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7월 102014 Tagged with , , , , , , , , , , , , , , ,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16편] 뉴욕타임즈 칼럼에 빨간펜을 든 월마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유력 일간지에 실린 유명 칼럼리스트의 칼럼. 그 칼럼이 자사에게 부정적인 의견들로 채워졌고 게다가 정확하지 않은 사실도 들어있다면? 일반 기업들은 어떻게 할까? 자칫 반론이라도 제기하면 이후 불이익을 받을까 기업들은 눈치만 보고 있지는 않을까? 세계적 권위지 뉴욕타임즈에 당당하게 빨간펜을 들이 댄 기업이 있었다. 월마트의 이야기다.

2014년 6월 19일 미국 뉴욕타임즈에는 퓰리처상 수상자이며 뉴욕타임즈 고참기자 출신인 티모시 이간(Timothy Egan)의 정기 칼럼이 실렸다. 칼럼의 제목은 ‘The Corporate Daddy, Walmart, Starbucks, and the Fight Against Inequality (의역하자면: 가부장적 기업들, 월마트와 스타벅스 그리고 불평등과의 전쟁)’였다.

제목에서와 같이 칼럼리스트 이간은 미국에서 최근 일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관련 정치적 논쟁을 다루면서, 박한 최저임금을 주는 대표적 회사들로 월마트와 스타벅스를 꼽았다. 이간은 이 글에서 “미국의 최대 고용주이며 세계 최대의 상장사이기도 한 월마트가 이 (최저임금) 문제의 큰 부분이며, 동시에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월마트의 수 천명 직원들이 비참한 급여로 인해서 푸드스탬프(Food Stamp: 저소득층 식비 지원 제도)나 메디케이드(Madicaid: 극빈층 의료비 지원 제도) 등 여러 생활보호 형식들을 찾아 다니고 있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비판 칼럼을 읽은 월마트는 다음날 자사의 블로그에 월마트 기업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인 데이비드 토바(David Tovar) 명의로 포스팅을 올려 대응 했다. 포스팅의 제목은 “Fact Check: The New York Times ‘The Corporate Daddy””였다. 의역 하면 “사실 확인: 뉴욕타임즈의 칼럼 “가부장적 기업들”에 대하여”인 셈이었다. 월마트가 뉴욕타임즈의 칼럼에 감히(?) 반기를 든 것이다.

거기에다가 한술 더 뜬 월마트는 직접 빨간펜을 들었다. 칼럼에서 언급되는 월마트 관련 부정확한 사실이나 부정적 의견에 대해 하나 하나 반론을 제기하면서 빨간펜으로 재편집된 수정본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수정본 상단에는 선생님이 학생에게 리포트를 평가 하 듯 “팀에게, 당신의 1차 초안을 공유 해 주어 감사합니다. 하단은 기고문에서 다루어진 부정확한 부분들을 확인하기 위한 몇 가지 의견들입니다.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월마트(WMT)”라 써 놓았다.

500KB_월마트 corporate daddy

칼럼리스트의 칼럼에 대해 ‘1차 초안’이라고 부른 것이다. 기업이 유력지 칼럼리스트에게 쓰기에는 상당히 공격적인 표현이었다. 그 만큼 월마트는 뉴욕타임즈 칼럼의 내용에 대해 불만이 있었던 셈이다. 이어 블로그에 해당 칼럼을 붙여 놓고 빨간펜으로 화살표를 그려가며 여러 수정사항들을 적어 놓았다. 예를 들어 “오하이오 월마트에서는 월마트 직원들이 추수감사절을 보내기 위해 음식을 기부 받고 있을 정도”라 주장한 이간의 칼럼 부분에 빨간펜으로 화살표를 그리고 “확실히 해드리면, 이 경우는 직원들이 불행한 일들을 당한 일부 직원들을 스스로 돕고자 마련한 이벤트였다” 해명했다. 이간이 “월마트의 정규직원의 평균 임금은 시간당 12불”이라고 쓴 부분에 월마트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정규직 직원의 평균 임금은 시간당 12. 91불”이라고 교정 해 주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월마트의 공격적인 반격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엇갈린다. ‘뉴욕타임즈 같은 유력지에 그런 대응을 해서 과연 좋을 것이 있을까?’라는 의견부터 ‘대응방식이 약간 무례해서 칼럼리스트가 오히려 반감을 가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월마트는 최근 미국 정치권내에서 불어오는 최저임금 인상관련 논란에 월마트가 말려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이 민감한 이슈와 비판이 뉴욕타임즈를 넘어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로 확산되어 정설로 공유되고 굳어지는 것을 우려했다. 이미 인쇄되어 버린 종이신문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온라인 상에서라도 자사의 입장과 팩트들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월마트의 블로그를 통한 빨간펜 전략은 그 신선함과 독특함으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뉴욕타임즈 칼럼을 읽은 사람들 보다 월마트 블로그의 빨간펜 수정본을 읽은 사람들이 더 많아 지게 되었다. 월마트의 이런 반격은 각종 언론에도 회자가 되었다. 수정본을 읽은 사람들은 더욱 더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하게 되었고, 여러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새로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이런 식의 기업 대응이 유력 일간지들을 대상으로 가능할지 여부는 상상에 맡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언론의 보도나 칼럼들에 대해 반론의 창구를 꼭 해당 신문이나 방송에만 한정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자사의 팬덤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면 그 팬들을 대상으로 자세한 사실들을 반론 형식으로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방식이나 방법론은 여러 것들이 있겠지만, 기업이 자사에게 부정적인 의견들과 부정확한 사실이 공유되는 상황이 있을 때 무조건 침묵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싸울 땐 싸울 줄 아는 것이 진짜 실력이다.

 

[하단 이미지는 월마트의 실제 블로그 포스팅 이미지]

 

월마트 corporate dad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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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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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62009 Tagged with , , , , , , , , 0 Responses

응혈과 라인

최근 시국선언에서 교수들은 이명박 정부의 소통 부재를 민주주의의 중대한 위기로 지적했는데, 적어도 청와대 내부에선 그것이 맞는 듯하다. 국민과의 소통은 오히려 차후의 문제일 수 있다. 당정청 사이의 소통 역시 다음의 문제일 수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 정청(政靑) 간에 소통을 막고 있는 ‘응혈(凝血)’부터 치료해야 한다.

응혈 전 단계에 자리잡은 인사들은 무사안일에 안주하고, 응혈 이후의 라인은 대통령에게 새로운 판단 자료를 제공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국가 최고지도자가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경제가 문제다. 안보를 챙겨야 한다”는 것밖에 있을 여지가 없다. [한국일보]

일반 기업에도 위기시 상황분석을 저해하는 응혈이 존재할 수 있다. 이 응혈이라는 것은 외부에서 보는 것 만큼 ‘의도적’이거나 ‘억지스러운’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은 보통 아닌 것 같다.

보통 일반기업의 이 응혈은 해당 위기에 대한 상황을 분석하고 보고하는 라인에서 1차 맺어진다. 이 라인은 해당 위기상황에 오너십을 가지고 있었던 부분이기 때문에 평소 자신들이 제대로 해당 위기 요소들을 관리하고 있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을까봐 전전긍긍하기 마련이다.

당연히 상황의 심각성이나 파급력을 축소하고 의미를 폄하하고 해결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면서 상황을 보고하곤 한다.

두번째 응혈을 맺게 하는 라인은 보고 라인 그 주변에 있는 부문들이다. CEO는 보통 이렇게 묻게 된다. “이번 건으로 다른 부문에 미칠 영향은 무엇이 있고 얼마나 심각할 것인가?”하고 제 2차 위기발생 가능성을 점치려 한다. 이 때 다른 부문들은 최초 보고 라인의 큰 틀을 함부로 벗어나기가 힘든게 사실이다. 생산에서 최초 보고하면서 이번 이물질이 식스시그마 불량 비율의 10분의 1도 안되는 엄청나게 특이한 케이스였고, 이정도 문제면 우리 회사가 예측하거나 통제 불가능했었던 이슈라고 보고를 했다고 치자. 마케팅이 이 상황에서 나서서 우리 브랜드에 대한 임팩트가 심할 수도 있으니 좀더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운운하면 완전히 내부적으로 적을 만들게 되는 법이다.

당연히 마케팅 임원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혹시 모르는 우리 브랜드 영향력을 민감하게 모니터링 해야 옳다’는 대략적인 의견을 조심스럽게 피력하게 된다.

세번째 응혈은 CEO자체의 응혈이 된다. CEO가 모든 보고라인과 인접라인의 보고를 받고 나서 일단 해당 위기에 대한 상(image)를 스스로 파악했다고 자신하면 이에 일관된 의사결정들을 연속적으로 진행하고 그 효과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는 거다.

물론 해당 의사결정들과 대응방식들이 운이 좋게도 잘 통하면 모르지만, 그것이 해당 상황을 더욱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방식이거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들로 점철되면 그건 재앙이된다.

그래서 응혈이라든 표현과 현 상황에 대한 소통의 문제에 대해 쓴 위 칼럼에 대해 100%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