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 사고 은폐] ■ 허술한 보고 체계
당시 현장 직원 60명 이상… 은폐한 경위 여전히 의문
“숨기면 위에선 몰라” 대형 인재 불러올 수도 [한국일보]
한수원 관계자는 “(1호기에는)평소 300~400명이 작업을 하는데, 사고 당시 근무자들이 식사를 하고 교대하는 타임이어서
60~100명 가량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간부들이 은폐 결정을 내리면서 그 많은 직원들의 입 단속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일각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사후 은폐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일보]
조직별로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definition)가 다르다는 점을 여기에서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예를들면 원전을 관리하는 조직에게 위기(crisis)란 외부에서 볼 때는 ‘이번 사고등과 같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문제’ 같아 보이지만 실제 이들에게 위기(crisis)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문제가 공론화되는 것’으로 정의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라는 정의를 외부에서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문제를 관리 해결하는 것’으로 보는 반면, 해당 조직에게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문제가 공론화 되는 것을 막는 것’이 곧 그들이 생각하는 ‘위기관리’의 정의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정의의 문제는 일반 기업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과도한 비용절감 정책에 따른 제품 품질의 하락’을 외부에서는 OO기업의 위기로 정의하는 반면, 실제 OO기업은 스스로 ‘나쁜 품질에 대한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공론화’를 위기로 정의하는 경우다.
이에 따르면 OO기업의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는 ‘가능한 나쁜 품질에 대한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공론화를 막아내고 최소화 시키는 것’이 된다. 기자에게 사정을 해서 기사화를 막고, 광고비를 지원해 기사를 빼고, 인맥을 동원해 정부규제기관의 조사를 무마하고, NGO들과 소비자들과 맞서 싸우면서 사건들을 모면하는 모든 활동들이 이 ‘정의(definition)’때문에 가능한 것이 된다. 이것이 문제다.
따라서 위기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전에는 항상 조직 내부와 외부에서 합의된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를 먼저 확인하고 규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정의에 따라 위기관리의 성패에 대한 정의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위의 정의들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소 관리조직이나 OO기업에게는 지금까지의 ‘은폐’가 곧 위기관리의 성공이었을 것이다. 이 부분이 무서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