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흔히 위기관리는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라는 말을 한다. 위기라는 것의 본래 특성이 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위기가 발생된 이후에는 더욱 더 많은 불확실성을 끌어 들이며 덩치를 키우기 때문이다. 또한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기업 스스로로 많은 불확실성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고, 그런 의사결정으로 매우 다양한 불확실성들을 관리해 나가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려는 노력이 위기관리 같다. 불확실성에 기반하여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상황을 불확실한 정보에 의지해 의사결정하여 결국 다양한 불확실성을 잡는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해 보인다. 일부에서 위기관리를 운칠기삼이라 이야기 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기업이 위기관리 노력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불확실한 환경과 기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첫 단추가 된다. 가끔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하여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실무자들에게 “왜 그렇게 위기관리가 잘 안되는가?”라고 질문하는 VIP를 본다. 이는 VIP가 위기관리를 마치 규정되어 있는 스텝에 서로 발을 맞추는 ‘춤’과 같은 것으로 상상하기 때문이다. 왜 우리가 제대로 스텝을 밟고 있는데, 많은 변수들이 그 스텝에 따라 움직여주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는 이유다.
위기관리는 그런 규정된 스텝에 발을 맞추는 춤이라기 보다는, 수많은 변수와 운이 섞여 있는 포커게임과 같다. 지속해서 변수들이 생겨나고, 같은 테이블에 앉은 이해관계자의 입장과 변화가 석여 다시 변수로 작용되는 포커게임이다. 나만 혼자 규정에 맞추어 위기대응을 한다고 무조건 효과를 발휘하거나 문제가 해결되어 버린다는 약속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위기관리는 이제 운에만 의지하면서 대응이 잘되기만 기도해야 하는 것일까? 사전에 심각한 위기가 발생되지 않도록 바라고 기도하는 것이 최선의 대응일까? 포커게임처럼 두둑한 배짱이 큰 밑천이 된다는 의미일까? 운이 좋은 회사였으니, 앞으로도 운이 좋을 것이라 생각해야 할까?
불확실성과 싸우는 위기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대응 방식의 핵심은 통제가능성(controllable)과 통제불가능성(uncontrollable)을 신속하게 나누어 관리하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일반적으로 통제가능성 기반 대상에 대한 오해와 통제불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번째, 직원들은 통제불가능하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로 통제가능성에 해당하는 대상으로 직원을 꼽는다. 직원은 우리 회사에 속해 있기 때문에 회사가 충분히 통제가능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에도 그 통제가능해 보이는 직원들은 완전하게 제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위기발생 시 직원들은 통제가능성에 위치하는 대상이 아니다. 통제불가능성에 위치한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적절한 시각이다. 최근 들어 그러한 직원들에 대한 통제불가능성은 더욱 더 커져간다.
회사의 공식입장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는 직원들이 계속 생겨났다. 블라인드나 소셜미디어에 회사의 위기관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여과없이 쏟아낸다. 회사는 그로 인해 다시 더 어려운 위기관리 과제를 떠맡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은 반복된다. 직원들이 통제가능성 위치에 있다는 전제는 이미 현실과 맞지 않는 상상일 뿐이다. (노조는 이미 통제불가능성에 위치한다)
그렇다고 직원들을 모두 통제불가능한 대상으로 묶어 놓는다면, 위기관리를 해야 할 주체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평시 직원들을 통제불가능한 대상으로 전제하고 그 직원들을 철저하게 훈련해야 한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 및 훈련 기회의 제공을 통해 통제불가능한 직원들을 통제가능한 위치로 상당수 이동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 또한 위기관리다.
두번째, 언론은 통제불가능하다. 온라인은 더욱 더 그렇다.
아주 예전에는 언론을 통제가능하다 생각하는 대기업이 있었다. 매체수가 지금보다 적고 단순했던 시절에는 어느 정도 가능했던 이야기다. 그러나 현재 언론을 통제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할수록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될 만큼 환경이 바뀌었다.
온라인 여론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생겨났던 시절도 있었다 다양한 기술과 기법으로 온라인상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주장은 일반인들에게도 통하지 않는 비상식이 되었다. 언론과 온라인 여론은 가장 정확하게 통제불가능성에 위치한 대상이다. 그 전제는 앞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언론과 온라인 여론을 그냥 통제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하여 관리 노력을 포기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위기관리에 있어 중요하게 개념을 분류해야 하는 것이 있다. 위기가 발생한 상황에 기업이 ‘반응’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대응’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개념의 분류다. 언론과 온라인 여론에는 ‘대응’하는 것이 맞다. 여기에서 대응이란 깊은 분석과 고민을 통해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극에 대한 반사작용과 같은 반응에는 깊은 분석과 고민이 없다.
세번째, 정부부처와 정치권은 통제불가능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목격되는 막후에서의 담판과 같은 일은 그리 흔하거나 상식적인 것이 아니다. 물론 위기 시 그러한 모종의 협의 과정을 거치는 일부 기업들도 있을 수는 있다. 우리가 모른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과 같다. 하지만, 우리가 위기관리를 할 때 모르는 것을 아는 것과 같이 생각해서 의지할 수는 없다.
정부부처와 정치권은 철저하게 여론을 따라 움직이는 법이다. 그들은 그것을 정무감각이라고 한다. 특정 기업이 여론의 질타를 받으며 위기관리를 하고 있을 때 나서서 그 여론에 반하는 지원을 해 줄 정부부처나 정치권은 없다. 평소 좋은 일로 여론의 호감을 받을 때에는 지원을 약속하는 곳들이 많았어도 부정적인 상황에 기업이 처했을 때는 그런 약속을 동일하게 기대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기업은 위기 시 그들로부터는 어떠한 지원도 기대하지 말아야 할까?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 효과적인 대응일까? 그렇지 않다. 기업은 그들로 부터 좀더 넓고 깊은 정무감각을 배울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어떻게 해야 여론을 관리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열쇠를 얻을 수 있다. 위기관리에서 대관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가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단순하게 그들을 안정시키고 적대성을 관리하고 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들이 기업의 전략에 공감하며 정무감각에 기반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환경을 선제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네번째, 시민단체, 환경단체, 비정부기관등도 통제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정치단체다. 앞에서 이야기한 정규 정치단체들 보다 훨씬 선명성이 강하기 때문에 통제가능한 여지는 더욱 좁다. 실제 기업이 위기를 경험하면 가장 공격성 짙게 다가오는 부류가 이들이다. 이들을 통제가능하다고 보는 기업은 없다.
대부분의 위기관리에서 기업은 이들을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선택을 한다. 절대 통제불가능하므로 통제시도 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이들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명분의 싸움에서 기업이 승리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기업이 명분 없는 부정적 상황에 처했더라도 신속하게 입장을 바꾸고 조치를 취해 그들이 활용할 수 있는 명분을 먼저 쟁취하는 것이다. 그들이 기존에 가지는 명분보다 상대적으로 큰 명분을 취해 강조하는 것이 나은 대응이다. 그것이 그나마 그들이 아닌, 그들의 ‘영향력’을 통제가능하게 하는 전략이 된다.
다섯번째, 주주와 투자자들도 통제불가능하다.
주주와 투자자들이 우리 기업을 언제까지나 믿고 지원해 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투자자의 입장에서 초기에는 우리의 위기관리를 믿고 지원해 주기는 할 것이라 볼 수는 있다. 여기에서 핵심은 ‘초기’라는 기간이다. 부정적 위기가 발생되어 투자자들이 대규모의 손실을 입고 문제가 장기화되어 가면 갈수록 투자자들은 통제불가능한 위치로 대거 이동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관리에서 위기관리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라는 주문을 한다. 투자자의 손실을 최소화 하고 단기화하는 것이 어찌 보면 가장 큰 위기관리 의미가 될 수 도 있다. 기업이 그렇지 못한 경우 주주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든 위기관리의 전반을 점검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을 고민하게 될 수도 있다. 기업 경영진으로서는 아주 직접적인 통제불가능성이자 위기인 셈이다.
여섯번째, 거래처와 파트너사들도 통제불가능하다.
수십년간 관계를 맺어온 거래처와 파트너사들은 평시에는 우리 기업을 응원하고 지원한다. 오랫동안 거친 파도를 함께 헤쳐 나왔다며 우리는 한팀이라 생각하는 관계도 분명 존재한다. 서로가 어려울 때 돕고 힘을 모아 실제 문제를 해결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한 기업이 위기대응을 하는 환경에서 거래처와 파트너사들은 자신들의 입지를 점점 고민하게 된다. 자칫 자사가 문제의 기업과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 하게 될 수도 있다. 심지어 그런 정보가 공개되어 공중으로부터 대대적 공격을 받게 된 경우도 생겨났다.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주체가 아니었는데, 이내 위기관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그런 경우 그들을 계속 통제가능하다 볼 수는 없다. 그들 내부에도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한다. 최초 위기관리를 기업이 제대로 해내지 못해 그 피해와 영향이 거래처와 파트너사에게 까지 미치게 되면 그들은 언젠가 통제불가능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 스스로도 통제하기 어려워하는 그들의 노조나 직원들이라도 우리 기업에게 공격성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일곱번쨰, 통제가능한 대상(플레이어)은 없다. 하나도 없다.
이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그 다음으로의 진전이 가능하게 된다. 평소 통제가능하다 또는 통제가능할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하던 습관을 빨리 버려야 한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주변 대상은 모두 통제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해야 최대한 통제가능한 주제를 위해 관심과 투자를 집중하게 된다. 일부라도 가능할 통제 방법을 찾게 된다. 최소한 통제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대상에게서 배신감과 실망감이라도 느끼지 않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통제가능한 것을 꼽으라면 그것은 ‘메시지’다. 기업 내부에서 잘 합의된 메시지는 위기관리에서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통제가능한 주제이자 대상이다. 여러 의사결정자들이 함께 모여 현 상황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을 찾아 그에 집중한 메시지를 뽑아 내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그 때문이다.
훌륭하게 마련된 메시지는 위기 시 여론을 바꾼다. 최소한 여론에 영향을 준다. 수많은 변수와 불확실성에서 통제불가능한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직접 통제하려 애쓰는 것 보다 유일하게 통제가능한 메시지를 통해 그들에게 영향을 끼치려 노력하는 것이 좀더 나은 위기관리다.
강력한 메시지는 통제불가능했던 이해관계자들을 통제가능한 위치로 이동시키는 위력 또한 발휘한다. 적절한 메시지는 해당 기업의 위기에 관심 없던 공중들까지도 움직인다. 여론에 분명한 영향을 주는 것이다. 전략적 위기관리란 전략적 메시지를 빼고는 의미가 성립되지 않는다. 유일하게 통제가능한 메시지를 더욱 소중하게 여기며 좀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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