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업

4월 252013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사기업이 정부부처 보다 위기관리를 더 잘 한다?

 

정부 고위공직자들과 정기적으로 트레이닝을 진행하고 토론을 하는 컨설턴트 입장에서 지난 몇 년간 사기업과 정부기관 또는 공기관의 위기관리 체계를 비교 분석 해 왔다.

 

이전 최초 국정홍보처 설립 시절부터 국정홍보 컨설팅 업무를 여러 해 진행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NSC 국가위기관리 체계 구축사업에 관여 했었던 경험으로 지난 15년간 사기업과 정부기관 및 공기관 위기관리 체계를 비교해 보면 아주 독특한 인사이트를 얻게 된다.

 

사기업이 더 잘할꺼야?

 

일반적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사기업이 정부부처 및 공기관들 보다 위기관리 체계가 더 잘 구성되어 있고, 실제 위기 발생 후에도 위기관리를 더 잘할 것이라는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정부부처나 공기관은 매번 대형 위기 발생 및 관리 직후 세부적으로 국정감사와 청문회를 받는다.

 

그 때마다 아주 정확하고 세세하게 대응 기록들이 제3자들에 의해 점검된다. 아주 구체적으로 몇 시 몇 분에 해당 위기를 최초 감지했는지, 몇 시 몇 분에 최초 대응을 어떻게 했는지, 왜 그랬는지 누구에게 보고했고, 누가 명령했는지가 투명하게 드러나고 청문을 받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언론에 재노출이 되고 프로세스 상 문제들과 사일로 오류들이 드러나고, 늑장대응과 리더십등이 그대로 투명하게 드러난다. 한 마디로 정부부처와 공기관들은 대형 위기 시 결과적으로 보면 투명한 유리창 속에서 위기관리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불투명한 위기관리 프로세스

 

반면 사기업들은 대형 위기 시 발생 이전과 이후 내내 아주 불투명하다. 언론사 기자들이 취재를 통해 그나마 단편적으로 해석해 기사화 할 뿐 전반적인 대응 프로세스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경험상 내부에서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는 사내 위기관리 프로세스들이 존재 한다 .

 

그래서 해당 기업이 위기 발생 초기 24시간 동안 대체 무얼 한 건지 끝까지 오리무중이 될 수 밖에 없다. 최초 감지는 누가 했는지, 그 감지 내용이 상부 보고는 언제 되었고, 어떤 최초 대응과 어떤 의사결정들이 언제 내려 졌는지 사후에도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 이후에도 48시간동안 각 부서들은 뭘 하며 그 시간들을 허비했는지 아무도 모른 채 위기가 종료되고 만다.

 

정부기관은 저평가 vs. 사기업은 고평가

 

사기업내 위기관리 담당들은 정부기관의 ‘오리무중’ ‘오락가락’ ‘허둥지둥’ ‘수수방관’ ‘은폐시도’ ‘늑장대응’ ‘허위보고’ ‘왜곡보고’ ‘침묵’…등으로 비판 받는 위기관리 평가를 보고 정부부처나 공기관의 위기관리 체계가 자사의 위기관리 체계보다 열등하다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객관적 입장에서 양쪽을 볼 때 정부나 공공기관은 위기관리에 있어 실체보다 저평가 되고, 사기업들은 실체보다 고평가 되고 있다고 본다.

 

올해 만 해도 십여건 이상의 그룹사 계열 기업들이 대형 위기상황을 경험했고, 위기들을 여러 방식으로 관리했다. 그 케이스 대부분을 들여다보면 정부기관이나 공기관의 사후 분석처럼 ‘투명’하지는 않다. 외부에서는 왜 해당 기업이 최초 27시간을 잃어 버린 건지, 어떤 기업은 왜 그리 단순한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이틀이라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는지, 어떤 기업은 왜 쉬쉬하면서 하룻밤을 보냈는지, 왜 며칠 전 감지된 위기를 수일간 묵혀만 놓고 있었는지 궁금해 해도…이에 대한 지적에 답변을 할 수 없는 것이 사기업이다.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면서 한 장으로 나누어 지는 사건개요 및 대응일지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사기업들은 불투명한 프로세스속에 숨지 말자

 

위기가 발생한 뒤 내부적으로라도 투명해 졌으면 한다. 정치적인 민감한 입지들이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유사한 위기를 다시 경험하지 않기 위해 백서 형식의 위기관리 프로세스 분석이 있었으면 한다. 그에 대한 개선안과 프로세스 교정들이 있었으면 한다. 이를 기반으로 하는 트레이닝과 시뮬레이션이 적극 진행되어 살아 움직이는 위기관리 체계에 욕심을 가졌으면 한다.

 

위기가 발생하면 전직원이 단체 강의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이제 우리는 위기관리를 잘 할 수 있다 생각하는 자기합리화의 연속사슬을 그만 끊자. 투명하지 않은 위기관리 프로세스 속에 숨어 있지 말자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