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022025 0 Responses

건전한 언론관에 대하여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을 대표해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사내 핵심 구성원을 위해 미디어 트레이닝을 진행해 보면 아주 흥미로운 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기업 오너, 대표, 임원 중에는 언론을 무조건 피하는 분도 있고, 반면에 언론과 친해 가까이 지내는 분도 있다. 언론을 쉽고 만만하게 보는 분도 있는 반면 언론을 아주 불편 해 하며 두려워하는 분도 있다.

사실 어느 한쪽 성향이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대 있어 바람직하다 이야기하긴 어렵다. 일부 임원은 언론과 자신의 관계를 ‘불가근 불가원’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 만큼 대언론 자세를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현장에서는 언론을 두려워하는 핵심 인력의 생존율이 차라리 더 높아 보인다. 그들이 실행하는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이 개인적 주제가 아니기 때문에 화자가 몸을 사려 조심해 말 하는 자세가 보다 안전한 것은 당연하다.

반대로 언론을 쉽고 만만하게 보는 핵심 인력은 생각보다 자주 그리고 심하게 언론에게 피해를 입고는 한다. 믿었던 언론 또는 기자가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하며 어처구니없어 할 경우가 생겨 버리는 것이다. 우습게 여기던 언론에게 당해 오히려 자신이 우습게 되어 버리는 상황과 마주하게 되는 거다.

이렇게 언론이 대해 잘 못 생각하는 기업의 핵심 인력은 공통적으로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있을까? 왜 그들은 언론과 기자를 자기 뜻대로 보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아보자.

첫째, 그들은 언론을 일반 기업이라 생각한다. 기자도 그 기업의 단순 종업원 또는 직원이라 본다.

거래처와 거래처 사람들로 간주하는 것이다. 우리가 저 신문사에 해마다 이렇게 많은 광고 협찬을 제공하고 있는데, 기자를 얼마나 접대하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종종 쉽게 한다.

평소에는 몰라도 부정적 상황에서는 그런 언론과 기자들이 자사를 좀 도와주어야 하지 않는가 묻기도 한다. 자사에 대한 그들의 부정기사에 분을 참지 못한다. 그들이 상도의도 없고, 의리도 없다며 고개를 젓는다.

분명히 잘못된 언론관이다. 광고 협찬 그리고 접대가 기업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대체해서는 안 되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둘째, 자신이 잘 될 때 관계 맺은 기억으로만 언론을 대한다.

성공 가도에 있는 회사나 리더에게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친절한 것 같아 보인다. 아주 큰 회사에서 고위 임원 기간을 보냈거나, 대대로 튼튼한 회사를 물려 받은 핵심 인력의 눈에는 언론과 기자가 순하고 착해만 보인다.

그런 좋고 편안한 관계가 영원할 것으로 믿는 거다. 평소에는 일정한 예의를 차라고 웃기만 하던 기자가 갑자기 회사나 자신에 대한 부정기사를 쓰게 되면 그 핵심 인사는 극심한 인지부조화를 경험한다.

일부는 자신이 이제 잘 안되고 있으니 언론과 기자가 배신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더 이상 자신에게 얻을 것이 없으니 손절 한 것이 틀림없다 상상한다.

그러나, 자신이 성공했을 때의 추억이 영원하리라 했던 것이 문제 원인이 아닌가. 언론은 항상 옆에서 박수만 쳐주는 것이 본업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했다.

셋째, 어떻게 든 언론은 통제 가능 하다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인맥을 자랑하며 신문사 오너 형님(?)을 언급하기도 한다. 부정적 취재를 나온 피디 앞에서 방송사 사장에게 전화를 거는 기업 대표도 있다.

언론이건 기자건 자신의 인맥과 영향력으로 통제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부정적 논란의 중심에 처해 급격하게 고립되는 취재원이 되면 환경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연락을 피하거나 난처 해 하는 언론 인맥에게 섭섭 해 한다. 평소에는 어렵지 않게 받아 보던 기사나 보도 관련 정보도 여의치 않게 되니 패닉에 빠진다.

원래부터 언론과 기자는 통제 불가능한 대상이다. 그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며 자신만 특별히 예외라고 여겼던 것이 문제였다. 통제 불가능성을 전제로 구성된 대응 시스템과 그런 전제 없이 꿈꾼 대응 시스템간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넷째, 다른 지인들 이야기 또는 들은 이야기로 언론을 상상한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이 기자를 다루는 모습을 보고 따라하려 한다. 어떤 정치인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기자에게 막말을 할 때도 있다. 훈계나 호통을 치기도 한다. 종종 있는 그대로의 말을 언론 앞에서 쏟아 내기도 한다. 일부 기업내 핵심 인력은 그렇게 언론을 다루는 것이 멋지고 속 시원 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기업 대표로 연기하는 주인공이 회사에 부정 기사가 실릴 것이라는 보고를 받으면 소리치는 대사를 기억하는 기업 경영진도 있다. “모든 기사 다 막아! 한 줄도 못 나가게 해!”

그냥 재미로 그 상황을 감상만 하면 좋은데, 그런 환경을 실제와 혼동하니 문제다. 정치인의 커뮤니케이션을 따라하는 기업 커뮤니케이터 만큼 회사를 위태롭게 만드는 사람이 없다. 다름을 이해하고 경계해야 안전하다.

다섯째, 실제로 치열하게 언론을 대해 본 경험이 적다.

언론에게 데어 본적이 없다. 반면 한 두 번 세게 대어 본 VIP는 달라진다. 일선에서 매일 기자와 씨름 하는 홍보 임원은 상대적으로 커뮤니케이션으로 문제를 발생시키는 확률이 적다. 그 이전 오랜 기간 기자의 취재에 맞서며 다양한 아픔을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에도 놀란다는 말 딱 그대로다.

언론을 어설프게 알고, 그들에게 큰 상처를 아직 받아보지 못한 인력이 부주의하게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면 문제를 발생시킨다. 특히 경영진에게는 경험을 능가하는 위기관리 자산이 없다. 일부러 아픈 경험을 시도해 보라는 의미가 아니다. 경험 많은 사내 홍보실의 조언을 들어 보라는 이야기다.

여섯째, 원래부터 언론에 관심이 적다.

낯설어 하는 거다. 또는 막연히 엉터리라 생각한다. 문제는 상대를 그렇게 모르고 대응 할 때 생겨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는데 모르면 백전백태가 된다. 매번 위태롭게 되는 셈이다.

상대를 제대로 모르면 실제보다 두려워하게 된다. 반대로 실제보다 상대를 무시 하기도 한다. 정확히 언론과 기자를 이해하기만 하면 넘침이나 모자람은 없어진다.

그래서 많은 기업 경영진이 미디어 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언론이나 기자를 그렇게 공부해서 뭐하냐는 질문을 하는 경영진도 있다. 건전한 언론관과 공중관 그리고 기업이 가져야 할 균형 잡힌 정무감각은 기업 경영에 큰 자산이다. 이슈나 위기관리 차원에서도 그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은 없다.

일곱째, 맞서서 싸우고 다투면 이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불만스러운 언론과 기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계속한다. 사실 대형 로펌 변호사들은 언론사나 기자를 대상으로 소송전을 벌이는 것을 거북 해 한다. 그들이 왜 그럴지를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구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소송을 언론이나 기자를 통제하기 위한 아주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영진도 존재한다. 하지만 칼은 칼집에 있을 때 가장 중요한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언론과 기자에 대해 소송하고 맞서 싸워 얻는 회사측의 실익은 생각보다 매우 적다.

수년 간에 걸쳐 받아 낸 판결도 회사에 대한 공중의 부정적 기억을 해소해 주지는 못한다. 검증된 전문가들의 가장 공통적 조언은 언론과 기자에게 맞서기 이전에 할 수 있는 모든 해결 노력을 쏟아 부으라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전략적 고민을 정무감각에 더해 최선을 다하라는 것 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언론과 기자는 다투어 싸울 대상이 아니다.

기업을 이끄는 리더에게는 정확한 언론관과 건전한 정무감각이 필수인 환경이 되었다. 구태적 언론관과 개인기로는 최근의 문제를 풀기 더욱 어렵게 되었다.

합리적 대응과 전략적 메시징이 강조되는 시대다. 주변 그 어떤 것도 통제 가능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회사 경영진과 직원도 완전한 통제가 불가능해진지 오래다. 외부 대상을 감히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이제는 큰 착각이다.

스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찾아 적시에 해 내는 위기관리가 중요하다. 이를 위한 기반인 언론관, 공중관, 정무감각이야 말로 성공적 기업 경영과 위기관리를 위한 필수 토양이라고 할 것이다. 가장 먼저 언론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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