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by: 정용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펌(Crisis Communications Firm) 스트래티지샐러드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월 022025 0 Responses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실패하는 이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란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위기관리 커뮤케이션이란 위기관리 주체가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위기관리 그 자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확한 의미의 위기관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많은 사람들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위기관리에 성공하기를 바라고 기대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보고 위기관리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를 판정하려 하기도 한다. 더 일부는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같은 것으로 보거나, 자주 혼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자문하다 보면, 위와 같은 자잘한 개념적 오류와 혼동이 위기관리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상황을 종종 접하게 된다.

절대 변하지 않고, 바뀌어서도 안 되는 가장 확실한 개념은 하나다. 제대로 된 위기관리만이 제대로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진리라는 사실. 반면 위기관리만 제대로 되었을 뿐,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라면, 전반적 위기관리는 실패한 것으로 판정된다. 위기관리 범위내의 노력들이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위기관리는 실패했는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만 성공한 것 처럼 보여지는 경우가 있다면 이는 고도의 속임수일 가능성이 높다. 정확한 의미의 위기관리가 아니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번 글에서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실패하는 다양한 실무적 원인에 대해서 돌아본다. 이전에도 여러 번 언급했던 내용들이지만, 종합해서 실패 원인을 곱씹어 가며 개선 또는 변화를 다시 시도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위기관리는 어느 정도 잘 했다고 보는데, 왜 우리 회사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잘 안되는 것일까?

첫째 이유, 상황파악이 어렵고 늦다.

상황파악이 되지 않고, 되더라도 너무 늦어 버리면 위기관리 자체도 적절하게 될 가능성은 사라진다. 심지어 언론이나 온라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상황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더 나아가 여론을 형성해 나가는 시점에 기업 내부에서는 전혀 갈피도 못 잡고 있다면 백전백태가 뻔하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가 활성화되면서 위기 시 기업에게 요구되는 신속한 상황파악과 입장 정리 압력은 더욱 가중되어 간다. 그렇다고 시간에 쫓긴 정확성 떨어지는 상황파악이나 입장정리는 더욱 위험 해 졌다. 돌발 상황에 처한 기업을 향한 입장 정리 압박과 정확성의 요구. 이 압력을 적절하게 적시에 핸들링해 내지 못하는 기업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한다.

둘째 이유, 정무감각의 부실 또는 부재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사회적 여론 추이 또는 방향성을 예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실패 가능성은 높아진다. 특히 의사결정을 하는 고위경영자 그룹내에서 해당 상황에 대한 적절한 이해가 떨어지면 결과는 더욱 암담 해 진다. “이 상황이 왜 문제인걸까?” “지금 온라인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전혀 이해가 안 되는데?” “왜 사람들이 이렇게 화를 내는 걸까” “이건 일반적 상황 같은데, 반응이 이상하네?”같은 소리가 나오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불가능 해 진다.

여기에 온라인 공중이나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보는 의사결정자의 시각에 존중이 없으면 더욱 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어려워진다. 평소 공중 및 이해관계자관을 정확하게 형성 해 일상적 사업에 반영하고 있어야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이 최소한이라도 가능해 진다. 기업에게 정무감각이란 여론을 읽고 이해하며 그에 따르는 감각을 의미한다. 일부라도 위기 시 여론을 읽지 않고 무시하며 그에 맞서 싸우려고 까지 한다면 재앙이 된다.

셋째 이유, 비선의 개입

올바른 정무감각이 형성되어 있는 의사결정그룹이 존재하는 기업에게는 비선이나 요행, 기술, 편법은 필요하지 않게 된다. 그러한 무리수가 절실한 기업은 제대로 된 정무감각을 보유하지 못한 곳이다. 여론이 이해되지 않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누군가 무언가 마술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분명한 주체가 존재한다. 해당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 핵심 주체인 기업이 커뮤니케이션의 주체다. 이 중간에 누군가가 끼어들고, 무언가가 뿌려지고, 어떤 일들이 더해지면 상황은 통제불가능한 구역으로 진입하게 된다. 위기관리가 제대로 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이를 바라보는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은 더욱 더 혼동에 빠지게 된다.

넷째 이유, 과감성 및 진정한 태도의 결여

언젠가부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매우 유효한 기술이나 기법으로 여기는 시각이 생겨났다. 사과를 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과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사과할 일을 만들지 않을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순서 아닌가? 제대로 사과할 줄 아는 기업이나 사람은 사과할 일을 아예 만들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기술이나 기법이 아니다.

위기관리를 위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대응책, 개선책, 재발방지책, 보상책 등의 다양한 내용을 잘 분석해 보면, 그 중 상당수가 슬로건, 의지표명, 카피성, 근거미비 한 성격의 것들이다. 일단 현 상황을 잘 넘겨보자는 전술적 의도가 다분하다. 일반적으로 이런 태도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기업의 경우 얼마가지 않아 비슷한 위기상황을 다시 경험하게 된다. 이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전부 거짓말이 되는 셈이다.

다섯째, 위기관리 리더십의 결여

일부 기업에서는 사과문이나 해명문에 자사 대표이사 이름을 넣는 것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마케팅 차원의 위기였으니 마케팅 임원이 사과하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경우가 있다. 기업의 모든 경영활동에 책임을 지는 대표이사가 위기관리 과정에서는 사라진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도 스스로 화자가 되거나 등장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기업이 약속한 개선이나 재발방지책이 제대로 준수되어 결실을 이룰 가능성은 현격히 낮아진다.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도 이를 알고 있다.

심지어 과감한 개선책과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하고 고개 숙였던 대표이사가 다음 인사에서 교체되기도 한다. 이전 대표이사가 약속한 내용을 끝까지 책임지고 달성하는 신임 대표이사는 드물다. 일각에서는 위기관리 비용보다 인사 비용이 더 저렴하다는 자조적인 이야기도 나온다. 위기관리 리더십까지 이야기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수준의 경우들이 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잘 될 리가 없다.

여섯째, 전통적인 매체 개념의 고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정의할 때 일부 기업에서는 부정적 기사나 보도를 빼고 막아내는 것이라 정의하거나 상상하는 곳도 있다. 우리 회사에 부정적인 뉴스들을 막아내면(?) 진짜 위기는 오지 않거나 사라진다고 믿는 임원이 아직도 있다. 가능한 부정적인 것은 막아내고 빼 버려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인식이 여태 존재한다.

그런 임시처방에 주로 신경 쓰느냐 실제로 신속하게 결정해 발표해야 할 회사의 입장과 여러 대응책 마련은 계속 지연된다. 감정적으로 신경 쓰이는 부정적 기사만 계속 의사결정그룹내에 공유된다. 평소 읽지 않던 기사들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며 기자가 쓴 단어 하나나 표현 한 줄에 법적 대응을 이야기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빨리 자사의 입장을 마련해 후속 기사들이 우리 회사의 입장을 충분히 담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막고 빼고가 먼저가 아니다. 전부도 아니고.

일곱째, 일희일비의 만연

사과문을 수십번에 걸쳐 수정해 게시하는 기업도 있다. 사과를 했다가 이내 법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입장을 바꾸는 기업도 있다. 심지어 하나의 사과문에 깊은 사과와 반성 그리고 법적 대응을 함께 이야기하는 그로테스크한 기업도 있다. 기업 대표가 무릎 끓은 사진을 릴리즈 하며 커뮤니케이션 하기도 한다. 각종 소셜미디어에 회사 오너나 대표이사가 감정적 글을 써가며 여론에 맞서기도 한다.

의사결정그룹이 얼마나 일관성 있고 안정적인 태도를 보이는가에 따라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품질은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런 무게감 있는 고품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공중과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를 이끌어 낸다. 아이디어나 재미가 기반이 아니라, 원칙과 철학이 기반이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위기 시 일희일비하지 않는 경영진에 의해서만 가능하게 된다.

여덟째, 일선 실무진의 전문성 부족

언론팀의 팀장이 기자들을 잘 모른다거나, 온라인 팀장을 맡은 지 얼마 안 되어 온라인 생태계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실행은 어려워진다. 평소 실무그룹이 얼마나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키워 놓았는지는 위기가 발생되면 여실하게 드러난다. 위기관리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대행사나 여러 협력사들을 동원하기도 하지만, 기업 내부 실무진의 이해관계자 이해도나 실무역량은 결과물의 품질을 크게 좌우하는 키 역할을 한다.

위기관리 명언 중에 “위기 시에는 플랜과 싸우지 말고 상황과 싸우라”는 말이 있다. 대부분 플랜과 싸우는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는 기업 내부 실무 그룹의 역량이 부족한 경우다. 역량 있는 실무진은 상황과 싸운다. 상황을 예상하고 움직인다.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어떤 것이 꼭 필요한 것인지, 무엇을 해야 그 실행이 가능해지는지에 대한 경험적 이해와 통찰이 있어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성공한다.

아홉째, 위기관리 예산 개념의 혼동

위기관리를 위한 예산을 철저하게 비용으로만 보는 시각이 있다. 일부는 아주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비용으로 본다. 문제는 현재 부정이슈로 회사가 불타오르고 있다는 것인데, 불을 끄는 데 필요한 비용을 쓰는 것이 아깝다는 셈이다. 실무자들은 더욱 더 위축된다. 어차피 결재가 나지 않을 비용이기 때문에, 대응에 비용을 투입하지 않으려 한다. 정확히는 비용을 투입하지 못한다.

위기대응을 위한 지시사항에는 상당한 비용이 동반되는 것이 대부분이라, 그 지시사항을 실행하지 못하고 주저하게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추후 감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데, 상황이 급하다고 대응 비용을 투입하자 하는 이야기도 하기 어려워한다. 위기관리만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도 예산은 들어간다. 예산 없이는 위기관리 없는 것처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그렇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공짜가 아니다. 다른 모든 것처럼.

마지막, 반면교사나 벤치마킹의 부재

다른 기업이 당했던 일을 똑같이 당하는 기업은 어떻게 보아야 하나? 다른 기업이 이미 잘 관리했던 위기 상황을 제대로 관리해 내지 못하는 기업은 어떻게 볼 수 있나? 공중과 이해관계자에게는 차리리 익숙한 위기 상황에 홀로 놀라고 당황스러워 하는 기업은 어떤 기업인가?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이 대부분 이해하고 있는 트렌드와 여론을 낯설어 하는 기업은 어떤가? 계속해서 바뀌는 사회 환경과 달리 아직도 수 십년 전 상황에 머물러 있는 기업에게 위기관리란 어떤 것인가?

“처음 당하는 상황이라 경황이 없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해서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습니다.” “흔치 않은 상황이라 모두가 당황했습니다.” 등과 같은 이야기들이 얼마나 피상적인 변명인지를 잘 알지 못하는 기업도 있다. 좋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다른 기업 그리고 자사의 예전 케이스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분석해 낸 기업만이 할 수 있는 귀중한 실행이자 결과물이다. 항상 살피고, 고민하고, 기억하는 기업의 습관은 그래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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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022025 0 Responses

조사 및 수사 대응 커뮤니케이션 전략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 특정 이슈나 위기와 연루되면 담당 기관으로부터 조사 또는 수사를 받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경우 검찰, 경찰, 공정위, 국세청, 식약처, 관세청, 지자체 등의 움직임에 따라 해당 기업과 관련된 다양한 부정 기사들이 쏟아지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로 인해 상당수 기업은 조사 및 수사가 시작되면 전사적인 패닉에 빠진다. 사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던 경우라고 해도 실제 기관의 움직임이 개시되면 기업 내부에서는 두려움과 혼란을 느끼게 된다.

그러한 기업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로 인해 많은 경우 기업 스스로 상황 초기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고, 불완전하고 문제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여 상황을 악화시키곤 한다. 그렇다면 혼란의 연속인 조사 및 수사 대응 상황에서 기업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까? 그 전략과 방법론을 정리해 본다.

첫째, 침묵보다는 홀딩이 낮다

일부 전문가들은 조사나 수사를 앞둔 기업의 침묵은 곧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이런 관점도 상황에 따라 맞기도 틀리기도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사에 대한 조사나 수사를 앞두고 있는 현 상황에서 기업이 무엇을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 보는 것이다. 만약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것이 있더라도 지금 커뮤니케이션 해서 상황을 전환시킬 수 있느냐를 따져볼 필요도 있다. 커뮤니케이션 해서 실질적으로 얻을 것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별로 얻을 것이 예상되지 않는다면 모든 커뮤니케이션 요구에는 홀딩(시간을 벌기)하는 것이 이롭다.

둘째, 시끄럽게 하소연 말라

일부 기업이나 셀럽의 경우 기관의 조사나 수사가 예상되면 오히려 활발하게 언론 접촉을 하고, 무리하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해 노이즈를 일으킨다. 당사자는 그렇게 자가발전 한 노이즈가 여론을 형성하여 자신에게 이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조사나 수사 주체 기관의 담당자들의 존재다. 그들이 정해진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많은 노이즈가 일어나게 되면, 실무자의 특성상 무거운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한 조사 및 수사 실무자들의 부담감은 상황을 이롭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셋째, 팩트를 나열하기보다 입장을 정리하라

기관의 조사나 수사에 대응한다고 하면서 기업이 언론이나 공개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당히 다양하고 구체적인 팩트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우가 있다. 수많은 정보를 쏟아 부어가며 자사의 결백함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에서 유의해야 할 것은 회사가 현재 그 팩트를 누구에게 전달하고 있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메시지를 그 대상에게 전달함으로서 자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대부분 유사 케이스에서 기업은 유효한 대상으로부터 가치 있는 이득을 취하지 못한다. 오히려 사회적 노이즈만 극대화 시키며, 그와 동시에 실제 조사 및 수사 과정에서 자사가 기존 주장했던 팩트가 반박 당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조사 및 수사를 앞두거나 그에 임한 기업은 자사의 입장만 간단하게 표명하는 것이 훨씬 나은 전략이다. 패를 먼저 공개 할 필요는 없다.

넷째, 부정기사에는 선별적으로 대응하라

시종일관 기업은 조사 및 수사에 대응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로우 프로파일(low profile) 하고 리액티브(reactive) 한 대응을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쉽게 표현하면 가능한 말을 아끼고, 언론이 물어오는 사안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을 유지하다 보면 기업 내부에서는 갑갑하다, 너무 안일하다, 보다 적극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이견이 나오게 된다. 그런 커뮤니케이션 기조는 기업 내 최고의사결정자의 일관된 태도로만 유지 가능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말은 아끼되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극히 부정적인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응을 해 교정 또는 이해를 도모하는 노력은 해야 마땅하다. 리액티브 대응이 숨어서 말도 못하는 벙어리 대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섯째, 일단 진다고 생각하고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짜라

우리나라 기관이 행하는 조사 및 수사에서 기관이 승리하는 경우는 압도적으로 높다. 그 과정에서 많은 기업이 억울함과 과정의 문제를 토로하고는 하지만 결국 기관은 정해진 목표를 이루게 된다. 기업에서는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때 이런 현실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조사 및 수사 대응 커뮤니케이션을 기관 vs. 자사의 권투시합 처럼 커뮤니케이션 하기 보다는, 자사가 기관의 조사 및 수사에 임해 퍼포먼스를 펼치는 피겨스케이팅 같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낫다. 기관 조사 및 수사에 임한 회사가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떻게 보여지는 가’에 중점을 두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짜라는 것이다. 일부 기업은 권투시합 처럼 커뮤니케이션 하다 시합에서 져서 나뒹구는 비참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반면, 일부 기업은 피겨스케이팅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결론적으로 신뢰를 유지하며 무게감 있게 일관성은 잘 보여주었다는 느낌을 전달 하는 경우도 있다.

여섯째, 적을 만들지 말라

일부 기업은 기관과 기관에서 조사 및 수사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을 적으로 만드는 자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기도 한다. 악의적 조사나 수사라고 한다. 편파적이라고 하고, 모종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식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기도 한다. 조사 및 수사 실무자들의 개인정보나 배경을 공개하며 비판 하기도 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일부 정치인들이 활용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법인데, 이를 그대로 기업이 모방하니 문제가 된다. 이슈나 위기상황에서 기업이 명심해야 할 아주 중요한 원칙이 그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에는 ‘절대 적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더구나 자사에게 칼을 들이댈 집도의(?)를 적으로 만든다면 그 수술의 결과는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볼 필요가 있다.

일곱째, 법정에서 이야기하라

여론의 법정에서 이야기하라는 조언이 아니다. 실제 법정에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커뮤니케이션은 대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단, 공중과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기관의 조사 및 수사에 임하는 자사의 입장과 해명 노력에 대한 것이면 충분하다. 특히 이해관계자들이 궁금해하는 조사 및 수사 과정 및 이후의 변화, 영향 등에 대해서는 성실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필요가 있다. 영역을 넓히면 대 이해관계자, 대 직원, 대 거래처 등의 범 내부 커뮤니케이션 노력은 훨씬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외 사안과 팩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법정에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좋다.

여덟째, 좌충우돌 말고, 좌고우면 말라

기관 조사 및 수사에 임하게 되면 기업 내부에는 정말 말그대로 혼란의 시장을 방불하게 하는 환경에 조성된다. 넘치도록 다양한 첩보나 검증되지 않는 설들이 난무하게 된다. 의사결정그룹의 감정을 자극하는 다양한 정보들이 공유된다. 문제를 풀어주겠다는 브로커들도 나타난다. 유효한 압력을 행사해 주겠다는 선수들도 모습을 드러낸다. 실시간으로 부정적 보도들이 이어지고, 회사도 모르는 내용들이 신문과 방송을 타며 이어진다. 이런 혼란속에서 대부분 기업은 좌충우돌한다. 대응 전략이나 일관성이라는 개념은 잊혀진다. 아침 의사결정이 다르고, 오후가 다르다, 저녁에는 또 바뀐다. 많은 대응 지시가 내려오지만, 실제 실행 되는 경우다 적다. 의사결정이 계속 흔들리는 동시에 이 결정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일단 혼란의 환경에서는 아무 의사결정을 하지 않아 보는 것이 나은 경우가 많다. 의사결정을 잠시 미루며 침전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의사결정이 조금 흔들려도 공중 및 이해관계자들 눈에는 엄청난 진동처럼 보이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아홉째, 할 수 있다면 백그라운드 브리핑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다면’이다. 능력 있고 신뢰 받는 대변인이 있다는 전제다. 기관의 조사 및 수사 과정에서는 기관측 실무자도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법적으로 일부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정보들이 이를 통해 언론에게 흘러 들어 가기도 한다. 이런 소스발 정보는 기자에게 아주 좋은 기사 재료가 된다. 이런 정보의 흐름은 조사 및 수사를 받는 기업에게는 불리하고 부정적인 환경을 만드는 위협이 된다. 이런 경우 기업에서도 기자를 대상으로 하는 백그라운 브리핑을 한다. 기자들이 궁금 해 하는 기관발 정보에 대한 기업의 입장을 기업 대변인이 설명해 주는 방식이다. 기자들을 통해 여론에 영향을 주는 목적의 보도를 만드는 것과 기자들을 이해시키고 교육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후자의 경우 제대로 할 수만 있다면 기업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된다. 기업에게 정확하고 적절한 정보만 있다면 기관측 소스의 일부 무분별하고 부적절한 커뮤니케이션 시도를 제한하는 결과까지 생산할 수 있다. 여기에서 조사 및 수사에 대응하는 실무그룹인 로펌과 대변인과의 튼튼한 협업은 핵심이다.

마지막, 길게 보자

기관의 조사 및 수사로 회사의 운명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자. 일정 기간이 흐르고 결과가 나오더라도 회사의 사업은 지속가능해야 한다. 조사 및 수사에 대한 승부에만 너무 몰두해서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단기간 몰입하다 보면 중장기적으로 회사가 유지해야 하는 가치가 희석될 수도 있다. 일부 기업이 기관의 대규모 조사 및 수사에 임해서 보다 의연하고 발전적인 모습을 계속 보여주는 것도 그러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일환이다. 조사 및 수사는 일시적이고, 사업은 영원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길게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상과 같이 기관의 조사 및 수사에 대응하며 검토해 보아야 할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정리했다. 현장에서 조사 및 수사에 대응하는 실무자들과 의사결정자들을 만나보면 대부분이 일관된 대응을 가장 어려워한다. 이는 마치 태풍으로 마구 흔들리는 바다에 뜬 배위에서 체스를 놓는 느낌과 같다. 계속해서 체스판이 흔들리니, 체스 말들이 쓰러지기를 반복한다. 일관된 게임이 진행 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럴수록 기업 내부에서는 조사 및 수사 실무에 대응하는 로펌과 커뮤니케이션 그룹 그리고 전체적 의사결정그룹간 3각 협력이 중요하다. 그들만 튼튼하게 엮여 움직이게 되면 체스판이 흔들려도 게임은 진행 할 수 있다. 그들의 협력이 강하면 일희일비가 준다. 반면 일사불란함은 극대화된다. 그리고 그 기반에는 안정감 있는 의사결정그룹의 심리상태가 유지되어야 한다. 누구나 불안하고 억울하고 화나고 힘 들지만,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의사결정자들의 담담함은 실제로 아주 큰 가치를 발한다. 모든 이슈 및 위기관리는 정신력이 기반이 된다. 조사 및 수사 대응 커뮤니케이션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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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홍보실이 만드는 10대 가치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어느 정도 규모에 이른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경영진과 미팅을 하면 종종 비슷한 고민 주제들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 중 대표적 고민이 ‘우리 회사에게 홍보실이 필요한 건가?’ ‘홍보실을 구성한다면 어떻게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가?’ ‘홍보실을 운영하면 어떤 점이 좋은가?”하는 아주 현실적인 주제들이다.

일부 기업 경영진은 예전 자신이 대기업에서 일할 때 홍보실이 하는 일을 보았는데, 이제는 그와 비슷한 역할을 해 줄 직원들이 자신에게도 필요하게 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어떤 경영진은 아직까지 홍보실이 필요한지는 모르겠는데, 몇몇 부정 기사에 대해서는 신경이 쓰인다는 이야기도 한다. 회사가 홍보실까지 꾸릴 사이즈가 되지 않아서 어떤 레벨의 홍보담당자를 고용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중요한 고민을 하는 기업 경영진에게 컨설턴트가 단순히 ‘큰 회사도 대부분 홍보실을 운영하고 있으니 대표님 회사도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같은 일반적인 조언을 할 수는 없다. 경영진이 고민하는 것은 회사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데 있어서 홍보실이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확인이다. 그리고 제한된 현실속에서 어떤 구조로 홍보인력을 고용 또는 활용해야 가장 이상적인 투자대비 생산성이 도출될 수 있을까 궁금해하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고민을 가진 기업들이 홍보실을 왜 구성하고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해 돌아보고, 현실적인 영역에서 강력한 홍보실을 구성해 운영하게 되면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가치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강력한 홍보실은 다음과 같은 가치를 회사에 선물하게 된다.

첫째, 강력한 홍보실은 회사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달아준다

홍보실을 구성하면 이후 가장 먼저 홍보실로부터 받아 보게 되는 것이 매일 아침 전달되는 언론과 온라인 여론 모니터링 보고서다. 자사에 대한 이야기, 경쟁사에 대한 이야기, 규제나 환경에 대한 이야기, 기타 관련된 정보들이 매일 매일 그리고 때때로 시간에 맞추어 경영진에게 보고된다.

이전에는 경영진이 시간 날때 개인적으로 자사 관련된 내용을 포털에서 찾아보고, 소셜미디어를 읽어보고 했다면, 이를 전담하는 조직이 생겨서 보다 전문적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트레킹 해주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모니터링 된 정보와 환경변화에 대한 일선의 조언도 함께 얻게 된다.

둘째, 회사에게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한 생각을 가능하게 해 준다

회사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이전에는 대표와 핵심 경영진이 필요할 때마다 가다듬었다고 한다면, 홍보실이 구성되면 그들이 전담해 기업 커뮤이케이션 활동을 디자인하게 된다. 우리 회사가 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어떤 대상에게 언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그들과는 각각 어떤 메시지를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그러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어떤 결과를 창출할 것인가를 사내적으로 합의하게 해 준다.

이전의 회사 커뮤니케이션이 단편적이고 단기간으로 이어지는 성격을 가졌다면, 홍보실은 그런 실행을 보다 지속적으로 중장기화 해서 꾸준히 관리하게 해 준다. 기업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전략, 플랜, 실행계획 등과 같은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셋째, 회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속 시원 하게 할 수 있게 해준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대표 중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언론을 통해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이전에는 개인적으로 아는 기자를 찾아 다니거나, 회사를 찾아오는 매체 광고 담당자를 통해 광고비를 지급하고 인터뷰나 기사를 실어 보기도 했다. 보도자료 배포라는 서비스를 사서 포털에 자사 보도자료를 도배도 해 본다.

그러나 홍보실이 구성되어 강력한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 홍보실은 회사가 그렇게 하고 싶어하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속 시원 하게 전달해 준다. 단순히 일방적 게재나 도배가 아니라, 기자들을 이해시키고 그들의 지원을 받아 보다 품질 높은 제3자 인증을 이끌어 내준다. 살아있는 기사와 의미 있는 보도들을 다양하고 지속적으로 생산해 내게 된다.

넷째, 이해관계자들을 돌아보는 정무감각을 키워준다

기업 경영진에게 중요하게 강조되는 가치 중 하나인 정무감각은 강력한 홍보실 없이는 정상적인 형성과 관리가 불가능하다. 홍보실을 이끄는 임원이나 팀장급 인력은 여론을 항상 접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 경영진이 사회적 여론에 맞서 의사결정 해야 하는 경우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인력들이다.

평시에도 다양한 사회적 여론과 흐름을 사내에 공유해 주는 홍보실 인력들은 기업 경영진에게 살아있는 정무감각의 소스다. 홍보실이 없었을 때에는 내부 사정과 입장이 의사결정의 주요 기반이 되었다면, 홍보실이 역할을 발휘하게 되면 외부 여론과 다양한 3자 시각들이 투입되게 되어 보다 안전하고 이상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된다.

다섯째, 회사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리게 해 준다

정무감각이라는 것이 보다 발전되면 사내적으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확실하게 규정하게 해준다. 경영진을 포함한 전직원이 자신의 의사결정과 활동의 기준을 보다 확실하게 설정하게 된다는 의미다. 당연히 이런 기업의 경우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모범적인 회사로 인정받게 된다.

홍보실이 역할을 발휘하게 되면 언론에게도 이전보다 회사의 모습을 체계적으로 갖추게 되었다는 인정을 받게 된다. 언론관계에 있어서도 회사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확실하게 가리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어 신뢰를 받게 된다. 이전에는 믿지 못할 회사가 믿을 만한 회사로 비춰진다. 언론에게는 비로소 정상기업으로 인정받게 되는 셈이다.

여섯째, 일원화된 창구를 운용하게 됨으로써 핵심 경영진의 업무를 덜어준다

이전에는 대표나 핵심임원이 기자들을 만나고, 기타 이해관계자와 시간을 보내며 힘들어 했다면, 홍보실이 역할을 발휘하게 된 이후에는 경영진의 그런 부담은 상당히 줄어든다. 경영진은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더욱 중요한 경영적 의사결정에 투자하게 되는 것이다.

창구를 홍보실로 일원화 해 얻게 되는 가치도 상당하다. 준비된 전략적 메시지가 하나의 창구에서 커뮤니케이션 되니 불필요한 노이즈나 루머나 실수가 사라진다. 내부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이야기가 흘러 나가는 일도 줄어든다. 회사는 회사의 메시지를 전략적으로 컨트롤 함으로서 보다 큰 신뢰를 얻게 된다.

일곱 번째, 폭넓은 언론관계망을 형성해 평시 이슈를 관리해준다

강력한 홍보실을 이끄는 임원이나 팀장은 평시에 지속적으로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다양한 기회를 창출해 언론과의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인간적 이해와 연대를 이끌어 낸다. 당연히 보다 많은 기자들이 회사에 대하여 정확한 정보를 상시 접하게 되고,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이전에는 기자에게 회사 관련 정보나 이해가 부족 했기 때문에 발생했던 오해나 억측 같은 것들이 최소화된다.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갈등이 대부분 사라진다. 탄탄한 언론 네트워킹은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쌍방향적인 상생의 환경을 창조하게 되는 것이다.

여덟 번째, 실제 이슈나 위기 시 큰 도움을 받게 된다

실제 부정적인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경험 많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자들이 경영회의에 빡빡하게 포진하고 있더라도, 그들의 의사결정을 실행으로 정확하게 구현해 내는 실무 그룹이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손발 없이 홀로 서있는 머리를 상상해 보면 된다.

제대로 된 홍보실은 이슈나 위기 발생 시 회사의 정확한 관리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조직이다. 입장을 정리하고, 해명문이나 보도자료를 다듬고, 내부적으로 이를 결재 받고, 자료를 핵심 타겟 기자들에게 배포하고, 설명하고, 보도와 기사를 이끌어 낸다. 기자회견을 준비해 진행한다. 그 외 다양한 실행까지 일선에서 해 낸다. 그 어려운 시기동안 홍보실 수장은 회사를 위해 대변인 역할을 해 낸다. 이슈나 위기관리를 실제로 해 본 경영진은 안다. 잘 준비된 홍보실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을 하는지.

아홉 번째, 회사의 명성과 이미지를 일관되게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홍보실이 제대로 역할을 하게 되면 회사는 일희일비 하지 않게 된다. 일관성을 지니고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 실행을 통해 통합적인 기업 명성과 이미지를 측정 관리한다. 중장기 플랜에 따라 회사가 어떤 것을 언제 해야 하는지를 정하게 된다.

단순하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해 이득을 남기는 기업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 책임을 이해하고, 훌륭한 기업 시민이 되는 모습을 스스로 표현하게 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적절한 이해와 지원을 이끌어 낸다. 이 노력이 상당기간 이어짐에 따라 해당 기업은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홍보실의 노력은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열 번째, 더 큰 회사로 지속 성장하게 도와준다

사회적으로 아주 튼튼한 갑옷을 부여받은 기업은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 과정에서 홍보실은 회사를 위해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사회적 이해, 인정과 신뢰를 회사의 성장과 연결시키는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해 준다.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의 훌륭한 명성을 더욱 더 강화 시키기도 한다.

소비자, 투자자, 규제기관, 정부, 국회, NGO, 지역 커뮤니티, 거래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도 균형감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게 된다.  일부 이해관계자와 갈등이 발생되면 이전보다 훨씬 더 쉽게 상호 호혜적인 해결책을 이끌어 내게도 된다. 그러한 우호적 사회환경을 조성하는 정지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홍보실 사람들이다.

단기간에 이익을 쫓아 기업가치를 높이고, 이를 신속하게 레버리징 해서 고이익을 남긴 엑시트를 꿈꾸는 일부 기업이나 스타트업 경영진의 경우에는 위에 설명한 홍보실의 가치가 별로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중장기적으로 노력을 해야 얻을 수 있는 가치는 자신에게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와 달리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기업 경영활동을 하는 경영진의 경우에는 강력한 홍보실의 구축과 운영이 가져올 근본적 가치와 이후 펼쳐질 환경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왜 글로벌적으로 성공한 많은 기업들이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왜 그들이 자국 본사에 대규모 홍보실을 꾸리고 있는지, 그리고 그에 만족하지 않고, 시장 지역별로 국가별로 상당수 규모의 홍보실과 인력을 거느리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도 있다. 왜 그들은 매일 매일 수많은 로컬 시장의 여론을 읽으며, 로컬 언론이나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되는 메시지에 그렇게 어마어마한 공을 들이는지도 벤치마킹 해 볼 필요가 있다. 왜 그들은 그런 일을 위해 상당한 예산을 쏟아 붓는 것일까?

그 이후에 그렇다면 왜 우리는 그와 달리 홍보실의 역할을 이해 못하고, 그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고민만 하며, 성공한 기업만큼 자사 홍보실을 통해 가치를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하는지에 대해 토론해 보자.

의외로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오너 엘론 머스크는 자사의 홍보실을 오래전 없애 버렸다. 얼마전 개인적으로 인수한 트위터에서도 기존의 홍보실 인력들을 내보냈다. 한마디로 홍보실이 없어도 자신과 자신의 회사는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 국내 기업과 스타트업도 엘론 머스크의 그런 홍보실 무용론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단 한국은 미국과 사회 및 이해관계자 환경이 다르다. 함부로 극단성을 따라해서는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그에 더해 자사가 엘론 머스크 만큼의 맷집을 지녔는지 확인해 볼 필요도 있다. 더 나아가 엘론 머스크 같은 스타일로 회사를 경영하기를 진정 원하고 있는지도 경영진 스스로 자문해 볼 필요도 있겠다. 극단적인 케이스를 따라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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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022025 0 Responses

커뮤니케이션 경쟁의 승리 비법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경쟁을 위한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for competition)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쉽게 풀어 쓰면 ‘경쟁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보다 전략적이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이라 하겠다. 대표적인 예가 비더들이 경쟁하며 상대를 견제하는 M&A 커뮤니케이션, 경영권 확보를 위해 대주주간 경쟁을 벌이는 경영권 확보 커뮤니케이션, 시민단체와 기업간 사회적 명분을 다투는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 내부고발자를 상대 해 기업이 시시비비를 가리는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 경쟁사와 사업적 권리를 가지고 다투는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 유형 등이 있다.

일반적인 기업 PR의 경우에는 자사의 이야기가 그 중심이 되고, 그 기반에는 자사만의 전략이 존재한다. PR 실행에 있어 주제, 시기, 표현방식, 실행방식에도 자사만의 스타일이 묻어 나온다. 따라서, 어느 회사가 PR을 잘하고, 어느 회사가 PR을 못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고, 대부분 기업의 퍼포먼스에 기반 한 사후 평가를 주로 한다. (회사가 잘되면 PR도 잘한 것이 되고, 반대 결과가 나오면 PR도 못한 게 된다)

그러나, 경쟁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이하에서는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정확한 승과 패가 존재한다. 물론 사후 각사별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같은 정신 승리 기반 평가를 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객관적 승자와 패자가 나뉘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는 지속적으로 ‘전략’ 개념이 강조된다. 전략이란 경쟁을 중요한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전략 없는 경쟁은 운에 의지한 무모함이다. 제대로 된 전략을 실행하는 쪽이 그렇지 못한 쪽을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겨야 하는 상대가 존재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의 아주 중요한 원칙들을 이번에는 정리해 본다. 이러한 원칙은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하기 전에는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한 개념 같지만, 실제 경쟁 상황을 마주 해 커뮤니케이션을 개시하게 되면 그와 동시에 의사결정그룹과 실행그룹 내에서 까맣게 잊혀져 버리는 이상한 개념이라 기억할 만 하다.

첫째, 목적과 목표 없이 경쟁 없다

무엇을 위해 상대와 경쟁할 것인지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경쟁 커뮤니케이션의 개시가 가능해진다. 최소한 상대를 어떤 상황에까지 밀어 부칠 것인지도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어떤 상황을 만들게 되면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한 것이 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세워야 한다.

“글쎄요, 일단 상대의 언론 플레이에 이렇게 당하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윗분의 생각이십니다.” 이런 기업의 생각은 경쟁 커뮤니케이션의 바람직한 목적과 목표가 아니다. 정확하게 보면 그런 윗분의 생각은 이번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개시하게 된 동기는 될 수 있겠다. “윗분께서는 최종적으로 이런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차라리 이런 개념의 설정이 낫다. 그분이 바라는 내용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라면 훨씬 경쟁 커뮤니케이션은 전략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

둘째, 넘지 말아야 할 선 긋기 없이 깨끗한 승리 없다

모든 경쟁이 곧 상대방의 최종적 파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될 수도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경쟁은 그냥 경쟁일 뿐이다. 같은 목적과 목표를 가진 경쟁에서는 성공와 실패가 있을 뿐, 생존과 파괴라는 의미까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상호간 어느 정도 커뮤니케이션 실행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그어 놓고 게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어떻게 든 이번 경쟁에서 상대의 끝을 보자는 것이 저희 생각입니다” 이런 너 죽고 나 살자는 실행은 항상 사후 부작용과 후유증을 낳는다. 정치인이 경선을 하는 과정에서 상대를 죽이기(?) 위해 서로 폭로한 내용들이 사후 검찰의 공통된 수사 주제가 되는 경우를 떠올려 보면 된다. 만약 상대가 선 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회사에서는 그런 경쟁으로 인해 얻는 결과를 잘 따져보고, 경쟁에서 발을 빼는 것도 사후 관점으로는 남는 전략이 되겠다. 더티 게임을 주로 하는 측과는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처음부터 개시하지 않는 것이 좋을 때도 있는 것 처럼.

셋째, 일희일비를 열심히 하면 패배한다

사실 경쟁 상황과 그 과정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자체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렵다 해도 제일 어려운 주제는 아니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우리측 의사결정그룹의 일희일비다. 평소 읽지 않던 이름 없는 매체 기사 하나, 표현 한 줄에 의사결정자들이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경쟁 상황의 특징이다. (네이버에서 찾기 어려운 그 매체의 그 기사 속 그 표현 한 줄은 그 기자와 데스크 그리고 자신 밖에 읽지 않았을 수도 있다. 또는 자신 혼자만 기억할 수도 있다.)

“의사결정하시는 분들이 문제를 삼으시니까 저희가 움직이는 겁니다. 빼라고 하시니 빼야지요” 같은 실행 동기만 반복 토로하는 실행그룹이 제대로 된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하기란 불가능하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전략적 선택과 집중인데, 이러한 일희일비 현상은 선택과 집중의 가치를 훼손하고, 일관성이라는 기반까지 흔든다.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는 일희일비를 상대적으로 덜하는 의사결정그룹 쪽이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다. (전혀 일희일비 하지 않는 의사결정그룹은 존재하지 않아 보인다)

넷째, 같은 메시지를 반복, 반복, 반복하지 않고는 승리 없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주로 양측이 메시지로 경쟁한다. 열 개의 메시지를 한 번씩 돌아가며 전달하는 쪽과, 하나의 메시지를 열 번 반복하는 쪽이 있다면, 어느 쪽이 더 사회적 주목을 이끌어 낼까? 이는 사회적 주목의 다양성이 아니라, 주목의 강도를 의미한다. 물론 열개의 메시지를 각각 열 번씩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창의적 답변을 내놓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당연히 결과는 좋겠다. 하지만,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는 그렇게 무한대로 커뮤니케이션 자율성이 주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선택과 집중은 경쟁 과정의 여러 제한성 때문에 나오는 개념이다.

“상대 측에서 계속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우리는 왜 자꾸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는 건지 불만이 많으십니다” 이와 같은 내부 분위기에 자극 받는 실행그룹이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선순위라도 따져 선별한 메시지라면 모르지만, 그냥 다양성만 극대화한 메시지들이 백화점 식으로 나열 전달되는 실행이 이어지면 결과는 우려스럽게 변한다.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시종일관 취재한 기자나 온라인 전문가들이 우리측 메시지를 간단하게 정리 해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정도가 이상적이다. 반복적으로 기억되는 메시지가 주가 되기 때문이다.

다섯째, 초기 프레임을 잡아야 승리한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 또 중요한 전략이 프레임화다. 이는 경쟁 구도에 대하여 공중이나 이해관계자 그리고 그 이전에 언론을 이해시키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전략이기 때문에 소중하다. 흔히 우리가 떠 올리는 강자 vs. 약자, 남성 vs. 여성, 권위주의 vs. 자유주의, 우파 vs. 좌파, 해외 특정 국가vs. 한국 등의 단순한 프레임화는 경쟁 상황에 있어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러한 프레임화는 초기에 정교한 전략적 분석을 기반으로 완성도 있게 실행되어야 한다. 소위 말하는 ‘첫 인상’을 심어 놓고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상대 측에서 계속 약자 포지션을 강조하고 있어서, 저희 윗분들은 그 프레임을 깨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다른 전략적 옵션이 있을까요?” 같은 문의를 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 실행 그룹은 이미 게임에서 불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프레임을 깨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거나, 최초 프레임을 만드는 것 보다 수 백배 어렵다. 더구나 상대가 그 프레임을 일관되게 공고화해 나간다면 이미 성을 빼앗긴 채 시작하는 전쟁이다.

여섯째, 경쟁 커뮤니케이션은 사람이 한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 메시지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갑자기 사람이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메시지는 생명력 없는 문자나 소리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보도자료나 해명자료 또는 팩트시트만 메시지 전달 매체가 아니다. 그 메시지를 정확하게 소화해 인간적 신뢰를 더해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창구인 사람도 중요한 매체다. 그에 더해 자사의 핵심 메시지를 더욱 더 알기 쉽게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VIP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VIP가 부담스럽다면 전문성을 가진 대변인도 좋다. 제3자로서 자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사람도 도움이 된다.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는 신뢰 있는 전문가들이 우리의 메시지를 언급하게 하는 것이다.

“저희를 위해 기고문이나 방송에 나가 이야기해 주실 수 있는 분들을 찾아 보라고 하십니다. 어느 교수님이나 전문가가 있을까요?”라고 자문을 구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 실행 그룹은 대부분 고통만 받다가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마무리한다. 위기관리 명언에서도 이야기하듯, ‘달리는 말에 올라타려는 카우보이’는 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장면은 활극에서나 연출할 수 있는 것이며, 제대로 숙련된 카우보이는 멈춰 있는 말에 먼저 올라가 자리를 잡고, 이후 말을 달리게 하는 법이다.

일곱째, 연대하되 개입하게 하지 말라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 우리측 편에 서 주는 이해관계자들을 많이 만드는 것은 천군만마의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상황 전반에 걸쳐 주목하고 어떠한 형태로든 판에 개입 하려는 이해관계자는 최소화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좋다. 한 측에서는 전략적으로 상대의 경쟁 전략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특정 규제기관이나 단체의 개입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소위 말하는 고소, 고발, 진정, 공개서한 등이 그런 전술적 툴이다. 그러나, 그 이후까지 경쟁적인 난타전을 만들어서는 좋을 것이 없다. 만약 일정 수준 도그파이트(dogfight)를 감내하자는 전략이라면, 최대한 상대보다는 강력한 명분을 보유해야 한다. 얼마나 훌륭한 명분을 갑옷으로 입는 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계속 상대가 소송을 해 오니까, 우리도 상대에게 소송을 해서 맞상대를 해야 할까요? 아니면, 소송은 무시하고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강화해야 할까요? 아니면 어떤 다른 대응을 택해야 할까요?” 같은 자문을 요청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 실행팀에게 답은 하나다. 현재 극단적 경쟁 구도에서 자사가 보유하는 명분은 과연 어떤 것이며, 상대적으로 얼마나 유효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그에 대한 답을 먼저 정리해 보아야 앞의 질문에서의 대응 방식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자들과 연대는 하되, 개입은 최대한 경계하는 것이 이상적인 전략일 수 있다.

마지막, 경쟁 커뮤니케이션은 예산이 마지막 결과를 정한다

기업 위기관리도 그렇고, 이슈관리도 그렇다. 경쟁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더욱 더 그렇다. 예산 없이 승리 없다. 가끔 내부고발자를 상대하는 기업에서 상대인 내부고발자는 아무 예산도 쓰지 않는데, 우리 회사의 대응에서는 거대한 예산을 써야 하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당연한 이야기다. 개인은 기업보다 잃을 것이 적다. 따라서 예산을 써야 할 이유도 적다. 그렇다고 기업이 위기관리나 이슈관리를 위한 예산을 쓰지 않으면, 그 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소모되어야 할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이 대부분의 기업이 위기관리와 이슈관리를 위해 예산을 최대한 마련하는 현실적 이유다.

“경쟁사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뿌리며 경쟁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예산이 한정되어 있어서 보다 저예산 접근과 함께 상대적으로 효과 높은 어프로치를 해야 할 것입니다”같은 이야기는 듣기에는 멋지고 무언가 전략적인 것 같지만, 현장에서는 별 의미 없는 요구다. 상대도 예산을 쓰지 않는다면 모르지만, 큰 예산을 투입하는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대를 만나면, 스스로 경쟁을 제한하거나 포기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투자대비 효과는 경쟁사도 노린다.

일부에서는 “그렇다면, 예산만 펑펑 쓰면 경쟁 커뮤니케이션에서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하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경험적으로 예산을 크게 꾸려 준비한 기업을 보면 전략적 목적과 프레임 등이 잘 정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사전적 준비를 거쳐 필요한 것들을 이미 마련해 놓은 경우도 많다. 실행에 대한 준비와 역량도 당연히 그를 따라간다. 무조건 예산만 많이 써서 이기는 게임은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기업의 경쟁 커뮤니케이션은 사회적 시각에서 앞으로도 더욱 더 다양화되고, 잦아 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해관계자 그룹들도 경쟁 대상이 되어 간다. 언론은 물론 다양한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의 활동은 그러한 경쟁 상황을 수없이 만들어 낸다. 환경은 그렇게 계속 변화해 간다. 더 변화해야 쪽은 기업이다. 경쟁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기업이 낯설어 하거나, 흥분만 한다면 그에 대한 적응과 변화는 시급하다. 차근차근 준비하고 변화하며 노력해 보자.  # # #

2월 022025 0 Responses

M&A 커뮤니케이션 실행 10대 원칙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 들어 기업간 M&A를 비롯한 경영권 관련 이슈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슈관리 분야에서 M&A 커뮤니케이션은 그 의미나 중요성에 있어 아주 흥미로운 프랙티스다. 딜을 둘러싸고 기업간 커뮤니케이션 전쟁이 벌어지기 때문에 상당히 역동적인 프로젝트라는 특성이 있다. 딜과 그에 기반한 플레이어들의 커뮤니케이션 전쟁이 언론 기사의 수를 극대화시킨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및 온라인 여론의 주목도는 높아진다. 딜 관련 다양한 시각의 프레임이 설정되고, 예상 시나리오가 판을 친다. 민감한 주제가 폭로되거나 공개되면서 그와 관련된 여론이 요동친다. M&A에는 항상 존재하는 인수측과 피인수측 그리고 그 딜을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 플레이어들이 각자 자신만의 전략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한다. 언론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고차방정식이라 부른다.

그만큼 자사만의 전략만 가지고는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경쟁측과 주변측의 구도를 잘 읽고 변화를 따라가면서 자사의 전략을 유연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제대로 이를 실행하려면 실행조직이 고도화되어 있어야 한다는 전제도 있다. M&A딜이 구성되고 개시되면 그에 따라 필수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M&A 커뮤니케이션, 플레이어는 어떤 원칙에 주로 주목해야 할까?

첫째, 전체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의연하라                                                                                  

여기에서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로드맵’이 아니다. ‘의연함’이다. 로드맵은 자사 의사결정자들에게 그 의연함을 가지게 하는 하나의 의지 대상이다. 물론 로드맵의 의미가 그 외에 없다는 것은 아니다. 로드맵은 일단 자사가 추진하는 딜 관련 목적과 목표를 포함한다. 로마 철학자 세네카가 “어느 항구로 항해하는지 모른다면, 어떤 바람도 유리하지 않다.”는 조언을 했다. 로드맵은 이번 딜에서 자사가 도착해야 할 항구를 정하는 것이다. 어떤 바람이 자사에게 유익한 것이지도 정한다.

그 항구에 도착하기 위해 지나쳐야 할 것들과 극복해야 할 것이 골고루 정리되어 있는 것이 로드맵이다. 길을 미리 아는 의사결정자들은 보다 의연 해 질 수 있다. 실제 딜에서는 일희일비 하지 않는 의사결정자처럼 위대한 플레이어가 없다. 로드맵을 통해 항구를 정하고 보다 의연해지자. 의연한 커뮤니케이션만 시종일관 실행하자.

둘째, M&A 딜 자체에만 집중해 커뮤니케이션 하라

M&A커뮤니케이션은 M&A딜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존재한다. 그 이외 목적으로 M&A커뮤니케이션을 혼동하지는 말아야 한다. 경쟁사나 피인수사를 단순하게 괴롭히는 것으로 M&A 커뮤니케이션을 착각해서는 안 된다. 어느 한쪽에서 도발을 하니 그에 대해 응전을 해야 한다는 의사결정도 위험할 뿐이다.

자극이나 상황적 도전이 있으면 그에 대해서는 반응하기 보다 대응해야 한다. 해당 자극이나 상황적 도전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M&A딜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인지를 판별하는 것이 우선이다. 만약 그것이 그런 중대한 영향이 없는 것이라면 과감하게 무시하는 것도 가치 있는 대응이다.

셋째, 도움되지 않는 노이즈는 자제하라

경쟁사나 피인수사의 도발과 노이즈에 항상 아무 반응도 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눈과 귀를 막고 있는 모습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앞서 조언한 대로 딜 자체에 중대한 또는 유의미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상대의 움직임에는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대응을 해야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조언인데, 이를 분별하는 것이 어려워 실행에 혼동이 매우 많다.

자사에게 유리한 여론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전략적 노이즈 메이킹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현재 자사의 경쟁 구도에 대한 판정이 우선이다. 만약 자사가 딜에 있어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면 과도한 노이즈 메이킹은 과욕이 된다. 반대로 자사가 열세의 위치에 있다면 최대한 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노이즈 메이킹을 시도하는 것은 전략적인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 또한 ‘딜에 대한 영향’이 되겠다. 단순 노이즈는 그냥 노이즈일 뿐이다.

넷째, 상대측의 의도에 끌려 들어가지 말라

딜의 구도에 있어 열세에 있는 상대측 노이즈 메이킹은 면밀하게 모니터링 하는 것이면 대부분 충분하다. 열세에 있는 측이 노이즈 메이킹을 할 때 목표로 하는 것 중 하나는 항상 상대측의 참전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노이즈 메이킹에 노이즈 메이킹으로 상대가 대응해 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사회적으로 시끄러움을 극대화 해 주목을 이끌어 내서 딜의 구도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간단히 표현해 “날 좀 보소!”하는 열세측 노이즈 메이킹에는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반응하며 커뮤니케이션 하며 눈길을 주기 시작하면 이미 상대측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해 주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런 경우 열세측은 스스로 노이즈 메이킹을 해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상대를 오히려 두려워하게 된다. 아무리 찍어도 상대가 넘어가기는 커녕 움직이지도 않으면 자신의 전략을 바꾸게 된다. 노이즈가 계속 변화하니 이해관계자들만 피곤 해 진다.

다섯째, 프론트 그룹을 분별하라

자사나 상대측이 M&A 커뮤니케이션 성공을 위해서 프론트 그룹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여러 구도상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불가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사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프론트 그룹을 움직여 간접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여기에서 기억할 것은 자사에서도 프론트 그룹을 비밀리에 움직이는 것처럼, 상대기업에서도 프론트 그룹은 기본적으로 비밀리에 운용된다는 사실이다.

갑자기 어떤 관련 단체가 딜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개입하는 경우에는 그 단체나 개인이 프론트 그룹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득정 언론도 가끔 프론트 그룹 역할을 한다. 그 프론트 그룹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은 마련하는 것이 좋을 때가 많다. 그러나, 그 어떤 프론트 그룹도 자신이 어느 측을 대변하는지 공개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해당 프론트 그룹을 공격하거나 제한하려는 시도는 다양한 민감성 및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핵심은 해당 프론트 그룹의 행동과 메시지가 이번 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지 판단해 대응하는 것이다.

여섯째, 이해관계자와 영향력자의 개입을 경계하라

인수자와 피인수자, 그리고 주변 이해관계자 플레이어들이 딜을 두고 각자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그에 이어지는 노이즈가 서로 충돌하며 혼란을 일으키게 되면 될수록 추가적인 이해관계자나 영향력자들의 개입 가능성은 높아진다. 부정적으로 판이 커진다는 것이다.

M&A딜은 자사의 더 나은 성공을 위한 목적으로 실행하는 데, 그 과정에서 과도한 노이즈 메이킹으로 인해 회사가 중장기적 데미지를 얻게 되면 이는 본전 보다 못한 결과인 셈이다. 일부 딜과 관련한 M&A 커뮤니케이션이 상호 폭로전과 규제기관 자극, 사법기관 개입유도 등으로 번지는 경우가 있다. 이내 정치권이 나서기 시작하고, 시민단체들까지 추가 투입되면 해당 딜은 산으로 간다는 의미다. 열세인 측이 딜을 깨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유인작업이 아니라면 경계해야 할 실행이다.

일곱째, 플랜B는 미리 준비하라

로드맵은 도착해야 할 항구를 정하는 작업이라 한다면, 플랜B는 조금 있으면 지나가야 할 바다 위 큰 암초에 대한 대응을 정리하는 작업이다. 이를 얼마나 돌아서 우회해야 하는지, 바위를 부수고 건너가야 하는지 아니면 배를 들고 넘어가야 하는지 등을 다양하게 결정하는 것이다. 이는 사전에 미리 정리될수록 좋다. 만약 그 바위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사전적으로 미리 플랜B를 만들어 대응 방안을 정리하면 된다.

하지만 만약 해당 바위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파악하지 못했다면, 멀리 큰 바위가 보일 때라도 배를 세워 미리 대응안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보이는 바를 토대로 큰 바위의 모습과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짜는 것이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은 그 큰 바위에 부딪혀 좌주(坐洲) 당한 채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경우다. 일이 벌어지면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여덟째, 정보와 자료를 취합해 정리하는 팀을 꼭 두라

M&A 커뮤니케이션에서도 특히 그렇지만, 모든 이슈관리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실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인력이 ‘정보 취합 및 자료 정리’ 담당자들이다. 그러나,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M&A딜과 같은 고위의사결정 주제에서는 종종 ‘정보 취합과 자료 정리’를 담당하는 실무 그룹이 배제되거나, 간접적으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다.

의사결정자들은 자신이 시속 100km로 달려나가는 것 같은데, M&A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은 시속 10km 정도로 움직인다는 느낌이 든다면 꼭 확인해 보아야 하는 부분이다. 실시간 이루어지는 의사결정그룹의 의사결정에 대해 정보를 취합하고 실제 자료를 정리하는 엉덩이 무거운 그룹이 존재하는 가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훌륭한 총을 쏘려 해도 총알이 충분해야 가능하다. 멋진 차가 달려 나가려고 해도 좋은 가솔린이 있어야 한다. 빈 총을 보고 왜 총이 나가지 않느냐 소리치지 말자. 가솔린이 없어 움직이지 못하는 차에게 왜 달리지 않는가 묻지 말자. 정보와 자료는 M&A커뮤니케이션의 총알이자 가솔린이다.

아홉째, 창구는 가능한 일원화하라

누구든 어떤 메시지든 언제든 아무렇게라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으면 M&A 커뮤니케이션에 관여해서는 안된다. 뭐든 해야 딜에 이롭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는 플레이어도 마찬가지다. 대응보다는 반응에 몰두하는 플레이어도 좋지 않다. M&A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모든 실행은 통제와 통제가능성에 기반한다. 만약 통제되지 않을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면 득보다는 실이 어마어마하게 커질 뿐이다. 대부분 실익이 없다.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통제, 메시지의 통제를 위해 자사 창구를 일원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메시지도 자사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통해 나갈 수 있도록 내부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딜에 정통한 관련자에 의하면’ ‘익명을 요구한 고위 관계자에 의하면’ 같은 언론 기사를 좋아하는 의사결정자는 M&A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분이다. 답답하고 갑갑하고 생각대로 자사 창구가 움직여 주지 못한다 해도 계속해서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며 창구를 가르쳐 확보 활용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전략이다

가장 실행이 어려운 전략이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응’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쉬운 것이 어디 있는가 하겠지만, 현실에서는 그 정반대다. 가장 어려운 대응 방식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응이다. 일단 자사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할 때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대응 전략이다. 어떻게 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더 쉽게 느껴지지 때문이다. 아무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고 상황을 관망하는 전략은 답답하고, 화가 나고, 안달이 생기기 때문에 곧 그 전략을 포기하게 된다.

M&A딜 자체에 집중해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은 하지 않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다. 딜 자체에 우직하게 매달려 꼭 해야만 하는 커뮤니케이션만 미리 준비해 실행하는 주체가 성공한다. 경쟁사나 피인수자의 노이즈 메이킹에 거리를 유지하는 딜 주체는 상대를 두렵게 한다. 필요하지 않거나 유해한 영향력자들이 딜에 개입할 환경을 만들지 않는 주체는 전략적이다. 딜을 성공시키기 위해 떠들썩하게 만들어야 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며, 조용하고 신속하게 딜이 마무리되도록 커뮤니케이션 지원을 하는 것이 최고다. 그럴 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중요한 것을 하고 있는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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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022025 0 Responses

위기관리에 대한 경영진의 흔한 오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슈관리와 위기관리 전반에 대해 기업 경영진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기업들에게는 어느 정도 공통적인 생각과 니즈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업 이슈나 위기에 대한 관리가 지속적으로 힘들고 어려워져 간다는 생각이 그 중 하나다. 예전에는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 이제는 문제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한다. 이제는 사업만 잘해서는 충분하지 않은 환경이 되었다는 공감대도 존재하는 것 같다. 세상 여론이 무섭고 두렵다 하는 경영진도 이전보다 많아졌다.

그와 함께 기업 경영진이 보는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 대한 공통적 오해도 발견된다. 대부분 오해는 그분들에게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 대한 깊은 고민과 학습이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몇몇 실전 경험에서 얻은 인사이트가 그 기반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했더니 위기관리가 되더라 하는 것이다. 그중 일부는 인과관계에 의문이 생기는 경험담도 있고, 단순히 운이 좋아서 그런 대응이 통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케이스도 있다.

이번 글에서는 기업 경영진이 일반적으로 가지는 이슈관리 및 위기관리에 대한 중요한 오해에 대하여 정리해 본다. 많은 기업 경영진 대상 워크샵, 트레이닝, 시뮬레이션, 자문 등을 진행하면서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를 그 때 그 때 정리해 모아 보았다. 과연 기업 경영진들은 이슈관리와 위기관리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떻게 오해하고 있을까?

일선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가 중요하다?

독자들께서도 자사의 기존 위기관리 강의나 워크샵 성격을 되돌아보면 좋겠다. 대부분 위기관리 교육은 직원들이 대상이 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에게 지속적 교육 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대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여러 기업들에게 위기관리는 주로 일선직원들의 학습 과제로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절반만 맞는 반쪽의 오해다. 위기관리 마인드를 중심으로 보자면, 경영진의 위기관리 마인드가 무엇 보다 우선이다. 경영진이 얼마나 강력한 위기관리 마인드와 민감성을 가지는가에 따라 위기 발생 빈도나 강도는 크게 변화한다. 경영진이 제대로 된 위기관리 마인드를 갖추고 있다면, 직원들은 그에 따라 위기관리 마인드를 억지로라도 갖추게 된다. 만약 직원들에게 위기관리 마인드가 전혀 없다 느껴진다면, 먼저 핵심 경영진의 위기관리 마인드와 그에 따른 노력을 살펴보아야 한다.

직원들이 보고를 안 해서 위기관리가 어렵다?

사실 위기는 경영진이 모여 앉으면 그 다음에 일어난다. (그 전에는 상황이 위기라 정의 조차 되지 않는다) 보고가 일부 잘못되었다고 해도 의사결정 단계에서는 좀더 나은 결론을 내 주어야 위기관리가 가능해 진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의사결정 단계에서의 주저함으로 인해 가장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 의사결정에 참여한 경영진은 반복적으로 일선에 추가 보고를 요구한다. 중복된 보고를 두고 중복된 토론을 한다. 위기발생 후 일정 기간 동안 위기대응을 위해 모인 위기관리 위원회의 토론 내용을 보면 상당부분 중복되고 반복되는 상황정보 교환으로만 채워진다.

의사결정을 기다리며 대응준비 하는 일선 팀장들은 애가 탄다.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동안에도 일선의 상황은 계속 변화한다. 지속 변화되는 상황을 보고하면 또 다시 의사결정에는 랙(지연현상)이 생긴다. 대표이사 같이 진전적인 앵커 역할을 하는 분이 나서면 결론이 나는데, 그 때까지는 혼돈의 시간만 계속되는 것이다. 제3자 컨설턴트 시각에서 보면 보고보다 의사결정의 지연이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위기 요소다.

침묵이나 무시도 위기관리다?

침묵하거나 무시해서 이슈나 위기 상황이 마무리되는 케이스도 있기는 있다. 하지만, 침묵이나 무시가 언제나 유효한 대응 전략이 되지는 못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이슈나 위기에 대해서는 침묵이나 무시가 오히려 화를 부른다. 분명한 것은 전략적이고 준비된 대응이 디폴트(기본값)라는 원칙이다. 그 전략적이고 준비된 대응의 방식 속에 일부 침묵이나 무시 전략이 포함되는 것 뿐이다. 침묵이나 무시 전략을 실행하더라도, 언제든지 상황 변화에 따라 적극적 대응을 개시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완료하고 침묵 또는 무시해야 한다는 것 또한 중요한 원칙이다.

그에 더해 침묵이나 무시 전략의 지속적 실행은 매우 어렵다는 것도 미리 이해 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라는 조직은 수많은 구성원들과 그에 연결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모임이다. 이 수많은 입과 행동을 해당 기업이 완전하게 통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런 통제력을 완벽하게 발휘하지 못한다. 커뮤니케이션 창구 일원화 조차도 어려워한다. 자사는 침묵과 무시 전략을 택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여기저기 준비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이 새어 나가 상황이 엉망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침묵과 무시 전략이 쉽고 간편한 것은 절대 아니다.

원점관리에 선례를 남기면 안된다?

부정적인 이슈나 위기 상황을 장기화 하는 공격성을 지닌 사람이나 사람들을 원점이라고 부른다. 그런 경우 기업에서는 더 이상 상황에 끌려 다니지 않기 위해 원점을 관리하려 한다. 그 원점을 만나기도 하고, 회유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 보상을 통해 더 이상의 공격성을 제어하려 시도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일부 경영진은 반론을 제기한다. “한번 그렇게 원점관리를 하면, 이후 그런 전례를 노려 더 다양한 원점이 등장할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해야 하는가?” 질문하는 것이다. 이 경우 최고의사결정자는 말 그대로 미래 상황을 예상해 보고 원점관리를 주저하게 된다. 이번이 나쁜 전례가 되면 안 된다는 편에 서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예상과 의사결정에는 아주 심각한 전제가 있다. 이번과 유사한 문제가 또 발생될 것이라는 전제다. 이번 결심을 통해 원점관리를 힘들게 했다면, 이후 이와 같은 상황이 다시는 발생되지 않게 해야 하겠다는 결심도 중요한 것이다. 앞으로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될 것 같으니, 원점관리를 그렇게 전향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바람직한 이슈나 위기관리에 대한 것이 아니다.

어쩔 수 없으니 사후 위기관리가 중요하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있다고 이야기하는 경영진이 있다. 사람이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다 방지할 수는 없다 이야기도 한다. 미연에 위기를 방지하는 것이 가장 좋겠으나, 그 발생을 방지하는 것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일단 사후 위기관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급해 하는 경영진도 있다.

사전에 실행하는 위기관리의 종류에는 방지도 있겠지만, 완화라는 방식도 있다. 지연이라는 방식도 있다. 실제 위기가 발생되더라도 그 파괴력과 후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다양한 사전적 방법이 있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은 그러한 여러 사전적 대비를 다 해 본 후에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그것이 체념의 의미여서는 안 된다. 대비하여 준비하지 않고 사후 위기관리에만 운을 거는 것은, 아무 훈련이나 노력 없이 챔피언과의 복싱 매치를 위해 링 위에 오르는 모습과 같다. 사전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없다고 믿어야 한다.

사전관리 비용이 아깝고 소모적이다?

기업에서 내부적으로 운영하는 사전적 위기관리 예산은 얼마나 될까? 구체적으로 사전적 위기관리라는 항목의 예산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평시 교육 예산이나 각 부서의 운영 예산 속에 일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일반적일 것이다. 사전 위기관리 예산을 설정하자고 하면 경영진은 그 예산을 통해 진행하는 업무인 교육과 훈련, 관리 시스템 구축, 매뉴얼 업데이트, 전담팀 운영, 시뮬레이션 실행 등이 상당히 소모적이라 지적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영진을 만나 본적도 있다. 10년에 한번 터질까 말까 하는 상황을 대비해 그렇게 조직을 장기간 운영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가 질문하는 경우도 보았다.

이는 기본적으로 경영진이 비교 판단할 주제라고 본다. 일단 그러한 사전적 위기관리 예산과 노력이 부담이라면, 그런 사전 투자 없이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예상되는 부담의 규모도 산정해 상호 비교 해 보는 것이다. 사후 상황관리 비용, 커뮤니케이션 비용, 이해관계자 관리 비용, 대응 조직 운영 비용, 위기로 인한 사업적 영향과 부담, 이후 사업 진행 시 추가로 부여될 부담, 위기 대응을 위한 여러 자문 비용, 소송 대응 비용, 관련 임직원 일신상 비용, 상황 복구에 소요될 비용, 이후 중장기 기업 정상화 비용 등을 세부적으로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산정 후 사후 위기관리 예산이 사전 위기관리 예산보다 훨씬 적고 덜 부담 스럽다면 사전 위기관리 예산을 편성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실 그런 경우는 이슈나 위기가 아니라 그저 해프닝인 상황일 것이다)

처음 경험해 본 위기라 잘 못 대응 할 수도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위기란 없다. 자사에게 낯선 위기라 해도 조금만 눈을 들어 평소 관심을 가졌더라면 충분히 알 수 있던 위기였을 것이다. 아마 더 찾아보면 자사가 십 여년 전에 실제로 경험했던 위기였을 수도 있다.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자사 부정이슈나 위기 상황이 자사 경영진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상황을 바라보는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에게는 그리 낯선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처음 경험해 본 위기라고 해도, 그 위기 자체가 낯설어서는 안 된다. 평시 전사적으로 얼마나 기업 이슈나 위기에 대한 민감성을 발휘해 왔는가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기 때문에 낯섦이란 있어서는 안된다. 다른 회사의 문제가 우리에게도 똑같이 발생될 수 있을까? 우리는 저 회사보다 저런 위기에 대한 관리를 더 잘할 수 있을까? 잘 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과 투자를 해야 할까? 이런 사전적 논의는 필수적이다.

공중 대부분은 이 논란이 의미 없다고 볼 것이다?

기업의 부정이슈나 위기는 국민투표처럼 국민의 얼마가 인지하고 있는가, 그중 몇 퍼센티지의 국민이 부정적 인식을 하고 있는가 같은 방식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아기들이 먹는 분유에 문제가 발생되었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 대상은 그 분유를 사서 아기들에게 먹이고 있는 아기 엄마와 아빠들이다. 그 외에 그 분유를 유통하는 유통처들과 거래처들, 그리고 정부의 규제 감독 기간 등이 중요한 이해관계 및 영향력자들이 된다.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추가적으로 많은 개입자들이 늘어난다. 일반적인 이슈나 위기에 공중 대부분이 분석의 모수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 주변의 그런 이해관계자와 영향력자들에 대한 정확한 시각과 이해가 있어야 이슈 및 위기관리는 제대로 실행될 수 있다. 그들은 언제든 얼마든지 우리 회사에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성격의 그룹들이다. 이슈 및 위기관리에서 분석해야 하는 여론이라는 것도 사실은 국민 여론이 아니라 이해관계자와 영향력자들의 인식과 의견이 중심이다. 국민 모두가 주목하고 부정적인 관심을 가진다면 그것은 재앙이다.

우리 경영진의 정무감각은 충분하다?

최근 들어 기업에서는 경영진의 정무감각(또는 여론감각)을 키워야 한다는 니즈가 늘고 있다. 그런 일부 기업을 제외한 다른 기업에서는 경영진이 왜 정무감각이라는 것을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적다. 정무감각 자체에 대한 기업의 관심도 적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대부분 기업의 정무감각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워렌 버핏은 뉴스페이퍼 테스트라고 해서 “기업 경영진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내일 아침 신문에 그 결정 내용이 구체적으로 실려도 떳떳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의사결정을 테스트하라” 조언한다. 이 이야기를 국내 일부 기업에서는 언론관계 중요성이나 언론을 관리해야 한다, 미디어를 이해하자는 식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워렌버핏의 이야기는 온전히 정무감각에 대한 이야기다.

매출에 큰 데미지가 없는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

이 또한 기업 부정 이슈나 위기 케이스에 대한 풍부한 돌아봄이 부족해 발생하는 흔한 오해다. 매출에 큰 데미지는 없었지만 또는 매출이 일시적으로 빠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슈나 위기로 인해 아주 중대한 데미지를 입은 국내 기업들은 찾아보면 꽤 많다.

이후에도 상당한 후유증이 남아 계속해 여러모로 고생하는 기업 사례들도 흔하다. 위기관리 명언에 “지진으로 죽는 사람은 없지만,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때문에 죽는 사람은 많다”는 이야기가 있다. 부정 이슈나 위기 발생 시 매출이나 주가의 일시적 하락은 지진으로 인한 단순한 흔들림 현상일 뿐이다.

준법만 하면 큰 문제는 없다?

아직도 준법에 큰 관심이 없는 기업에게는 그러한 주장이 진일보한 주장일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제 기업에게 준법이란 경쟁력이나 자랑의 주제이기 보다는 그저 당연한 것이 되었다. 별 특이하거나 차별화된 포인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슈나 위기관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사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될 일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이후 시비를 가릴 법정에서나 주장할 메시지다. 여론의 법정에서 “준법했다”는 메시지는 너무나 당연해 메시지의 허비일 뿐이다.

윤리적으로나 여론적으로 언제나 떳떳하다 이야기할 수 있어야 그나마 정상참작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이 또한 정무감각에 대한 이야기다. 언제까지나 준법했으니 문제없다는 주장을 할 것인가에 대해 내부적으로 진지하게 토론해 볼 필요가 있다.

언론이 예전 같은 힘이 없다?

그렇다면 최근 발생되는 기업의 부정 이슈나 위기는 대체 누가 발견하고 확산시키고 악화 시킨 것인가? 언론이 힘이 없다면 그 많은 소란과 논란 그리고 쟁점은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 네이버와 같은 포털에서 막대한 정보 공유와 열람이 이루어지는 섹터는 어디인가? 언론이 없다면 온라인 커뮤니티나 메신저 정보방이 그 역할을 완전히 대신할 것일까?

기업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언론은 힘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만나 본적이 없다. 평시에는 그렇게 이야기하는 분이 많은데, 신기하게도 실제 이슈나 위기가 발생되면 그런 주장은 사라진다. 왜 그런 현상이 발생될까? 언론 비즈니스나 신문지가 죽었다는 주장은 일견 의미가 있다. 하지만, 언론은 죽지 않았다. 최근 미디어 환경에서 언론은 더욱 더 큰 파워를 가지게 되었고, 그 파워는 기업의 부정 이슈나 위기 시에 압도적 파괴력으로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 예전 같이 일부 통제가능성도 이제는 무의미 해 졌을 정도의 압도적인 파괴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와 같은 오해들은 구체적으로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다 보면 대부분 경영진이 이해하게 되는 주제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 처럼 경영진이 평소 얼마나 기업 이슈나 위기관리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깊이 생각해 보고 살펴본 경영진들은 오해가 적다. 기업의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이슈나 위기에 대한 경영진의 오해를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는 노력도 중요한 사전적 위기관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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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022025 0 Responses

통제가능한 것에 집중하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흔히 위기관리는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라는 말을 한다. 위기라는 것의 본래 특성이 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위기가 발생된 이후에는 더욱 더 많은 불확실성을 끌어 들이며 덩치를 키우기 때문이다. 또한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기업 스스로로 많은 불확실성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고, 그런 의사결정으로 매우 다양한 불확실성들을 관리해 나가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려는 노력이 위기관리 같다. 불확실성에 기반하여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상황을 불확실한 정보에 의지해 의사결정하여 결국 다양한 불확실성을 잡는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해 보인다. 일부에서 위기관리를 운칠기삼이라 이야기 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기업이 위기관리 노력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불확실한 환경과 기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첫 단추가 된다. 가끔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하여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실무자들에게 “왜 그렇게 위기관리가 잘 안되는가?”라고 질문하는 VIP를 본다. 이는 VIP가 위기관리를 마치 규정되어 있는 스텝에 서로 발을 맞추는 ‘춤’과 같은 것으로 상상하기 때문이다. 왜 우리가 제대로 스텝을 밟고 있는데, 많은 변수들이 그 스텝에 따라 움직여주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는 이유다.

위기관리는 그런 규정된 스텝에 발을 맞추는 춤이라기 보다는, 수많은 변수와 운이 섞여 있는 포커게임과 같다. 지속해서 변수들이 생겨나고, 같은 테이블에 앉은 이해관계자의 입장과 변화가 석여 다시 변수로 작용되는 포커게임이다. 나만 혼자 규정에 맞추어 위기대응을 한다고 무조건 효과를 발휘하거나 문제가 해결되어 버린다는 약속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위기관리는 이제 운에만 의지하면서 대응이 잘되기만 기도해야 하는 것일까? 사전에 심각한 위기가 발생되지 않도록 바라고 기도하는 것이 최선의 대응일까? 포커게임처럼 두둑한 배짱이 큰 밑천이 된다는 의미일까? 운이 좋은 회사였으니, 앞으로도 운이 좋을 것이라 생각해야 할까?

불확실성과 싸우는 위기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대응 방식의 핵심은 통제가능성(controllable)과 통제불가능성(uncontrollable)을 신속하게 나누어 관리하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일반적으로 통제가능성 기반 대상에 대한 오해와 통제불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번째, 직원들은 통제불가능하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로 통제가능성에 해당하는 대상으로 직원을 꼽는다. 직원은 우리 회사에 속해 있기 때문에 회사가 충분히 통제가능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에도 그 통제가능해 보이는 직원들은 완전하게 제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위기발생 시 직원들은 통제가능성에 위치하는 대상이 아니다. 통제불가능성에 위치한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적절한 시각이다. 최근 들어 그러한 직원들에 대한 통제불가능성은 더욱 더 커져간다.

회사의 공식입장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는 직원들이 계속 생겨났다. 블라인드나 소셜미디어에 회사의 위기관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여과없이 쏟아낸다. 회사는 그로 인해 다시 더 어려운 위기관리 과제를 떠맡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은 반복된다. 직원들이 통제가능성 위치에 있다는 전제는 이미 현실과 맞지 않는 상상일 뿐이다. (노조는 이미 통제불가능성에 위치한다)

그렇다고 직원들을 모두 통제불가능한 대상으로 묶어 놓는다면, 위기관리를 해야 할 주체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평시 직원들을 통제불가능한 대상으로 전제하고 그 직원들을 철저하게 훈련해야 한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 및 훈련 기회의 제공을 통해 통제불가능한 직원들을 통제가능한 위치로 상당수 이동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 또한 위기관리다.

두번째, 언론은 통제불가능하다. 온라인은 더욱 더 그렇다.

아주 예전에는 언론을 통제가능하다 생각하는 대기업이 있었다. 매체수가 지금보다 적고 단순했던 시절에는 어느 정도 가능했던 이야기다. 그러나 현재 언론을 통제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할수록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될 만큼 환경이 바뀌었다.

온라인 여론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생겨났던 시절도 있었다 다양한 기술과 기법으로 온라인상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주장은 일반인들에게도 통하지 않는 비상식이 되었다. 언론과 온라인 여론은 가장 정확하게 통제불가능성에 위치한 대상이다. 그 전제는 앞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언론과 온라인 여론을 그냥 통제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하여 관리 노력을 포기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위기관리에 있어 중요하게 개념을 분류해야 하는 것이 있다. 위기가 발생한 상황에 기업이 ‘반응’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대응’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개념의 분류다. 언론과 온라인 여론에는 ‘대응’하는 것이 맞다. 여기에서 대응이란 깊은 분석과 고민을 통해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극에 대한 반사작용과 같은 반응에는 깊은 분석과 고민이 없다.

세번째, 정부부처와 정치권은 통제불가능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목격되는 막후에서의 담판과 같은 일은 그리 흔하거나 상식적인 것이 아니다. 물론 위기 시 그러한 모종의 협의 과정을 거치는 일부 기업들도 있을 수는 있다. 우리가 모른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과 같다. 하지만, 우리가 위기관리를 할 때 모르는 것을 아는 것과 같이 생각해서 의지할 수는 없다.

정부부처와 정치권은 철저하게 여론을 따라 움직이는 법이다. 그들은 그것을 정무감각이라고 한다. 특정 기업이 여론의 질타를 받으며 위기관리를 하고 있을 때 나서서 그 여론에 반하는 지원을 해 줄 정부부처나 정치권은 없다. 평소 좋은 일로 여론의 호감을 받을 때에는 지원을 약속하는 곳들이 많았어도 부정적인 상황에 기업이 처했을 때는 그런 약속을 동일하게 기대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기업은 위기 시 그들로부터는 어떠한 지원도 기대하지 말아야 할까?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 효과적인 대응일까? 그렇지 않다. 기업은 그들로 부터 좀더 넓고 깊은 정무감각을 배울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어떻게 해야 여론을 관리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열쇠를 얻을 수 있다. 위기관리에서 대관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가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단순하게 그들을 안정시키고 적대성을 관리하고 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들이 기업의 전략에 공감하며 정무감각에 기반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환경을 선제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네번째, 시민단체, 환경단체, 비정부기관등도 통제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정치단체다. 앞에서 이야기한 정규 정치단체들 보다 훨씬 선명성이 강하기 때문에 통제가능한 여지는 더욱 좁다. 실제 기업이 위기를 경험하면 가장 공격성 짙게 다가오는 부류가 이들이다. 이들을 통제가능하다고 보는 기업은 없다.

대부분의 위기관리에서 기업은 이들을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선택을 한다. 절대 통제불가능하므로 통제시도 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이들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명분의 싸움에서 기업이 승리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기업이 명분 없는 부정적 상황에 처했더라도 신속하게 입장을 바꾸고 조치를 취해 그들이 활용할 수 있는 명분을 먼저 쟁취하는 것이다. 그들이 기존에 가지는 명분보다 상대적으로 큰 명분을 취해 강조하는 것이 나은 대응이다. 그것이 그나마 그들이 아닌, 그들의 ‘영향력’을 통제가능하게 하는 전략이 된다.

다섯번째, 주주와 투자자들도 통제불가능하다.

주주와 투자자들이 우리 기업을 언제까지나 믿고 지원해 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투자자의 입장에서 초기에는 우리의 위기관리를 믿고 지원해 주기는 할 것이라 볼 수는 있다. 여기에서 핵심은 ‘초기’라는 기간이다. 부정적 위기가 발생되어 투자자들이 대규모의 손실을 입고 문제가 장기화되어 가면 갈수록 투자자들은 통제불가능한 위치로 대거 이동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관리에서 위기관리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라는 주문을 한다. 투자자의 손실을 최소화 하고 단기화하는 것이 어찌 보면 가장 큰 위기관리 의미가 될 수 도 있다. 기업이 그렇지 못한 경우 주주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든 위기관리의 전반을 점검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을 고민하게 될 수도 있다. 기업 경영진으로서는 아주 직접적인 통제불가능성이자 위기인 셈이다.

여섯번째, 거래처와 파트너사들도 통제불가능하다.

수십년간 관계를 맺어온 거래처와 파트너사들은 평시에는 우리 기업을 응원하고 지원한다. 오랫동안 거친 파도를 함께 헤쳐 나왔다며 우리는 한팀이라 생각하는 관계도 분명 존재한다. 서로가 어려울 때 돕고 힘을 모아 실제 문제를 해결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한 기업이 위기대응을 하는 환경에서 거래처와 파트너사들은 자신들의 입지를 점점 고민하게 된다. 자칫 자사가 문제의 기업과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 하게 될 수도 있다. 심지어 그런 정보가 공개되어 공중으로부터 대대적 공격을 받게 된 경우도 생겨났다.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주체가 아니었는데, 이내 위기관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그런 경우 그들을 계속 통제가능하다 볼 수는 없다. 그들 내부에도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한다. 최초 위기관리를 기업이 제대로 해내지 못해 그 피해와 영향이 거래처와 파트너사에게 까지 미치게 되면 그들은 언젠가 통제불가능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 스스로도 통제하기 어려워하는 그들의 노조나 직원들이라도 우리 기업에게 공격성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일곱번쨰, 통제가능한 대상(플레이어)은 없다. 하나도 없다.

이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그 다음으로의 진전이 가능하게 된다. 평소 통제가능하다 또는 통제가능할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하던 습관을 빨리 버려야 한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주변 대상은 모두 통제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해야 최대한 통제가능한 주제를 위해 관심과 투자를 집중하게 된다. 일부라도 가능할 통제 방법을 찾게 된다. 최소한 통제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대상에게서 배신감과 실망감이라도 느끼지 않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통제가능한 것을 꼽으라면 그것은 ‘메시지’다. 기업 내부에서 잘 합의된 메시지는 위기관리에서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통제가능한 주제이자 대상이다. 여러 의사결정자들이 함께 모여 현 상황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을 찾아 그에 집중한 메시지를 뽑아 내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그 때문이다.

훌륭하게 마련된 메시지는 위기 시 여론을 바꾼다. 최소한 여론에 영향을 준다. 수많은 변수와 불확실성에서 통제불가능한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직접 통제하려 애쓰는 것 보다 유일하게 통제가능한 메시지를 통해 그들에게 영향을 끼치려 노력하는 것이 좀더 나은 위기관리다.

강력한 메시지는 통제불가능했던 이해관계자들을 통제가능한 위치로 이동시키는 위력 또한 발휘한다. 적절한 메시지는 해당 기업의 위기에 관심 없던 공중들까지도 움직인다. 여론에 분명한 영향을 주는 것이다. 전략적 위기관리란 전략적 메시지를 빼고는 의미가 성립되지 않는다. 유일하게 통제가능한 메시지를 더욱 소중하게 여기며 좀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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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언론관에 대하여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을 대표해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사내 핵심 구성원을 위해 미디어 트레이닝을 진행해 보면 아주 흥미로운 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기업 오너, 대표, 임원 중에는 언론을 무조건 피하는 분도 있고, 반면에 언론과 친해 가까이 지내는 분도 있다. 언론을 쉽고 만만하게 보는 분도 있는 반면 언론을 아주 불편 해 하며 두려워하는 분도 있다.

사실 어느 한쪽 성향이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대 있어 바람직하다 이야기하긴 어렵다. 일부 임원은 언론과 자신의 관계를 ‘불가근 불가원’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 만큼 대언론 자세를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현장에서는 언론을 두려워하는 핵심 인력의 생존율이 차라리 더 높아 보인다. 그들이 실행하는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이 개인적 주제가 아니기 때문에 화자가 몸을 사려 조심해 말 하는 자세가 보다 안전한 것은 당연하다.

반대로 언론을 쉽고 만만하게 보는 핵심 인력은 생각보다 자주 그리고 심하게 언론에게 피해를 입고는 한다. 믿었던 언론 또는 기자가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하며 어처구니없어 할 경우가 생겨 버리는 것이다. 우습게 여기던 언론에게 당해 오히려 자신이 우습게 되어 버리는 상황과 마주하게 되는 거다.

이렇게 언론이 대해 잘 못 생각하는 기업의 핵심 인력은 공통적으로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있을까? 왜 그들은 언론과 기자를 자기 뜻대로 보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아보자.

첫째, 그들은 언론을 일반 기업이라 생각한다. 기자도 그 기업의 단순 종업원 또는 직원이라 본다.

거래처와 거래처 사람들로 간주하는 것이다. 우리가 저 신문사에 해마다 이렇게 많은 광고 협찬을 제공하고 있는데, 기자를 얼마나 접대하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종종 쉽게 한다.

평소에는 몰라도 부정적 상황에서는 그런 언론과 기자들이 자사를 좀 도와주어야 하지 않는가 묻기도 한다. 자사에 대한 그들의 부정기사에 분을 참지 못한다. 그들이 상도의도 없고, 의리도 없다며 고개를 젓는다.

분명히 잘못된 언론관이다. 광고 협찬 그리고 접대가 기업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대체해서는 안 되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둘째, 자신이 잘 될 때 관계 맺은 기억으로만 언론을 대한다.

성공 가도에 있는 회사나 리더에게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친절한 것 같아 보인다. 아주 큰 회사에서 고위 임원 기간을 보냈거나, 대대로 튼튼한 회사를 물려 받은 핵심 인력의 눈에는 언론과 기자가 순하고 착해만 보인다.

그런 좋고 편안한 관계가 영원할 것으로 믿는 거다. 평소에는 일정한 예의를 차라고 웃기만 하던 기자가 갑자기 회사나 자신에 대한 부정기사를 쓰게 되면 그 핵심 인사는 극심한 인지부조화를 경험한다.

일부는 자신이 이제 잘 안되고 있으니 언론과 기자가 배신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더 이상 자신에게 얻을 것이 없으니 손절 한 것이 틀림없다 상상한다.

그러나, 자신이 성공했을 때의 추억이 영원하리라 했던 것이 문제 원인이 아닌가. 언론은 항상 옆에서 박수만 쳐주는 것이 본업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했다.

셋째, 어떻게 든 언론은 통제 가능 하다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인맥을 자랑하며 신문사 오너 형님(?)을 언급하기도 한다. 부정적 취재를 나온 피디 앞에서 방송사 사장에게 전화를 거는 기업 대표도 있다.

언론이건 기자건 자신의 인맥과 영향력으로 통제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부정적 논란의 중심에 처해 급격하게 고립되는 취재원이 되면 환경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연락을 피하거나 난처 해 하는 언론 인맥에게 섭섭 해 한다. 평소에는 어렵지 않게 받아 보던 기사나 보도 관련 정보도 여의치 않게 되니 패닉에 빠진다.

원래부터 언론과 기자는 통제 불가능한 대상이다. 그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며 자신만 특별히 예외라고 여겼던 것이 문제였다. 통제 불가능성을 전제로 구성된 대응 시스템과 그런 전제 없이 꿈꾼 대응 시스템간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넷째, 다른 지인들 이야기 또는 들은 이야기로 언론을 상상한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이 기자를 다루는 모습을 보고 따라하려 한다. 어떤 정치인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기자에게 막말을 할 때도 있다. 훈계나 호통을 치기도 한다. 종종 있는 그대로의 말을 언론 앞에서 쏟아 내기도 한다. 일부 기업내 핵심 인력은 그렇게 언론을 다루는 것이 멋지고 속 시원 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기업 대표로 연기하는 주인공이 회사에 부정 기사가 실릴 것이라는 보고를 받으면 소리치는 대사를 기억하는 기업 경영진도 있다. “모든 기사 다 막아! 한 줄도 못 나가게 해!”

그냥 재미로 그 상황을 감상만 하면 좋은데, 그런 환경을 실제와 혼동하니 문제다. 정치인의 커뮤니케이션을 따라하는 기업 커뮤니케이터 만큼 회사를 위태롭게 만드는 사람이 없다. 다름을 이해하고 경계해야 안전하다.

다섯째, 실제로 치열하게 언론을 대해 본 경험이 적다.

언론에게 데어 본적이 없다. 반면 한 두 번 세게 대어 본 VIP는 달라진다. 일선에서 매일 기자와 씨름 하는 홍보 임원은 상대적으로 커뮤니케이션으로 문제를 발생시키는 확률이 적다. 그 이전 오랜 기간 기자의 취재에 맞서며 다양한 아픔을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에도 놀란다는 말 딱 그대로다.

언론을 어설프게 알고, 그들에게 큰 상처를 아직 받아보지 못한 인력이 부주의하게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면 문제를 발생시킨다. 특히 경영진에게는 경험을 능가하는 위기관리 자산이 없다. 일부러 아픈 경험을 시도해 보라는 의미가 아니다. 경험 많은 사내 홍보실의 조언을 들어 보라는 이야기다.

여섯째, 원래부터 언론에 관심이 적다.

낯설어 하는 거다. 또는 막연히 엉터리라 생각한다. 문제는 상대를 그렇게 모르고 대응 할 때 생겨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는데 모르면 백전백태가 된다. 매번 위태롭게 되는 셈이다.

상대를 제대로 모르면 실제보다 두려워하게 된다. 반대로 실제보다 상대를 무시 하기도 한다. 정확히 언론과 기자를 이해하기만 하면 넘침이나 모자람은 없어진다.

그래서 많은 기업 경영진이 미디어 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언론이나 기자를 그렇게 공부해서 뭐하냐는 질문을 하는 경영진도 있다. 건전한 언론관과 공중관 그리고 기업이 가져야 할 균형 잡힌 정무감각은 기업 경영에 큰 자산이다. 이슈나 위기관리 차원에서도 그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은 없다.

일곱째, 맞서서 싸우고 다투면 이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불만스러운 언론과 기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계속한다. 사실 대형 로펌 변호사들은 언론사나 기자를 대상으로 소송전을 벌이는 것을 거북 해 한다. 그들이 왜 그럴지를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구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소송을 언론이나 기자를 통제하기 위한 아주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영진도 존재한다. 하지만 칼은 칼집에 있을 때 가장 중요한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언론과 기자에 대해 소송하고 맞서 싸워 얻는 회사측의 실익은 생각보다 매우 적다.

수년 간에 걸쳐 받아 낸 판결도 회사에 대한 공중의 부정적 기억을 해소해 주지는 못한다. 검증된 전문가들의 가장 공통적 조언은 언론과 기자에게 맞서기 이전에 할 수 있는 모든 해결 노력을 쏟아 부으라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전략적 고민을 정무감각에 더해 최선을 다하라는 것 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언론과 기자는 다투어 싸울 대상이 아니다.

기업을 이끄는 리더에게는 정확한 언론관과 건전한 정무감각이 필수인 환경이 되었다. 구태적 언론관과 개인기로는 최근의 문제를 풀기 더욱 어렵게 되었다.

합리적 대응과 전략적 메시징이 강조되는 시대다. 주변 그 어떤 것도 통제 가능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회사 경영진과 직원도 완전한 통제가 불가능해진지 오래다. 외부 대상을 감히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이제는 큰 착각이다.

스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찾아 적시에 해 내는 위기관리가 중요하다. 이를 위한 기반인 언론관, 공중관, 정무감각이야 말로 성공적 기업 경영과 위기관리를 위한 필수 토양이라고 할 것이다. 가장 먼저 언론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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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 CEO를 위한 위기관리 십계명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나 정부나 각종 기관 공히 마찬가지다. 위기가 발생되면 그 위기 발생에 대한 책임 보다는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이 더욱 중요 해 진다. 그렇기 때문에 CEO를 비롯한 최고경영책임자는 위기관리를 경영활동에 있어 높은 우선순위로 둔다.

어쩔 수 없이 발생된 위기라도 CEO가 제대로 위기를 관리해 내면 그의 경영 역량은 높이 평가받는다. 반면 어처구니없는 위기인데도 CEO가 제대로 위기를 관리해 내지 못하면 그는 사회적 비웃음만 받게 된다. 기업의 위기가 딱히 기업 자체에게만 위기가 아닌 셈이다.

임원이나 직원들은 심각한 위기가 회사에 발생되어도, 그 회사를 떠나버리면 그만이다. 제대로 위기관리를 하지 못했더라도, 새로 옮긴 회사에서 그에 대해 기억하거나 책임을 묻지는 않는다. 그러나 CEO는 다르다. 제대로 위기관리를 하지 못해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CEO는 다른 새로운 기회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실제로도 우리 역사를 보면 국가적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는 데 실패 해 권력을 내놓아야만 했던 불행한 케이스이 있다. 그 외에도 기업의 위기관리가 실패해 그에 대한 책임을 졌던 CEO들은 그보다 훨씬 수가 많다. 심지어 위기의 중심에 서서 위기를 촉발시킨 이후 경영권을 상실하거나, 큰 후폭풍을 경험한 기업 오너들도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기업 내부에서 그 누구보다도 위기관리에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 위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CEO다. 예기치 못했던 위기가 발생되면 최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방식으로 위기를 관리해 내기 위해 지속 연습하고 실행하는 사람도 CEO다. 시종일관 위기관리 전반에 대해 책임을 지고 그 성패에 따라 자신의 역랑과 입지를 인정받게 되는 사람들도 CEO다. 그렇다면, 성공적 CEO가 꼭 지켜내는 위기관리 핵심 원칙은 무엇일까? 크게 열 가지로 추려 보자.

첫째, 문제 해결자가 되자

CEO는 문제 유발자(Problem maker)가 되지 말고, 문제 해결자(Problem solver)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주 상식적인 경영원칙이다. 문제는 그 원칙을 지켜내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CEO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위기관리 관점으로 기준을 세워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CEO가 문제 유발자가 되어 발생시킨 위기는 관리 예후가 대부분 좋지 않다. 좋지 않은 수준을 넘어 재앙적인 수준으로 결론이 난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도 가장 주목하고 강한 비판을 가하는 위기 유형이 CEO가 발생시킨 위기다. 자신이 문제 유발자가 돼 버린 위기 시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위기관리가 극히 제한된다. 조직을 움직이기도 어렵다. 당연히 데미지컨트롤은 더욱 더 불가능 해 진다. 진정한 문제 해결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과 관련된 문제는 민감하게 경계해야 한다.

둘째, 위기관리는 CEO가 하는 것이라 생각하자

일단 사내 위기관리 교육이나 훈련 그리고 시뮬레이션 할 것 없이 CEO가 가장 먼저 그리고 나중까지 참여해야 한다. CEO가 사내에서 위기에 대하여 그리고 위기관리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잘 알고 주변 임직원들에게 질문할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한다.

질문의 요지는 딱 하나다. “만약에?(Wat if?)”라는 질문을 종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경쟁사를 비롯한 여러 업계 기업들이 현재 경험하고 있는 이슈나 위기 유형을 꾸준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에 대해 계속해 사내 임직원들에게 질문해 보아야 한다. 만약에 우리라면? 만약 우리에게 저런 위기가 발생된다면?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들이 회사 위기관리 조직을 움직인다.

셋째, 평상시 CEO의 위기관리 철학을 반복해 커뮤니케이션 하자

위기가 발생된 다음 왜 임직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지 한탄해서는 안 된다. 평소에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CEO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여러 임직원에게 반복해 커뮤니케이션 해 놓아야 한다. 예로 고객 관련된 위기 유형은 다양하다. 그렇다면 그 모든 유형에 대해 평소 CEO가 반복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위기관리 철학은 “어떤 유형이든 고객이 이로운 방향으로 신속히 해결하자”일 수 있다.

이런 CEO 철학이 임직원들에게 골고루 이해되고 있다면, 고객과 관련한 위기는 실제 발생되더라도 초기 대응에 있어 정확성과 신속성을 띄게 된다. 지휘관의 의도(Commander’s intent)를 딱히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문제 해결 방식을 일선에서 결정할 수 있게 권한이양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하는 지시보다, 평시에 커뮤니케이션 하자.

넷째, CEO 스스로 민감성을 극대화하자

‘자신이 결정한 내용이 내일 아침 신문 기사에 그대로 실려도 떳떳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항상 여론과 사회적 책임에 주목하며 경영적 의사결정을 하라는 의미다.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사전적 위기관리 방식이기 때문이다. 위기가 일단 발생되면, 위기 발생 이전으로 현실을 돌리는 것은 불가능 해 진다. 위기관리 중 가장 성공적인 위기관리는 위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위기관리다.

그러기 위해서는 CEO가 스스로 가장 민감해야 한다. 물론 그의 민감성은 궁극적으로 조직 전체에 공유되어야 한다. 일부 경영진은 CEO가 너무 민감해서 피곤하다는 푸념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항상 살피고, 조심스럽고, 떳떳하려 애쓰는 모습은 직원들에게 아무리 보여주어도 지나치지 않는다. 실제로 위기 유형이나 트렌드에 민감한 기업들이 위기관리는 잘한다. 무뎌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다섯째, 잘된 위기관리 매뉴얼보다 강력한 위기관리팀에 욕심을 내자

위기는 사람이 발생시킨다.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그 위기를 키우는 것도 사람들이다. 그에 맞서 위기를 관리해 내는 것도 사람들이다. 더욱 정확히는 자사의 위기관리팀이다. CEO의 위기관리 철학과 전략을 그대로 받아 실행해 내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각 실무팀이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마크 해 낸다. 홍보실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창구가 회사를 대변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해 낸다.

위기관리 매뉴얼이라는 두꺼운 서류책이 위기를 관리하는 경우는 없다. 그렇다고 매뉴얼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강력한 위기관리팀은 부단하게 훈련받은 팀이다. 그 훈련의 기조와 프로세스는 자사의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른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논의 같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위기관리팀에 투자하는 CEO가 되자.

여섯째, 사회적 여론과 이해관계자들을 존중하자

경영을 하면서 CEO는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를 맺고, 상호간 이익을 주고받고 하며 성장해 왔을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아 어느 한 이해관계자도 의미 없는 경우가 없다. 위기가 발생되면 그들의 이해관계와 영향력은 극대화된다. 폭발적으로 일희일비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 친근했던 이해관계자가 낯설게 느껴지게 된다.

그런 경우일수록 더욱 더 이해관계자의 입장에서 문제의 핵심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그들이 원하는 방향과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이해관계자를 잘 알고 주목하는 CEO가 문제 해결을 쉽게 한다. 이해관계자와 반목하는 CEO는 다른 결과를 낳게 된다. 그들을 존경까지는 하지 못해도 존중은 해보자. 그래야 산다.

일곱째, 위기관리는 과감하게 하자

과감하게 문제를 해결해 버린 CEO는 이후 언론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해당 위기는 일단 발생된 것이다. 그에 대한 대응과 관리 방식은 그 위기의 규모나 영향을 압도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겨우 자사의 위기관리 노력이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의 눈에 띄게 된다. 일부에서는 회사는 위기인데 CEO가 스타가 되려 한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하다.

그래도 최대한 과감한 위기관리 방식에 베팅하는 것이 좋다. 사과를 해도 대대적으로 한 번에 끝내자. 기업도 살고 CEO도 산다. CEO가 결정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응 방식을 항상 고민해 보자. 우물쭈물, 스리 슬쩍, 좌고우면 등의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된다. 빠르고 과감한 대응에 이길 여론은 없다.

여덟째, CEO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에 귀 기울이자

내외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들의 의견을 계속 물고 들으며 커뮤니케이션을 신중하게 실행하자. CEO가 신속하게 나서서 커뮤니케이션 해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CEO가 성급하게 나서서는 안 되는 경우가 있다. CEO의 가시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져가야 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처음부터 선을 그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수많은 경우의 수와 변수들을 통합적으로 분석하며, 많은 경험을 가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들과 내부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의 의견에 CEO는 의지해야 한다. 성공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없는 상황관리는 실패한 위기관리로 기억된다. 위기 시에는 평소보다 훨씬 더 신중하게 귀 기울여가며 커뮤니케이션 해낼 수 있어야 산다.

아홉째, 모든 책임은 CEO가 진다는 믿음을 주자

위기가 발생되면 기업 구성원들은 누구나 자신과 관련 된 위기관리를 가장 먼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기 자신에게 피해가 갈 것이 예상되면 회사를 위한 위기관리에는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구성원이 각자도생으로 맞서게 되면 될수록 회사의 위기관리는 실패의 길을 가게 된다.

이런 부정적인 환경을 방지하기 위해 CEO는 해당 위기관리 전반에 대한 책임을 나서서 지며 강조해 주어야 한다. 위기관리를 위해 투입되는 인력, 예산, 프로세스, 컴플라이언스 등에 대해 최대한 리더십을 발휘해 해결 해 주어야 한다. 마음 편하게 위기관리에 전심 다할 수 있는 임직원의 애사심은 그런 CEO 아래에서 발휘된다. 사후에도 일선에게 책임을 묻는 조치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마지막, 신뢰를 지키자

CEO가 위기관리를 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해 약속한 내용은 뭐든 지켜내야 한다. 제대로 약속을 지켜내 그 결과를 추후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어야 신뢰를 얻게 된다. 임기응변이나 모면 중심의 약속이 아니었다는 확신을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주어야 한다. 그래야 CEO의 경영 역량이 다시 빛을 낸다.

같거나 유사한 위기를 계속 반복하는 기업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 그런 기업은 CEO가 제대로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유사한 위기가 재발되는 것이다. 지키지 않은 약속이 그대로 위기로 다시 드러나게 되면, 그 다음 위기는 어떻게 해도 성공시키기 어려워진다. 계속해서 악순환만 반복된다. 약속을 지켜 신뢰를 얻는 것이야 말로 궁극적인 위기관리다.

이상은 CEO가 성공적인 위기관리를 위해 명심해야 하는 위기관리 원칙이다. 흔히 일부 전문가들이 “위기는 곧 기회”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자사의 위기 시 기회를 얻는 곳은 경쟁사뿐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더구나 한국과 같은 기업 경쟁 구도에서는 경쟁사가 큰 실수를 해 주면 자사는 반사이익을 얻는 형국이 된다. 어처구니없는 자사의 실수를 민감하게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CEO로서 어쩔 수 없이 위기를 맞게 된 것은 그렇게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아니다. 단, 그 위기를 제대로 관리해 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장기간 부끄러워해야 할 수밖에 없는 일이 되어 버린다. CEO는 이 결과를 두려워해야 한다. 두려운 만큼 더욱 더 적극적으로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생각을 다듬고, 연습하고, 훈련하고, 시뮬레이션 해 나가면서 우수한 위기관리팀에 투자해야 한다. 회사를 위하는 것이 곧 자신을 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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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022025 0 Responses

위기관리에서 ‘공감’의 의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 경험하는 부정 이슈와 위기 상황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대응 조언이 있다면 바로 ‘공감(共感)’일 것이다. 공감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도 쓰이지만, 심리학이나 신경학, 철학 등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단어인데, 대략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공감이란 ‘대상을 알고 이해하거나, 대상이 느끼는 상황 또는 기분을 비슷하게 경험하는 심적 현상’을 말한다.

이슈나 위기를 관리할 때 주목해야 할 것은 이슈나 위기는 어느 하나도 스스로 ‘터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흔히 우리는 “위기가 터졌다”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그 위기는 스스로 터진 것이 아니다. 위기는 ‘사람이 터뜨린 것’이다. 모든 이슈나 위기에는 ‘사람’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문제를 발생시킨 사람이 있으니 그 문제는 문제가 된다. 그 이후에는 그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의견을 가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생겨나니 그 문제는 더 큰 문제로 자란다. 말 그대로 사회적 공분이 조성되어 버리면 특정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해관계자)이 개입된다. 이 정도 사람들의 상황이 되면 실제 위기가 시작된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사람들에 의해 기업이 타격 받게 되는 구도에서, 공감이란 아주 중요한 위기관리의 무기가 된다. 그러나, 현장에서 컨설턴트들이 ‘공감’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면 대부분 경영진은 그 컨설턴트가 아카데믹하거나, 아마추어라는 시선을 보낸다. 일부 경영진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공감만 해주면 무슨 사업을 벌 일 수 있는가?”하며 순진한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

여기에서 기업과 경영진이 가지는 ‘공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공감이란 과연 어떤 의미이고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 것일까? ‘공감’에 대한 오해를 정리해 가면서 위기관리에 있어 공감의 효과를 들추어 보자. 잘 못 알려진 공감이란 어떤 것들일까?

첫째, 같이 눈물을 흘리고 슬퍼해 주는 것이 공감이다?

자사 제품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생겼다고 치자. 회사에서 상황을 분석해 보니 해당 제품에 들어가지 말았어야 할 성분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이 드러나면 상당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 위기관리 컨설턴트는 ‘대표이사께서 피해 소비자들을 만나 공감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시라”는 조언을 한다. 대표와 경영진들은 “공감? 그건 어떤 방식을 의미하나요? 궁금 해 한다. 일부는 대표가 소비자를 만나 손을 꼭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며 쾌차를 비는 것이 공감이라 이야기 한다. 일부는 큰 절을 해서 피해 소비자 가족에게 진정성을 보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어느 것이 맞는 것일까? 눈물과 큰절이 곧 공감을 의미하는 것일까?

공감을 위해 대표이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피해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 각각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그들의 피해를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기분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의 의견이나 반응을 예상하게 된다. 그 전반적 이해와 예상에 따라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행동, 반응을 의사결정 하라는 의미다. 이런 생각 없이 단순한 퍼포먼스를 공감으로 떠올리니 거부감이 드는 것이다.

둘째, 공감한다고 말 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

공감을 해서 법적으로 문제를 더 크게 만든 사례를 한번 찾아보라 하고 싶다. 여기에도 공감에 대한 오해가 있다. 공감을 책임 인정의 의미로 스스로 연결해 절대 공감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는 것이다. 이후 소송이 제기되었을 때 상대로부터 ‘이전에 대표가 우리 피해에 공감한 것을 보면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들을까 봐 겁을 내는 것이다.

부정적인 상황에서 상대를 이해하는 것을 책임에 대한 인정으로 볼 수 있을까? 그 상황에서 상대가 느끼는 상황이나 기분을 비슷하게 느껴보는 것이 스스로 길티(유죄)를 인정하는 것이 될까? 그에 따라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제대로 했는데, 법정에서 그로 인한 문제가 생기게 될까?

차라리 법적 우려와 공감에 대한 오해로 절대 공감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을 고집스럽게 하는 것이 법정에서 더 불리한 것은 아닐까? 공감 받지 못한 상대가 더욱 공격적으로 회사를 괴롭히거나 하지는 않을까? 공감하지 않는 회사의 태도를 바라보며 이슈를 접하는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은 과연 어떤 감정을 가지게 될까? 그런 감정이 모여 회사에 어떤 영향력으로 되돌아올까? 공감해서 얻을 것과 공감하지 않아서 얻을 것 중 어떤 쪽이 더 회사에게 유리할 것인가를 따져 봐야 한다.

셋째, 큰 사업을 위해서는 함부로 공감해서는 안 된다?

대체 ‘함부로’하는 공감이란 어떤 의미인가? 공감은 정상적 인간과 정상적 인간 사이에서 당연한 것인데, ‘함부로’하는 공감이란 무슨 말인가? 잘못된 공감을 의미하는 것일까? 잘못된 공감은 스스로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 오류가 있었거나, 상대를 이해하는 데에 문제가 있었거나, 그 이후 그 잘못된 이해에 기반해 진행한 커뮤니케이션이 실패했다는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면 공감이 잘 못된 것이 아니라, 자사의 공감 노력이나 역량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공감은 아무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성공적 사업을 위해서는 더욱 더 공감 역량을 키우는 것이 맞다. 상당한 부정 상황이 발생해서 면밀히 분석해 이해 해 본 결과, 적절한 공감에 기반한 전략적 위기관리 실행이 없다면 회사가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고 치자. 이런 최악의 상황이 예상된다면 전략적인 경영진은 어떤 의사결정을 할까? 공감하는 것 뿐이다. 공감해서 사람들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정상참작을 받고, 전략적 위기관리 실행에 대해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큰 문제는 있었지만, 회사가 저렇게 열심을 다해 공감하고 사후 문제 해결에 힘쓰는데 더 이상 회사를 비판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여론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것이 곧 회사를 사라지게 하지 않는 위기관리가 된다. 반대로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절대 공감하지 않겠다는 고집을 부린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지 예상해 보자.

넷째, 공감이라는 것은 상당히 아마추어적인 것이다?

공감 역량이 전혀 없는 사람이나 조직을 ‘공감 제로’라고 부른다. 공감제로란 크게 세가지 역량이 떨어지는 존재다. 첫째로 공감제로는 자신(자사)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나 기업이다. 앞의 예처럼 문제 제품을 팔았다가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나왔다고 치자. 그 상황에서 피해자를 비롯해 그 가족과 여러 일반 소비자들이 우리 회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면 위기관리는 어떻게 될까?

두번째로, 공감제로는 타인들과 상호작용하는 법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피해자가 생겨버린 부정 상황에서 피해자와 각종 이해관계자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문제를 숨기거나,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를 공격하고, 어쩔 수 없이 겉으로 사과하고, 피해 복구나 문제 해결을 등한시하는 것과 같은 기괴한 행동이 이런 부족한 역량에 기반해서 나오는 것들이다.

세번째로 공감제로는 상대와 이해관계자의 기분 혹은 반응을 예상하는 법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대응을 기괴하게 하고서도 더욱 악화되는 소비자와 이해관계자 반응에 의아 해 한다. 우리는 하느냐고 했는데 왜 저런 반응이 계속되고 심지어는 악화까지 되는지 궁금해한다. 심지어 저들이 다른 생각이 있어서 우리 회사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상상한다. 공감제로 사람과 기업의 전형적 특징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공감 역량 부족이 프로다운 것인가? 공감이야 말로 제대로 훈련된 전략가들만 실행할 수 있는 프로페셔널한 위기관리 방식이다.

다섯째, 공감이 문제를 해결해 주나?

공감은 문제를 해결해 준다. 공감하지 않거나 공감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공감을 지속하지 않으니 더 큰 문제가 생긴다. 공감 역량이 부족한 주체들이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자신의 공감부족에 주목하기 보다 사람들의 다른 의도를 의심하며 정신 승리를 꿈꾼다.

상대가 정치적 조직이기 때문에 자칫 공감했다가는 그들의 의도에 휘둘리게 된다며 공감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서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만약 상대의 주장과 커뮤니케이션이 사회적 주목을 받아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대를 얻고 있다면 그들은 상대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자사보다 경쟁 우위에 있다는 의미다.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해 보면 결국 회사가 공감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만약 상황을 분석해 보니, 상대측 주장과 커뮤니케이션이 사회적 공감대를 별로 얻고 있지 못하다면, 단순한 주장 수준이므로 회사가 공감할 필요가 없다는 의사결정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들의 입장을 이해해 보아도 비슷한 결과라면 더욱 더 공감은 필요 없을 것이다. 공감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과 이해관계자들이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 그 또한 적절한 의사결정이었던 것이다. 반대로 그 과정에서 문제가 더 커지겠다는 분석과 이해 그리고 예상이 계속되면 의사결정은 달라져야 한다. 공감이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의미는 공감에 대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의미와 같다.

여섯 번째, 계속 공감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나?

그렇게 된다면 더 큰 문제다. 공감만 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공감을 제대로 하게 되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공감만 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공감이 제대로 된 공감이 아니었다는 의미일 뿐이다. 정확하게 상황을 이해하지도 않았고, 상대를 이해하지 않았고, 이후 상황을 현실적으로 예상해 보지도 못했다는 의미다.

지속적 공감은 문제해결에 지속적으로 연결되어야 성공한다. 부정적 상황에 대한 단순 모면이나 회피 형식으로 공감하는 것이 실패의 원인이다. 동일한 문제를 반복해 만들어내는 기업의 공통점이 바로 잘못된 공감만 표현하고, 문제 해결 노력은 등한시하는 것이다. 또 다시 문제가 발생되면 똑같이 공감을 표현하거나 더 큰 공감으로 퍼포먼스만 강화한다. 그 이후로 다시 문제 해결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런 악순환은 반복된다.

당연히 지속적인 가짜 공감은 공감대를 저하시키게 된다. 더욱 더 크게 공감한다고 해도 그 진의는 계속해서 의심받는다. 문제 해결에 직접 연결되지 않는 공감은 단순한 퍼포먼스 일 뿐, 진정한 공감이 되지 않는다. 회사의 사후 상황 예상 역량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문제 해결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문제 해결이 안되는 것이다.

기업과 경영진의 공감 능력 또는 역량은 성공적인 이슈 및 위기관리를 위해 아주 의미 있는 필요충분조건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욕구, 감정과 같은 복잡한 심리 상태에 대해서 생각하고, 추론하는 능력은 기업의 핵심 역량과도 연결된다. 상품개발, 영업, 마케팅, 인사, 기획 등 거의 모든 부서들에게 요구되는 경쟁력이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 발달한다면 다른 사람의 입장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이해와 배려가 회사와 경영진에게 충만하다면 어처구니없는 부정 이슈나 위기가 발생될 가능성은 현격하게 떨어진다.

제대로 된 이슈관리와 위기관리를 어려워하며 힘들어 하는 기업 안에는 공감 능력과 역량이 부족한 의사결정그룹이 존재한다. 일부에는 신경학적 문제로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감 부적응자들은 공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가지고 있어 스스로 공감을 꺼려 한다.

경영적으로나 전략적으로 공감은 ‘이해하고 예상하는 능력’이다. 기업과 경영진에게는 아주 소중한 경쟁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감에 대한 관심은 더욱 더 커져야 한다. 이슈나 위기관리를 넘어 성공적인 기업 경영을 위해서도 공감 능력은 꼭 필요한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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