로 약관에 정해진 수준의 보상만을 따르는 기업들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예상을 훨씬 뛰어 넘은 보상안을 발표하는 기업들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 사장은 “사고를 수습하려고 보니 최고경영자(CEO)의 직접 사과에 반대하는 내부 목소리도 있었고, 보상안대로 하면 보상금도 400억 가까이 나온다고 보고가 올라왔다”며 “개인적으로 당시 사고가 진짜 문제라고 생각했고, 1위 사업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에 직접 사과와 보상안 시행을 결정했다”고 결정 과정을 설명했다.

하 사장의 설명에서 기업들이 위기 시에 겪는 고통스러운 의사결정과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CEO의 직접 사과의 경우도 밖에서 보는 것과 같이 그리 간단하게 결정되는 사안은 아닌 게 현실이다. 일부 로펌이나 법무 부문에서는 ‘대표가 그렇게 공식적으로 사과 하고 책임을 인정한다고 하면 향후 소송이나 여러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반대 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CEO가 이렇게 먼저 나가시면 나중에 상황이 더욱 악화 되었을 때 쓸 카드가 없어진다”며 CEO의 소매를 잡아 끌기도 한다.

이에 더해 CEO의 위기관리 의사결정에서 가장 큰 부담은 재무적 결정부분이다. 하 사장도 “그렇게 보상을 하면 보상액이 400억원 가까이 나올 수 있다”는 재무부분의 의견에 한동안 흔들렸을 것이 틀림없다. 대부분의 CEO들은 “그런 규모의 재무적 부담을 굳이 자처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내부 의견에 자신의 의견을 굽히거나 주저한다. 이런 압력 속에서 회사의 철학과 원칙 그리고 가치들을 강조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CEO들은 흔치 않다.

“10배로 보상하겠다”는 의미는 그 숫자 ‘10배’를 넘어 해당 회사가 얼마나 심각하게 이 사건을 보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의미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자신들이 얼마나 노력 할 것인지를 그대로 표현해 주는 각고(刻苦)의 수사학이었다.

최근 들어 기업이나 유명인사들의 ‘사과’는 아주 당연한 형식이 되어 버린 감이 있다. 고개를 숙이면 일단 큰 화살들은 피할 수 있다 보는 것이다. 하지만, 책임을 인정하고 개선이나 재발을 약속하는 ‘실행’에 대한 부분은 종종 생략 되곤 한다.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그렇게 잘못을 인정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건가요?”라고 묻는데, 이에 대한 대답이 궁한 곳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SK텔레콤은 CEO의 리더십으로 강하게 치고 나왔다. “10배를 보상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로 여러 가치들을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일반 기업들은 가볍게 따라 하기 힘든 의사결정 과정의 어려움들을 극복하면서 힘있게 결정 해 커뮤니케이션 했다. 이 케이스는 절대 ‘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리더십, 철학, 원칙과 가치의 힘에 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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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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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2014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16편] 뉴욕타임즈 칼럼에 빨간펜을 든 월마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유력 일간지에 실린 유명 칼럼리스트의 칼럼. 그 칼럼이 자사에게 부정적인 의견들로 채워졌고 게다가 정확하지 않은 사실도 들어있다면? 일반 기업들은 어떻게 할까? 자칫 반론이라도 제기하면 이후 불이익을 받을까 기업들은 눈치만 보고 있지는 않을까? 세계적 권위지 뉴욕타임즈에 당당하게 빨간펜을 들이 댄 기업이 있었다. 월마트의 이야기다.

2014년 6월 19일 미국 뉴욕타임즈에는 퓰리처상 수상자이며 뉴욕타임즈 고참기자 출신인 티모시 이간(Timothy Egan)의 정기 칼럼이 실렸다. 칼럼의 제목은 ‘The Corporate Daddy, Walmart, Starbucks, and the Fight Against Inequality (의역하자면: 가부장적 기업들, 월마트와 스타벅스 그리고 불평등과의 전쟁)’였다.

제목에서와 같이 칼럼리스트 이간은 미국에서 최근 일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관련 정치적 논쟁을 다루면서, 박한 최저임금을 주는 대표적 회사들로 월마트와 스타벅스를 꼽았다. 이간은 이 글에서 “미국의 최대 고용주이며 세계 최대의 상장사이기도 한 월마트가 이 (최저임금) 문제의 큰 부분이며, 동시에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월마트의 수 천명 직원들이 비참한 급여로 인해서 푸드스탬프(Food Stamp: 저소득층 식비 지원 제도)나 메디케이드(Madicaid: 극빈층 의료비 지원 제도) 등 여러 생활보호 형식들을 찾아 다니고 있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비판 칼럼을 읽은 월마트는 다음날 자사의 블로그에 월마트 기업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인 데이비드 토바(David Tovar) 명의로 포스팅을 올려 대응 했다. 포스팅의 제목은 “Fact Check: The New York Times ‘The Corporate Daddy””였다. 의역 하면 “사실 확인: 뉴욕타임즈의 칼럼 “가부장적 기업들”에 대하여”인 셈이었다. 월마트가 뉴욕타임즈의 칼럼에 감히(?) 반기를 든 것이다.

거기에다가 한술 더 뜬 월마트는 직접 빨간펜을 들었다. 칼럼에서 언급되는 월마트 관련 부정확한 사실이나 부정적 의견에 대해 하나 하나 반론을 제기하면서 빨간펜으로 재편집된 수정본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수정본 상단에는 선생님이 학생에게 리포트를 평가 하 듯 “팀에게, 당신의 1차 초안을 공유 해 주어 감사합니다. 하단은 기고문에서 다루어진 부정확한 부분들을 확인하기 위한 몇 가지 의견들입니다.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월마트(WMT)”라 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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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리스트의 칼럼에 대해 ‘1차 초안’이라고 부른 것이다. 기업이 유력지 칼럼리스트에게 쓰기에는 상당히 공격적인 표현이었다. 그 만큼 월마트는 뉴욕타임즈 칼럼의 내용에 대해 불만이 있었던 셈이다. 이어 블로그에 해당 칼럼을 붙여 놓고 빨간펜으로 화살표를 그려가며 여러 수정사항들을 적어 놓았다. 예를 들어 “오하이오 월마트에서는 월마트 직원들이 추수감사절을 보내기 위해 음식을 기부 받고 있을 정도”라 주장한 이간의 칼럼 부분에 빨간펜으로 화살표를 그리고 “확실히 해드리면, 이 경우는 직원들이 불행한 일들을 당한 일부 직원들을 스스로 돕고자 마련한 이벤트였다” 해명했다. 이간이 “월마트의 정규직원의 평균 임금은 시간당 12불”이라고 쓴 부분에 월마트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정규직 직원의 평균 임금은 시간당 12. 91불”이라고 교정 해 주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월마트의 공격적인 반격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엇갈린다. ‘뉴욕타임즈 같은 유력지에 그런 대응을 해서 과연 좋을 것이 있을까?’라는 의견부터 ‘대응방식이 약간 무례해서 칼럼리스트가 오히려 반감을 가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월마트는 최근 미국 정치권내에서 불어오는 최저임금 인상관련 논란에 월마트가 말려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이 민감한 이슈와 비판이 뉴욕타임즈를 넘어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로 확산되어 정설로 공유되고 굳어지는 것을 우려했다. 이미 인쇄되어 버린 종이신문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온라인 상에서라도 자사의 입장과 팩트들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월마트의 블로그를 통한 빨간펜 전략은 그 신선함과 독특함으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뉴욕타임즈 칼럼을 읽은 사람들 보다 월마트 블로그의 빨간펜 수정본을 읽은 사람들이 더 많아 지게 되었다. 월마트의 이런 반격은 각종 언론에도 회자가 되었다. 수정본을 읽은 사람들은 더욱 더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하게 되었고, 여러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새로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이런 식의 기업 대응이 유력 일간지들을 대상으로 가능할지 여부는 상상에 맡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언론의 보도나 칼럼들에 대해 반론의 창구를 꼭 해당 신문이나 방송에만 한정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자사의 팬덤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면 그 팬들을 대상으로 자세한 사실들을 반론 형식으로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방식이나 방법론은 여러 것들이 있겠지만, 기업이 자사에게 부정적인 의견들과 부정확한 사실이 공유되는 상황이 있을 때 무조건 침묵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싸울 땐 싸울 줄 아는 것이 진짜 실력이다.

 

[하단 이미지는 월마트의 실제 블로그 포스팅 이미지]

 

월마트 corporate dad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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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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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3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15편] 엄마들의 목소리를 계속 따랐다, 보령메디앙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나 개인 모두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수를 하고 나서 그것을 어떻게 인정하고 개선하는가에 따라 위기관리 성패는 갈린다. 실수를 인정하지 않거나 개선하지 않거나 하는 이유로 많은 기업들은 실패를 맛본다. 아픈 실수를 인정하고 지속적으로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개선의 자세를 보인 회사가 있었다. 보령메디앙스 이야기다.

2009년 4월 1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시중 유통되는 베이비파우더와 어린이용 파우더 등 탈크 성분이 함유된 파우더제품 30종을 수거 검사 한 결과 12종에서 석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 뉴스는 기사들의 제목에서 ‘석면 검출’이라는 표현으로 엄마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문제의 탈크가 검출된 제품은 보령메디앙스의 일부 제품들을 포함 한 7개사의 파우더제품들이었다. 이에 보령메디앙스는 즉각 홈페이지 팝업창에 사과문을 게재하면서 리콜을 실시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했다.

보령메디앙스의 홈페이지 팝업창에는 최초 ‘안내문’이라는 제목으로 상황을 설명하는 문구가 자리 잡았었다. 이에 대해 홈페이지를 방문한 엄마들은 온라인에서 모여 이 ‘안내문’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비판들이 생겨났다. 그러자 보령메디앙스는 곧바로 ‘안내문’이라는 제목을 ‘사과문’으로 바꾸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문구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 드립니다’를 포함한 팝업을 수정 게재 했다.

엄마들은 이후 리콜을 접수하는 콜센터의 불통상황에 대해서도 불평하기 시작했다. 전혀 통화가 되지 않는다. 혹시 콜센터를 운영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이야기들까지 돌아 다니기 시작했다. 이에 보령메디앙스는 팝업창에 ‘리콜 온라인 접수’ 버튼을 만들어 콜센터에 집중되는 엄마들의 문의와 요청들을 온라인에서도 접수한다는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했다.

엄마들의 불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다시 새로운 불만이 생겨났다. ‘리콜 온라인 접수’ 버튼을 눌러도 엄마들이 리콜을 신청하기 쉽게 디자인 된 팝업이 새로 뜨지는 않는다는 불평이었다. 이 목소리를 들은 보령메디앙스는 기존 팝업창에 리콜 대상인 제품들의 목록들을 열거 했다. 엄마들이 자신이 구입한 물건들이 리콜 대상인지 여부를 직접 확인 할 수 있도록 더 한층 커뮤니케이션을 개선한 것이다.

그럼에도 엄마들의 불만들이 계속되자 보령메디앙스는 콜센터를 기존의 5배로 확장 해서 새로운 추가 번호들을 팝업상으로 커뮤니케이션 했다. 엄마들이 불평했었던 리콜 온라인 접수 팝업도 엄마들이 이용하기 쉽고 빠르게 즉각 개선 해 다시 커뮤니케이션 했다.

불과 하루 남짓한 시간 동안 수많은 엄마들의 불평과 하소연들을 들으면서 보령메디앙스는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커뮤니케이션상 부족함들을 메우어 나갔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 위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위기의 중심에 처해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 속에 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대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안전한 위기관리 방식이라는 의미다.

보령메디앙스는 금번 위기의 핵심 중 핵심인 엄마들의 목소리를 귀를 열어 듣고 계속 따랐다. 사소한 개선도 마다하지 않았다. 엄마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보령메디앙스가 듣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우리가 성실하게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라는 행동으로 나타내지는 메시지 보다 강력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처방은 없다. 이를 보령메디앙스는 겸손하게 행동으로 옮기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모니터링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모니터링 없이 위기관리 없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모니터링은 감시나 추적의 의미가 아니다. 리스닝의 의미여야 모니터링은 그 가치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많은 기업들이 기존 오프라인 언론 모니터링 등에 더해 온라인과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모니터링 체계까지 가동하며 거의 실시간으로 고객들과 여러 공중들의 여론을 읽고 있다. 이런 체계는 위기 감지의 기능도 하지만, 우리 회사에게 발생한 위기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구하는 원천으로의 가치가 훨씬 더 크다 볼 수 있다.

온라인과 SNS 모니터링 체계가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던 2009년에도 보령메디앙스는 의지와 열정을 가지고 꾸준히 리스닝 했다. 지금과 같이 진일보한 모니터링 체계를 가지고도 여전히 리스닝 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있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그런 기업들은 리스닝 하지 못하는 것인지, 리스닝 하지 않는 것인지를 먼저 스스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시급한 처방이 필요한 부분은 그 부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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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2014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14편] 한 장의 사진으로 성공, 클린턴

 

 

유명인사가 사회적 가치와 관련 한 곤경에 처했을 때 이슈관리 성패는 자신과 사회적 가치간에 연계성을 얼마나 정확하게 잘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윤리적 스캔들로 곤경에 처했을 때 이러한 연계 전략을 잘 발휘한 유명인사가 있었다. 성추행 스캔들에 휘말렸던 전 미국 대통령 클린턴과 그 참모들에 대한 이야기다.

젊은 대통령은 아무래도 스캔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46세의 젊은 나이로 미국 대통령에 오른 빌 클린턴 대통령은 취임 이후부터 여러 가지 개인적 스캔들로 자신과 백악관 참모진들을 곤경에 빠뜨렸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8년 특검 검사 케네스 스타의 집요한 추적으로 모니카 르윈스키 사건이 밝혀져 탄핵 직전까지 몰렸으며 3000만 달러를 부정대출로 받은 화이트워터게이트 사건 등과 폴라 존스 사건 등 각종 스캔들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었다.

1998년 1월 5일. 미국 일간지들은 일제히 한 장의 사진을 실었다. 클린턴 대통령이 부인 힐러리와 함께 수영복 차림으로 포옹하며 해변가에서 춤추는 장면이었다. 파란색 ‘커플’ 수영복을 입은 클린턴 부부는 사진을 통해 오붓한 시간을 만끽하는 잉꼬 이미지를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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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아칸소 주지사시절 정부에서 일한 적이 있는 폴라 존스라는 여성에 대한 성희롱건으로 수년간 곤경에 처해 있었다. 이 이슈는 폴라 존스가 이미 1994년 현직 대통령인 클린턴에게 70만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개인적인 스캔들로 만방에 알려졌었다. 미국에서 현직 대통령이 취임 전의 일로 고소당하기는 이 경우가 처음이었다.

수년간 이 사건을 수사했던 연방 대법원은 폴라 존스 사건을 심리하면서 “대통령이라도 민사상 면책특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었다. 이에 클린턴 대통령의 오래된 성희롱 사건은 본격 수사대상이 되었고 클린턴 대통령은 체면에 먹칠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클린턴과 그 참모들은 이 이슈에 대해 관련된 ‘사회적 가치’를 먼저 찾았다. 돌파구를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클린턴 대통령과 해당 사회적 가치를 연계 해 국민들에게 클린턴 대통령이 파렴치한 성추행범이 아니다 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고 싶어 했다. 그들의 참모는 ‘가족과 부부애’라는 큰 가치에 이번 이슈를 연계하려 시도했다. 그들은 대통령에게 아내와 딸을 데리고 겨울 휴가를 떠나라고 조언했다.

당연히 이슈의 중심에 있던 미국 대통령 가족의 휴가를 파파라치들은 놓칠 수 없었다. 여자문제로 곤경에 처해 있는 남편에 대해 불쌍한 부인 힐러리는 어떤 감정과 모습을 드러낼까 전 국민들이 궁금해 하고 있는 터였다. 어찌 보면 부정한 스캔들에 둘러 쌓인 남편에 대한 힐러리 여사의 인간적인 솔직한 감정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던 파파라치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파파라치들은 대통령 부부가 휴가를 즐기던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해변가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을 포착했다. 냉담할거라 예상했던 부부끼리 수영복을 맞추어 입고 로맨틱하게 댄스를 추는 장면이라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틀 뒤 “사생활 침해이긴 하지만 사진 자체는 마음에 든다”는 반응을 내놨다. 대통령이 보여준 가족과 부부에 대한 강조 메시지가 충분하게 커뮤니케이션 되었다는 만족감이었다.

사진의 보도 시점 또한 참모진에 의해 철저하게 계획된 타이밍이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로부터 열흘 후 성추행 혐의로 법정에 서야 할 처지였다. 클린턴 대통령이 부부애를 과시하는 사진을 연출해 미국인의 동정심과 지지를 유도하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국민들은 힐러리 여사의 남편에 대한 신뢰에 더 주목 했다.

이전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불륜설이 돌았을 때도 힐러리 여사는 이를 보수 측의 음모로 규정했었다. 이후 스캔들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그녀는 남편과의 결혼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이렇게 남편을 감싸는 모습에 그녀에 대한 동정여론이 확산되면서 그녀에 대한 지지율은 70%대를 넘기도 했었다.

백악관 참모들은 이런 여론의 흐름을 다시 한번 활용해 이슈를 관리했다. 여러 마디 말보다 강한 한 장의 사진을 연출했다. 공중들은 사람이 싫으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 메시지는 비판의 소재로만 재해석될 뿐이다. 참모들은 이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대통령이 훼손한 사회적 가치에 오히려 자신을 기대는 전략적 이벤트를 통해 말썽쟁이 대통령의 이미지를 그래도 괜찮은 남편과 아빠의 이미지로 바꾸어 버렸던 것이다. 휴가 중 부부간의 수영복 댄스는 그렇게 단순한 의미가 아니었다. 요즘 메시지만 많은 논란 속의 일부 공직자 후보들도 고민 해 보아야 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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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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