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2015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히드라의 9개 머리 중 진짜 컨트롤타워는?

헤라클레스 전설에 보면 ‘히드라’라는 가상의 동물이 등장한다.

히드라.

히드라(올바르게는 휴드라)는 영웅 헤라클레스의 위대한 공적으로 알려지는 ‘헤라클레스 12업’ 속에 등장하는 큰 뱀이다. 아홉 개의 목을 가졌으며 그 중의 하나는 죽지 않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설에 따르면 다섯 개에서 1만 개의 목이라고 하는데, 아폴로도로스의 설에 따르면 아홉 개가 맞다. [네이버 지식백과] 히드라 [Hydra] (판타지의 주인공들, 초판 1쇄 2000. 1. 20., 초판 8쇄 2010. 8. 20., 도서출판 들녘)

Hydra

어린 시절 헤라클레스와 히드라의 싸움을 읽으면서 궁금한 점이 있었다.

“머리가 여러 개인데 몸은 어떻게 움직이지? 어떤 머리의 지시를 받아 몸이 움직이는 걸까?”

기업이나 조직의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이런 궁금증이 종종 들곤 한다.

이번 메르스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컨트롤타워라고 부를 수 있는 대책반/TF는 대여섯개에 이른다. 세월호 위기관리 때도 물론 그랬다. 문제는 몸은 하나인 조직이 머리를 여럿 달고 있는 이 ‘히드라’ 구조에서 어떻게 위기관리가 되고 있느냐 하는 부분이다.

우선 현재 정부의 위기관리 컨트롤 타워 – 멀티시스템과 히드라간에 다른 점은 다음과 같다.

1. 히드라의 9개 머리는 모두 실행 조직이다. 그 전부가 의사결정 조직은 아니다. vs. 정보의 모든 컨트롤 타워는 대부분 순수 의사결정 조직이다. 

2. 히드라의 경우 9개 머리 중 의사결정 조직은 유일하게 죽지 않는 머리 단 하나였다. vs. 현재 정부의 모든 컨트롤 타워에는 상호간 세부 의사결정을 통제할 수 있는 ‘죽지 않는 머리’란 없다.

3. 히드라의 8개 머리는 단 하나 유일하게 죽지 않는 머리- 실질적인 컨트롤 타워-를 방어하기 위한 들러리 실행 조직 이었다. vs. 정부의 현 컨트롤 타워는 모두 ‘실질적 컨트롤 타워’를 대행하기 위한 의사결정/지원 조직이다.

즉, 정부 컨트롤 타워 구조는 현재 머리가 5~6개 달린 채 각자 비슷하거나 다른 의사결정을 몸 쪽으로 마구 내려보내고 있는 유사 히드라의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어 보인다. 의사결정의 중복이나 충돌, 그리고 과부하로 인해 몸이 움직이는 데 많은 제약이 걸리는 구조다.

이런 경우 몸은 처리되지 못한 정보들로 인해 움직이지 않는 편을 택하게 마련이다. 때로는 머리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감각만을 전달한 채 움직이지 않는 반응을 한다. 과부하로 움직임이 중지되거나 간섭을 받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지경이 되는 구조다.

컨트롤 타워는 단 한개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컨트롤 타워는 위기관리를 위한 모든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전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책임을 질 수 있는 그룹이어야 한다.

공항에 컨트롤타워가 5~6개 설치되어 이착륙하는 비행기와 동시 교신하는 체계. 이 체계가 훌륭할리 없다.

 

 

정용민 씀. 201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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