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형태의 미디어트레이닝을 준비하면서 다음과 같은 위기 유형별 취약성 패턴들을 한번 정리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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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형태의 미디어트레이닝을 준비하면서 다음과 같은 위기 유형별 취약성 패턴들을 한번 정리 해 본다.
축구협회가 일본 축구협회에 보낸 편지가 문제가 되고 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편지내용은 영어를 조금만 아는 사람들이 보아도 적절한 포지션이나 표현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들어 기업정보보안 전문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또 몇몇 대기업 CISO분들의 이야기들을 들을 소중한 기회가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을 하는 중립적인 시각에서 ‘기업정보보안 위기’와 관련 해 몇 가지 인사이트들을 정리해 본다.
과연 Corporate Korea에서 기업정보보안 위기는 진정한 위기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모르겠다’ 또는 ‘다른 기업 위기류처럼 진정한 위기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느낌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무얼까?
1. 기업 위기라는 것이 내부적으로 공통된 정의(definition)을 전제로 하는데 기업정보보안에 대한 이 전제가 아직은 미비하다.
얼마전 부터 커뮤니케이션북스와 함께 재미있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커뮤니케이션북스가 올해 커뮤니케이션 분야 주요 주제 100개를 중심으로 재미있는 단행본 100권을 만드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시작하셨는데, 영광스럽게도 ‘위기 커뮤니케이션’이란 주제를 나에게 맡겨 주셨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자세한 프로세스들과 도움되는 내용들로 꾸며 볼 생각이다.
아직 확정된 항목과 목차들은 아니지만…감을 잡아보려 한다. 블로그 친구분들의 피드백 환영합니다.
[출판 기획]
책 제목: 위기 커뮤니케이션 따라 하기
지은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1. 위기 커뮤니케이션 준비하기
위기는 발생하기 이전에 방지하거나 완화시키는 것이 최상책. 그러나 모든 위기를 방지하거나 완화시킬 수는 없는 법. 위기 발생을 전제하고 사전에 대응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구축하는 방법들을 설명한다.
2. 위기 상황 파악하고 공유 하기
위기가 발생했다. 최초 12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최근에는 이런 시간적 여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온라인과 SNS로 인해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보다 이해관계자들과 공중들이 더 먼저 상황을 파악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정해버린다. 기업은 어떻게 위기 발발과 동시에 해당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의사결정을 위해 공유할 수 있을까?
3. 대응 시나리오 짜기
위기 상황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이해관계자들의 생각과 입장들도 따라 더욱 변화무쌍하게 변화한다. 위기 상황은 이해관계자들과 맞물려 수없이 많은 유형의 변형들이 이루어지면서 증폭되거나 소멸된다. 기업은 가능한 빨리 다양하고 정확한 위기 상황 시나리오들을 마련해 이에 대한 대응책들을 마련해야 한다. 위기 상황 시나리오는 어떻게 개발 할 수 있을까?
4. 입장(position) 정하기
변화해 가는 위기상황을 지속적으로 예측해 위기 상황 시나리오를 개발했으면, 그 다음은 각각의 시나리오에 따른 기업의 입장을 빨리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책임이 있는 위기인가? 부분적인 책임이 있는 위기인가? 책임이 없는 위기인가? 해당 기업은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가? 악당인가? 수호천사인가? 이런 입장들을 정하는 방법은?
5. 핵심메시지 구조화 하기
위기관리를 위한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핵심메시지가 얼마나 전략적으로 잘 구성되어 있는가에 따라 성패가 좌지우지된다. 전략적인 핵심메시지는 어떤 형태이고, 어때야만 하는가? 핵심메시지를 구조적으로 지원하는 근거들은 또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가? 어떤 메시지 구조가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형태인가?
6. 하나의 목소리 내게 하기
위기 시에는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의 전조직원이 안팎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 없이 하나의 목소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기업이 힘들게 정한 입장과 핵심메시지들. 어떻게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훈련해서 정확하게 필요할 때 전달되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수많은 직원들로 하여금 가능한 하나의 목소리를 내게 만들 수 있을까?
7. 개입 시기 결정하기
모든 준비가 끝났으면 위기상황에 개입할 단계가 남았다. 앞의 모든 준비는 해당 기업이 위기 상황에 적절하게 개입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하는 단계였다. 모든 위기에 무조건 커뮤니케이션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대부분의 위기를 개입 없이 침묵으로 흘려 보낼 수도 없다. 늦어서도 안되고, 성급하게 빨라서도 안 된다. 위기관리를 위한 위기 커뮤니케이션 언제 개시하는 것이 가장 전략적일까?
8. 위기관리를 위해 커뮤니케이션 하기
일단 커뮤니케이션 개입 시기가 결정되고 그 타이밍이 왔다.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까? 보도자료, 기자회견, 인터뷰, 홀딩 스테이트먼트, 입장문, FAQ, 홈페이지, 사내 인트라넷, 기업 소셜미디어, 편지, SMS, 이해관계자 미팅 등 다양한 위기 커뮤니케이션 방법들을 알아 본다.
9. 반응 듣기 그리고 전략 수정하기
위기관리를 위한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기업은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자사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직후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을 들어야 한다. 다각적으로 수집된 그들의 반응들과 미세한 입장변화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지속적인 위기 상황 시나리오 개정과 각각의 전략들을 수정해 재적용해야 한다. 그 방식을 알아보자.
10. 사후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기가 지나갔다. 위기관리와 위기 커뮤니케이션도 잘 끝냈다. 이제부터 또 다른 일이 시작된다. 훼손된 명성, 깨져버린 이미지, 떨어지는 매출, 바람에 날리는 고객 충성도, 멀어지는 고객들, 부끄러워하는 직원들, 인상 쓰는 이해관계자들 등 이들과의 관계 재건은 어떻게 진행 해야 할까? 위기가 곧 기회라고 이야기하는 데 그 진정한 의미는 무얼까? 비슷한 위기를 또 겪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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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위의 기사 내용을 중심으로 위기관리 시스템 관련 인사이트를 정리 해 본다.
1. 지침서(매뉴얼)에는 이를 위반할 때 가해지는 명확한 불이익을 조직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운영기술지침서상 비상발전기를 즉시 수리해야 함에도 이들은 2월13일부터 예정된 정기점검때까지 고장상태를 방치했다. 고장수리 자료가 남아 정전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고리 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상태서 ‘핵연료 인출’ 기사 중 발췌]
일반 기업들에게도 마찬가지이지만 대부분의 위기관리 매뉴얼에는 ‘강제조항’이 부족하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참고서일 뿐 중요한 법전이 아닌 형식의 매뉴얼이다. 강제 조항 또는 사후 처벌규정이 없는 매뉴얼은 일반 사용설명서와 다름이 없다.
2. 해당 원전 관리 주체는 ‘위기’에 대한 정의(definition)를 사내에서 다시 규정해야 한다
이번 케이스에서 이 ‘강제조항’의 부재 보다 더 문제인 것은 매뉴얼에서는 ‘즉시 수리’를 명령하면서도, 담당자들은 ‘고장수리 자료가 남아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 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담당자들의 자세의 문제로만 한정할 수 없다. 조직 전반적으로 ‘위기’에 대한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그 조직 전반이 정의하는 ‘위기’라는 것이 ‘원전사고로 인한 인류 재앙’인 것인지 ‘고장이나 사고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인지 확실히 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3. 모든 조직원들은 위기시 자신에게 가장 큰 위기를 ‘인사상 불이익’으로 본다는 것을 기억하자
또 정전사고 당일 오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이 사고 발생시 철저한 책임추궁을 하겠다는 기자회견을 보고 인사상 불이익 등을 두려워해 보고를 은폐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고리 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상태서 ‘핵연료 인출’ 기사 중 발췌]
심지어 화사가 망하거나, 브랜드가 망가지거나, 매출이 고꾸라지거나, 소비자들이 죽는 게 문제가 아니다. 일단 조직내에서 조직원들이 정해진 방향대로 원할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이 없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다. 아무리 심각한 위기라도 일단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조직원들이 ‘난 망했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 아무 위기관리도 불가능하다. 이 부분 또한 해당 원전 관리 주체는 반복적으로 고민해 체계를 개선 해야 한다.
4. 위기 모니터링에 있어 수집(collecting)이나 감지(sensing)나 바라보고 있기(observing)이 곧 모니터링은 아니다. 위기 모니터링은 ‘위사결정 실행’을 전제로 한다. 의사결정으로 연결되고 실행되지 않는 수집, 감지, 바라보고 있기는 오히려 가장 위험한 관리 방식이다.
아톰 케어 시스템은 모든 원자력발전소 호기별로 원자로 온도, 전력공급상태 등 주요 변수에 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있지만 비상시 경보발령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고리 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상태서 ‘핵연료 인출’ 기사 중 발췌]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평소에 항상 ‘Why not? (왜 그러면 안되는 건가?)’와 ‘What if? (만약에 그렇게 되면?)에 대한 생각을 세부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아톰 케어 시스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경보발령 시스템과 연동 시키지 않은 이유는 뭘까? 왜 그러면 안되는 거였을까? 만약에 연동시켜 둔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상황이 발생될까? 그것이 유익한 것일까? 유해한 것일까? 이런 생각이 부족하지는 않았을까?
5. 이 기사에서는 해당 원전 관리 주체가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지 않아서’라고 기술했지만, 상황적 맥락을 보면 해당 원전 관리 주체는 ‘실시간 모니터링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후 모니터링도 적절하게 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 가능하다.
검찰은 고리1호기에서 수집하는 데이터만 267가지이며 당시 정전으로 전원공급이 중단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도 저장돼
있으나, 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지는 않아 사고 발생 사실을 당시 바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고리 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상태서 ‘핵연료 인출’ 기사 중 발췌]
실시간 모니터링이 이루어 지지 않아도 일정 시간 이후에 왜 적절한 모니터링이 되지 않았는지가 문제다. 모니터링을 해 의사결정에 연결했는데도 ‘침묵과 모면’이라는 의사결정이 내부적으로 결론지어졌다면 그건 더 큰 문제다.
이 기사를 중심으로 해당 케이스를 바라보면 아주 심각한 위기관리 체계상 문제가 존재한다. 원전관련 위기관리 철학과 위기에 대한 조직의 정의, 조직원들을 제대로 행동하게 하지 못하게 하는 내부 규정 체계, 내부 구성원들의 위기관리 대응 방식 문제와 여러 현실적 제한들, 모니터링 및 경보 체계, 실시간 모니터링 및 의사결정 체계, 은폐나 모면에 대한 내부 규정 등 어느 하나도 정상적이지 않다.
해당 조직에서는 이 케이스는 ‘흔히 발생하지 않는 가능성이 매우 적은 상황들이 우연히 한꺼번에 발생했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운이 나빴을 분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블랙스완이라는 현상에 대해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전에 빨리 문제를 규정하고 개선해야 한다.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적다고 절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위기란 그렇다.
P.S. 뇌 수술은 환자 스스로 할 수 없다.
다양한 기업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얼개들을 하나 하나씩 들여다 보자. 재미있는 증상들을 보면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먼저, 위기 발생 시 CEO께서 여러 이유로 위기관리에 관여하지 않으시는 상황이다.
증상: 위기시 해당 기업은 전혀 움직임이나 대응이 없다. 무언가 고민하는 것 처럼 보이는 데 내부나 외부로 공유되는 아무런 커뮤니케이션이 없다. 내부적으로는 중소규모의 회의들만 계속되고, 실무자들은 상황보고를 위한 문서작업으로 시간을 보낸다.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일선에서는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할 것도 없는 상황.
두번째는 CEO가 직접 위기관리는 지휘하시는데 위기관리 위원회가 존재하지 않아 전략적인 의사결정과 통합적인 실행이 힘든 상황이다.
증상: 부서장들이 CEO에게 따로 따로 각각 보고한다. CEO 룸 바깥에 각자 보고하기 위해 줄을 선다. 전체적으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내부 구성원들은 아무도 모른다. CEO 혼자만 모든 상황을 알고 있다. 부서들은 CEO께서 단편적으로 시키는 대로만 한다. 부서간에 다른 부서의 활동이나 메시지를 서로 모르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보면 회사가 중구난방의 위기관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번째는 위기관리 실행을 담당할 부서들의 R&R(역할과 책임)이 배분되지 않은 상황이다.
증상: 이해관계자 접점들은 모두 열려 있는데 이를 통해 실제 실행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언론은 부정적인 기사들을 마구 써대는 데 그에 대한 대응이 힘들다. 아무 임원이나 아는 데스크들을 만나고 다닌다. 정부기관에서 회의를 하자고 하는데 누가 들어가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미팅을 미룬다. CEO와 위기관리 위원회가 워룸에 모여서 무언가는 하시는데 일선에 명령이 떨어지거나 실행이 진행되는 것들이 별로 없어 보인다. 일부 이해관계자 접점에서는 당황스러운 각개 전투가 벌어진다.
네번째는 이해관계자 접점에 대한 관리 개념이나 체계가 없는 상황이다.
증상: 불만제로나 소비자고발 같은 프로그램이 매장이나 상담사, 지점이나 공장을 마구 방문해 취재해 간다. 일선에서는 기자들이나 PD들을 밀치고, 때리고, 욕지거리를 한다. 마음대로 인터뷰 해서 회사에 임팩트를 준다. 본사에서는 무언가 열심히 논의를 하는 듯 보이는 데…일선에서는 마구잡이 방어 본능이 판을 친다. 외부에서 보면 해당 회사가 마치 실성한 것(정상이 아닌 것) 처럼 보인다. “어떻게 저런 회사가 오래 갈 수 있지?”하는 반응들이 나온다.
다섯번째는 최근에 목격되는 상황인데, 회사에 기업소셜미디어 채널이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해도 통합적으로 관리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증상: 오프라인에서의 기존과 같은 위기관리는 어느정도 되어가는 것 같은데, 소셜미디어상에서 어떤 위기가 발생하면 손을 놓게 된다. 마땅히 대응할 채널도 없고, 윗분들이 이해도 못하시고, 심지어 우리의 공식 SNS 채널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의사결정권자들이 실시간으로 알지도 못한다. (가끔 핵심 임원 자제분들이 SNS 모니터링을 해서 아버지에게 보고한다!) 소셜공중들에게 법적으로 대응하려 하고, 오프라인 언론을 대상으로 보도자료를 내서 소셜미디어에 영향을 미쳐보려 시도한다. 일부는 그러다 위기가 지나가면 그 후 부랴부랴 소셜미디어 채널을 만들고,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강의를 듣는다.
여섯번째도 최근 종종 목격되거나 시도되는 상황인데, 기업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시스템이 기존의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과 완전하게 분리되어 있는 상황이다. 오프라인 따로 온라인 따로 소셜 따로인 느낌이다.
증상: 기존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에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시스템이 완전하게 병합되지 못해서 따로 따로 움직인다.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시스템을 위기관리 전문가가 아닌 소셜미디어 전문가들이 설계하고 구축한다. 대부분의 체계가 실행 중심이고, 비법(!)이 판을 친다. 공학적으로 모니터링하려하고, 연구자 처럼 분석하려 시도한다. 바이럴과 밀어내기 그리고 좀비 계정들을 활용하는 밑작업을 한다. 문제는 위기시 이런 모든 활동들이 기존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에서 결정된 전략이나 포지션과 상관없이 움직이는 부분이다. CEO나 위기관리 위원회에서 소셜상에서 우리가 무슨일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도 힘들다.
마지막 일곱번째는 정상적인 기업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얼개다.
CEO와 위기관리 위원회, 위기 실행을 위한 명확한 주관/유관팀의 존재, 오프라인과 온라인 이해관계자 접점에 대한 창구정리 및 통합적 실행이 진행되는 구조다.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시스템도 평시와 위기시 완전히 변환(convert)되는 통합적 체계로 기존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에 병합되어 있다. 이런 시스템의 경우 빠르다. 그리고 최고의사결정그룹의 위기관리 의사결정이 이해관계자 접점에서 대부분 그대로 구현된다. 모든 이해관계자 접점의 창구들이 유기적으로 통합적으로 협업된다. 외부에서 보면 일사분란하고 일관성 있는 모습으로 보여진다.
이상의 일곱가지 상황들을 하나 하나 들여다보자.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 무엇을 보완해야 할까?
THE PR에서 주최한 페포지엄을 통해 여러 이야기들이 상호간 교환되고 있는데 한가지 이슈 ‘기업 위기관리 케이스 스터디’에 대한 부분이 흥미로워 부연해서 포스팅 해 본다. (사실 페이스북이라는 채널이 토론을 진행하기에는 그리 편리한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적절한 논의가 진행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
나도 인하우스 홍보팀장 시절 많은 교수님들과 학생들로부터 우리 회사의 여러 이슈나 마케팅 사례들을 연구하려 한다며 자료 요청을 받고는 했다. 그 때 드는 생각이 “이 분들이 사전에 좀 공부를 하시고 자료를 요청하시지…막무가내시구먼…”이었다. 일부 연구용 인터뷰를 하러 오겠다 하면 “제가 시간이 없어서요. 죄송합니다” 양해를 구하고는 기자들과의 미팅으로 향했었다.
인하우스 시각에서 볼 때 외부 연구자들이나 교수님들 그리고 밖에서 기웃거리는 컨설턴트들이 내놓는 연구보고서나 강의자료나 글들을 보면 항상 ‘부족하다’는 걸 느끼곤 한다. 당연하다. 그들에게는 (내부) 정보의 한계가 있다. 실제 해당 이슈에 대한 (내부) 경험의 한계도 당연하다. 우리 인하우스가 왜 그렇게 밖에 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다른 결론을 내 놓는 게 너무 아쉽다. 이런 이해의 다름이 계속되다 보니 ‘외부 전문가’라는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생긴다. “자기네들이 뭘 알어? 우리가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기나 해? 우리는 뭐 입이 없어서 말을 못하는 줄 아나? 그리고 분석하는 방식도 너무 편파적이야. 종합적으로 봐야지…”하게 된다. 당연하다.
이제는 그 외부 인사인 컨설턴트 입장에서 왜 외부 교수들이나 컨설턴트들이 기업의 생생한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깊이 있게 연구해야 하는 가에 대해 몇 가지 생각을 적는다.
1. 기업 위기관리는 ‘개선’이 중심이지, ‘칭찬’이 중심이 아니다.
외부 컨설턴트 입장에서 비즈니스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기업들과의 호혜적 관계설정을 위해 항상 ‘성공담’만을 반복하는 것이 가장 이로울 것이다. 타이레놀 케이스도 그렇고, 메텔 케이스도 그렇고, 메리엇의 위기관리+1Hr 케이스도 그렇고, 이세탄 백화점의 세장 짜리 위기관리 매뉴얼 이야기도 그렇다. 많은 학자들이나 컨설턴트들이 성공담으로 많은 리포트와 서적들에 수없이 반복해 다루어주었다.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30여년전 저 멀리 미국시장에서 발생했던 한편의 드라마 같은 위기관리를 아직도 죽은 자식 뭐 만지듯 어루만지는 학자들이나 컨설턴트들이 얼마나 많나.
하지만, 기본적으로 위기와 위기관리는 칭찬받을 대상이 아니다. 타이레놀 케이스를 비롯해 대분의 국내 케이스들까지 ‘칭찬받아야 마땅할’ 위기관리는 극소수다. 정말 칭찬 받아야 하는 기업들은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고 위기관리를 소리 없이 진행하는 기업뿐이다. 따라서 우리가 알 수 없다.
일반적인 기업 위기에서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이 주목해야 하는 것은 ‘왜 이런 위기가 이 회사에 발생했는가’하는 원인 부분과 ‘왜 이 기업은 이런 위기를 맞아 이렇게 위기대응을 할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관리방식에 대한 부분이다. 이는 철저하게 해당 회사와 다른 회사들이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반면교사 하기 위한 인사이트를 끌어 내기 위함일 뿐이다. 해당 회사를 개인적으로 비웃으려면 차라리 ‘안티 블로깅’을 하지 왜 컨설턴트를 하겠나. 그런 컨설턴트는 자격이 없다.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교수들이나 컨설턴트들이 기업 위기관리를 케이스 스터디 하는 목적은 ‘개선점’을 찾기 위한 것이다. 그것이 배움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2. 경험해 보지 못해도 분석 할 수는 있다. 기업 위기관리는 이해관계자의 시각에서 봐야 맞다.
“당신이 내 병을 직접 앓아 봤어? 변비가 한달 째 계속되는 내 속사정을 의사 당신이 어떻게 알어? 함부로 이야기하지마 모르면서…” 이런 이야기는 별반 의미가 없다. 의사가 해당 환자에게 의도적으로 창피를 주려고 ‘이 할아버지는 변비 환자라서 똥을 한달 동안 못 싼데요. 얼레리 꼴레리~~”소리치려는 나쁜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환자의 그런 주장은 별반 의미가 없다. 전문가들은 많은 증상들과 소견경험들을 가지고 환자(클라이언트)에게 조언을 하거나 병명을 진단해 주는 것 뿐이다.
아침방송 PD들이 성형에 실패한 환자들의 사진과 증상을 촬영한 녹화 테입을 다른 성형외과 전문의들에게 보여주면서 의견을 물을 때 전문의들이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자. “좀 더 확실한 것은 직접 제가 진찰을 해 보아야 자세히 알 수 있겠지만, 지금 이 사진과 환자 동영상을 보면 과다하게 악관절과 근육 좌측을 절제 해 버린 것 같아 보입니다. 이런 수술 후유증을 토로하시는 환자분들이 많이 늘었는데 그 이유는…..” 이런 인터뷰를 한다. 전문가로서 학습과 경험에 의해서 케이스 스터디를 하는 것 뿐이다. 그 수술을 받아보고 직접 자신의 턱이 돌아가 본 뒤에 진단해 주는 의사는 없지 않나.
또한 기업 위기관리는 더더욱 외부 시각이 중심이 되는 게 맞다. 실무자들이 경영진들이 내부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고민과 어떤 실행을 했는가 보다 그 종합적인 기업의 노력들을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대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인식했느냐가 기본이다. 그 관점이 기업 위기관리 케이스 분석의 관점이다. 기업 내부에서 생각이나 고민이나 전략이나 노력이나 예산 지출 없는 위기관리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유사한 노력에도 그 결과들이 다르니 문제다.
교수들이나 컨설턴트들은 ‘왜 각 회사에 다름이 있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며, 그 기준은 이해관계자들이 가지는 평가나 인식과 일치해야 한다. 일부 비즈니스 관점에서 서있는 전문가들은 대체적인 이해관계자들의 평가나 인식과는 상당히 다른 ‘찬양성’ 케이스 스터디를 발표 하곤 한다. 물론 해당기업과의 관계형성에는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다른 유사기업들이나 경쟁사들은 그 케이스 스터디를 보고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이야기들을 자주 한다. 중요한 것은 기업 위기관리 케이스 스터디의 관점은 이해관계자이며, 그 스터디를 활용하는 주요 대상은 벤치마킹을 하기 위한 다른 여러 기업들이다.
3. 기업 위기관리 실무자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하기 위함이다.
기업 내부에서 위기를 경험해본 위기관리와 관련 실무자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내용들이 무엇인가? 내가 능력이 없어서 우리 회사의 위기관리가 안되었나? 우리 조직이 바보 같아서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나? 모두가 무식해서 위기가 오리란 것을 몰랐나? 미친 이해관계자를 만나 재수가 없었던 건가? 아니다. 컨설턴트로서 많은 기업 위기관리 실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그들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어려움과 한계는 바로 ‘조직’이다 그리고 ‘시스템’이다.
왜 홍보팀만 이렇게 애를 써야 하나요? 왜 일은 다른 팀에서 저지르고 우리 홍보팀이 막아내야 하나요? 예산 없이 어떻게 우리에게 위기를 관리하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우리 사장님은 무조건 막으라고 하고 못 막아내면 몇 명 날려버린다 하시는데 죽겠어요. 다른 팀들이 다 우리만 보고 앉아 있어요. 부담돼서 일 못하겠어요. 잘하면 뭐 합니까, 잘 해 봤자 본전인 게임인데. 윗분들이 관심이 없어요. 우리 홍보팀은 우리회사가 로펌을 어디를 쓰는지도 잘 몰랐었어요.
이런 고민들을 들으면서 컨설턴트들은 이런 고민들이 그대로 드러나는 케이스들에 주목하기 마련이다. 이는 의사들이 여러 환자들의 통증 소견들을 청취하고 취합해서 다른 환자를 마주했을 때 그 취합된 경험치들에 따라 처방이나 추가 진단을 붙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컨설턴트들이 이런 조직과 시스템적인 부분에 대해 더욱 더 많은 글을 쓰고,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책을 써야 조직과 시스템이 개선이 되고 위기관리 실무자들이 편해진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해서 실무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4. 벽을 허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 인하우스분들이 자사가 진행한 위기관리 활동들을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케이스처럼 성공담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지금보다 수십에서 수백 배 더 자랑 했으면 한다. 그래야 오래가는 성공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거다. 교수들에게 더 많이 논문에 인용하게 하고, 컨설턴트들에게 더 많이 리포트화 하게 해서 기준을 삼게 하고, 전문가들로 하여금 언론 매체에 기고 하게 하면 어떤가. 신제품이 나왔을 때 적극적으로 하듯이 위기관리 후에도 그렇게 하는 게 사후 위기관리 아닐까.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또 수많은 내부 이유들이 있지 않은가? 상황적이고 정치적인 여러 변수들이 있어 조심스러워 하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간접적으로 외부 교수들과 컨설턴트들에게 정확한 정보와 노력에 대한 브리핑을 해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숨기거나 힘들어 하기 보다 함께 모여 후일담들을 이야기하고, 공개 가능한 자료들을 브리핑하고, 소주 한잔 하는 게 어떨까.
수십 년간 인하우스는 벽을 바라본다. 수십 년간 그 벽 저 너머에는 에이전시 선수들이 자기 나름대로의 벽을 또 바라본다. 교수님들은 각각 벽을 마주하고 앉은 실무자들을 비웃으며 돌아 앉아 있다. 에이전시에서 인하우스로 인하우스에서 에이전시로 옮긴 선배들은 또 이도 저도 말 못하며 어중간하게 침묵한다. 기본적으로 ‘너희가 뭘 알아?’ 또는 ’내가 뭘 아나?’하는 생각이 우리가 그렇게 원하는 ‘소통’의 가장 큰 장애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소통은 자세의 문제라 생각한다.
최근 소셜미디어 위기관리라는 주제의 여러 이야기들을 들으면, 소셜 상의 대화를 분석하거나 더 나아가 빅데이터를 들여다보면서 위기관리를 위한 의사결정과정을 리드하려는 시도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대체적으로 이렇게 위기관리를 지향하시는 분들은 컴퓨터 사이언스 계통이나 사회, 정치 또는 마케팅 리서치 계통에서 일하셨던 분들이 많아 보인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리서치(research)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신문이나 방송 또는 정치선거상에서 리서치의 중요성이 비판 받을 수 없듯이 소셜미디어 데이터들에 대한 리서치적인 성격에 대해서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그러한 리서치 행위와 체계 자체가 기업 위기 시 위기관리의 근간으로 논의된다는 데 있어 보인다. 이런 주장은 기업의 최고의사결정자들이 소셜미디어 현상과 환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계신 데에서 그 비즈니스 가능성을 찾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는 어쩔 수 없이 공감한다. (사실 많은 소셜미디어 관련 비즈니스가 클라이언트 핵심 인력들의 이해부족을 기반으로 수주되고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위기발생시 위기에 대한 정의를 내리거나, 위기대응 전략을 세우거나, 대응안들과 각각의 타이밍을 만들어 ‘결정’하는 업무를 통칭 ‘위기관리’라고 한다면 이 모든 업무에서 ‘실무자’들이 ‘결정’하는 부분들은 거의 없다는 데 주목하자. 기업이 위기를 맞아 외부로나 내부로 보여지는(visible) 모든 위기관리 행위들은 대부분 최고의사결정자들의 인가에 기반한다. 이 시각을 정확하게 견지해야 기업 위기관리를 체계화하거나 분석할 수 있다.
일부 마이너 한 위기의 경우 최고의사결정자의 인가가 직접적으로는 생략되는 경우들도 물론 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해당 실무자들은 평소 최고의사결정자께서 일관되게 보여주신 의사결정의 기준에 큰 영향을 받아 대리 의사결정을 진행하게 된다.
학자들이나 위기관리 컨설팅을 책으로 배우는 주니어 컨설턴트들의 경우 기업 위기에 있어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태도가 해당 위기관리 주체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이는 의사결정에 있어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외부 이해관계자의 태도가 부정적이라도 의사결정은 그에 따르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더 나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관리에 성공했다 자평 되는 경우들도 많다.
반대로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태도가 별반 큰 부정적 의미를 포함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 기업의 철학을 강조하면서 ‘over management’하는 경우들도 존재한다. 일각에서 보면 이는 건전한 철학을 가지고 선제적 위기관리를 했다 평가할 수도 있지만, 일각의 내부 이해관계자들은 ‘불필요한 과잉 대응으로 부가적인 문제들을 만들었다’며 실패로 인정하기도 한다.
이렇듯 기업을 둘러싼 수많은 이해관계자들 중 하나인 ‘소셜 공중(Social Public)’에 대한 빅데이터적 분석은 위기 시 기업의 종합적인 의사결정에는 별반 영향을 끼치기 쉽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위기관리 의사결정과정에 있어 핵심은 최고의사결정그룹의 상황인식과 정의에 있다. 이렇게 범위를 좁혀보아도 소셜미디어 여론 분석이 그들의 상황인식에 큰 영향을 주리라는 것은 상당히 부풀려진 바램일 뿐이다. 소셜미디어 분석결과는 그냥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태도들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데 있어 하나의 큰 그림을 구성하는 점들이나 몇 개의 획일뿐 그 이상이나 그 이하도 아니다.
눈으로 직접 여론의 형성과정과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매력을 커뮤니케이션 하려 하겠지만, 위기 시 최고의사결정그룹이 원하는 것은 멋진 그림, 자세함이나 논리가 아니라 ‘감각’이다. ‘정확한 감’을 빨리 원하는 것이다. 그나마 그 정확한 감도 VIP 자신의 감에 절반 이상을 의지하신다. 기존에도 일선에서의 보고서들과 리서치들이 위기관리 과정에서 그리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소셜미디어 분석을 통해 위기관리에 도움을 주려는 의도는 고맙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분석이 곧 위기관리라고 오해하게 하거나, 소셜미디어 분석이 곧 전략적 위기관리 체계라 생각하게 해서는 기업들에게 또 다른 위기를 가져오게 할 뿐이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위기를 관리해 본 일선의 임원급들에게 물어보라. 데이터, 리서치, 분석보고서, 숫자, 예측, 변화추이 등등의 것들이 지금까지의 기업위기관리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었는지 물어보라.
순수 위기관리 체계의 관점에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소셜미디어 분석이나 빅데이터등에 대한 투자와 시간은 마케팅이나 다른 평시 커뮤니케이션 체계에 양보하고, 위기관리 체계를 위해서는 최고의사결정자들과 위기관리위원회 멤버들을 대상으로 하는 반복적이고 집중적인 시뮬레이션이 더 필요하지 않나 한다. 그 시뮬레이션 일부에 소셜미디어 분석 결과 보고와 공유 체계가 붙어주면 더욱 좋겠다. 그 뿐이다.
특정 위기발생 사실을 예견하고 전사적 대응준비를 하는 가운데 홍보실은 환경분석과 해당 위기발생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들을 예견해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경쟁사들 및 유사기업들의 유사 위기상황들을 벤치마킹하고, 그들 각각의 대응방식들을 입체적으로 돌아봤다.
각 사들의 성공과 실패들을 통해 우리 회사가 견지해야 할 전략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다가올 위기에 대비하면서 회사의 입장과 핵심 대응 메시지들을 내부적으로 공론화 해서 명확하게 정리를 했다. 이를 기반으로 핵심적인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할 임원들을 대상으로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홍보실과 핵심 임원들은 해당 위기상황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 커뮤니케이션 수요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각각에 대한 대응 논리와 메시지들을 정렬할 수 있었다. 임원들뿐만이 아니라 일선 CS와 영업라인들에 이르기 까지 가이드라인이 공유되고, 현실적인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들이 일괄적으로 진행되었다.
전사적으로 거의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가 되었다. 모든 이해관계자 별 대변인들과 일선 이해관계자 접점들 모두가 하나의 생각과 대응방향을 공유하는 것 이상으로 더 할 것이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하루가 가고, 한 주가 갔다. 결국 발생하리라 예상했던 위기가 실제로 발생했다. 모든 관련 인력들이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실제 전쟁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운이 좋았다. 이상하게도 관련 위기에 대해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관심을 쏟지 않았다. 언론도, 고객들도, 정부도, NGO도, 관련 거래처들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별반 주목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최초부터 위기 발생 이후의 파장에 대한 예측이 과장된 것도 아니었다. 해당 위기관련 분석과 경쟁사 및 유사업종 기업들의 유사 위기발생시와는 다른 이해관계자 환경이 펼쳐진 것일 뿐이었다.
홍보실장은 ‘모든 준비를 해 놓고 이런 환경까지 더 해지니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현 상황이 참 운이 좋아 고마운 상황이다’라고 평가했다. 위기관리 원칙을 통해 보더라도 ‘모든 준비를 하고 위기를 기다리는 것’은 누가 봐도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일부 임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언론사 어디에서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데 왜 우리가 미디어를 대상으로 예상질의응답을 만들어야 했지? 왜 우리가 시간을 투자해 가면서 대응훈련을 받아야 했던 건가?”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홍보실이 너무 과도하게 준비를 한 것 같아. 정부에서도 NGO에서도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걸 보면 우리가 오버한 게 틀림없어”라고 홍보실의 준비작업들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너무 디테일 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대충 일이 터지면 어떻게 하겠다는 아주 심플한 방향성만 있으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야”하는 개선안(?)도 제시되었다.
매우 흥미로운 정치적 피드백이다. 시각을 조금만 바꾸어 보면 또한 충분히 내부적으로도 제기 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핵심은 일련의 방향성이 회사의 ‘위기관리’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데 있다. 반대로 ‘평시 관리’에 도움이 되고 간편한 제안들이 위기관리에 까지 그 적용범위를 넓혀와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많은 성공적인 클라이언트들과의 공통적인 경험과 그들과 함께 공유했던 인사이트는 ‘준비는 아무리 해도 충분하지 않다’였다. 하늘이 준 운(運)과 사람의 준비를 헷갈려 하거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하려 하지 말자. 진인사(盡人事)하고 나서 대천명(待天命) 해야 한다 하는 것이 기업이 항상 견지해야 할 위기관리관이라고 본다.
삼성은 휴대전화 관련 부서 직원의 건물 출입 기록을 요청받자, PC 교체작업을 수행한 직원의 이름을 삭제해 제출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삼성은 외부 조사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둔 사전 시나리오에 따라 조사를 방해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번 조사 방해 이후 ‘비상 상황 대응 관련 지침’을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침에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바리케이드 설치 내용까지 담겼다. 공정위는 또 “삼성 내부적으로 비상 상황에 대응을 잘했다는 칭찬이 회의 중 나오기도 했다”고 공개했다. 삼성그룹은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위기에 대한 정의(definition)와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가 중요한 이유는 이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그 자체가 기업 스스로 위기관리 성패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 누가 해당 위기의 성공과 실패를 판정하는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외부 이해관계자와 해당 기업이 함께 성공이라 판단하는 위기관리가 진정하게 성공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이해관계자들과 해당 기업이 각기 다른 위기에 대한 정의를 보유하고 있을 때 발생한다. 이런 현실에서 보면 이해관계자들과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 공유된 평가체계를 가진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것으로도 보인다.
이해관계자들이 ‘문제 있다’ 평가하는 기업의 대응이 내부에서는 ‘잘했다’로 평가되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위기관리라던가 기업의 사회성 등은 평가들은 상당부분 생략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기업들이 평시에는 이해관계자들과 공감하고 상호 배려하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지만, 위기가 발생하면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위기에 대한 정의(definition)과 성패기준을 지키는 것은 분명 문제라는 시각을 가지길 바란다. 그것이 성공하는 위기관리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문제라고 믿기를 바란다. 어쩔 수 없이 조직이라는 것이 그럴 수 밖에 더 있느냐 하는 합리화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조금만 더 그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